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요슈 선집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사이토 모키치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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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 선집

 

이 책은?

 

이 책 만요슈 선집은 일본의 시가집 <만요슈 (万葉集)>중에서 선별하여 선집으로 편집한 것이다.

 

저자는 사이토 모키치, <1882~1953. 1910년 도쿄제국대학 의과대학을 졸업하였다. 전공은 정신의학으로, 정신과 의사이자 가인으로 활동하였다.>

 

저자의 생몰 연대를 보니, 지금은 고인이 된 분이다.

이 책의 저술 연도는 서문에 1938년이라 되어 있으니, 실로 시대를 초월하여 읽히고 있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내용은?

 

일단 이 책의 원본이 되는 만요슈(万葉集)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기에, 찾아보았다.

 

일본에 현존하는 고대 일본 와카집(和歌集)이다.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후반에 걸쳐서 만들어진 책이며, 이 책의 성립은 759년으로 본다.

20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질로나 양적으로 보아 단연 일본 최고의 시가집이다.

형식은 조카(長歌), 단카(短歌), 세도카(旋頭歌)등으로 다양하며 천황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약 480여명에 가까운 가인(歌人)의 노래이다.

4,530[단카(短歌) 4,200, 조카(長歌) 260, 그 이외 60]가 실려 있다.

 

와카(和歌)에 대한 지식 역시 없어, 다시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와카(和歌)는 일본을 대표하는 노래로서, 고대의 가요에서 분화(分化)되어 문학장르로 독립된 이래, 오랫동안 일본인의 감성을 표현하는 주요한 양식이 되어 왔다.

초기에는 장가, 세도카, 가타우타 등 다양한 형식의 노래가 보이지만, 57577의 단가가 가장 대표적인 형식으로 자리잡게 되며, 와카를 미소히토모지[三十一文字- みそひともじ]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와카(和歌) 번역에 관하여

 

이에 대하여 역자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정형시의 번역이라는 특성상 음수율은 시의 생명과도 직결된다고 파악되었다.

이에 따라 당초에는 최대한 일본 고전 운문의 틀인 57577 이라는 음수율에 맞춰 한국어역에 임하고자 했다.

그러나 번역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일본어의 음절수와 우리말의 음절수를 일치시키려고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계적으로 음절수를 맞추려고 하는 대신 말묶음’, ‘소리때림등의 이미지를 살려 최대한 리듬을 재현해보고자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492).

 

위와 같은 번역자의 말을 듣고 나니, 우리말로 번역된 시를 읽을 때에 그저, 우리말 짧은 시정도로 생각하고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해서 각 시를 읽는 방법은, 저자가 해설하는 그대로, 순서를 따라 다음과 같이 하였다.

지은이, 지은이에 관련된 사연,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을 해설하고, 세부적으로 구절을 분석.

 

그러니 시 자체에 대하여는 저자의 해설로 충분하게 이해가 되는데, 문제가 또 있다.

지명과 인명이 등장하는 시에 대해서다. 지명이 들어있는 시는 그 내용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지명이 가지는 의미가 분명 있는데 그게 외국인으로서는 확실하게 그 의미가 다가오질 않아서, 부득이 제외하고 지명, 인명이 들어있지 않은 것을 위주로 읽었다.

 

특정 지명이 들어있는 시, 일단 읽어보자.

 

이나비 들판도 지나가기 힘들다 생각했더니

마음 속에 그리던 가코섬이 보이네. (249)    

 

위의 시에서 가코섬이란 말 대신에 제주도가 보이네로 썼더라면 이해가 빨리 될 것인데 가코섬이라 하니,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설령 현재 그곳이 일본의 어디쯤 (이나미군의 동부, 즉 가코강이라 함) 이라는 해설을 읽어도, 역시 마찬가지로 시의 감흥은 맛보지 못하게 된다. 해서 부득이 그런 시는 넘겨버리고, 지명과 인명이 도드라지지 않는 시를 위주로 해서 읽었다.

 

가을 들녘에 이삭 위를 감도는 아침 안개여

내 사랑도 어딘가로 사라질 수 있으리오. (146)    

 

이걸 일본의 57577 운율에 맞춘다고 한국어 음절도 57577로 제한했더라면, 과연 그 의미가 재대로 전달될 수 있었을까?

 

과감하게 그 형식에서 벗어나게 번역하기로 한 역자의 결단이 빛나는 대목이다.

 

이 시는 닌도쿠 덴노의 부인 이와노히메 황후가 덴노를 그리워하며 읊었다는 시다.

(* 덴노라는 용어, 천황[天皇]이라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인만큼, 그걸 감안해서 리뷰에서도 덴노'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양해하시라.)

 

전체적인 의미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풀어내고 있다.

 

가을 밭 벼이삭 위에 낀 아침 안개가

언제 어디로랄 것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이리도 애절한 내 사랑도 어딘가로 사라져갈 수 있을까요.

그리 되지 못해 너무나 괴롭기만 하옵니다.

 

일본 새연호 레이와(令和)’와의 관계

 

이 책의 발간 연도는 1938년인데, 일본의 새연호 레이와(令和)’만요슈에서 유래된 것이라 해서 다시 만요슈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편집자는 이 책의 말미에 이와나미 서점 홈페이지에 게재된 레이와 Q&A'를 첨부하였다. 이웃나라 일본의 독특한 제도인 연호에 얽힌 이야기인만큼, 일본을 한 걸음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 아쉬웠던 점

 

리뷰의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만요슈(万葉集)와 와카(和歌)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던 관계로, 이 책을 읽는데 애를 먹었다는 것, 고백한다. 그동안 만엽집(万葉集 - ‘만요슈보다는 만엽집이 더 입에 편하다 ) 이라는 시가집에 대하여 많이 들었고, 그래서 궁금증이 많았던지라, 그걸 풀기 위해 이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들어가는 문 앞에서 많은 시간,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해서 이 책에 역자 후기 또는 별도의 항목으로 만요슈(万葉集)와 와카(和歌)에 대한 개괄적인 해설을 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하나, 위에 인용한 시 같은 경우, 닌도쿠 덴노의 부인 이와노히메 황후가 덴노를 그리워하며 읊었다는 시인데, 거기 또하나의 여인이 개재되어 있다고 저자는 해설에 덧붙이고 있다.

이런 해설에 역자가 조금더 살을 붙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기대는 너무 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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