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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 선집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사이토 모키치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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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 선집

 

이 책은?

 

이 책 만요슈 선집은 일본의 시가집 <만요슈 (万葉集)>중에서 선별하여 선집으로 편집한 것이다.

 

저자는 사이토 모키치, <1882~1953. 1910년 도쿄제국대학 의과대학을 졸업하였다. 전공은 정신의학으로, 정신과 의사이자 가인으로 활동하였다.>

 

저자의 생몰 연대를 보니, 지금은 고인이 된 분이다.

이 책의 저술 연도는 서문에 1938년이라 되어 있으니, 실로 시대를 초월하여 읽히고 있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내용은?

 

일단 이 책의 원본이 되는 만요슈(万葉集)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기에, 찾아보았다.

 

일본에 현존하는 고대 일본 와카집(和歌集)이다.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후반에 걸쳐서 만들어진 책이며, 이 책의 성립은 759년으로 본다.

20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질로나 양적으로 보아 단연 일본 최고의 시가집이다.

형식은 조카(長歌), 단카(短歌), 세도카(旋頭歌)등으로 다양하며 천황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약 480여명에 가까운 가인(歌人)의 노래이다.

4,530[단카(短歌) 4,200, 조카(長歌) 260, 그 이외 60]가 실려 있다.

 

와카(和歌)에 대한 지식 역시 없어, 다시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와카(和歌)는 일본을 대표하는 노래로서, 고대의 가요에서 분화(分化)되어 문학장르로 독립된 이래, 오랫동안 일본인의 감성을 표현하는 주요한 양식이 되어 왔다.

초기에는 장가, 세도카, 가타우타 등 다양한 형식의 노래가 보이지만, 57577의 단가가 가장 대표적인 형식으로 자리잡게 되며, 와카를 미소히토모지[三十一文字- みそひともじ]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와카(和歌) 번역에 관하여

 

이에 대하여 역자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정형시의 번역이라는 특성상 음수율은 시의 생명과도 직결된다고 파악되었다.

이에 따라 당초에는 최대한 일본 고전 운문의 틀인 57577 이라는 음수율에 맞춰 한국어역에 임하고자 했다.

그러나 번역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일본어의 음절수와 우리말의 음절수를 일치시키려고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계적으로 음절수를 맞추려고 하는 대신 말묶음’, ‘소리때림등의 이미지를 살려 최대한 리듬을 재현해보고자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492).

 

위와 같은 번역자의 말을 듣고 나니, 우리말로 번역된 시를 읽을 때에 그저, 우리말 짧은 시정도로 생각하고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해서 각 시를 읽는 방법은, 저자가 해설하는 그대로, 순서를 따라 다음과 같이 하였다.

지은이, 지은이에 관련된 사연,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을 해설하고, 세부적으로 구절을 분석.

 

그러니 시 자체에 대하여는 저자의 해설로 충분하게 이해가 되는데, 문제가 또 있다.

지명과 인명이 등장하는 시에 대해서다. 지명이 들어있는 시는 그 내용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지명이 가지는 의미가 분명 있는데 그게 외국인으로서는 확실하게 그 의미가 다가오질 않아서, 부득이 제외하고 지명, 인명이 들어있지 않은 것을 위주로 읽었다.

 

특정 지명이 들어있는 시, 일단 읽어보자.

 

이나비 들판도 지나가기 힘들다 생각했더니

마음 속에 그리던 가코섬이 보이네. (249)    

 

위의 시에서 가코섬이란 말 대신에 제주도가 보이네로 썼더라면 이해가 빨리 될 것인데 가코섬이라 하니,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설령 현재 그곳이 일본의 어디쯤 (이나미군의 동부, 즉 가코강이라 함) 이라는 해설을 읽어도, 역시 마찬가지로 시의 감흥은 맛보지 못하게 된다. 해서 부득이 그런 시는 넘겨버리고, 지명과 인명이 도드라지지 않는 시를 위주로 해서 읽었다.

