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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 장인식 외 옮김 / 히스토리퀸 / 2024년 2월
평점 :
알렉시아드
먼저 이런 아쉬움 적어둔다.
작가의 말, 5권, 12권, 15권에 수록된 옮긴이의 말은 나눔스퀘어 네오체로 표기하여 마루부리체 표기한 본문과 구분지었다. (<일러두기> 중 세 번째 항목)
그런데 이런 글에서 말하고 있는 ‘나눔스퀘어 네오체’ 와 ‘마루부리체’라는 글씨체는 무척 낯설다, 글씨체도 낯설뿐더러 그 이름 자체가 낯설다. 그래서 다음 판에서는 차라리 박스에 넣거나 아니면 그 부분이 번역자의 말이라고 별도로 표기해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작가의 말, 5권, 12권, 15권에 수록된 옮긴이의 말은 각각 다음 쪽에 있다.
작가의 말 : 7-8쪽
5권 : 177쪽
12권 : 405 - 407쪽,
15권 : 532-533쪽
이 부분을 발견한 데에는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맨처음 <작가의 말> 말미에 작가의 말과는 동떨어진 말, 역자의 발언으로 여겨지는 말이 있긴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책의 편집자가 하는 말이거니 싶었는데, 다시 5권의 177쪽에도 글씨체가 약간 다르게 여겨지는 부분에 본문과는 다른 내용이 나오고 또 12권의 405쪽에도 그런 부분이 나오길래 이상하다 싶었다.
그래서 다시 앞으로 돌아와 <일러두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세 번째 항목에 그런 내용이 적혀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작가의 말>은 <일러두기>보다 앞서 나오는 것이니 <작가의 말>을 읽을 때는 그런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하고 읽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일러두기>에는 대개 외국 인명과 지명 등의 표기에 대하여 의례적인 사항을 적어두는 곳이라서, 나는 그것을 그리 자세하게 읽지 않고 지나치곤 하는데, 다른 독자들은 그것조차 유심히 읽고 있는지?
이 책의 제목인 알렉시아드는 누구, 무엇?
사람 이름이다. 무려 동로마제국의 황제다.
서로마 제국은 아는데 동로마제국의 황제라니, 정말 낯설다. 낯설게 느껴진다.
알렉시아드는 영어 이름으로는 알렉시오스다.
이 책은 동로마 제국 콤니노스 왕조의 제2대 황제 알렉시오스 1세의 장녀 안나 콤니니가 쓴 역사책이다. 그러니까 딸이 아버지의 행적을 글로 써 남긴 것이다.
알렉시아드는 동로마 제국 콤니노스 왕조의 제2대 황제로, 활약한 시대는 십자군 전쟁 시대다. 1차 십자군이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서방에 원군을 요청한 것이다.
그 요청을 받아들인 서방의 우루바노 2세 교황이 십자군 전쟁을 역설하자, 유럽에서 십자군이 결성되어 예루살렘을 수복하고자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책의 의의는?
지금까지 십자군 전쟁과 관련하여 몇 가지 다른 측면으로 서술된 책을 읽어왔다.
하나는 서방세계의 시각이며, 또 하나는 살라딘으로 대표되는 아랍측의 시각이다.
그래서 정작 십자군의 발원지인 동로마 콘스탄티노플의 시각으로 쓰여진 책은 접하지 못했다.
아마 그것은 동로마의 역사가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탓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은 아마 최초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동로마의 시각으로 쓰여진 십자군 역사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기록이 돋보인다.
보에몽이 스스로 자신이 죽었다고 소문을 퍼트린 다음, 사람들이 그것을 믿자
그는 나무관 하나를 준비해, 비레메에 그 관을 실었다. 거기에 살아있는 자신도 들어가 안티오히아의 항구인 소디에서 출발하여 로마로 갔다. 그렇게 보에몽은 주검으로 바다를 건넜다. 관이며, 동행인들의 태도 때문에 모든 이들은 그가 죽었다고 판단하였다. (375쪽)
이 부분은 진위가 의심되는 부분인데. 다른 기록과 대조가 필요하다. 그리고 저자는 보에몽을 ‘악당 보에몽’(376쪽)이라 지칭하는데, 이런 기록이 당시 동로마 사람들이 보에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또 다른 의의는?
역사서라는 차원에서 이 책을 보면, 저자인 안나 콤니니가 새롭게 보인다.
이제, 나는 다음의 사실을 밝힌다. 나, 안나는
알렉시오스 황제와 이리니 황후의 딸로 포르피로옌니티다. <저자의 서문>에서 (2쪽)
그렇다면 프로피로옌니티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대황궁 옆 부콜레온 궁정에 '포르피라'라는 황후 전용의 산실이 있는데,
이를 영어로 직역해 '자줏빛 혈통', '자줏빛 산실'이라고 부른다.
즉, 황제와 황후 사이에서 태어난 적통 황녀라는 뜻이다.
즉 황녀가 역사서를 쓴 것이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아버지인 알렉시오스 황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인 역사 흐름에서는 벗어나지 않고 있으니 역사서를 쓴 최초 (또는 유일?)의 황녀가 아닐까?
그녀의 인생사
황녀로 태어난 그녀가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대단히 현명하고 언변이 능숙한 케사르 니키포로스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안나의 남편 대신, 남동생 요안니스 2세에게 황위를 물려주자, 이에 불만을 품은 안나는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바로 그 남편의 반대로 인해 실패하게 된다.
기에서 이 책이 쓰여지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그후 그녀는 수도원에 은거했지만, 남편과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며 수도원에서 아버지 알렉시오스 1세의 일대기를 집필하게 된다. 그러니 만약에 그녀가 일으킨 쿠테타가 성공했더라면, 이 책은 없었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에서 편집자가 공을 들인 부분이 많다.
바로 저자인 안나가 기록한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애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간 중간에 번역자의 발언, 도움말이 돋보인다.
'역자주'로 이 책을 잘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참고가 되는 발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역자의 수고로 독자들은 그간 읽지 못했던 동로마의 시각, 역사를 접해보게 된다.
반가운 책이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