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놀라운 발견 - 과학 영재라면 꼭 알아야 할 테크놀로지의 역사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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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놀라운 발견

 

이 책은?

 

이 책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놀라운 발견<과학 영재라면 꼭 알아야 할 테크놀로지의 역사 >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아동용 책인데, 성인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저자는 스티븐 존슨, <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에 포함된 과학 저술가. 브라운대학교에서 기호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을 바탕으로 저널리즘스쿨계의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했으며 그의 저서는 모두 온·오프라인 매체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이 책의 내용은?

 

제목에서 말하는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물건은 무엇일까?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 이다.

 

뜻밖의 물건들이다. 그저 당연히 우리 곁에 예전부터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인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목차를 읽어보면서, 그 충격을 다스려보자.

 

유리: 나와 세상을 보고 경험하는 방법이 달라지다

냉기: 대규모의 인구 이동으로 지도가 바뀌다

소리: 소리를 기록하려는 시도가 오늘날의 초음파 기계가 되다

청결: 너무 깨끗해서 마실 수 없는 물로부터 스마트폰이 만들어지다

시간: 정확한 시간에 대한 욕구는 삶을 더 작은 단위로, 더 빠르게 변화시키다

: 빛을 이용한 사진 한 장으로 빈민가의 삶이 달라지다

 

어떤가, 대체 그런 물건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다는 말인지, 감이 오는지?

 

예컨대 유리를 살펴보자. 물건의 역사를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처음부터 복기해 보면 재밌는 연결이 눈에 보인다.

 

유리의 정체는?

 

이산화규소 알갱이( 섭씨 538도가 넘으면 유리가 된다)

- 유리 - 확대경 - 안경 -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렌즈 - 현미경 - 망원경 - 카메라용 렌즈 - 영사기 - 사진 - 텔레비전 - 영화 - 자동차와 비행기의 유리 - 유리로 전면을 씌운 고층 건물 - 섬유 유리 - 광섬유 - 스마트폰

 

유리에서 현미경, 망원경까지 연결되는 상황은 이해가 될 것이고 더하여 렌즈로부터 영화까지 역시 이해가 될 것인데, 그 뒤 섬유유리 광섬유를 거쳐 스마트폰에 이르는 단계는 조금 더디게 올 것이다.

 

그럼 이런 과정의 연결은?

 

[유리 - 거울]

 

그 변화는 간단한데, 그 변화가 가져온 파장은 만만치 않다.

 

거울이 등장한 이후, 유럽의 문화에서 개인을 중시하는 근본적인 변화도 일어났다.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자, 자신을 국가와 법과 경제, 심지어 신과의 관계에서 중심에 두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렇게 세상을 보는 방법이 달라지자, 법이 개인을 중심에 놓음으로써 법체계에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새롭게 강조하게 되었다.

결국 유리 덕분에 자아를 인식하게 된 셈이다. (37)

 

[유리 - 망원경 - 광학망원경]

 

이런 변화 역시 이해 범위 안에 있는데, 그 결과는 놀랍기만 하다.

광학 망원경으로 우주를 바라보게 되고,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와 초신성을 바라보게 된다.

 

결국, 유리 덕분에 세포와 미생물이라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게 되고,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으며, 우주의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40)

이런 것을 '개념적 돌파(conceptional breakthrough)'라 부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6가지 물건을 돌파하고 나면, 물건의 내력이 마치 공상 과학 영화에서 홀로그램 스크린으로 그 물건의 내력이 주욱 떠오르면서 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용어 몇 가지 배운다.

 

느린 직감 (slow hunch)

느린 직감이란 순간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십년을 두고 차근차근 구체화되고 뚜렷해진 아이디어를 뜻한다. (9) 그러니 느린 직감이란 용어에는 그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기 까지 많은 사람이 동원되었다는 것이 전제된다.

