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창해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토마스 해리스는 많은 책을 내는 작가는 아니다. 존 그리샴이 거의 매년 새 책을 들고 독자를 만나는 데 반해 해리스는 몇 년에 한번씩 책을 낸다. 근 20년간 낸 책이 다섯권이 전부. 하지만 내는 책마다 판매량이 엄청나고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하니, 자기만의 섬을 소유하고 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 그가 갑자기 <한니발 라이징>이라는, 한니발 렉터가 왜 살인마가 되었는지를 밝히는 소설을 들고 나왔다. 영화로 보기 전에 소설로 먼저 읽자는 생각에 샀는데, 읽고 나니 아쉬움이 남는다. 워낙 스릴러를 잘 쓰는 작가인지라 재미는 있었지만, 한니발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 같아서였다. 한니발이 무서운 건 그가 사람을 죽이고 인육을 먹는 엽기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가 그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게 더 큰 이유다. 예측이 불가능할 때 공포감은 배가된다.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언제 화를 낼지 모르니 늘 조심해야지 않을까? 그런데 이 책에는 한니발이 아주 어려운 일을 겪었기 때문에 저런 살인마가 되었다,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어린 시절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고, 그토록 사랑하는 여동생이 잡아먹히는 걸 목격한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이거다. 그의 처지에 동정이 가는 동시에, 한니발은 내게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되지 못한다. 그가 특별해서 그리 된 게 아니라 저런 일을 겪으면 누구든 저렇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책장을 덮고 나서 토마스 해리스가 왜 이 책을 썼는지 생각해 봤다. 돈이 떨어져서,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이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재미있는 <양들의 침묵>은 나온 지 벌써 15년이 지났고, 그 후에 나온 <한니발>은 그만큼 팔리지 않았으니까. 두 번째, 필경 그는 <배트맨 비긴스>를 보고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그걸 보고 “한니발의 기원도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음직하다. 세 번째 이유. 전작 <한니발>에서 스탈링은 렉터와 더불어 사람의 뇌를 먹고, 한니발의 실질적 부인이 된다 (영화는 이 결말을 바꿨다). 말 그래도 해피엔딩. 뒤에 더 할 얘기가 없으니 앞으로 돌아가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우리는 매력과 공포로 점철된 캐릭터 하나를 잃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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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7-03-08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니까, 역시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크군요. :)

물만두 2007-03-0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그건 이미 전작에서 알려줬었는데요^^;;;

다락방 2007-03-08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한니발>에서는 스탈링과 렉터가 수갑으로 묶여있었잖아요. 결말에 이르러서 렉터는 자신의 팔을 자르지요. 뇌를 구워먹는 결말보다-이건 어쩐지 그럴수 있을것 같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렉터라면- 제게는 자신의 팔을 자른쪽이 더 놀라웠어요. 줄리안 무어였죠, 그때의 스탈링은.

저는 이 책은 아직 읽지 못했고, 영화로 [한니발 라이징]을 봤는데 그것도 딱, 절반밖에는(사정상) 보지 못했어요. 영화에서 '공리'가 분한 '숙모'라는 역할이 책에도 있나요? 책에서도 일본인인가요? 그가 왜, 그렇게 됐는가보다는 그 숙모와의 관계가 저는 더 흥미롭더라구요.(음..제가 좀 변태스러운가요?)

마태우스 2007-03-08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영화의 결말이 더 좋았어요 저도. 글구 제가 영화평이 안좋아도 영화를 보고픈 이유는 공리 때문이어요 책에서도 숙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답니다.
만두님/그렇긴 하지만... 이렇듯 자세하게 기술하진 않았지 않나요....시무룩.
기인님/그렇죠 바로 그렇습니다 문젠 언제나 사회에 있죠 호호.

프레이야 2007-03-08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들의 침묵도 무척 충격적이었는데, 이 영화는 더 심할까요?
잠깐 보니, 한니발로 나온 프랑스배우 잘 생겼더군요.^^
공리가 연기한 숙모의 역할이 중요하군요

Mephistopheles 2007-03-0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살아있는 사람의 두개골을 절개하고 전두엽으로 스위스풍 퐁듀를 희희낙낙 요리하는 한니발은 충분히 충격적이에요..^^

미즈행복 2007-03-0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볼 수 있고 정말 팔자 좋으십니다. 내 인생은 언제 볕들어 자유롭게 영화보고 다닐 날이 오려나. 휴... -남들은 곧이다 하는데 정말 당해보라고 하세요. 내일 잘 먹자고 오늘 굶을 수 있나. 치. 피. 나쁜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