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신 - 신이 없다면 우린 행복할까?
앤서니 T. 크론먼 지음, 이재학 옮김 / 돌밭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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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의 신

 

이 책의 서두도발적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부모의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이런 말로 <서문>을 마무리한다.

 

신은 우리 집에 없었다물론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처럼 언제나 우리의 주위를 맴도는 위험이기는 했다부모님은 그로부터 나를 보호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들의 노력은 절반의 성공에도 미치지 못했다. (16)

 

그러니 신을 집에 들이지 않으려는 부모의 노력과 신의 위험성으로부터 저자를 지키려는 부모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고이 책은 그러한 부모의 신관에서 벗어난 저자의 사상 투쟁기이다.

 

제목이 말하는 바제 3의 신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에 앞서 2016년 10월 다시 태어난 이교도의 고백(Confessions of a Born-Again Pagan)이란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비록 아브라함의 종교가 가리키는 창조주 유일신은 아니지만 영원불멸의 존재인 세계 그 자체를 하나의 신으로 받아들이게 된 자신만의 신학을 기술한 내용이었다. (인터넷 책 소개에서)

 

그러나 아브라함의 종교가 가르키는 창조주가 첫 번째 신이라면 그가 생각하는 신은 창조주 신이 아닌 영원불멸의 존재인 세계 그 자체가 신이며그게 제 3의 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신에 대한 자세는 이것이다.

 

믿지는 않는다 해도 신은 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이해하려면 신의 올바른 개념이 필요하다우리는 오직 이성으로만 그 올바른 개념으로 가는 길을 찾아낼 수 있다. (34)

 

우리가 우리로 존재하는 일이 가능해지려면 세상이 반드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156)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그 하나

 

저자의 글은 어렵다결코 쉽지 않다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하다보이지 않는 신을 논증해야 하는 까닭이 첫째고신이 아니더라도 시간과 영원이라는 주제가 들어있기에 그 논의는 불가피하게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하여 이런 요소도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 여겨진다.

 

글 속에 보이는 수많은 전제와 가정을 포함한 논리가 글의 이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예컨대 다음과 같은 글이다.

 

더 실험하고 조사할수록 세상이 계속해서 더 이해 가능해져 간다는 사실을 설명하려면 우리가 세상에 관해 이해하지 못할 건 아무 것도 없다고 가정해야 한다. (161)

 

세상의 경험을 설명하려면 우리는 저 두 개의 가정이 모두 필요하다. 곧 이 세상의 질서는 우리의 지식을 일정한 한계 안에 두도록 명하는 신의 작정으로 제한되지 않지만우리와 같이 유한한 존재가 완전히 알기도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이 경험의 가능성을 설명하려면 한 가지 가정이 더 필요하다다른 두 가정에 따라 오는 내용이다. (......) 그러나 나는 그것이 그 중에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세상 전체와 그 안의 전부는 영원하고 신성하다는 가정이다. (172- 173)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마침내 이 세상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걸 알게 되는 인간의 경험을 신의 경험에 비유한다지식은 인간을 신성하게 만든다사고의 대상에 관해 생각하는 한 인간은 그 대상처럼 영원해진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히 사고하지 못한다우선 그는 필멸의 존재다. (..........) (145)

 

세상은 덮여 있는 책이 아니다그렇다고 활짝 펼쳐져 있는 책도 아니다압력을 가해야 조금씩 파편적으로 그 비밀을 드러낸다. (160)

 

종교는 신이 그 핵심이다적어도 서양에서는 그것이 종교를 정의하는 방법이다. (186)

 

이런 논의 해볼만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일은 필수적이다하루 하루의 삶을 살아가는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그런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그 필연성을 이 책에서 찾았다.

 

우리가 삶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전부가 영원과 연결되어 있었으면 하는 우리의 소망이 달성되는 순간 그 가치를 잃게 된다.

그 무엇도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리가 형성하는 덧없는 애착들에 의미와 통절함을 준다그것들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의미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26)

 

곧 우리는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인생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우리가 영원을 살 수 있다면 그 논의는 다른 차원의 것이 되겠지만 언젠가는 죽을 운명을 지닌 존재이기에 그 유한한 삶속에서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이 책은?

