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류의 반전이 아닌, 전쟁을 반대한다는 의미의 반전영화라면 으레 잔인한 장면이 나와야 하는 줄 알았다. 피가 튀고, 믿었던 전우가 전사하고, 아들의 시체를 안고 어머니가 울고, 뭐 대충 이런 장면들 말이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평화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는 <메리 크리스마스>는 반전영화 중 최고의 반열에 오를만하다.




때는 1914년, 1차세계대전이 열리던 중 전선에서 조우한 스코틀랜드, 프랑스, 독일 병사들은 잠시 휴전을 한 채 꿈결과도 같은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낸다. 막상 그런 일이 있고나자 "파티는 끝났다. 다시 총을 들어라"는 사령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가 없다. 사실을 알고 달려온 고위층에게 프랑스 중위는 항변한다.

"당신들은 우리와 같은 전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무슨 말일까? 중위의 다음 말에 답이 나온다.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알기나 하십니까? 후방에서 칠면조나 뜯으면서 명령만 내리는 당신들보다는 저기 있는 독일인이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총부리를 겨누고 있지만 그 병사들은 평화로울 때 만났다면 즐겁게 술을 마시며 친구가 되었을 사람들, 그네들로서는 도대체 왜 자기네들이 싸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세계 제일의 미녀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여인이 바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헬렌이다. <트로이>에서 헬렌 역을 맡았던 독일의 미녀 다이앤 크루거가 클래식 가수로 나오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결코 그녀가 아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각자의 참호에서 나와 먹을 것과 이야기를 교환하는 병사들의 얼굴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아니었을까. 그저그런 로맨틱 코메디만 개봉하는 연말에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운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고, 그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건 더 큰 행운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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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2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야기 실화라고 하던데..?? 맞나요 아닌가요??

마노아 2007-12-24 10:16   좋아요 0 | URL
지식 e에 나오잖아요. 실화 맞대요. 저도 책 보고 나서 이 영화 봤답니다. 감동이었어요.(>_<)
마태우스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antitheme 2007-12-2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실화로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때 새소년이었나 어깨동무였나 둘중 한 잡지에서 이이야기가 만화로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저도 이영화 꼭 보고 싶은데 기회가 될지 모르겠네요.

BRINY 2007-12-2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납니다. 실화라고.

다락방 2007-12-2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토요일에 씨네큐브에 이 영화를 보러 가려고 했다가 가지 못했었는데요,
혹시 제가 갔었다면 마태우스님을 뵐 수 있었을까요?

아, 그리고 저도 실화로 알고있습니다. 일요일의 티비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서 방송했던 기억이 나요.

2007-12-23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12-2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영화일 것 같은데 그래도 삐딱해지는 마음이라니..
저게 만약 같은 유럽 백인이 아니라 백인과 아시아인이나 아프리카 사람들과의 전쟁을 배경으로도 저런 영화를 만들수 있을까 싶은.... 하여튼 삐딱하죠?
그래도 인사는 마태우스님 메리 크리스마스~~~

2007-12-24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2-2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크리스마스!

2007-12-26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12-2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보신 미녀분께서도 님의 높은 안목과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았을거예요 ^^

마태우스 2008-01-01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아무래도 그렇죠? 호호호. 그래도 님한테 많이 배워야 할 거예요 미녀로 사는 법 같은 거요^^
속삭님/학위를 마치신 건 축하드리지만, 님이 다시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슬퍼요 흑
승연님/님두요. 연말엔 축하할 일이 많지요?^^
속삭님/그럼요! 답이 너무 늦었나요? 하지만...님 서재에 먼저 답을 올렸는데 봐주심 안될까요..
바람돌이님/님도 좀 지났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아시아나 아프리카라면 좀 힘들겠지요 그래도 전 영화볼 땐 그냥 봐요 너무 생각이 많으면 재미없을까봐요...
속삭님/어머나 미녀님이닷!
다락방님/글 초반에 실화라고 썼는데 많은 분들이 지나치신 듯... 그나저나 아쉽습니다 님과 조우할 좋은 기회였는데^^
브리니님/실화를 영화화한 게 아니라면 감동이 덜했겠지요 아마..
안티테마님/크리스마스에 기획된 영화 중 가장 좋았어요 재미는 러브 액츄얼리가 더 있었지만요.
마노아님/대신 대답해주셔서 감사^^ 메리크리스마스
메피님/글 초반부에 실화를 영화화했다고 썼는데 너무 티 안나게 썼나봐요 앞으론 핵심 글자엔 색깔을 넣을래요

다락방 2008-01-01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님의 '실화'라고 쓴건 읽었어요.
메피스토님께서 의문을 가지셔서서 다시 말씀드린거예요.
다른분들도 아마 그러신듯 한데요. 훗 :)

마태우스 2008-01-0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아아 친절하신 다락방님!!! 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