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클래식 2 - 클알못에서 벗어나 클잘알이 되기 위한 클래식 이야기 이지 클래식 2
류인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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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꽤 오랜 시간 피아노를 배우고, 가까이하고 있어서 그런지 클래식을 좋아한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독주회나 오케스트라 연주회도 종종 가곤 했었지만, 워킹맘으로 살다 보니 책을 제외한 문화생활과 자연스레 담을 쌓게 되었지만 말이다.

나름 음악가들 그리고 그들의 음악과 꽤 친하다고 자부했던 사람 중 한 명인 데, 너무 한 시대(고전파나 낭만파?)의 유명한 음악가들만 알고, 현대 음악가는 완전히 문외한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알게 된(소설 제목이 음악가 이름이었음) 라흐마니노프나 드뷔시 같은 음악가들은 많이 낯설었다.

그래서 이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이지클래식이라는 이름답게, 클래식 작곡가와 그들의 음악을 좀 더 흥미롭고 쉽게 만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좋았다. 음악가의 생애뿐 아니라, 작곡을 하며 벌어졌던 이야기들처럼 어찌 보면 뒷얘기라고 해도 좋을 이야기들도 들어있기에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지 클래식의 장점은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음악을 바로바로 들어볼 수 있도록 QR코드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음악 자체가 짧은 건 짧지만(5분?) 긴 것은 50분씩 되기도 하기에...

작은 팁이라면 우선 QR코드를 찾아 음악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책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음악가도 만나고, 음악 감상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는지?

또한 클래식에 대한 상식을 풍부하게 해줄 내용들도 들어있다.

가령, 슈베르트의 숭어라는 곡이 있는데 그 곡의 원래 제목은 송어였다는 사실!

우리가 느끼기에 한 글자 차이지만, 어종뿐 아니라 실제적인 느낌 자체도 굉장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숭어는 바다 물고기, 송어는 민물고기라고 하는데... 슈베르트가 살았던 오스트리아는 바다가 아닌 민물이라고 하니... 숭어가 될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조금은 익숙한 음악가들을 지나 두번째 챕터부터는 클잘알을 위한 좀 더 익숙하지 않은 음악가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듣다보면 자연스레 클래식과 조금씩 가까워 질 수 있다.

베를리오즈, 그리그, 쇤베르크 등 비교적 현대에 가까운 작곡가들인지라 더 낯설기도 했지만, 막상 음악을 들어보며

그리 어색한 관계도 아니라는 사실!

(음악회에서 안들었을 뿐, 광고나 영화 혹은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만났던 음악들도 상당하다.)

재미있게 이 책을 읽고 나니, 1권이 궁금해졌다.

책을 따라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어느새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서 클잘알(클래식 잘 아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기도 하고 클래식에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안 비밀!

클래식에 관심을 갖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면,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소설책만큼 재미있는 음악가들의 이야기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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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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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4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단편집이다. 그래서 제목이 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인가 보다.

(계단실의 여왕은 마지막 이야기의 제목이다.)

네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이라면... 직접적인 범죄(살인 등)를 저지른 사람이 아닌, 누군가의 죽음의 동조 혹은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 대한 응징 혹은 복수의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인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은 딸의 유괴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범인은 주인공인 사이키에게 전화를 걸어서 매그놀리아 거리로 나오라고 이야기한다.

흔히 있는 돈을 노린 범죄는 아니었다.

결국 범인은 3개월 전 있었던 건물 옥상에서 자살하려던 사건을 지켜봤던 또 다른 목격자였다.

주인공 역시 그 사건 당시 근방에 있었고,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자살을 부추겼고 결국 옥상에 있던 남자는 뛰어내려 사망하게 된다.

직접적인 살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자살을 부추긴 사이키에게 모든 사람을 대표해서 죄를 묻고자 하는 오카모토의 모습 속에서 연예인 자살 사건 속 악플러들이 겹쳐져서 보였다.

두 번째 이야기인 밤에 깨어나는 어찌 보면 오해로 인한 범죄자로 몰리는 한 인물이 등장한다.

비슷한 나이에 백수라는 사실로 큰 의심을 받는 주인공.

과거 빨래방에서 같은 라인에 사는 옆집 여자의 속옷이 들어있는 줄 모르고 빨래를 돌렸다가, 그 여자로부터 속옷 도둑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여성을 향한 묻지 마 범죄가 벌어지자, 빵 공장에서 야간에 일하는 주인공을 향해 범인일지 모른다는 카더라 뉴스와 분위기들로 인해 오히려 범인이 아니지만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이 오해를 받을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세상 억울할 듯)

세 번째 이야기는 이 책에 들어있는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자살에 대한 죄가 큰 사람의 이야기다.

학창시절 왕따인 친구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서 결국 그 친구는 자살하게 된다.

장례식 당일, 외삼촌은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조카에게 도둑 누명을 씌운 범인들에게 복수를 선포한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후 사와이의 가족들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고들이 터진다.

결국 20년 전 그 일을 기억하는 사와이...과연 사와이는 가족들을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이야기는 사이가 좋지 않은 이웃의 계단 사고를 보고 지나친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발견 당시 신고했으면, 살 수 있을 텐데... 그녀와의 좋지 않은 기억이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녀를 짝사랑하는(스토커?) 남자와 계단에서 사고가 난 여자, 그리고 그녀의 이웃이자 발견자인 세 사람 사이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감정뿐 아니라, 선의로 한 수고가 오히려 악의로 돌아올 수 있을까 봐 방조하게 되는 이야기 속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네 개의 이야기 모두 왠지 모를 찝찝함을 벗어버릴 수 없었다.