 

이 책에서 어떤 결론을 따라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각도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저자가 신이란 개념을 찾아내기 위해 나선 철학적 여정이라고 말이다.

저자는 어머니에 관한 추억으로부터 화두를 꺼내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그 여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도 저자를 교사 삼고 거울 삼아서 신을 찾는 여정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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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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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이 책은?

 

이 책의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제목에서 가져온 것이겠지만내용은 전혀 관련이 없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제목만 보고 내용을 오해하는 사람이 많았던 작품이다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를 문자 그대로 노인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오해하기도 했다노인 복지에 관한 사회적인 내용으로 예상하고 감상했다가 전혀 다른 내용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러면 이 소설은?

노인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문자 그대로 노인을 위한 나라인가 아닌가의 내용이 등장하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까?

 

이런 말이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런 말 언뜻 들으면 수긍이 된다그러나 과연 그럴까?

나이가 들면 신체적으로 또한 정신적으로 여러모로 달라지게 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건 60, 70 대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10, 20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지금 나이 40, 50이라고 해서 60, 70 대들을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도 세월이 지나면 분명히 60, 70대가 될 테니까 말이다.

 

문제는 이 사회가 나이로 사람들을 구분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소설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의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필연성!!

 

몇 장면 소개한다.

 

소설 속에서 새롭게 들어선 정부이동현 정부에서 펼친 정책은 이렇다.

 

경로연금을 폐지하고고령자에 대한 무상교통과 무상의료를 전면 폐지한다.

통신비 보조도 중단한다국민연금은 재정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지급을 미루기로 한다. (163)

 

그런 정책이 시행되니노인 중 연금에 의지해서 살던 사람들이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게 된다그들은 무료 급식소로 향하게 되는데여기에서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노인이 되면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서드는 생각.

이 소설은 가상과 현실을 적절하게 조합배치하여 오히려 현실감을 더욱 살리고 있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노동자들의 수면 시간이 줄어들수록 소비자들의 숙면 시간이 늘어나는 거지. (120)

 

세상을 살아가는 실력에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은 아주 먼 훗날의 일이었다. (121)

 

정부는 일자리 문제가 세대 간이나 노사 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하지만이게 가만두면 어디 절로 합의가 될 사안입니까이럴 때 적극적으로 정부가 나서야지요. (215)

 

재원이 부족한 것은 노인들이 너무 많은 혜택을 받아서가 아니라 정부에서 효율적으로 재원을 집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17)

 

사람들은 병원에서 태어나서 병원에서 죽는다. (............) 기계적인 탄생과 기계적인 죽음의 과정이었다. (221)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무상에서 유료로 전환한 데 이어 탑승마저도 막았다. (246)

 

드보르작 교향곡 제 9번 <신세계로부터>

 

저자는 도처에 <신세계로부터>를 들려준다그러니 실제 들으면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https://www.youtube.com/watch?v=JqewTSNPbME

 

시위대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의 4악장 도입부를 입으로 연주하며 다 시 힘차게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222)

 

광장의 민주공화국 김한섭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같은 곡이 연주된다.

 

단원의 평균 연령이 80세인 시니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의 4악장 도입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270)

 

교향곡 말이 나왔으니저자는 베토벤 교향곡 제10도 소개하고 있다.

 

윈 모리스가 런던 심포니와 함께 사상 최초로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제10번 1악장도 있었다. (95)

 

자세한 내용을 각주로 밝히고 있는데그 내용은 이렇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9번까지로 알려졌으나사후 150여년이 지나 영국의 음악학자 베리 쿠퍼가 베를린의 한 도서관에서 스케치 형태로 남아있는 10번 교향곡의 일부를 찾아내 1악장을 완성했다. 1988년 9월 세계 최초로 윈 모리스가 지휘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녹음되었다. (95쪽 각주)

 

이 책은 누가 읽어야 할까?

 

이 책 단순하게 노인문제를 다루고 있는 게 아니다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역사적으로그리고 정치적으로 짚어주고 있다현실을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표피적으로 볼 게 아니라그 이면에 있는 수많은 과정과 곡절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통찰력있게 짚어주고 있는아주 가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노인이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노인 세대에 진입하려는 나이대의 사람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그들에게 노인은 먼 미래가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이기 때문에 미래 대비용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나라의 정책 담당자 또한 읽어야 한다.