 

가을 들녘에 이삭 위를 감도는 아침 안개여

내 사랑도 어딘가로 사라질 수 있으리오. (146)    

 

이걸 일본의 57577 운율에 맞춘다고 한국어 음절도 57577로 제한했더라면, 과연 그 의미가 재대로 전달될 수 있었을까?

 

과감하게 그 형식에서 벗어나게 번역하기로 한 역자의 결단이 빛나는 대목이다.

 

이 시는 닌도쿠 덴노의 부인 이와노히메 황후가 덴노를 그리워하며 읊었다는 시다.

(* 덴노라는 용어, 천황[天皇]이라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인만큼, 그걸 감안해서 리뷰에서도 덴노'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양해하시라.)

 

전체적인 의미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풀어내고 있다.

 

가을 밭 벼이삭 위에 낀 아침 안개가

언제 어디로랄 것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이리도 애절한 내 사랑도 어딘가로 사라져갈 수 있을까요.

그리 되지 못해 너무나 괴롭기만 하옵니다.

 

일본 새연호 레이와(令和)’와의 관계

 

이 책의 발간 연도는 1938년인데, 일본의 새연호 레이와(令和)’만요슈에서 유래된 것이라 해서 다시 만요슈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편집자는 이 책의 말미에 이와나미 서점 홈페이지에 게재된 레이와 Q&A'를 첨부하였다. 이웃나라 일본의 독특한 제도인 연호에 얽힌 이야기인만큼, 일본을 한 걸음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 아쉬웠던 점

 

리뷰의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만요슈(万葉集)와 와카(和歌)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던 관계로, 이 책을 읽는데 애를 먹었다는 것, 고백한다. 그동안 만엽집(万葉集 - ‘만요슈보다는 만엽집이 더 입에 편하다 ) 이라는 시가집에 대하여 많이 들었고, 그래서 궁금증이 많았던지라, 그걸 풀기 위해 이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들어가는 문 앞에서 많은 시간,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해서 이 책에 역자 후기 또는 별도의 항목으로 만요슈(万葉集)와 와카(和歌)에 대한 개괄적인 해설을 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하나, 위에 인용한 시 같은 경우, 닌도쿠 덴노의 부인 이와노히메 황후가 덴노를 그리워하며 읊었다는 시인데, 거기 또하나의 여인이 개재되어 있다고 저자는 해설에 덧붙이고 있다.

이런 해설에 역자가 조금더 살을 붙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기대는 너무 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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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남자 편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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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 남자 편

 

이 책은?

 

이 책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남자 편은 조선왕조 시대를 배경으로 '나쁜 남자'를 주제로 하여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저자는 최문정, <(본명 유경愈景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과를 조기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재직 중이다.>

 

과학교사가 역사 소설을 쓴다는 것, 특이하다.

 

일인칭 서술의 효과

 

이 책 첫 장은 대뜸 고려말, 나의 어머니 원경왕후는.....’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물론 그 위에 첫 장 타이틀 - 왕위를 버린 남자, 양녕대군 - 이 있으니, ‘가 누구인지 알기는 하지만, 이렇게 대뜸 일인칭으로 시작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역사를 다룬 글에서 라는 일인칭으로 글을 끌어나간다는 것은 그 글의 성격을 아주 편향적으로 잡겠다는 것이다. ‘라는 사람의 시각으로 볼테니, 아주 한쪽으로 치우친 주관적인 글이라는 것이다. 그런 글이 역사를 다루는데 적절한 것일까?

