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amx 님의 글, 그리고 거기에 대한 매너님의 지지글을 읽고 의아했습니다. 예스나 알라딘을 오가며 같은 리뷰를 올리는 분들이 계시다는 건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의아했던 건, 그게 왜 비난받을 이유가 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유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알라딘에서 문제가 된 표절리뷰는 성실히 리뷰를 쓰는 대다수 리뷰어들의 의욕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두줄로 자신의 감상을 적어낸 소위 ‘불량리뷰’는 그분들이 그런 리뷰를 와장창 올림으로써 주간서재의 달인이 되는 것이 성실히 서재활동을 하는 분들에게 피해를 입히므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imax님의 글과 매너님의 글을 반복해서 읽어도, 소위 중복리뷰가 왜 그렇게 타도되어야 할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imax님은 “책을 다 읽고 쓰는지 의심스럽다”는 근거없는 모략도 부족해서인지 그분들을 ‘박쥐’로 지칭하는 도발까지 하셨더군요. 박쥐가 님이 생각하는 그런 동물이 아니라는 생물학적 견해를 잠시 접어두고, 박쥐가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다리를 걸치는 동물이라는 가정에 동의한다 해도, 중복 리뷰를 올리는 분들을 박쥐로 지칭하는 건 도무지 수긍이 가지 않네요. 박쥐는 날짐승 쪽에 가선 자신이 새라고 우기고, 들짐승 쪽에선 자신이 쥐라고 우겼지요. 중복리뷰어들이 박쥐라면, 한 책에 대해서 예스에선 좋은 책이라고 하고, 알라딘에서는 나쁜 책이라고 다른 말을 하는 경우여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야말로 정말 이게 좋은 책인지 여부를 헷갈리게 만드는, “고객들의 눈을 흐릴 수 있는” 행위가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예스와 알라딘이 설마 들짐승과 날짐승처럼 판이한 세계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우리나라에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두 비행사가 있는 것처럼, 예스나 알라딘도 그저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인터넷 서점일 뿐이고, 리뷰의 생산자들이 그 둘을 넘나들며 이익을 취하는 걸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imax님은 예스와 알라딘을 넘나들며 책을 살까 말까 판단을 내리시는 모양입니다만, 제가 알기에 그렇지 않은 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예컨대 <달콤한 나의 도시>같은 책의 리뷰는 알라딘에서만 이미 121개-제가 그 121번째 리뷰를 썼습니다^^-의 리뷰가 올라와 있는 탓에 그것만 읽는 것도 힘에 부칠 것입니다. 리뷰어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성실하게 글을 썼는지에 따라 내려지는 것이라면, 그리고 신뢰성 있는 리뷰어가 예스나 알라딘에 모두 리뷰를 올려 준다면, 중복리뷰어 분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두 서점에 같은 리뷰를 올린다고 해도, 님처럼 두 서점을 다 뒤질만한 여럭이 없는 분들은 그로 인해 혜택을 보는 게 아닐까요? imax님은 같은 리뷰로 중복해서 상을 받는 얘기를 하십니다만, 이건 인터넷서점 측에서 주의를 기울인다면 막을 수 있는 문제일테고, 제가 너무 오버하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수가 노래 하나 히트시켜서 연말 세 방송사의 가수왕을 휩쓰는 게 이것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님들의 글에 대한 반론은 이만하고, 좀 더 근본적인 애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이 책을 읽는 목적은 개인의 행복 증진, 책을 통한 사회변혁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너님의 엄청난 독서량은 익히 알고 있고, imax님이 오늘 쓰신 글의 내공으로 짐작컨대 아마도 두분 다 저같은 사람이 상상도 못할 엄청난 책들을 읽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두분은 그렇게 쌓은 내공으로 <킬빌>에 나오는 ‘한조의 칼’을 만드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든지 단칼에 베어버릴 수 있고, 지상의 어떤 칼로도 부러뜨리지 못하는 그런 칼 말입니다. 두분의 이번 글도 그렇지만 평소 매녀님이 쓰시는 글을 읽다보면 상대방을 논리로 제압하겠다는 전의가 느껴집니다. 평소 ‘넌 논리가 없다’는 말씀을 곧잘 하시는 매너님께 감히 말씀드리거니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논리만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에 대해 예의를 지키고, 따스한 감성으로 세상과 사물을 포용하는 대신 날카롭게 벼린 칼날을 휘둘러 상처를 내고, ‘박쥐’라는 말로 다른 분들을 모욕하는 게 과연 우리네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안그래도 각박하기 짝이 없는 세상입니다. 인터넷 서점에 글을 쓰는 분들은 알라딘 대주주를 비롯한 몇몇 부호들을 제외한다면 다들 님들이 변혁의 주체로 믿어 의심치 않은 ‘민중’입니다. 책 한권을 사더라도 조금 더 돈을 절약하고자, 적립금을 한푼이라도 더 받고자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책을 사보는 분들이죠. 책이 안읽히는 시대지만 출판업계가, 그리고 인터넷 서점들이 근근히 지탱할 수 있는 건 다 이분들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까지 적으로 돌려가면서 님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과연 어떤 것입니까?
그리 오래 산 건 아니지만, 나이를 좀 먹고보니 소싯적에 별 거 아닌 것에 목숨을 걸었던 일들이 부끄러워지고, 그렇게 해서 결국 등을 져야 했던 사람들에게 한없이 미안해집니다. 매너님과 imax님의 날이 선 칼날은 진짜로 권력을 쥔 분들에게 휘둘러주시고, 책을 좋아하는 희귀종인 ‘우리들’끼리는 서로 잘 지내면 어떻겠습니까. 이상 어려서부터 감성만 길러온 마태우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