그리고 또 요즘 정치권에서 방귀깨나 뀐다는 젊은 정치인들도 읽어야 한다.

노인들이 지하철 요금을 내고 타야 한다는 등 그런 발언을 하기 전에 이 책 읽어야 한다.

 

저자는 이런 말로 이 책의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소설의 배경을 현재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로 설정한 것은 노인 문제가 지금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실은 곧 노인으로 편입되는 중장년 그리고 언젠가 노인이 될 청년 세대 등을 아우른 문제임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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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 장인식 외 옮김 / 히스토리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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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아드

 

먼저 이런 아쉬움 적어둔다.

 

작가의 말, 5, 12, 15권에 수록된 옮긴이의 말은 나눔스퀘어 네오체로 표기하여 마루부리체 표기한 본문과 구분지었다. (<일러두기중 세 번째 항목)

 

그런데 이런 글에서 말하고 있는 나눔스퀘어 네오체’ 와 마루부리체라는 글씨체는 무척 낯설다글씨체도 낯설뿐더러 그 이름 자체가 낯설다그래서 다음 판에서는 차라리 박스에 넣거나 아니면 그 부분이 번역자의 말이라고 별도로 표기해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작가의 말, 5, 12, 15권에 수록된 옮긴이의 말은 각각 다음 쪽에 있다.

 

작가의 말 : 7-8

5권 : 177

12권 : 405 - 407,

15권 : 532-533

 

이 부분을 발견한 데에는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맨처음 <작가의 말말미에 작가의 말과는 동떨어진 말역자의 발언으로 여겨지는 말이 있긴 했지만그냥 넘어갔다책의 편집자가 하는 말이거니 싶었는데다시 5권의 177쪽에도 글씨체가 약간 다르게 여겨지는 부분에 본문과는 다른 내용이 나오고 또 12권의 405쪽에도 그런 부분이 나오길래 이상하다 싶었다.

 

그래서 다시 앞으로 돌아와 <일러두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세 번째 항목에 그런 내용이 적혀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작가의 말>은 <일러두기>보다 앞서 나오는 것이니 <작가의 말>을 읽을 때는 그런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하고 읽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일러두기>에는 대개 외국 인명과 지명 등의 표기에 대하여 의례적인 사항을 적어두는 곳이라서나는 그것을 그리 자세하게  읽지 않고 지나치곤 하는데, 다른 독자들은 그것조차 유심히 읽고 있는지?

 

이 책의 제목인 알렉시아드는 누구무엇?

 

사람 이름이다무려 동로마제국의 황제다.

서로마 제국은 아는데 동로마제국의 황제라니정말 낯설다낯설게 느껴진다.

 

알렉시아드는 영어 이름으로는 알렉시오스다.

이 책은 동로마 제국 콤니노스 왕조의 제2대 황제 알렉시오스 1세의 장녀 안나 콤니니가 쓴 역사책이다그러니까 딸이 아버지의 행적을 글로 써 남긴 것이다.

 

알렉시아드는 동로마 제국 콤니노스 왕조의 제2대 황제로활약한 시대는 십자군 전쟁 시대다. 1차 십자군이 그로부터 시작되었다그가 서방에 원군을 요청한 것이다.

그 요청을 받아들인 서방의 우루바노 2세 교황이 십자군 전쟁을 역설하자유럽에서 십자군이 결성되어 예루살렘을 수복하고자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책의 의의는?

 

지금까지 십자군 전쟁과 관련하여 몇 가지 다른 측면으로 서술된 책을 읽어왔다.

하나는 서방세계의 시각이며또 하나는 살라딘으로 대표되는 아랍측의 시각이다.

그래서 정작 십자군의 발원지인 동로마 콘스탄티노플의 시각으로 쓰여진 책은 접하지 못했다.

아마 그것은 동로마의 역사가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탓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은 아마 최초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동로마의 시각으로 쓰여진 십자군 역사서라 할 수 있다그래서 이런 기록이 돋보인다.