 

저자는 그렇게 일인칭을 사용함으로써, 말하는 사람인 역사적 인물의 실체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왜냐? 지금껏 우리는 역사책을 부지런히 읽어왔기 때문에 셋째인 충녕을 후계자로 삼은 태종도 알고, 그렇게 해서 왕이 된 충녕(세종)도 알기에, 이제 양녕의 속도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 독자들의 심리를 파악한 저자가 일인칭으로 양녕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다른 글들에서 양녕을 비롯한 다른 인물 - 소헌왕후, 문종, 연산군, 중종의 왕비인 단경왕후 - 들 모두 그렇다. 저자는 실존인물들의 속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 그들의 심정을 잘 드러내며, 일인칭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화 스크린에 주인공의 눈에 잡힌 영상이 상영되는 것처럼, 일인칭 카메라가 그 앞에서 펼쳐지는 사건들, 등장하는 주변의 인물들을 잘 잡아내고 있는 것이다.

 

나쁜 남자란 어떤 사람?

 

왕위를 버린 남자, 양녕대군

 

양녕대군 속을 언제 들여다 본적이 있던가?

아마 없는 듯하다. 세종이 된 충녕의 속은 그랬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양녕 측의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서 구도의 축을 나쁜 남자로 잡고, 양녕도 나쁜 남자측에 들게 하려는 모양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쁘고 나쁜, 악한으로 또는 천하의 인간 말종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니, 본인의 입으로 나쁜게 뭔지 들어보기로 하자.

 

나도 아버지와 똑같이 굴면 어떻게 될까? 만취한 머릿속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기 마련이었다. 아버지가 나쁜 남자라면 나도 나쁜 남자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나는 비뚤어지기로 결심했다. (31)

 

한마디로 나는 목숨을 걸고 폐세자가 되려 발악하는 것이다.(35)

 

나는 마침내 왕위를 버리기로 결심을 했다. 미치는 것은 쉬웠다.(37)

 

비록 내가 원해서 폐세자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무능하고 여색을 탐한 인물로 역사에 남을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46)

 

요지는, 양녕은 그의 아버지 태종 이방원의 권력 추구 과정에서 환멸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방원을 아버지로 둔 죄로, 권력을 얻기 위해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듣고 철저하게 느낀 바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자리 앉기 싫어서 나쁜 남자가 되었다는 것, 충분히 공감이 간다.

 

나만 몰랐던 사랑 이야기, 문종

 

문종 역시 나쁜 남자다. 그의 부인에게는 사정없이 나쁜 남자다.

그의 고백을 들어보자.

 

여자에게는 혼례복을 입고 연지, 곤지를 찍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데 난 그 순간을 빼앗고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 (122)

 

떠오르는 기억은 모두 순임의 상처뿐이었다.

후회는 아무 소용없었다.

순임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세상 누구보다 나쁜 남자였다. 순임은 그런 나를 진정으로 사랑했다. (126)

 

회임으로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한 달이나 찾아보지 않다 처소에 들른 날이었다. 원망스런 기색 하나 없이 그저 좋아서 나를 힐끔거리는 모양이 한심스럽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자존감 따윈 없는 아이라 비웃으며 물었다.

넌 내가 한 달 만에 왔는데도 원망하는 기색 하나 없구나. 내가 그리도 좋으냐? 도대체 왜 내가 좋은 게냐

모르겠습니다.”

순간 심통이 났다. (126)

 

연산군

 

연산군은 두말할 필요없이 나쁜 남자다. 나쁜 왕이다.

그의 고백을 들어보자.

 

내 광기는 점점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 (181)

 

그러나 저자의 평가를 들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무오사회 이전의 연산군은 정치적 감각도 뛰어났고 개혁적인 정책도 추진하는 뛰어난 왕이었다. .....또한 무오사회 이전에는 후궁도 많이 두지 않았고, 왕비였던 거창군부인 신씨와의 관계도 돈독했다. (186)

 

연산군이 폐위된 후 등극한 중종의 왕비, 단경왕후는 이렇게 평가한다.

 

자신의 어머니가 억울하게 폐비되어 사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산군은 점점 더 포악하게 변해갔다. (202)

 

그러니, 아무리 좋게 봐준다 해도 나쁜 남자 타이틀을 벗기는 어렵다.

