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이 처음 생겼을 때, 내가 찬양해 마지않았던 건 바로 독자리뷰였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남들도 즐겁게 읽었을 때의 기쁨은, 이국만리 타향에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책 선전의 기능을 하고 있는 리뷰도 있는데, 예컨대 다음 리뷰가 그렇다.


[SF와 하드보일드의 결합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만, <차탈레 타운>에는 무언가 재미난 것이 있다....웰메이드 하드보일드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끄는 것은 심지어 한번 더 읽을 마음이 드는 것은 이 소설이 가진 키치한 SF하드보일드로서의 매력이다.]


'웰메이드' '키치'같은 난해한 용어를 삽입하긴 했지만, 누가 봐도 이건 책을 사보라는 강력한 권유에 다름 아니다. 차탈레 타운을 읽을 때 한숨을 푹푹 쉬며 무미건조하게 책장을 넘겼던 나로서는, 독자를 현혹시키는 저런 류의 리뷰를 읽고 나면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찌르르!


내가 리뷰의 세계에 입문할 때, 차이코프스키라는 별명을 가진 은사가 내게 해준 말이 기억난다.

"혹평을 쓰는 것은 돈 안 받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찬사로 점철된 호평을 쓰는 건, 하다못해 찹쌀떡이라도 받아먹지 않은 이상 어려운 일이다. 넌 정녕 찹쌀떡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날 이후 난 찹쌀떡을 끊었다. 하지만 찹쌀떡은 여전히 많이 팔린다. 그 찹쌀떡의 매출액에도 난 의심의 눈길을 던진다. 지금 어디선가, 찹쌀떡의 댓가로 찬사 일색의 리뷰를 쓰는 이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물론 이런 변명은 가능하다.

"난, 난 정말 <차탈레 타운>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특히 우주선에서 그러는 장면은 내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줬어. 정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의 입가에 떡고물이 묻어 있다면, 그 변명은 과연 얼마나 진실된 것인가?

이상 비아냥거림이었습니다.


아주 형편없는 책이 아닌 이상, 그 책에 매혹되는 것도,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 사람의 자유입니다.

자신이 정말 그렇게 느꼈다면, 그 느낌을 솔직히 쓸 수 있는 자유는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다른 사람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책을 좋게 읽었다는 게 '알바'의 혐의를 받아야 할 중대한 범죄일까요?

전 진심어린 비판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비아냥거림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비판은 당사자를 더 높은 세계로 이끌지만, 비아냥이 남기는 건 상처 이외에는 없다고 믿어서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위에서 비아냥거린 이유는, 사람들이 비아냥을 할 줄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비아냥의 당사자가 되면 어떤 기분인지를 비아냥의 일인자인 그분이 깨달았으면 해서입니다.

* 추신: 이 글은 하이드님의 글에 대한 제 답변입니다. 하이드님은 제게 편지를 쓰지 않으셨지만, 제가 원래 오지랍이 넓어서요^^

* 추신 2: 제가 인용한 차탈레 타운은 실제 책과 하등의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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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백합니다. 사실 나는 출판사 알바입니다.
    from little miss coffee 2008-07-29 09:15 
    하이드를 오래 알아온 사람이라면, 이 서재를 오래 방문해 온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출판사 알바다.... 두둥- 한때는 알랭 드 보통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의 알바를 뛰었고, 한때는 존 버거를 출판하는 출판사들의 알바를 뛰고 있다. 그것이 너무 티난다고 하여, 요즘은 미야베 미유키를 출판하는 출판사의 책들에는 혹평과 호평을 버무린다. 나의 알바변천사..라고나 할까.   사실, 요즘 소비자들이
 
 
마립간 2008-07-29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별 5개와 나귀님의 별 1개 ; 책의 내용 및 수준에 대한 논란이 흥미진진 합니다.

2008-07-29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8-07-29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와 별 한 개에 그런 의미를 부여하게 될 줄 몰랐네요.
저는 그냥 제 느낌이 제일 중요한데요.

