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음악영화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시카고>는 내가 본 영화를 망라해 가장 재미있는 영화로 꼽을 만하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몸살나게 재미있어서 어쩜 저리 재미있을까를 연발하며 본 기억이 난다. 그보다는 덜했지만 맹인가수 레이를 모델로 한 <레이> 역시 내 기대를 충족시켜 줬다. 그러고보면 난 노래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더티댄싱>과 <라밤바>도 얼마나 재미있게 봤는가. <렌트>와 <프로듀서스>를 놓친 게 안타깝던 차에 <드림걸스>는 당연히 봐야 했다.
근데 이게 웬일일까. 평도 그럭저럭 괜찮은데 난 <드림걸스>가 그다지 재미 없었다. 주인공이 뚜렷하지 않은 것, 그리고 선악이 분명하지 않은 게 난 불만이었다. 그건 내가 마징가 제트 류의 선악대결구도에 너무 익숙해진 탓도 있고, 거기 나온 노래들이 내가 다 모르는 거여서일 수도 있다. 싸움을 할 때 노래로 하는 건 신선했고, 주인공으로 나온 비욘세의 미모는 정말 빛이 났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 영화를 재미있다고 해줄 수는 없었다.

느낀 건 있다. 비욘세와 다른 두 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드림걸스는 사실은 ‘비욘세와 아이들’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가운데 위치하며 메인 보컬을 맡은 비욘세를 제외한 나머지 두명은 다른 누구로 대치해도 된다는 뜻이다. 에피라는 이름의 가수-맨 오른쪽-는 그걸 몰랐다. 그녀는 늘 심통만 부리다 쫓겨났다 (심통을 부릴 만했다). 그녀가 참고 그 자리에 있었다면 생활고에 시달려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는 신세가 되지는 않았을 거다. 소방차의 이상원이 그랬다. 난 그가 무슨 이유로 그룹을 떠났는지 모른다. 어쨌든 그는 솔로로 독립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덤블링만 할 줄 안다면 그 자리엔 누가 와도 상관없었는데, 그는 소방차에 대한 환호가 자신에 대한 환호인 줄 착각을 했다.
나 역시 그걸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내게 잘해주는 것, 예컨대 <그것이 알고 싶다>같은 프로에서 내 전공분야가 아님에도 날 부르는 건 교수라는 타이틀 때문이지 내 실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겠는가? 잘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연구를 열심히 해야 한다. 연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술을 덜 마셔야 한다. 이왕 마신 거, 2월까지만 마시자. 3월부터는 진짜 연구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