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세, 바다로
나카가미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20년 9월
평점 :
18세, 바다로
이 책은?
이 책 『18세, 바다로』는 소설집이다.
저자는 나카가미 겐지,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와카야마 현 출생으로 열여덟 살 때 동경으로 상경하여 한동안 재즈와 마약에 탐닉했다. 이 무렵 '문예수도' 동인으로 생계를 꾸려가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6년 『곶』으로 제74회 아쿠타가와 상을, 1977년 『고목탄』으로 마이니치 출판문화상과 예술선장 신인상을 수상했다. 「서울 이야기」 라는 중편소설을 쓸 만큼 한국에 각별히 관심이 있어 6개월가량 한국에 머물며 글을 쓰기도 했고, 윤흥길의 작품에 반해 그의 소설을 일본과 해외에 소개하기도 했다. 1992년 마흔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8세 / JAZZ / 다카오와 미쓰코 / 사랑 같은/
불만족 / 잠의 나날 / 바다로
이 책 소개에 의하면, < 『18세, 바다로』는 나카가미 겐지가 열여덟 살에서 스물세 살 때까지 쓴 ‘너무도 잔혹한 젊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다카오와 미쓰코」는 1979년 「18세, 바다로」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고 한다.
7편의 작품에서 특이한 점 하나가 발견된다.
소설에 이야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생각이 하염없이 흐른다.
소설의 얼개는, 화자는 어디론가 향하여 가고 있다.
바다로, 때로는 고향으로, 그리고 말해주지 않는 어떤 곳으로.
가는 동안, 화자는 생각의 바다 속을 헤엄친다.
이 소설은 우울하다. 화자의 마음에서 걸러낸 생각을 하나로 응축한다면, ‘우울’ 정(錠, tablet) 이다.
읽고 나니 우울하다. 저자가 목적한 바가 우울로 가는 길이었다면, 아주 훌륭하게 그 목적을 달성하고도 남았다.
그 우울의 증거를 몇 가지로 요약해보자
소설엔 거의 모두 자살한 사람들, 또는 사고로 죽은 사람들 얘기가 등장한다.
소설 속에 죽음이 들어있다, 그 죽음은 또한 거의 다 자살이다.
<18세>
그 여름에 아키히로가 죽었다. 벌써 몇 년 전 일인데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다. (15쪽)
이건 사고사다.
<다카오와 미쓰코>
동반자살이다. 다카오와 미쓰코는 동반자살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자살미수업’ 일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실제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사고 자살사(?)다.
<불만족>
실제 자살사건은 없지만, 생각 속에 자살이 등장한다.
자살한다. 내 몸이 산산히 분해되어 튄다. .......(143쪽)
<잠의 나날>
그해 삼월, 형이 갑자기 목매어 자살한 후,.....(158쪽)
<바다로>
요가 죽었어. 요는 브로마린을 먹고 죽었어. (221쪽)
죽음이라는 사건이 계속하여 주변을 맴도는 주인공들의 생각은, 과연 어떨까?
주인공들의 생각의 색깔은 어두움, 회색, 절망에 가까운 블루, 그것이다.
우울, 불안, 짜증, 혼돈, 불쾌, 지쳐있고, 나는 늘어져 있고, ......
해서 날씨조차 회색이다.
옅은 회색 하늘이 내 몸에 오돌토돌한 돌기를 만든다.(207쪽)
빛이 보이지 않는 일그러진 하늘이 비치고 있다. (207쪽)
이런 데는 카프카가 소환된다.
방안에서 불안에 몸이 옭매인 어느 날 갑자기 .....의심을 사 경찰에 체포된다는 카프카적인 나의 걱정도 없어질 것이다.(115쪽)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체포될 거라는 카프카적 불안 때문이다. (118쪽)
어느 날 갑자기 체포될 거라는 카프카적 불안도 있다. (121쪽)
또한 이런 상황을 그려내는 데는 그리스 비극이 아주 안성맞춤이다. 해서 저자는 그리스 비극과 비극적 인물들을 소환해 도처에 배치하여 우울의 효과를 더하고 있다. 그렇게 그리스 비극은 사용된다.
세계는
언제까지나
그리스 비극을 상연하고 있다. (219, 220쪽)
그밖에도 오이디푸스, 이카루스, 안티고네.......등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이 이 소설 속 화자의 가슴속으로 파고 든다.
다시, 이 책은?
다시, 이 소설을 우울하다. 읽고나니 우울한데, 쓰는 사람은 어땠을까?
아마 쓰기도 전 이런 내용을 가슴에 품고 있을 때부터 우울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소설을 쓸 때 18세였다니!
18세부터 23세 까지 쓴 것들이라니 그 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그런 안타까움이 드는데, 저자는 그런 주인공들을 가슴에 품고, 드디어 종이 위로 옮겨야 할 어떤 필연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본인의 것이든 또는 그 시대 다른 사람의 것이든.
해서, 이런 말은 그의 작품 세계, 더 나아가서 작품 속 주인공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18세, 바다로』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로 넘어가는 시대적 고뇌를 부둥켜안은 상태에서 동인지와 문학지에 시와 에세이를 발표하던 시절에 쓴 단편들을 묶은 소설집이다. (2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