2008-07-29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30 0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8-07-29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당 페이퍼를 읽고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고 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못 본 척했더랬죠.
오지랖 넓으신 마태님, 긁어주셔서 고마워요.^0^
전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전작을 읽었어요.
한 마디로 취향의 호오가 홍해 바다처럼 쩍 갈릴 수 있는 책이더군요.
아마 두 번째 책도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이를테면, 나귀님 같은 분은 그 책을 읽고 혹평을 쓰실 게 아니라, 실은 아예 그 책을 사지도 읽지도 말아야 했던 거였어요.
그래야 그토록 자부하시는 본인의 안목과 식견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요?
(전 리뷰를 읽기도 전에 나귀님이 이런 책을? 하고 의아해했을 정도니까요.)
그랬더라면 적어도 저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지킬 수 있었을 테고, 그 책을 좋게 읽은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일도 없었겠죠.
정혜윤 씨가 '수준 이하의 저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준 이하의 인간은 아니지 않습니까.
도대체 그 이름도 흔한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게, 어떤 사람들한테는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떨까? 정도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독자 권력이란 게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꼴난 독자 신분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 세상 모든 저자를 비판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이 많았네요.
"사람들이 비아냥을 할 줄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비아냥의 당사자가 되면 어떤 기분인지를 비아냥의 일인자인 그분이 깨달았으면 해서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도 딱 이 한 문장인데 말이죠.
사람이란 게, 시간이 너무 많으면 쓸데없는 일을 하게 되어 있죠. 앗, 이건 비아냥거림이네요.- -;;


덧.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저는 정혜윤 씨 책에 대한 애정 때문에 이런 댓글을 쓴 건 아니구요. 저자에게는 인간적인 모멸감을, 선의의/중립적인 독자들에게는 불쾌감을 유발할 정도로 심한 혹평을 쓸 '자격'이 과연 독자에게 있는가, 란 문제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독자가 대체 뭐라고. 독자가 스스로 품위를 잃으면 그야말로 소비자(알라딘 시스템으로 치자면, '구매자')밖에 안 되는 거죠.

Mephistopheles 2008-07-29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쯤되면 별점 5개를 달은 구독자와 별점 1개들 달은 구독자는 4주 후에 다시 만나 이야기해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시청자 의견으로 한 번 올려보고...

마태우스 2008-07-3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문제는 별점이 아니어요. 이건 줄기세포처럼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니, 별점 1개든 다섯개든 다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제가 문제삼은 건 하이드님이 '혹평 리뷰 보니까 속이 시원했다'에 그치지 않고 별 다섯개 준 사람을 알바 취급해서였어요.
꽃양배추님/오오 님 댓글이 아니었다면 전 울어버렸을지도 몰라요! 흑흑, 언젠가 님의 댓글에 감동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사실 이 책이 잘 팔리는 책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별 한개를 줬을까, 란 생각을 해요. 우린 대개 리뷰 쓸 때 재밌는 책은 별 네다섯, 아니다 싶은 책은 두개 뭐 이렇지 않습니까. 근데 이게 별 한개짜리 정도일까, 아무리 취향에 안맞아도 정말 그럴까 이런 의문은 듭니다. 앗 말이 빗나갔구요 여러가지로 감사드려요. 꾸벅
속삭님/얼마나 지겨웠음 그랬겠소. 글구 느낌이 제일 중요하지요^^
어머나 속삭이신 ㅁ님/정말 반가워요!!!! 하시는 일은 어떠신지요?? 언젠가 맥주집에서 뵜을 때가 기억나네요. 그게 벌써 몇년 전.... 하여간 제 말이 그말이어요. 제가 바라는 그말씀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립간님/글쎄요 별점은 제 페이퍼의 이슈는 아니었는데... 사람이 백명이면 백가지 느낌이 있는 거죠 뭐.

marine 2009-10-2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마태우스님. 핵심은 그거인 거 같아요. 호평한 사람을 알바 취급한 거, 그건 충분히 불쾌할 수 있고 섣부른 단정이죠. understand... 그렇지만 자유롭게 혹평할 수 있는 권리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간혹 알라디너들이 책냈을 때 이웃들이 호평 일색으로 쓰면 왠지 돌맞을 것 같은 분위기라 혹평 쓰기가 무서울 때가 있어요. 아님 저자가 정치적으로 "올바르다" 라고 평가받을 때 신념이 아닌 글 자체를 평가하기가 무서울 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