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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 생일 때문에 술을 마시던 날,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책 선물을 하려고 책방에 들렀다. 교양에 목말랐던 날 만족시켜 준 알랭 드 보통을 친구도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의 대표작 두권을 골랐는데, 한권은 <여행의 기술>이고 다른 하나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하 키스)>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앞의 책은 내가 미리 읽었던 거지만 뒤의 책은 선물만 두 번 했을 뿐 아직 읽지 않았다는 것. 그럼에도 내가 그 책을 고른 건 “그래도 보통의 책이니까!”란 이유에서였다.
그 책을 선물하고 나서 얼마 안있어서 <키스>를 읽어야만 하게 됐다. 이유인즉슨 요즘 내가 어떤 미녀에게 집적거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 책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막상 펼친 <키스>는 전혀 키스에 대한 책이 아니었고, 심지어 키스 장면조차 나오지 않았다. 알라딘에 나온 책 소개에 “장르상 '소설'로 분류되지만,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사랑과 만남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단상에 중점을 둔다”라고 되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그냥 저자가 한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자기 견해를 장황하게 쓴 거였다.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책과는 달리 읽는데 어찌나 지루한지, 이 책이 내 가방에서 머문 시간을 따져보면 족히 보름은 되었을 거다. 그래서 <키스>를 다 읽고 나서도 난 소위 말하는 ‘진도’를 전혀 나가지 못했으며, 아직도 손만 잡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네이버식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난 이 책의 제목에 낚였다. 읽는 내내 난 이 책의 제목이 왜 그런가 몰랐는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서야 내가 낚인 걸 깨달았다.
“책의 원제 ‘Kiss & Tell'은 유명 인물과 맺었던 밀월 관계를...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뜻한다.”
은둔과 끈기로 이 책을 읽던 도중, <키스>를 선물해 줬던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됐다. 내가 난해한 책을 선물해서 미안하다고 먼저 말을 꺼내자 그 친구는 대뜸 이랬다.
“야! 내가 그 책 읽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책 선물은 당사자가 원하는 게 아니라면, 자신이 이미 읽은 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책 제목에 이끌리지 않는 선견지명도 우리나라에선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