 

중종의 왕비, 단경왕후가 중종에 대해 전한다.

 

중종의 왕비, 단경왕후 신씨 이야기다. 그녀는 중종이 된 진성대군과 대군 시절 결혼을 한 후에 연산군이 쫓겨나고 그 뒤를 이어 남편 진성대군이 임금 중종이 되는 바람에 왕비가 되었다.

 

그러나 그 왕비 자리에서 아버지 신수근이 반정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쫓겨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서 인왕산 치마바위로 알려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중종에 대한 조정대신들의 발언을 이렇게 전한다.

조금도 가엾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니 전일 도타이 사랑하던 일에 비하면 마치 두 임금에게서 나온 일 같다. (220)

 

중종은 나쁜 남자, 그리고 나쁜 왕이었다. 이를 조선왕조실록이 말해주고 있다.

 

사신은 논한다. 상은 인자하고 유순한 면은 남음이 있었으나 결단성이 부족하여 비록 일을 할 뜻은 있었으나 일을 한 실상이 없었다. 좋아하고 싫어함이 분명하지 않고 어진 사람과 간사한 무리를 뒤섞어 등용했기 때문에 재위 40년 동안에 다스려진 때는 적었고 혼란한 때가 많아 끝내 소강(小康)의 효과도 보지 못했으니 슬프다.

사신은 논한다. 인자하고 공검한 것은 천성에서 나왔으나 우유부단하여 아랫사람들에게 이끌리어 진성군(甄城君)을 죽여 형제간의 우애가 이지러졌고, 신비(愼妃)를 내치고 박빈(朴嬪)을 죽여 부부의 정이 없어졌으며, 복성군(福城君)과 당성위(唐城尉)를 죽여 부자간의 은의(恩義)가 어그러졌고431) , 대신을 많이 죽이고 주륙(誅戮)이 잇달아 군신의 은의가 야박해졌으니 애석하다.

(중종실록 105, 중종 391115일 경술 12번째기사 1544년 명 가정(嘉靖) 23)

(이 책, 235)

 

기구한 사연, 세 여인의 정처(定處)

 

연산군과 중종에 얽힌 세 여인이 있다.

중종의 왕비 단경왕후 신씨, 그녀는 이조판서 신수근의 딸이다.

연산군의 정비 역시 신씨다. 신씨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 바로 신수근의 누이다. 그러니 단경왕후 신씨의 고모가 된다.

또 한명의 여인이 있다. 연산군의 장녀 휘경공주다.

 

먼저 왕비의 자리에서 쫓겨난 단경왕후 신씨, 그녀는 궁전에서 나와 거처를 전전하다가 오라비 집으로 옮겨간다. 거기에는 이미 연산군의 왕비였던 고모(신수근의 누이) 신씨가 친정이라고 와있었다. 연산군과 중종 때문에 피해를 본, 두 명의 여자가 한 집에 기거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또 한 여인이 들어온다. 바로 연산군의 장녀 휘경공주.

그녀는 연산군이 폐위된 후 이혼당한다. 세상 인심의 야박함이여! 아버지가 임금 자리에 있을 때는 부마 자리를 그리 자랑하더니, 연산군이 그리 되니 단박에 부인을 쫒아낸 것.

 

그렇게 해서 세 명의 여인이 한 집에 살게 된다.

이 모든 게 나쁜 남자들 탓이다. 나쁜 남자에 나쁜 임금, 그런 역사가 우리 역사다.

 

다시, 이 책은? - 이 책의 압권, <장옥정전>

 

"똑같은 이야기가 어떤 입장이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165)

 

연산군의 발언이다.

연산군이 왕으로 즉위한 후에 외할머니로부터 어머니 폐비 윤씨에 대해 듣게 된다.