 

롱 줌(long zoom) :

<내가 여기에서 하려는 이야기는 롱 줌(long zoom)’ 역사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개인이나 국가가 남긴 것을 통해 역사를 관찰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경계가 지나치게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원자의 차원에서,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차원에서, 또 그 사이의 모든 차원에서 일어납니다.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이런 다양한 모든 차원을 공평하게 다루는 해석적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13)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동굴 벽화에 관한 새로운 이론 (79)

 

동굴 벽화에 대한 이론은 지금까지는 주변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인간의 욕망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 동굴이 원시사회에서 사용된 이유에 대한 새로운 이론, 즉 지하통로에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소리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 제기되었다.

 

파리대학교의 이고르 레즈니코프 교수는 동굴의 곳곳에서 빚어지는 반향과 울림을 연구했다.

네안데르탈인이 남긴 그림은 동굴의 특정지역, 1킬로미터 이상을 들어간 곳에 집중되고, 유난히 화려한 그림들이 조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레즈니코프 교수는 그림들이 음향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곳, 즉 울림이 가장 깊은 곳에 예외없이 그려졌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네안데르탈인들은 그림 앞에서 일종의 의식을 행했다. 그들은 노래했을 것이고, 동굴의 반향효과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가 더욱 널리 퍼지는 것에서 마법적 기운을 느꼈을 것이다.

 

목욕하는 법도 자기 계발서로

 

개인 위생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목욕을 하는 것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해서 자기계발을 위한 책이 발간되며 목욕하는 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122)

 

목욕을 하라고 가르친다고? 그것이 자기계발? 왜 그런 일이? 다음을 읽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목욕하는 법과 이유를 가르치는 책이 있었다는 게 요즘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릴 거예요. 하지만 1800년대까지 유럽인과 미국인은 몸을 물에 담그면 건강에 좋지 않고, 땀구멍을 막아야 질병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목욕은 당시 사람들에게 너무도 혐오스런 것이어서, 가장 부유한 계층도 온갖 수단을 다해 목욕을 피했어요.> (122)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으면, 물건의 내력이 마치 공상 과학 영화에서 홀로그램 스크린으로 그 물건의 내력이 주욱 떠오르면서 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손을 씻을 때 사용하는 비누를 살펴보자.

비누가 있다. 그 비누로 손을 씻는다, 손을 씻는 이유는 깨끗하게 하기 위함이다.

깨끗하게 하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혹시라도 손에 묻어 있을지도 모를 세균을 없애기 위함이다.

왜 세균을 없애야 하는 것일까?

이런 식으로 그 물건에 얽힌 사연이 주욱 연결이 되어 떠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놓는 책이다.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 과 관련한 도구들 모두 그렇다.

방안에 있는 전등, 에어컨, 티브이, 냉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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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바다로
나카가미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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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바다로

 

이 책은?

 

이 책 18, 바다로는 소설집이다.

 

저자는 나카가미 겐지,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와카야마 현 출생으로 열여덟 살 때 동경으로 상경하여 한동안 재즈와 마약에 탐닉했다. 이 무렵 '문예수도' 동인으로 생계를 꾸려가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6으로 제74회 아쿠타가와 상을, 1977고목탄으로 마이니치 출판문화상과 예술선장 신인상을 수상했다. 서울 이야기라는 중편소설을 쓸 만큼 한국에 각별히 관심이 있어 6개월가량 한국에 머물며 글을 쓰기도 했고, 윤흥길의 작품에 반해 그의 소설을 일본과 해외에 소개하기도 했다. 1992년 마흔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8/ JAZZ / 다카오와 미쓰코 / 사랑 같은/

불만족 / 잠의 나날 / 바다로

 

이 책 소개에 의하면, < 18, 바다로는 나카가미 겐지가 열여덟 살에서 스물세 살 때까지 쓴 너무도 잔혹한 젊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다카오와 미쓰코197918, 바다로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고 한다.

 

7편의 작품에서 특이한 점 하나가 발견된다.

소설에 이야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생각이 하염없이 흐른다.

소설의 얼개는, 화자는 어디론가 향하여 가고 있다.

바다로, 때로는 고향으로, 그리고 말해주지 않는 어떤 곳으로.

가는 동안, 화자는 생각의 바다 속을 헤엄친다.

 

이 소설은 우울하다. 화자의 마음에서 걸러낸 생각을 하나로 응축한다면, ‘우울(, tablet) 이다. 

