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에 끄적거린 불매일지다.
[x월 x일, 교보에서 3만9천원어치 책을 샀다.
근데 적립금을 3900원이나 준다!
불매운동이 계속되면 사람들이 다 교보로 가버릴까 걱정된다.
x월 x일, 반디 앤 루니스에서 40500원어치 책을 샀다.
오프라인에서 책을 사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즐겨 가는 극장 바로 옆에 서점이 있으니 앞으로 계속 여기서 살까봐 걱정된다.
x월x일, 아내 앞으로 택배가 하나 왔다.
알라딘에서 온 거다.
“오늘 아침에 시켰는데 벌써 왔어. 알라딘이 서점 중에선 제일 나은 거 같아.”
이렇게 말하는 아내가 너무 예뻐 보였다.]
불매운동에 동참한다는 글을 쓴 뒤 단 한권도 알라딘에서 책을 사지 않았다.
알라딘도 나로 인해 쪼끔 손해를 봤겠지만,
정작 불편한 건 나였다.
다른 곳에서 책을 사는 게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러던 차에 신밧드님의 글을 읽었다.
“김종호씨와 알라딘 서재의 블로거 여러분들께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성수기와 같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급고용을 완전히 없앨 것이라는 점...
이것이 이미 준비되고 진행되고 있는 사실이라는 점을 경영자로서 다시 확인 드립니다.“
알라딘에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도 이 사태에 대해 해명을 한 바 있지만,
여러 알라디너들의 지적처럼 그 글들은 미흡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알라딘 대표인 신밧드님의 이 글은
적어도 내게는 알라딘이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 밑에 달린 댓글들에서 보듯
“내용은 전혀없이 분량을 채웠”다거나
“겉으론 미안하다면서 뒤로는 뒤통수 후리기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난 이런 분들도 기본적으로 알라딘에 대한 애정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이 글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도 알라딘이 좀 더 좋은 기업이 되기를 바라며,
알라딘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그러는 것임을 안다.
내가 신밧드님의 글을 읽고 “이 정도면 되지 않겠나”고 생각하는 걸 보면
난 그분들에 비하면 알라딘에 대한 애정이 떨어지는 것 같다.
맞다.
난 알라딘에게 기대하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
알라딘도 그냥 기업일 뿐이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 나쁜 일도 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게
알라딘에 대한 내 생각이다.
그 나쁜 일이란 게 다른 기업들에 비하면 비교적 덜하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이렇게 관대한 건, 협상에 있어서 아예 눈과 귀를 닫는 현 정권 탓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난 이제 불매운동을 접을 생각이다.
알라딘 대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았다면
내가 불매에 동참한 목적은 달성한 거라고 생각해서다.
아직도 열심히 투쟁하시는 분들한테 죄송하고,
그분들이 하시는 일이 소정의 결실을 맺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