외할머니가 전해준 이야기는 그동안 신하로부터 들어온 사연과는 달랐다.

똑같은 이야기가 어떤 입장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것,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 입장에 서서 듣느냐에 따라 장희빈은 천하에 몹쓸 악녀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로 현숙한 여인으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궁녀 김원미를 필자로 내세워, 장옥정, 장희빈의 한을 풀어준다.

그동안 인현왕후의 편에 서서 그쪽 얘기만 실컷 들었던 독자에게

저자가 김원미에 빙의되어 풀어쓴 <장옥정전>은 역사의 기록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새삼 생각하게 하며 또한 역사소설이 어떤 것인가를 놀랍도록 깨닫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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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아물지 않는다 -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이산하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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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아물지 않는다

 

이 책은?

 

이 책 생은 아물지 않는다는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이산하, 시인이다.

 

이 책을 보다 더 의미있게 읽으려면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난 후에 책을 읽어야 한다.

그가 1987제주 4·3항쟁의 학살과 그 진실을 폭로하는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는 사실과 석방 이후 10년의 절필 기간에 전민련과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실행위원, 국제민주연대 인권잡지 사람이 사람에게초대 편집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인권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는 것 역시 알아야 한다.

 

그의 시는 책상에서 나온 시가 아니다.

그의 시는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이 책의 내용은?

 

시집 한라산의 저자인 시인 이산하가 쓴 아포리즘.

여기 모두 111편의 글이 소개되고 있다.

 

아포리즘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로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

 

이 책에 실려 있는 111개의 글들은 그 글 하나 하나가 모두 아포리즘이라 할 정도로 간결하지만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해서 소개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그 중에는 나를 일깨워주는 것, 새롭게 알게 되는 것,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또 시도 있다.

 

먼저 이런 글 읽어보자.

<모든 나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잘리고 병든 이웃 나무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해 최대한 오래 버티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유리하다. 그 애정과 결합의 정도가 강한 숲일수록 더 오래 유지된다. 참나무나 전나무, 가문비나무, 더글러스소나무 등 거의 모든 나무도 마찬가지다. 숲이나 산을 걷다가 발견하는 살아남은 밑동은 그런 우정과 상호 연결의 결과이다.> (25)

 

그래서 글의 앞부분, 이런 글을 새겨야 한다.

나무들도 서로 영양분을 나누지 않으면 더 빨리 죽고 죽은 나무도 금방 썩어 숲에 구멍들이 뚫린다. 그럴 때 태풍이 오면 옆이 나무들도 쉽게 쓰러져 죽는다.

 

옆의 나무가 쓰러지는데, 저라고 별 수 있을까?

 

코스타리카라는 나라는 군대가 없다. 사실일까?

저자는 그 나라를 이렇게 소개한다.

<코스타리카는 1948년 과감하게 군대를 해체해 버렸다. 대통령은 군대가 없는 것이 최대의 방위력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군대가 없으니 당연히 무기도 필요 없을 것이다.> (43)

 

이런 사실, 정말일까?

정말이다. 사실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확인한 바는, <1949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군대를 철폐한 이후 경찰이 치안유지와 국토방위의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

  

사람이 죽으면 꽃을 같이 묻었다. 예부터. 

지금의 이라크 북부, 한 동굴에서 6만년전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그 유골 근처에 빙 둘러 꽃가루들이 나왔다. 그 꽃가루들을 분석하니 놀랍게도 지금도 볼 수 있는 꽃들이었다. 아킬레아, 엉겅퀴, 접시꽃, 히아신스 등.

그때도 네안데르탈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꽃을 같이 묻었던 것이다. (68)

 

현각스님은 요즘 뭐하시나요?

예전에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녔던 화제의 스님이 있다. 현각 스님.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만행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그랬던 스님이 안 보인다. 매스컴에 나오질 않는다. 어디에 계시는지?