읽고 나니 우울하다. 저자가 목적한 바가 우울로 가는 길이었다면, 아주 훌륭하게 그 목적을 달성하고도 남았다.

 

그 우울의 증거를 몇 가지로 요약해보자

 

소설엔 거의 모두 자살한 사람들, 또는 사고로 죽은 사람들 얘기가 등장한다.

소설 속에 죽음이 들어있다, 그 죽음은 또한 거의 다 자살이다.

 

<18>

그 여름에 아키히로가 죽었다. 벌써 몇 년 전 일인데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다. (15)

이건 사고사다.

 

<다카오와 미쓰코>

동반자살이다. 다카오와 미쓰코는 동반자살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자살미수업일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실제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사고 자살사(?).

 

<불만족>

실제 자살사건은 없지만, 생각 속에 자살이 등장한다.  

자살한다. 내 몸이 산산히 분해되어 튄다. .......(143)

 

<잠의 나날>

그해 삼월, 형이 갑자기 목매어 자살한 후,.....(158)

 

<바다로>

요가 죽었어. 요는 브로마린을 먹고 죽었어. (221)

 

죽음이라는 사건이 계속하여 주변을 맴도는 주인공들의 생각은, 과연 어떨까?

주인공들의 생각의 색깔은 어두움, 회색, 절망에 가까운 블루, 그것이다.

 

우울, 불안, 짜증, 혼돈, 불쾌, 지쳐있고, 나는 늘어져 있고, ......

 

해서 날씨조차 회색이다.

옅은 회색 하늘이 내 몸에 오돌토돌한 돌기를 만든다.(207)

빛이 보이지 않는 일그러진 하늘이 비치고 있다. (207)

 

이런 데는 카프카가 소환된다.

 

방안에서 불안에 몸이 옭매인 어느 날 갑자기 .....의심을 사 경찰에 체포된다는 카프카적인 나의 걱정도 없어질 것이다.(115)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체포될 거라는 카프카적 불안 때문이다. (118)

어느 날 갑자기 체포될 거라는 카프카적 불안도 있다. (121)    

 

또한 이런 상황을 그려내는 데는 그리스 비극이 아주 안성맞춤이다. 해서 저자는 그리스 비극과 비극적 인물들을 소환해 도처에 배치하여 우울의 효과를 더하고 있다. 그렇게 그리스 비극은 사용된다.

 

세계는

언제까지나

그리스 비극을 상연하고 있다. (219, 220)

 

그밖에도 오이디푸스, 이카루스, 안티고네.......등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이 이 소설 속 화자의 가슴속으로 파고 든다.

 

다시, 이 책은?

 

다시, 이 소설을 우울하다. 읽고나니 우울한데, 쓰는 사람은 어땠을까?

아마 쓰기도 전 이런 내용을 가슴에 품고 있을 때부터 우울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소설을 쓸 때 18세였다니!

18세부터 23세 까지 쓴 것들이라니 그 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그런 안타까움이 드는데, 저자는 그런 주인공들을 가슴에 품고, 드디어 종이 위로 옮겨야 할 어떤 필연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본인의 것이든 또는 그 시대 다른 사람의 것이든.

 

해서, 이런 말은 그의 작품 세계, 더 나아가서 작품 속 주인공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18, 바다로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로 넘어가는 시대적 고뇌를 부둥켜안은 상태에서 동인지와 문학지에 시와 에세이를 발표하던 시절에 쓴 단편들을 묶은 소설집이다.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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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로 - 불확실한 삶을 위한 단단한 철학 수업
윤재은 지음 / 현대지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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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로

 

이 책은?

 

이 책 철학의 위로<불확실한 삶을 위한 단단한 철학 수업>이란 부제가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철학 책이다. 철학으로 인생을 살펴보고 점검해보며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서 철학의 도움을 받아 볼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저자는 윤재은, <그림을 그리고 시와 소설을 쓰며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을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특징 그 첫 번째는 이 책이 호메로스, 헤시오도스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다른 철학책을 모두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철학의 시작을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부터 시작하는 것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가 철학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저자는 그들을 맨 앞에 두는 것일까?