 

보에몽이 스스로 자신이 죽었다고 소문을 퍼트린 다음사람들이 그것을 믿자

그는 나무관 하나를 준비해비레메에 그 관을 실었다거기에 살아있는 자신도 들어가 안티오히아의 항구인 소디에서 출발하여 로마로 갔다그렇게 보에몽은 주검으로 바다를 건넜다관이며동행인들의 태도 때문에 모든 이들은 그가 죽었다고 판단하였다. (375)

 

이 부분은 진위가 의심되는 부분인데다른 기록과 대조가 필요하다그리고 저자는 보에몽을 악당 보에몽’(376)이라 지칭하는데이런 기록이 당시 동로마 사람들이 보에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또 다른 의의는?

 

역사서라는 차원에서 이 책을 보면저자인 안나 콤니니가 새롭게 보인다.

 

이제나는 다음의 사실을 밝힌다안나는

알렉시오스 황제와 이리니 황후의 딸로 포르피로옌니티다. <저자의 서문>에서 (2)

 

그렇다면 프로피로옌니티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대황궁 옆 부콜레온 궁정에 '포르피라'라는 황후 전용의 산실이 있는데,

이를 영어로 직역해 '자줏빛 혈통', '자줏빛 산실'이라고 부른다

황제와 황후 사이에서 태어난 적통 황녀라는 뜻이다.

 

즉 황녀가 역사서를 쓴 것이다그래서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아버지인 알렉시오스 황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없지 않지만전반적인 역사 흐름에서는 벗어나지 않고 있으니 역사서를 쓴 최초 (또는 유일?)의 황녀가 아닐까?

 

그녀의 인생사

 

황녀로 태어난 그녀가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대단히 현명하고 언변이 능숙한 케사르 니키포로스였다그런데 아버지가 안나의 남편 대신남동생 요안니스 2세에게 황위를 물려주자이에 불만을 품은 안나는 쿠데타를 일으켰지만바로 그 남편의 반대로 인해 실패하게 된다.

기에서 이 책이 쓰여지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그후 그녀는 수도원에 은거했지만남편과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며 수도원에서 아버지 알렉시오스 1세의 일대기를 집필하게 된다그러니 만약에 그녀가 일으킨 쿠테타가 성공했더라면이 책은 없었을 것이다.

 

다시이 책은?

 

이 책에서 편집자가 공을 들인 부분이 많다.

바로 저자인 안나가 기록한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애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간 중간에 번역자의 발언도움말이 돋보인다.

'역자주'로 이 책을 잘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참고가 되는 발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역자의 수고로 독자들은 그간 읽지 못했던 동로마의 시각역사를 접해보게 된다.

반가운 책이다의미있고 가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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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찰스 레이먼드 맥컬리 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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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프랑켄슈타인드라큘라그리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

 

스티븐 킹은 현대 미국 호러 문학의 바탕이 되는 작품으로 위의 세 작품을 꼽았다.

 

프랑켄슈타인, 1818년 메리 셀리

지킬 박사와 하이드』 1886로버트 스티븐슨

드라큘라, 1897년 브램 스토커

 

그동안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드디어 손에 잡게 되고위 세 권을 모조리 훑어보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동안 들어 내용은 알고 있었던 이 책그 세세한 부분을 이제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내용이 단순히 선과 악두 가지 모습으로 왔다갔다 변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라보다 심층적으로 인간의 내면을 살펴보는 심리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내용은 모두다 알고 있는 것이니 굳이 줄거리를 소개할 필요도 없다.

 

등장인물은 헨리 지킬 박사그의 다른 분신인 에드워드 하이드.

그의 친구인 어터슨 변호사친구인 래니언 박사

어터슨 변호사의 친척인 리처드 엔필드.

 

등장인물 중 다른 사람은 그저 보조 역할을 하고 중요한 인물은 바로 지킬과 하이드이다.

지킬과 하이드는 동일인인데 선악을 상징하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며 등장한다.

 

그렇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

 

지킬 박사의 목소리로 들어보자.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인간의 이중성을 나누기도 하고 결합시키기도 하는 선과 악두 영역 사이의 고랑이 있네하지만 내 안에는 다른 사람보다 그 고랑이 더 깊어서 선과 악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지. (106)

 

이 책의 마지막 부분, <헨리 지킬의 사건 진술서 전문>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에서 <헨리 지킬의 사건 진술서 전문>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지킬과 하이드의 변신 차원의 이야기는 그저 기본적인 사항이고저자인 스티븐슨이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깊은 고찰이 여기 담겨있다.