 

한국을 떠나셨다. 이유 중 하나는, 소위 인기라는 것이다. (248)

유명해지는 것은 전혀 내 뜻이 아니었는데... 결국 명성은 또 다른 짐이자 고통이란 걸 깨달았다. 난 외로워지기 위해 유럽으로 떠난다. 거기서 또다시 유명해진다면 난 또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다.”

 

진정한 구도자, 수도자는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인기 근처에도 가면 안 된다는 게 덧붙인 나의 생각이다.

 

아포리즘중 아포리즘 - 이런 시는 어디 벽에라도 굵게 새겨두자.

 

불혹

 

백조는 일생에

두 번 다리를 꺾는다.

부화할 때와 죽을 때

비로소 무릎을 꺾는다.

 

나는 너무 자주

무릎 꿇지는 않았는가.

(172)

 

이 시는, 이 책의 아포리즘중 아포리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자르는 데는 너무 인색하고 타인의 생각을 자르는 데는 너무 익숙하다.> (63)

 

정명훈 지휘자가 줄리어드 음대에서 공부를 할 때, 어느날 교수에게 물었다. 교수의 답은 이랬다.

지휘를 잘하고 싶지만 잘 안되는데 어떻게 하면......”

“It takes time.(시간이 걸려)” (126)

 

<오늘, 어느 석좌교수가 쓴 과학책을 읽다가 혈압이 올라 곤욕을 치렀다. 조악한 비문의 장례행렬이 이어졌고 나는 조용히 책을 쓰레기통으로 운구했다.>(143)

 

공감이 가는 글이어서, 옮겨 놓는다. 크게 공감이 가는 글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시도 꼭 읽어야 한다.

이 시가 맨 앞에 수록되어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쉬워, 여기 옮겨 놓는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읽어보라는 의미다.

책 제목이 마침 시의 제목이기도 하니까, 이 시를 읽어야 책을 읽는 셈이 된다.

 

생은 아물지 않는다.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의 꽃

쫓기듯

늘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다시 말하지만, 그의 시는 책상에서 나온 시가 아니다. 그냥 읽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시가 아니라,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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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제작소 -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오타 다다시 외 지음, 홍성민 옮김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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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제작소

 

이 책은?

 

이 책 미래제작소는 소설이다.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매우 짧은 미래 소설이다.

 

일본인 오타 다다시 등 다섯 명이 지은 짧은 소설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책의 내용은?

 

세상이 참으로 빨리 변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의 미래는 많이 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또 변화를 추구한다.

그래서 이런 책이 등장한다. 내일은 분명히 달라질 거라는 믿음이 우리의 현실을 바꾸어나간다. 그런 기대로 이 책을 읽는다. 과연 내일은 또 무엇이 달라졌을까?

 

기술이 미래를 바꾼다.

 

우선 이런 모습, 얼마나 좋은가?

교통사고 날 염려없는 세상, 얼마나 좋을까?

교통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어서, 모든 차량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해 이후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으로 사고 발생을 예견해서 자동으로 차단하도록 한다.

<라플라스 남매>의 이야기다. (122)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 이동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심지어 계단조차도 장벽이다.

그런 형편이니 등산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난공불락의 성이요, 거대한 철갑문 달린 성이다. 그런데 휠체어 없이, 산을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휠체어로는 전혀 불가능한 등산을 위해 기술은 스파이더 체어를 개발한다.(74)

<산으로 돌아가는 날>에 그게 등장한다. 여덟 개의 다리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다리처럼 부드럽게 움직여 몸을 이동시킨다. 그렇게 산도 오를 수 있는 시대가 미래에 온다. 오기를!

 

이런 기대를 하게 만드는 기술 개발, 미래시대다.