저자는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를 통해서 신과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있다.

 

신과 인간의 문제에 있어서 그리스 신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스 신화는 서양에서 하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물줄기다. (20)

 

이러한 이야기들 속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유럽인으 정신과 사상을 낳은 원류가 된다. (24)

 

그렇게 철학은 그리스 신화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의 특징 두 번째는 철학의 갈래를 잘 잡았다는 점이다.

저자가 철학의 계통을 고대, 중세, 근대, 현대 철학으로 순서를 잡아놓은 것은 다른 책들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그 가운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3명을 특별히 고대와 중세 사이에 넣고,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특별한 것이다.

 

이 책에는 모두 62개의 글이 있는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렇게 3명에게 할애한 글이 무려 16개에 달한다. 25%에 해당하는 글이 실려있는 것이니, 저자가 그들을 얼마나 무겁게 대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어떤 의미인가 하면, 철학을 하면서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한 발자국도 더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해서 저자는 그들 세 사람의 사상을 열과 성의를 다해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공간철학자인 저자의 이력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의 이력중 주목할 만한 게 있다.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의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고, 국내외 학술지에 공간철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공간철학이라는 강좌를 개설하여 강의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공간 철학이란 무엇일까?

<저자가 말하는 공간철학이란, 지식의 한계를 넘어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연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물, 공기, 나무, 돌 등을 탐구하였으며, 공간, 자연, 사물의 본질을 연구하였다.>

 

그런 저자의 이력은 이 책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데, ‘무한한 우주는 공간과 시간을 담고 있다로 시작하는 23번째 글 <공간과 시간의 속성>을 비롯하여 실체의 문제는 대상의 문제를 넘어 공간과 대상의 관계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43번째 글 <선험적 표상으로서 공간과 밑바탕>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처럼 저자에게 공간이라는 개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저자에게 공간은 이 세상의 본질적 구성물중에 하나이다.

 

세상은 본질적 구성물과 시간적 구성물로 나뉜다. 본질적 구성물은 보편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공간, 시간, , 공기, 바람, , , 나무, 인간, 동물 등을 말한다. (45)

 

이렇듯 의미가 있는 공간을, 저자는 철학의 곳곳에서 '공간을 배치하여 활용한다'. 철학에 '공간'이 아주 유용하다는 것, 새롭게 알게 된다.

 

철학자가 아니라, 철학의 대상부터

 

또다른 특징은 글꼭지를 쓸 때, 철학자 이름을 먼저 호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개의 경우, 철학책의 서술 방법을 보면, 철학자 이름이 먼저 나오고, 그가 주장한 학설이 따라나오며 그걸 설명하는 식으로 얘기가 진행이 되는데 저자는 그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이런 식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철학 이야기. 철학 이야기 같지도 않고, 그럴싸한 철학자도 짐작이 되지 않는데, 그 다음 얘기는 어떻게 되며 등장하는 철학자는 누구일까?

227쪽을 참고하시라.

 

저자는 철학자의 이론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다만 철학자를 통해 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 <철학의 위로>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철학의 위로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철학이 주체가 되고, 그 상대방인 철학하는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는 말일 게다.

그러니, 철학을 배우고, 그 철학이 말하는 대로 행하면, 분명 인생을 살아가면서 위로를 받는다. 그런 말, 분명하다.

 

해서 이 책의 처음 문장에서 위로를 받게 된다.

 

인간에게 삶의 문제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 가치의 문제이다. “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해 살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있어 인간의 욕망은 삶의 가치보다 물질을 획득하는데 대부분 소진하고 있다. (19)

 

이 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위로를 준다.

내가 지금 살아가면서 그나마 물질을 획득하는데 소비하는 것보다는 가치를 위해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 그 하나요,  그래도 여전히 물질을 획득하는데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하에 살아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그 두 번째이다.

 

하여 이런 말, 우선 나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 ‘철학의 위로라는 개념이 적어도 빈말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의 처음부터 확인하고 들어선다.

 

이어지는 얘기에서도 이 말은 계속하여 반복되며 의미가 깊어진다.

