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학기는 강의로 해가 떠서 강의로 해가 졌었다.

라꾸라꾸 침대를 구입하고 연구실서 자게 된 것도 바로 강의준비 때문,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상황이 좀 더 안좋아졌다.

1학기 과목이던 ‘콜로퀴움’이 2학기로 옮겨간 탓에

난 내 전공인 기생충학까지 모두 10학점을 강의해야 한다.

그 결과 나온 예과 시간표는 정말이지 환상적이다.

먼저 1학년. 빨간 동그라미를 친 게 내가 맡은 과목이며, 기생충학은 본과 1학년에게 가르친다.



그다음 2학년.




 

물론 이 모든 걸 나 혼자 할 생각은 없고

중간중간 다른 선생에게 배분할 계획이지만

강의계획을 짜고 그 모든 걸 관장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담당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

혼자서 여러 강의를 맡으면 아무래도 강의의 질이 떨어지게 마련이고

내가 그 강의들의 전문가도 아니다.

게다가 내 유일한 장점은 바로 신선함인데

일주 내내 얼굴을 보는 사람에게 신선함을 느낄 사람은 없다.

지난 학기 때도 내 강의 중 자는 학생들이 꽤 눈에 띄었던 건 그런 탓이다.


 

이 사태는 교수의 업적을 평가함에 있어서 강의가 전혀 포함되지 않는 구조에서 기인한다.

그러니 교육이 주 목적인 대학에서

“난 강의에 취미가 없다”고 말하는 교수가 나오는 것이고,

돈 빌리는 것도 아닌데 강의 좀 해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강의를 맡겨야 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가끔가다 흔쾌히 강의를 수락해주는 분이 계시긴 하지만

그 숫자는, 너무 적다.

2학기를 과연 어떻게 넘겨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같다.

일단 지금은, 술을 좀 마시련다.

2학기 되면 못마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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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태우스 보시오
    from 2007-07-24 14:00 
    흥, 여기다 글 쓰는구나. 금방 찾았네,뭐
  2. 마태우스 보시오
    from 2007-07-24 14:00 
    흥, 여기다 글 쓰는구나. 금방 찾았네,뭐
 
 
레와 2007-05-0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중간에 식사할 시간도 없잖아욧!!!!! (버럭)
옳지않아요.. 마태우스님! 옳지않아요.

아흑.. 어쩜좋아..ㅡ.ㅜ


Mephistopheles 2007-05-0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우린 언제 술 한잔 하나요..?? 저리 바쁘시면 시간내기 힘드실텐데..^^

다락방 2007-05-0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어떻게 마태우스님은 갈수록 더 바빠 지십니까. 저도 요즘 무쟈게 바쁜데, 마태우스님마저 바쁘셔서
여간해선 뵙기가 쉽지 않군요.
마태우스님이 자주 얼굴을 비추시던 옛날이 넘흐넘흐 그립습니다. 철푸덕 orz

BRINY 2007-05-02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시간에 비례해서 월급을 올려주는 제도는 없나요?

마늘빵 2007-05-0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가 엄청 많군요. 헐... 이거 다 어떻게 합니까요. 과목도 제 각각인데.

2007-05-03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7-05-0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전공이 무언지 갈수록 오묘해지네요..... 대학이 마태님에게 너무 기대는 거 아닌가요?

향기로운 2007-05-0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환상적이네요. 강의도 강의지만... 역시 너무 무리하지 않으시면 좋겠네요.. 에구구..

마태우스 2007-05-05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님/걱정이 태산입니다만 어쩌겠어요 제 팔짜려니 믿고 소처럼 우직하게...아자아자.
가을산님/그러게 말입니다 제 전공은 기생충학인데...
속삭님/다른 교수들 협박해 봐야죠 뭐... 잘 갔다니 다행입니다. 책이 겹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글구 님을 알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아프님/제말이요... 어깨가 무거워요..
브리니님/월급은 됐구요, 업적점수로 인정해주면 좋겠어요. 그럼 아마 서로 하려고 할걸요...
다락방님/언제 한번 뵙자고 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벌써 일년 전인가요....??
메피님/아앗 다락방님이랑 언제 함 뵈요!
레와님/세상은 원래 옳지 않습니다^^

작은앵초꽃 2007-05-13 0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덧 라꾸라꾸는 연구실의 필수품이 되었더라고요. 큭큭큭 ^^

2007-06-14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7-07-0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제 실수네요 제가 지우는 걸 몰라서 그냥 방치하고 있습니다...
앵초꽃님/제가 무던해서 어디서든 잘 자는 게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