 

<원 루머>

영어로 된 제목, '루머'rumor(rumour)가 아니고, roomer. 하나의 방에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원룸 카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이 차는 컨테이너 같은 외관인데 그 안에 비즈니스 호텔처럼 편의시설이 다 갖추어진 원룸 같은 이동수단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생활한다. 장소의 이동도 편리하다.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시대가 되어서, 그 안에서 생활하면서 저절로 이동이 되는 것이다.

 

그런 시대, 그런 세상이 미래 언젠가는 열리게 되는 것이다.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

 

이런 기대가 미래를 기다리게 하는 한편으로 염려가 되기도 한다.

기술의 발달이 단지 유토피아를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것, 유포피아를 지향하지만 그 부수적인 효과로 디스토피아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그게 염려되는 것이다.

 

여기 작품 중에 <사막의 기계공>에 유토피아가 그려지는데, 과연 그게 유토피아일까?

 

<내가 사는 도시에서 자신의 다리로 걷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135)

 

이게 첫 문장이다. 자신의 다리로 걷지 않는 도시.

그럼 이동은 어떻게 하나?

포트를 사용해 파이프 안을 오가는 방법으로 이동한다. 투명한 파이프 안에서 자동으로 제어되는 포트를 타고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그러니 발을 구태여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저 파이프 안에 있으면, 발을 움직이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왜 유토피아가 되는 것일까?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차를 타고 다니면 불가피하게 차량 충돌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는데, 이동을 다른 방법으로 하니 차를 타지 않고, 그 결과 사고로 인한 피해를 당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유토피아다.

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이동하면, 사용하지 않는 다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당연히 퇴화된다. 퇴화된 다리는 이제 보행보조기 없이는 걷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유토피아는 부득이 다리를 희생해야만 되는 유토피아다.

 

<자신의 다리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일이 없게 된 우리는 이 보행 보조기 없이는 바깥 세계를 여행할 수 없었다. 이 보조기도 지금은 거의 수요가 없어서 신제품은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 (136)

 

이런 도시, 이 도시에 사는 는 꿈을 꾼다.

내 다리로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꾼다.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세계에 대한 열망, 이동욕구가 있다. 그런 의 꿈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유토피아가 누군가에게는 디스토피아가 되기도 한다. 

   

다시, 이 책은?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이 책을 소개하는 말이다. 이런 말이 새롭다. 그 의미가 또한 크다.

쇼트가 두 번 반복되니, 짧다는 말이겠다. 그것도 매우 많이 짧다는 것.

그리고 퓨처리스틱은 futuristic 미래를 상상하는이라는 의미이니. <a futuristic novel>미래(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미래의 모습을 그린 소설, 이 책에 매우 짧은 소설 10편이 실려있다.

우선 짧으니 읽기 쉬운데, 짧은 시간에 내용을 다 말하려니 내용의 전개가 거의 5G 급이다. 해서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미래의 어느 곳으로 훅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런 미래, 오기를 바란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의 그런 상상 항상 실현되어 왔으니, 그런 과거의 사례에 기대어 앞으로 그런 미래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다만 <우리가 만든 기술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자세를 잃지> (7) 않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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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화염
변정욱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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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화염

 

이 책은?

 

이 책 8월의 화염은 소설이다.

1974815일에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일어난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변정욱, <서울예고 미술과를 나와 미국 훔볼트주립대학(HSU) 영화과를 졸업했다. 문예영화의 대가이자 부친인 변장호 감독의 영향을 받아 일찌감치 영화인의 길로 들어섰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소설의 시작은 197389일에 일어난 한 사건부터다.

그 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본 체류중 납치되어, 바다에 수장될 운명에 처해진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으로 구사일생, 목숨을 부지한다.

그 사건이 드러난 후, 한국과 일본의 외교는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격량에 휩쓸리게 된다.

그런 와중에,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변호사, 신민규.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나 학창시절에 반정부 시위를 모의한 전력 때문에 판검사 임용을 받지 못하고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다.