 

 

인간은 결국 각양각색의 모순되고 독립적인 인자들이 모여 형성된 집합체에 불과하다. (107)

 

지킬 박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다.

 

각각의 본성을 따로따로 분리해서 별개의 개체에 수용할 수 있다면 참기 힘든 고통들이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107)

 

그렇게 해서 드디어 실험은 시작된다.

즉 약물을 조제해서 다른 본성을 각각 분리한 다음 별개의 몸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즉 선한 본성은 지킬 박사의 몸에악한 본성은 하이드의 몸에 담고 살아가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그리고 그게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

 

<헨리 지킬의 사건 진술서 전문>는 헨리 지킬 박사의 고백록이다.

 

이 고백록에는 위에 언급한 선과 악의 문제를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이중성에 대하여

아주 진지한 성찰이 담겨있다.

 

이 중 몇 가지 기록하고새겨볼 말이 있다.

 

약을 마시기만 하면 당장 저명한 교수의 육신을 벗어버리고 두꺼운 망토처럼 에드워드 하이드의 육신을 두를 수 있었네. (113)

 

이게 가능하다면 그 후 사람의 마음과 행동은 어떤 쪽으로 흐를까?

선한 쪽으로아니면 악한 쪽으로?

에드워드 하이드는 악의 결정체이다악을 행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러나 아직은 통제가 가능하다인간 지킬이 하이드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이제는 그 상황이 점점 변한다통제 불가능의 시간이 오는 것이다.

 

실험실 안으로 도피해 준비해 둔 약을 마시는데 단 일이 초면 충분하지. (114)

 

그렇게 약에 의한 변신이 가능했는데점점 그 약효가 달라진다.

점점 약에 관계없이 변신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지킬에서 하이드로 변신해버리는 것이다.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게 인간이다.

 

그러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다. 

에드워드 하이드의 성격이 돌이킬 수 없을만큼 내 성격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118)

내 안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악마가 포효하며 뛰쳐나왔지. (120)

 

지옥의 악령이 내 안에서 깨어나 미친 듯이 날뛰었네. (121)

 

드디어 인간 내면의 본성들이 서로 싸우다 악한 쪽이 승리하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그러면 적국에게 점령당한 것처럼 이제는 적국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도 거울 하나 들여놓자.

 

거울이 있다지킬 박사의 방에 새로 들인 가구 거울이다. (110)

 

이글을 쓰는 지금 내 옆에 있는 거울은 이런 모습의 변화를 비춰볼 목적으로 나중에 들인 것이다. (110)

 

그렇게 들여놓은 거울을 통하여 지킬 박사는 자기의 모습을 살펴본다.

하이드의 모습도지킬 박사의 모습도.

 

우리도 우리의 모습이 혹시 변할지 모르니거울 하나 들여놓고 냉철하게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이 책은 그런 거울의 모습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선과 악 어느 편의 모습인지 살펴보며 살아가라고.

 

다시이 책은?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영원한 고전이다.

인간 본성을 예리하게 파헤친 명작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너무 허투루 대한 듯 하다.

그저 줄거리 조금 아는 것을 가지고 마치 이 책 전부를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았는가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인간을 속속들이 알려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려면 ,이 책 꼭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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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같이 읽기 -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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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같이 읽기

 

벨 훅스는 누구인가?

 

본명이 글로리아 진 왓킨스(Gloria Jean Watkins, 1952년 9월 25~2021년 12월 15)인데필명 벨 훅스(bell hooks)로 잘 알려진 미국의 작가사회운동가페미니스트이다.

30권 이상의 저서와 다수의 학술 논설이나 사회주류(mainstream)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또한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출연하고 있으며많은 강연도 하였다흑인 여성의 관점을 기초로 하면서 교육예술역사섹슈얼리티대중매체여성주의 등의 인종사회적 계층성별 문제에 임하고 있다. (위키백과)

 

참고로 그녀의 필명 벨 훅스(bell hooks)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6)

그녀는아니 그는이런 경우 요즘 남녀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라는 인칭대명사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이 책 역시 라고 부른다.

 

그는 자기 자신보다 그 글의 내용에 집중해서 읽기를 바랐기에 그는 이름을 소문자로만 썼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런 견해를 남긴다.

