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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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

 

이 책은?

 

이 책 우주를 만지다<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권재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과학교육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교원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한국교원대학교 총장으로 재임했으며, 한국과학교육학회 회장, 한국물리학회 물리교육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대학에서는 과학교육론과 상대론을 강의했으며, ·중등 과학 및 물리 교과서를 다수 집필하였다. 대표 저서로는 과학교육론(공저)우리가 보는 세상은 진실한가가 있다. >

 

이 책의 내용은?

 

배운다. 많이 배운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물리, 골치 아팠던 과목이어서 학교 졸업후 한 번도 가까이 한 적이 없는 과목 물리를 이렇게 다시 만난다. 만나 새롭게 많이 배운다.

 

물리의 기본은 길이. 길이 재기다.

저자는 말한다. <모든 과학적인 활동은 결국 길이 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6)

 

무슨 말인지,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자. 그 앞에 나오는 말이다.

<과학은 자연을 측정하는 것이고, 측정을 한다는 것은 결국 길이를 재는 것이다.

시간도 알고 보면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정도(길이)를 재는 것이고,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도 알고 보면 저울 눈금이 돌아간 길이를 재는 것이다.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을 연구할 때 현미경으로 들여다본다. 그것도 결국 크기를 재는 것이다.

원자 물리학도 알고 보면 원자의 크기를 재는 일이다.>

 

이렇게 얘기를 끌고 가는 저자는 그 말의 마무리를 이렇게 한다.

<천문학도 별까지 거리를 재는 학문이다. 모든 과학적안 활동은 결국 길이 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길이, 거리라는 개념을 기초에 놓으니, 갑자기 물리라는 학문이 한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이 책, 그렇게 쉽게 시작하여, 설명하는 가운데 특히나 우리 삶 속에서 행해지는 상황으로 물리학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실로 크다, 특히 나같은 물리 포기자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본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 책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언급하기에, 기필코 이해하려고 작심하고 몇 번 읽으면서 새겨보았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이 나의 글로 정리를 해 볼 수 있었다.

 

문제가 나온다.

여기 상자 속에 고양이가 한 마리 있고, 상자에는 독가스통이 있는데, 독가스통이 1분 이내에 터질 확률이 2분의 1이라고 하자. 1분이 되었을 때 이 고양이는 살았을까, 죽었을까?(176)

 

이걸 내 말로 한번 답을 해보자. 이 책 내용을 몇 번 읽으면서 나름 정리해 본 것이다.

양자 중첩이란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양자 중첩이란, 여러 물리적 상태가 서로 섞여있는 것이다. 자연현상은 관측하기 전에는 다양한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가 관측하는 순간, 그중 하나의 상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럼 이것을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적용해보자.

1분이 지나 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고양이는 죽었을 수도 있고 살았을 수도 있다. 이게 바로 양자 중첩의 경우다. 그런데 상자를 열면, 즉 관측의 시점에 이르면 고양이는 죽거나 살거나 둘 중의 하나로 나타난다. 그러니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그 자체보다는 양자 중첩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데 아주 적절한 케이스인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이것을 우리 인생에 적용하는 것이다.

 

앞으로 성공할지 실패할지 현재는 아무도 모른다. 양자역학을 응용하여 설명하자면, 현재의 나는 성공과 실패가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 그러다가 미래의 어느 시점, 즉 관찰의 시점이 되어 상자를 여는 것처럼 판정을 내리는 시기에는 성공과 실패 둘 중의 하나로 결론이 난다. 따라서 우리들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미래의 어느 순간까지는 양자 중첩의 시대다. (178)

 

나는 여기에서 양자(量子) 중첩양자(兩者) 중첩으로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현재는 실패냐 성공이냐 양자(兩者)가 중첩되어 있다가 미래 언젠가는 실패냐 성공이냐 양자(兩者) 중 하나로 결론이 난다, 는 식으로.

 

불확정성의 원리

 

또 하나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게 있다. 그간 여러 번 이해를 시도해보았으나, 읽을 때는 이해가 된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항상 그 자리여서, 안타까웠던 개념이다.

 

불확정성의 원리란 전자나 원자와 같은 작은 입자의 상태(즉 위치나 속도, 운동량과 에너지 등)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입자의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관찰을 해야 하는데, 관찰하는 행위가 관찰 대상의 상태를 교란하기 때문에 원래의 상태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82)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원자, 전자로 이해하려니,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들이라 이해 자체가 안되는 것이다. 그런 원리를 저자는 이렇게 풀이한다.

 

어머니가 딸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 알기 위해 물었다. “무엇을 먹고 싶니?”

딸은 원래 다른 것을 먹고 싶었는데, 어머니로부터 혼날까 봐 그냥 우유라고 답한다.

그러면 어머니가 딸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낸 것일까?

 

아니다. 관찰 행위 자체가 그 대상을 교란해서 실상과는 다른 것을 관찰한 것과 마찬가지로 딸의 마음을 관찰하려다가 다른 결과를 야기한 것이다. 그러니 딸의 원래 마음을 알기 위해선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조차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처럼, 전자나 원자와 같은 작은 입자의 상태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게 불확정성의 원리다.

 

다른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소립자 세계에서는 위치(s)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속도(v)가 불확실해지고, 반대로 속도(v)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위치(s)가 불명확해진다. 예를 들어보자 (……) .

 

어려운 물리학 개념을 우리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대치하여 설명하니. 물리학 개념은 물론, 인간 심리를 알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다시, 이 책은? - 저자의 연륜이 돋보이는 서술

 

저자의 경력을 보니, 이 책이 왜 그리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지를 알 것 같다.

그 어려운 물리학을 설명하는데힘 안들이고, 어려운 말은 되도록 쓰지 않으면서도 보통 사람들 알아듣기 쉽고 편하게 서술을 하고 있어, 나 같은 물리 포기자도 책에 몰입할 수 있었고, 덕분에 그간 어려워 몇 번이나 시도하다 그만 둔 물리학의 주요 개념들도 드디어(!) 이해(의 근처, 그래도 가까이)를 할 수 있었다.

더하여 인간 삶의 여러 상황도 물리학 개념을 적용하여 풀어 볼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신선한지, 이젠 '물리'가 달라졌어요! 

 

해서 이 책의 제목처럼 우주를 손으로만진 듯하다. 그건 단지 기분 탓만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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