시대와의 불화 덕분에 잘 나가는 변호사가 아니라, 국선 변호를 주로 맡게 되며, 그것조차도 패소를 계속하여 패소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던 그가 국선 변호 한 건을 의뢰받게 되는데, 그게 바로 1974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역사적 사건, 육영수 여사 저격범 문세광의 변호를 맡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등장인물은 경찰 영진과 덕배.

그리고 문세광을 기소한 검찰측 인물로 김검사가 있다. 나중에 밝혀지는 그의 이름은? 332쪽을 참고하시라. 법무장관을 거쳐 나중에......

 

변호, 문세광도 변호해주나?

 

육영수 시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1974815, 광복절 기념식장인 국립극장 안에서 7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로 인해 피살된 사람은 두 명, 육영수 여사와 그곳에 합창단의 일원으로 와있던 학생 장봉화였다.

 

사건 발생 후 발표된 바로는 문세광의 총탄에 두 명 모두 살해된 것으로 되어있었지만 그 후 발표 내용이 수정된다.

장봉화 양은 문세광의 총에 죽은 것이 아니라, 경호원의 오발에 의한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것. (233)

 

신변호사에게 변호를 주선한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문세광을 변호하되 적절한 시점에서 물러나기를 원하는데, 그는 사건을 맡아 무언가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고 그것을 파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국민의 공분의 대상이 된 문세광을 변호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주인공 신민규 변호사는 시달린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그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변호를 준비하는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 신변호사는 그런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 힘을 다한다.

 

과연 누가 육영수 여사를 쏘았나?

 

그런 상황에 의문을 품게 된 사람이 더 있다.

미국의 LA 타임스의 사무엘 제임슨 기자와 CBS 특파원 브루스 더닝(29)이다.

 

신변호사와 그들이 맞닥뜨린 의문점은 다음과 같다. (290)  

 

탄흔에 기초해 제1탄은 오발, 2탄은 연단, 3탄은 태극기, 4탄은 천장에 맞았다고 발표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극장을 크게 울렸던 7번의 총성 중 문세광에 의한 것이 아닌 나머지 3발을 과연 누가 어디에서 쐈느냐가 완전 규명되지 않았다.

 

육 여사는 관객석에서 바라봤을 때 연단의 우측에 앉아 있었다.

문세광이 좌측에서 앞으로 뛰어가며 총탄을 발사했기 때문에 머리에 총탄을 맞은 육 여사의 머리는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저격 뒤 육 여사의 머리는 왼쪽으로 넘어와 있었다. (171)

 

광복절 경축사를 하는 대통령 행사장에 출입비표도 없이 들어갈 수 있을까.

문세광은 당일 포드20M이라는 고급 리무진을 타고 도착했다. 당초 행사장에는 수많은 경찰이 배치됐고, 비표가 없는 차량은 통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행사장으로 향하는 차량을 검문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져 문세광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고 또한 행사장 안으로 들어갈 때 역시 검문이 없었다. (194)

 

청와대 경호과장이 검문완화 지시를 전날 내렸고 문세광이 청와대 경호계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도 밝혀진다. (231)

 

권총까지 소지하고 있던 그가 비표도 없이 행사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의혹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그런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들은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 뒤에 문세광이 아닌 그 누구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 사건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325)

 

다시, 이 책은?

 

저자는 <미국 유학 시절,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을 계기로 영부인 육영수 저격사건의 영화화를 처음 결심했다. 이후 영화 제작자의 제안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해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목격자 등을 인터뷰했다. 또 현장을 취재했던 외신기자들로부터 결정적 증거를 입수해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장장 7년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러나 정치적 외압으로 영화 제작이 중단됐고, 15년여 만에 비로소 직접 감독을 맡아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사건, 소설로나마 그 내용을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 역사의 어두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사건, 저자가 직접 감독을 맡아 영화화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하니, 빨리 제작이 마무리되어 공개되기를 기대한다.

알아서 안되는 진실은 없는 것이다.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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