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학기는 강의로 해가 떠서 강의로 해가 졌었다.
라꾸라꾸 침대를 구입하고 연구실서 자게 된 것도 바로 강의준비 때문,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상황이 좀 더 안좋아졌다.
1학기 과목이던 ‘콜로퀴움’이 2학기로 옮겨간 탓에
난 내 전공인 기생충학까지 모두 10학점을 강의해야 한다.
그 결과 나온 예과 시간표는 정말이지 환상적이다.
먼저 1학년. 빨간 동그라미를 친 게 내가 맡은 과목이며, 기생충학은 본과 1학년에게 가르친다.

그다음 2학년.

물론 이 모든 걸 나 혼자 할 생각은 없고
중간중간 다른 선생에게 배분할 계획이지만
강의계획을 짜고 그 모든 걸 관장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담당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
혼자서 여러 강의를 맡으면 아무래도 강의의 질이 떨어지게 마련이고
내가 그 강의들의 전문가도 아니다.
게다가 내 유일한 장점은 바로 신선함인데
일주 내내 얼굴을 보는 사람에게 신선함을 느낄 사람은 없다.
지난 학기 때도 내 강의 중 자는 학생들이 꽤 눈에 띄었던 건 그런 탓이다.
이 사태는 교수의 업적을 평가함에 있어서 강의가 전혀 포함되지 않는 구조에서 기인한다.
그러니 교육이 주 목적인 대학에서
“난 강의에 취미가 없다”고 말하는 교수가 나오는 것이고,
돈 빌리는 것도 아닌데 강의 좀 해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강의를 맡겨야 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가끔가다 흔쾌히 강의를 수락해주는 분이 계시긴 하지만
그 숫자는, 너무 적다.
2학기를 과연 어떻게 넘겨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같다.
일단 지금은, 술을 좀 마시련다.
2학기 되면 못마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