 

인간의 생명이 존재하는 한에서 실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질문은 본질적이며 형이상학적이다. 현대과학으로 이루어낸 오늘날의 물질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실체라는 본질적 질문보다 물질적 가치를 먼저 생각해 왔다. 하지만 물질적 가치를 느끼는 육체도 본질의 문제에 있어서만은 정신에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163)

 

그렇게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고, 살아가는 우리이지만, 본질의 문제에 있어서만은?

그래도 정신에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말, 그게 철학이 주는 위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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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 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 특강
조지프 캠벨 지음, 권영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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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이 책은?

 

이 책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특강>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이 책에는 그의 신화학 강의 12편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조지프 캠벨 (Joseph John Campbell), 그는 어떤 사람인가?

<미국의 유명한 신화종교학자이자 비교신화학자.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자로 불린다. 소년 시절 북미대륙 원주민의 신화와 아더왕 전설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콜롬비아 대학과 파리 및 뮌헨의 여러 대학에서 세계 전역의 신화를 두루 섭렵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반적인 신화로부터 그 신화와 연결을 맺게 되는 과학, 종교, 문화, 그리고 질병까지, 그는 신화가 영향을 끼치는 모든 분야를 탐색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논의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목차를 보면, 그가 다루고 있는 신화가 어디까지 그 범위를 넓힐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1 신화가 과학을 만났을 때

2 인류가 출현하다

3 잃어버린 의례를 찾아서

4 동양과 서양의 분리

5 동서양 종교는 어떻게 대립하는가

6 동양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영감

7 ‘을 찾아서

8 사랑의 신화

9 전쟁과 평화의 신화

10 내면으로 떠난 여행: 조현병의 연구

11 세상 바깥으로 떠난 여행: 달 위를 걷다

12 끝맺으며: 지평의 소멸

 

신화에 대한 저자의 견해 몇 가지

 

저자는 유명한 신화학자이면서 또한 비교신화학자이기에, 이 책에서는 비교신화학자로서 얻은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어, 신화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비교문화 연구 덕에 우리는 이제 세계 곳곳에 유사한 신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사례로, 저자는 아즈텍족 시대에 멕시코에 도착한 에스파냐의 가톨릭 신도들은 그 곳의 종교가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신들의 종교와 닮은 것을 알게 된다. (19)

 

칼 융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가 신화를 올바르게 해석하면 우리 내면의 힘과 연결될 수 있다고 한다. (27)

 

수렵부족의 경우, 그들이 잡아먹는 짐승에 대한 개념이 남다르다.

, 그들은 그 짐승들을 죽일 때, ‘그들에게 찾아온 신인 짐승을 천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동물의 육체에서 꺼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존을 위해 무자비하게 살육을 계속해야 하는 수렵부족의 죄의식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엿보이는데(56) 이에 더하여 그들은 죽임당한 짐승들을 근원으로 돌려보내는 적절한 의례를 행하여, 그들의 두려움을 해소하기도 한다. (254)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의례, 특히 통과의례의 중요성은 전혀 강조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신화에서 현재까지 살아남아 있으며,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의례다저자는 통과의례에 대하여 한 장<3 잃어버린 의례를 찾아서>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중 몇 가지 적어본다.

 

원시사회의 통과의례, 나아가 전 세계의 교육이 하는 최초의 기능은 청소년의 대응체계를 의존에서 자기 책임으로 바꿔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환은 결코 쉽지 않은 데다, 요즘처럼 부모로부터 자립하는 시기가 20대 중반, 심지어 후반까지 늦춰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어려워서 우리 사회의 실패는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73)

 

통과의례의 제 1 기능은 개인에게 그 사회에 알맞은 정서체계를 확립해 주는 것이다.(74)

 

성인은 프로이트가 말한 현실기능(reality function)을 발전시켜야 한다.

