원고 마감은 다음주 화요일이지만
질이 안좋으니 속도라도 빨라야지 않겠는가는 마음으로
어젯밤 열심히 글을 써서 보냈다.
잘릴 확률이 100%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잘렸다.
알라딘이 잘린 글의 저장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시간 반 동안 쓴 게 아까워
여기다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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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건강할 때 떠나라
1) 뇌진탕; 뇌에 충격이 가해져서 뇌가 놀란 것으로 주로 의식소실을 동반한다.
2) 경추염좌; 뒷차가 받으면 앞차 운전자가 꼭 목뒤를 붙잡고 내린다. 부딪히는 순간 목이 뒤로 젖혀지면서 목 주위 인대가 늘어난 탓인데, 이게 경추염좌다.
3) 요추염좌: 요추 주위의 근육이나 인대가 늘어나거나 파열되어 발생한다.
4) 왼쪽 눈 각막손상; 각막에 흠집이 난 상태로 심하면 수술을 받아야 하고, 실명까지 갈 수도 있다.
5) 눈꺼풀 안검 및 눈주위 타박상, 결막하 출혈; 눈에 와장창 멍이 들고 출혈도 있다.
6) 다발성 타박상과 찰과상; 그밖에 몸 여기저기에 멍이 들고 긁힌 자국이 있다.
7)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불안해하고 잠을 못자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현상. 수개월, 수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8) 경추 추간판 탈출증; 목 디스크를 뜻한다
9) 마비성 상사시, 외상성; 눈의 신경이 마비되어 눈을 움직이는 데 장애가 생겨 마비된 근육의 방향으로 복시가 심해진다.
2009년 3월 6일, 전여옥 의원을 진찰한 대학병원 의사는 전 의원이 총 9가지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나하나가 다 만만치 않은 병인지라 의사가 내린 ‘전치 8주’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전 의원은 왜 이런 위중한 상태에 처했을까? 동의대 법안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열흘 전인 2월 27일, 국회에 난입한 민가협 대표는 법안을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고친다면서 전 의원에게 달려들어 십여초간 폭행했다 (조선일보 주장에 의하면 십여분간). 놀라운 사실은 민가협 대표가 우리 나이로 70세에 달하는 할머니였다는 것. 그런 할머니가 십여 초만에 9가지나 되는 질환을 유발한 거였다. 여기서 우리는 그 할머니가 보통 할머니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보좌관들에 둘러싸인 전 의원에게 다가가 각막을 노리면서 동시에 목 뒤를 치고, 머리에 충격을 주면서 허리의 인대를 파열시킨, 그리고 이 모든 걸 십여 초만에 해치운 필살기는 무협지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다. 소위 좌파들은 성별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고수를 양성하고 있다더니, 그게 정말이었다.
고수에게 해를 당한 전여옥 의원인지라 치료 기간 동안 들리는 소식은 모두 우울한 것들뿐이었다. 특히 “예전 시력을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는 동아일보 3월 3일자 보도는 많은 사람을 비탄에 잠기게 했다. 최소 8주의 치료가 필요했던 전 의원은 그러나 3주도 안되서 퇴원해야 했다. 테러위험 때문에 병원에 있는 게 불안해서였다. “침대에 누워있을 때 계속 누가 뒤에서 머리를 잡아당길 것 같아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자고 있어요.” 결국 전 의원은 퇴원 후에도 오랜 기간 안대를 한 채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퇴원 한달이 지난 후에도 “눈은 많이 좋아졌지만 시력차이가 나다 보니 거리감이 없다"라고 말하던 전 의원이 안대를 벗은 것은 사건 발생 후 석달이 다 된 5월 21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나은 건 아니었다. 2009년 12월 4일 조선일보 칼럼의 한 대목이다. “전여옥 의원은...눈을 찔리는 폭행을 당해 지금도 시력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치테러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은 사람들을 정치투사라 부르며 존경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끔찍한 정치테러를 겪었지만, 전 의원을 존경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엔 <일본은 없다>의 표절 판정으로 인해 몇 안남은 지지자도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돈도 벌만큼 번 사람이 시력도 잃고 명예도 잃고 안티팬만 양산하는 짓을 도대체 왜 하고 있는지 난 모르겠다. 할머니 고수가 나머지 한쪽 눈마저 공격할까봐 걱정이 되는 지금, 건강할 때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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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잘렸다가 다시 싣기로 했다가,
영 시의성이 없는 것 같아 다른 걸 써서 보냈다.
그래서....닫았던 이 글을 다시 세상으로 내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