 

사소해 보이는 실천이지만 권위주의적인 학계에 대한 도전장이기도 했으므로 이 실천을 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생각된다. (6)

 

이 부분에 대하여궁금해진다.

지금까지 영문자로 쓰여진 서양 사람 이름을 대문자 소문자 구분을 하지 않고 읽었었다그런데 이름을 소문자로 쓰면 그런 의미가 있는 줄을 몰랐다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

그러면 그런 그의 생각을 우리말로 번역할 때에는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그것도 궁금해진다.

 

이 책의 내용그의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의 주인공 벨 훅스는 처음 만나는 인물이어서 여러 자료를 찾아가며 읽었다.

그녀의 저서가 많은데단 한 권도 읽지 못한 상황이라 과연 그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우려가 되었는데다행하게도 이 책에서 그의 책들을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기에그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각각 소개되는 책은 다음과 같다.

 

난 여자가 아닙니까?벨 훅스경계 넘기를 가르치기,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올 어바웃 러브벨 훅스당신과 나의 공동체본 블랙

 

이 책의 필자들은모여 같이 벨 훅스를 읽는다.

 

필자는 모두 7명이다.

필자들의 면면이 책의 앞날개와 뒷날개에 적혀있는데 이건 좀 불편하다.

책날개에 필자의 약력을 써놓긴 했지만 그것을 그 필자가 쓴 부분 앞에 가져다 놓았으면 좋았을 것인데그게 아쉽다.

 

책 한 권 예를 들어보자.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78-109)

 

먼저 <책 소개>로 시작된다.

 

우리말 번역본도 있다.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페미니즘이 계급에 대해 말할 때

벨 훅스 저/이경아 역 문학동네 | 2023년 01월 30

이 책은 2008년 국내에서 벨 훅스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라는 제목으로 한 차례 출간됐다문학동네에서 15년 만에 새롭게 펴내며 시대에 맞춘 번역으로 전면 개정했다또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의 해제를 새로 덧붙였다권김현영은 가난한 사람을 경멸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세대론 이슈에만 지나치게 매몰된 한국 사회에서 왜 여전히 이 책의 메시지가 유효한지 역설한다.

 

이 책은 미국에서 2000년에 처음 출간되었다벨 훅스는 이 책을 통하여 계급에 대하여 말해보고자 한다그 이유는 계급에 대하여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 한다.

벨 훅스는 가난한 노동계급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거쳐 계급 이동을 하면서 세상의 편견을 온몸으로 겪는 가운데 경험해야 했던 외로움과 고통을 털어놓는다.

 

그 다음에 필자는 7명이 같이 모여 이 책을 주제로 한 대화 내용을 마치 서기가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처럼 기록해 놓고 있다물론 그 기록은 다분히 주관적인 감상이 많이 들어있다하지만 균형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은 다른 참석자의 발언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록에서 발언을 남긴 저자는 레일라장재영조은김은지오혜민김미소그리고 편집자의 발언까지이 글의 필자는 그런 발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본인이 겪어가는 우리 사회에서의 계급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여기 이 부분을 특별히 주목한 것은 필자의 이런 발언 때문이다.

 

어릴 적 내 머릿속 단어장에서 계급과 가장 비슷한 단어는 주제였을 것이다엄마가 아껴 써야 한다사치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종종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된다고 했으니까. (88)

 

계급이란 말 대신 주제라는 단어를 집어넣으니까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 같다.

계급이란 말은 사회적 계층으로 나누고 신분을 구분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주제라고 하니 같은 무리 안에서 나뉘어지기는 하되 신분상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무엇인가 차이는 분명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 뒤에 이어지는 대화 속으로 독자들도 끼어들어가 한마디 정도는 해도 좋을 듯한 분위기가 이루어진다.

 

다시이 책은?

 

책이 진지하다.

필자 7명이 특히 벨 훅스가 의미를 지닐만한 상황에서 일을 하는지라 저절로 벨 훅스의 발언이 심도있게 여겨질 만하다그래서 벨 훅스는 필자들에게 상황을 이끌어가는 선도자가 되기도 하고문제를 풀어주는 해결사이기도 하다.

 

이 시대는 분명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게 점점 많아지는 시대가 되었다그런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데이 책은 좋은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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