현실기능이란, 독립적으로 관찰하고 사고하며 선입견 없이 자기가 처한 환경과 그 안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자신의 가능성을 올바로 평가하고 비판 창조하는 능력이다. (74)

 

인도의 바가바드기타:

인도의 바가바드기타자체가 전투 개시 명령을 앞두고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젊은 왕자를 격려하고 그의 마음에서 살상에 대한 슬픔과 죄의식을 없애주기 위한 글이다. (287)

 

오디세이아, 귀환의 의미에 대하여

 

모험에서 돌아오려면 모험의 최종 목적이 자기 자신을 위한 해방이나 황홀경이 아니라,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지혜와 힘이어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 빛의 나라에 다녀온 여정을 그린 위대한 이야기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이다. (333)

 

저자는 오디세이아 그의 영웅의 여정이론으로 해석한다.

그가 말하는 영웅의 여정이란, [출발 - 입문 - 귀환]의 과정을 거치는데, 귀환에 그는 영웅은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해줄 힘을 얻어 그의 신비적인 모험에서 돌아온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영웅의 여정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캠벨은 신화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세계 각지의 신화 속에서 태어남-부름-모험-역경-귀환으로 요약되는 공통의 이야기 구조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를 영웅의 여정이란 이름으로 정리하게 된다. (조셉 캠벨, 영웅의 여정중에서)

 

따라서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후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오랜 전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사이기에 심리적 자세와 중심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서 전쟁터에서 가졌던 야수의 마음을 가정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마음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신의 유능한 손에 맡겨지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디세우스는 돌아오는 길에 온갖 험한 일을 당하고,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야 영웅인 오디세우스는 전쟁의 장수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해줄 힘을 얻게 되고, 영웅의 귀환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우리를 속여 한계를 넘게 하는 비전들

 

인간은 어떤 것에 심취한 결과, 그 당시 모습을 가진 자기 자신을 넘어서게 된다.

수렵부족은 주변 동물들에, 농경부족은 식물이 보여주는 기적에, 고대 수메르문명의 신관들은 행성의 이동과 항성의 회전에 매료되었다.

 

다른 동물들은 생활방식이 고정되는데 비해 인간은 다르다. 사자는 평생 사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개는 평생 개로 살아가지만, 인간은 농부도 되고, 우주비행사도 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삶에서 온갖 운명을 실현시킬 수 있으며, 그의 선택은 이성이나 상식이 아니라 열정에 따라 정해진다. 로빈슨 제퍼스는 이를 그를 속여 한계를 넘게 하는 비전들이라 한다. (354)

 

이런 논의에 이어 저자는 맨 처음 인류를 속여 처음 경험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게 만든 것이 불에 대한 심취였을 것이라 말한다. 불이 인류에게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나를 생각하면,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불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 발달의 계기가 된 것들이 모두다 우리를 속여 한계를 넘게 하는 비전들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다시, 이 책은? - 인간에게 <전쟁과 평화의 신화>?

 

이 책 그렇게 신화에 대하여 다양한 논의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범위가 확장되는 바람에, 이 책에서 저자의 주장하는 바를 종으로 횡으로 꿰어낼 수 없다는 점, 독자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하여 독자로서 저자의 강의 중에서 관심이 있는 분야만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할 수밖에 없었던 점, 저자에게 미안한 일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위에 언급한, 수렵부족이 짐승에 대하여 죽음의 의미를 <‘그들에게 찾아온 신인 짐승을 천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동물의 육체에서 꺼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인도의 바가바드기타자체가 전투를 앞두고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젊은 왕자를 격려하고 죄의식을 없애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신화의 가치와 용도는 뜻밖에도 평화를 위하는 데 있지 않고 다만 인간이 살생을 앞두고, 혹은 전쟁을 마치고 죄의식을 없애주는, 그래서 더욱 더 전쟁을 조장하는, 그런 기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경우, 신화의 역기능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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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 - 방송 50주년 기념 작품
조동신 지음 / 리한컴퍼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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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사실화극 수사반장

 

이 책은?

 

이 책 수사반장MBC 수사실화극 <수사반장>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저자는 조동신, < 한국추리작가협회 황금펜상 수상등 다양한 이력이 있고, 많은 저서가 있다. 이외에 매년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다수의 장·단편 소설을 발표하며 2008KBS 이야기 발전소 출연, KBS 라디오 문학관 단편 [등패] 드라마 방영, 2014TVN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 사건구성 자문, 한국추리작가협회 사무국장 등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배우이며 탤런트인 최불암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아마 <전원일기>가 먼저 떠오를 것이고, 그 다음엔 <수사반장>일 것이다.

