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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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바벨탑 공화국』, 부제는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저자는 강준만,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논객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예리한 통찰력으로 살피고 드러내며, 우리의 대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저자의 묵직한 울림이 있는 글들로 가득하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제목부터 짚어보자.

바벨탑하면 기독교 성경에 등장하는 건축물, 탑이다.

구약 성서 창세기 11장에 나오는데, 그야말로 인간의 욕망으로 지어진 탑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성경 해당 부분을 인용한다.

 

<처음에 세상에는 언어가 하나뿐이어서, 모두가 같은 말을 썼다.

사람들이 동쪽에서 이동하여 오다가, 시날 땅 한 들판에 이르러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 벽돌을 빚어서, 단단히 구워내자." 사람들은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썼다.

그들은 또 말하였다. ",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서,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고, 온 땅 위에 흩어지지 않게 하자." >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자는 마음으로 올린 탑이기 때문에 욕망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바벨탑에 우리 현실을 투영해본다.

우리나라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전제하에 여려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 목차를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머리말 : 왜 한국은 바벨탑 공화국인가?

1장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 : 초집중화

2장 왜 지주들의 소작농 수탈은 여전히 건재한가? : 부드러운 약탈

3장 왜 조물주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는가? : 젠트리피케이션

4장 왜 사회는 없고 내 집만 있는가? : 게이티드 커뮤니티

5장 왜 휴거라는 말이 생겨났는가? : 소셜 믹스

6장 왜 한국은 야비하고 잔인한 갑질 공화국이 되었나? : 전위된 공격

7장 왜 무릎 꿇리기라는 엽기 만행이 유행하는가? : 학습된 무력감

8장 왜 지방민은 지방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 소용돌이 정치

9장 왜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파멸인가? : 지방 소멸론

10장 왜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치는가? : 지방분권의 함정

 

이 책은 많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 사례들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분석해 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분석해 낸 것은 무엇일까?

바로 바벨탑 멘탈리티.

우리 사회가 바벨탑을 쌓아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그 무엇보다도 바벨탑 멘탈리티인 것이다. 그 멘탈리티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가 여기저기 불쑥불쑥 그 발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말로 바벨탑을 근본적으로 지탱하고 있는 악마의 모습을 드러낸다.

 

사회는 없고 오직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바벨탑 멘털리티에 근본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83)

 

이 책을 읽는 방법 중 하나

 

<바벨탑을 도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가능하겠지만 나는 바벨탑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그것이 나오게 된 맥락에 주목함으로서 세상 모든 일의 명암을 동시에 보려는,,,,,,>(19)

 

반갑다, 이런 책 소개

 

<미국 정치학자 버트럼 그로스(Bertram Gross 1912-1997)는 고전적 파시즘 체제가 보여주던 외양은 사라졌지만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대기업의 지배와 정경 유착 구조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민주적 권리가 억압받는 상태를 묘사하기 위해 부드러운 파시즘(friendly fascism)’이라는 말을 썼다.>(66)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무언가 떠오른 게 있었다. ‘부드러운 파시즘’, 아니 그 뒤의 영어 표시 friendly fascism. 어디서 봤더라? 얼마 전에 읽은 책 친절한 파시즘그 책의 영어 원제가 바로 friendly fascism였던 것이다. 그 책을 한 문단으로 정리한다면 바로 위에 인용한 내용이 되겠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의아했던 것, 바로 그 책의 우리말 제목. 친절한 파시즘

억압하는데 친절하다, 는 말보다는 부드럽게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소환하여 재음미해보는, 책으로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어, 기뻤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일상이야말로 그 모든 혁명이 실패하는 원인. - 앙리 르페브르, (74)

 

정의를 이룰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불의를 저지르려는 인간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필요하다. - 라인홀드 니부어 (100)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다른 각도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우리 사회를 비쳐주는 거울로 읽어보면 어떨까?

 

또한 저자가 보여주는 사례들은 옆집 이야기,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읽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로 읽기가 두렵거든, 최소한 '우리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이 말하는 약발이 먹히는 것이다.

 

더하나, 이 책은 바로 나의 자화상이다, 라는 고백도 이 책을 읽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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