 

<드라마 [수사반장]197136일에 방영을 시작하여 19841018일에 종영되었다가, 시청자들의 성원으로 198552일에 다시 방영하여 19891012일까지 무려 880회에 걸쳐 방영되었다. 시대적 배경이 되었던, 70년대 말과 80년대 초 한국에서 있었던 강력 사건들을 모티브 삼아 제작되었다.>

 

당시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수사반장 (박반장) - 최불암 / 김형사 - 김상순

조형서 - 조경환 / 남형사 - 남성훈

 

여기 출연진과 배역을 소개한 이유는, 이 책을 읽을 때, 탤런트 얼굴을 떠올리면서 읽으면 훨씬 더 실감이 날 것으로 생각되기에 그렇다.

 

애거서 크리스티, <수사반장>에서 맹활약하다.

 

이 책에는 7개의 사건이 수록되어 있다.

<야구 모자>, <우편집배원>, <쥐덫>, <독살>, <바텐더>, <소도둑>, <미라의 저주>

 

<수사반장>에서 애거서 크리스티가 활약했다는 것, 알게 된다.

이중 몇 개의 이야기에 애거서 크리스티가 등장한다.

형사들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즐겨 인용하면서 수사에 참고한다는 사실, 흥미롭다.

 

먼저 <쥐덫>.

 

사건의 현장은 연극이 공연되는 극장. 이들은 연극 <쥐덫>을 열흘 동안 공연했고 그날이 마지막날이었다. (96)

연극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 배우 한 명이 살해된다.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형사진, 박반장은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할까?

 

박반장은 먼저 상연된 작품 <쥐덫>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한다.

 

<쥐덫>의 작품 개요를 이 책에 나온 정도만 소개한다.

 

이 작품은 1947년에 영국 왕비 메리의 팔순 생일 축하 선물로 크리스티 여사가 썼다.(107)

영국 시골에 있는 어느 여관이 폭설 때문에 완전히 고립됐는데, 그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105)  

런던에서 어느 날,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현장에 있던 목격자가 살인 용의자를 봤지만, 겨울이라 코트를 입고 모자도 써서 인상착의는 모른다. 그런데 그 살인 용의자가 수첩을 떨어뜨렸는데, 수첩에 현장의 주소가 적혀있었고, 또 다른 주소가 바로 그 여관이었다. (105)  

여관에 예약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드는데, 폭설로 여관이 고립되고 경찰에서 전화가 온다. 곧 형사를 여관으로 보내겠다고 한다.(105)  

그 형사는 스키를 타고 도착한다.

형사가 도착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런던의 그 살인 현장에 세 마리 눈먼 쥐라는 동요 가사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게 첫 번째 쥐다라는 말까지 있다. (106)

 

영국이랑 미국의 유명한 추리소설 중에는 동요를 사건 배경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가 그런 작가 중에서 제일 유명해요. <쥐덫>은 범인이 표적으로 삼은 사람이 셋이라서 세 마리 눈먼 쥐라는 노래 가사를 남긴 거죠. (108)

 

농장에서 학대당한 뒤 죽은 아이들의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132)

 

연극 <쥐덫>에 출연하는 배역은 다음과 같다.

 

몰리, 가일스, 트로터 형사, 크리스토퍼 렌,

보일 부인, 파라비치니, 메트카프 소령, 케이스웰

 

박반장은 연극 출연진을 배역에 따라 한 명씩 조사해가면서, 용의선상의 인물들을 추적해 나가는데.......

 

그 다음 이야기 <독살>에서도 크리스티가 등장한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 작품에서는 독으로 사람을 죽인 독살사건이 일어난다.

형사들이 독살사건을 해결하는데, 애거서 크리스티가 소환되어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서는 대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그리고 유산을 둘러싼 친척이나 친구들 간의 싸움이 자주 일어난다. 특히 크리스티는 간호사 출신이라 약을 잘 알았기 때문에 독살에 대한 소설을 많이 썼다. (137)

 

독살 하니까 크리스티가 생각나서요. 크리스티가 간호사 출신이라서 자기 작품에 나오는 살인이 대부분 독살이거든요. 거기다 독살은 여자의 범죄라는 말도 있어요. (142)

 

이 정도 크리스티의 작품을 배경으로 한 분석이 등장하면, <독살>에서 범인은 누구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용의자 중에서 여성을 주목하라!

 

크리스티의 비밀 서랍

 

순간, 그녀의 눈에서 빛이 났다.

맞다. 크리스티!”

또 애거서 크리스티야?”

크리스티 작품 중에, 비밀 서랍이 나오는 게 있어요!”

그래?”

비밀 서랍 안에, 다른 비밀 서랍이 있어요!” (172)

 

범인의 집을 수색했는데 증거물이 나오지 않는다. 화장대를 수색하며 비밀 서랍이 있는 것을 알고 거길 수색했지만 없었다. 그 때 크리스티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는다. 비밀 서랍 안의 또 다른 비밀 서랍, 거기에 증거물이 들어 있었다. (173)

 

그리스 신화의 창조적(?) 활용

 

그리스 신화가 재미있게 활용된 사례가 등장한다.

이 책의 <바텐더>라는 이야기에서, ‘디오니라는 술집 바가 등장한다. (197)

 

왜 그런 이름을 지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여기 등장하는 사건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니, 이 술집 이름도 실제 있었을 것이다.)

 

<바텐더>에서는 마약을 파는 사람들을 검거하는 이야기인데. 이런 대화가 오간다.

 

어디서 들었어? 그리고 임사장은 어디서 그걸 알아낸 거야?”

소스 보다, 더 센 걸 어떻게 알아냈나 봐요!”

웬 소스?”

제가 주는 약을 소스라고 불렀습니다!”

, 스테이크에 마약을 쳐서 먹기라도 했어?”

우리 가게 이름이 디오니잖아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줄여서 그렇게 지은 것이니까요.”

재미있네, 참 재미있어.” (201)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자기 이름이 갈가리 찢겨 디오니는 술집 이름으로, ‘소스는 마약의 이름으로 사용된 것을 알면? 기분 나쁘다고 술 한 잔 하지 않을까?

 

아무리 작은 거라도, 수사엔 단서가 된다.

 

수사관이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선,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직감이 놀랍다.

언뜻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형사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이는 게 틀림없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지만, 그들은 다르게 보고, 듣고, 거기에서 실마리를 찾아낸다.

6<소도둑> 편에서 곰탕과 설렁탕은 어떻게 다른가를 얘기하다가 꼬리곰탕이 나오게 되고, 결국 그 말이 실마리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박반장, 수사관은 언어에서 꼬리를 잡기도 한다. 직감이 발달한 게 분명하다.

 

다시, 이 책은?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작품집에는 <야구 모자>, <우편집배원>, <쥐덫>, <독살>, <바텐더>, <소도둑>, <미라의 저주>, 모두 7편의 사건이 실려 있는데. 그중에서 <야구 모자>, <바텐더>, <미라의 저주> 이렇게 세편은 연결이 된다. 이어진다.

 

첫 번째 이야기인 <야구모자>에서 일어난 사건, 주범은 잡히지 않고, 도주한다. 그런데 그 사건에만 매달려 해결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니 자연 수사팀의 힘은 분산이 될 수밖에. 그래서 그렇게 여기저기 다른 사건들을 해결하느라 바쁜 중에도 수사팀은 드디어 바텐더의 꼬리를 잡는 데 성공한다. 해서 드디어 일망타진, 수사팀에게 사건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수사반장>은 종영되었지만, 그 후로도 수사물은 계속하여 이름만 바꾼 채 방송이 되고 있다. 극은 실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니까.

그 반대로 생각하면, 극이 있으면  실제 사건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극중에 등장하는 수사관들과는 별개로 실제 수사관들은 실제 현장에서 오늘도 동분서주,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사건의 해결, 그 끝을 볼 때까지. 이 세상의 범죄들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줄어들거나, 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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