직접적인 범인으로 단죄할 수는 없지만,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죽음의 인과관계 속에서 그들은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여죄의 크기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아마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기 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들이 더 많아진 세상을 살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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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은 내 이름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하워드 제이컵슨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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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셰익스피어 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호가스셰익스피어시리즈 두번째 책은 #베니스의상인 을 각색한 #하워드제이컵슨#샤일록은내이름 이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지만, 기본 줄거리 한 줄만 알고 있을 뿐, 읽어본 적이 없기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했다.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경우 원작의 줄거리를 이야기해주는데, 이 책은 원작이 마지막 장에 들어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히틀러와 유태인에 대한 책을 읽어서 그런지, 악독한 상인이자 유대인인 샤일록(그 상인의 이름일 줄이야...!)을 과연 어떻게 그렸을지 내심 기대가 되었다.(원작을 읽지 않아서...)

"자비의 특징은 강요된 게 아니라네... 자비의 보상을 바라면서 자비를 베풀지 말게.

자비는 거래가 아니니까. 그냥 자비를 위한 자비를 베풀게.

쉽지 않은 책이었다.

사실 원작인 베니스의 상인 역시 이해하기 쉽지 않았기에 더 그런 것 같다.

이 책을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유대인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편할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샤일록과 스트룰로비치 두 사람이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둘은 공동묘지에서 처음 만난다.

둘 다 사업을 하고 있고, 아내와의 교류가 사라졌으며, 딸을 키우고 있다.

사이먼 스트룰로비치는 자동차 부품사업을 물려받아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다.

유대인과의 결혼을 강요했던 아버지로부터 이교도와 결혼했음을 이유로 내쳐짐을 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재혼한 아내인 케이 코민 스키는 뇌중풍으로 쓰러졌다.

딸인 비어트리스는 유대인이 아닌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사랑의 도피를 떠났지만, 그 사실을 아내에게 이야기할 수 없어 가슴을 앓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부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반면, 샤일록은 같은 유대인이지만 스트룰로비치와 다르게 나눔에 인색한 사람이다.

그의 아내인 리아는 사망했다. 바로 둘이 만난 그 공동묘지가 리아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샤일록은 인색한 사람이지만, 그의 아내 리아를 정말 사랑했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나눌 아내가 떠난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힘들고 괴롭다.

어렵게 얻은 하나뿐인 딸 제시카는 유대인이 아닌 남자와 떠나면서, 엄마의 유품을 들고 도망갔다.

그리고 그 유품을 원숭이 아 바꿔치기까지 한다. 그는 답답한 마음을 전할 길이 없다.

또 한 사람인 플루러벨.

탐욕적이고,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예의 없고 부유한 상속녀이자 유명 프로그램 진행자인 그녀는 남자친구 당통을 이용해서 비어트리스의 도피를 돕는다.

문제는, 비어트리스가 도망친 남자가 그녀보다 두 배는 많은 나이에 이혼 경력이 있는 비유대인 축구선수 그래턴이라는 사실이다.

성인(16세)이 아닌 나이(15세)에 그래턴과 관계를 갖은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스트룰로비치는 당통과 플루러벨을 상대로 이 모든 사실을 폭로하고자 한다.

결국, 플루러벨과 당통은 비어트리스를 2주 안에 데리고 온다는 약속을 하고, 약속을 어길 경우 당통이 할례를 받기로 한다.

약속한 날이 오고, 비어트리스는 그들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당통은 수술을 위해 수술대에 오르고, 결과가 그들 앞에 주어지는데...

원작의 심장 근처의 살 한 파운드가 유대인의 할례의식(남자 성기 포경 같은)으로 개작되기는 했는데,

남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할례가 목숨의 위협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지 잘 모르겠다.

또한 원작의 샤일록처럼 정말 나쁜 놈으로 그리기에는 오히려 당통과 플루러벨이 더 질이 안좋아 보이는 건 내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일까? 싶기도 하다.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 자신의 종교적 이념을 딸에게 강요하는 것을 옳지 않겠지만 그런 두 아버지의 심경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 문화와 분위기에서 평생을 자라왔기에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몰인정하고, 인색하다는 느낌보다는 아버지로서 딸을 지키기 위한 선택(어느 아버지가 미성년자 딸이 이혼남에 여러 가지로 문제 많은 성인 남자와 성관계를 갖고 가출한 것에 아무렇지 않게 반응할 수 있을까?),으로 본다면 오히려 더 이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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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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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만 기다리면 되니 걱정할 필요 없다." 그가 말했다.

"한 시간 후면 다들 자유의 몸이 될 거다." "죽은 목숨이 될 수도 있겠지만."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제목만 읽어도 떠오르는 그가 맞다. 나치 총통 아돌프 히틀러.

유대인을 600만 명이나 죽인 그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토록 두려워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보니, 읽는 내내 주인공의 상태에 따라 나 역시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인 로자 자우어는 히틀러의 음식 감별사 10인 중 한 명이다.

히틀러가 음식을 먹기 전에, 음식에 독이 있는지를 시식해보는 사람이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음식 감별사가 낯선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왕의 음식을 먼저 먹어보는 기미 상궁이 있었으니 말이다.

배가 고프고, 허기 지지만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그녀들을 두려움에 떤다.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이지만, 그 음식이 오히려 죽음으로 이끌기도 하는 아이너리한 상황 속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베를린 출신인 로자는 상사인 그레고어와 결혼한 지 1년 만에 남편 그레고어가 전쟁터로 떠나게 된다.

공습으로 반공 호로 피한 로자 가족 중 폭격으로 로자의 어머니가 사망하고, 혼자 남겨진 로자는 결국 그레고어의 고향인 그로스 파르치에에서 시부모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러던 차에 로자는 히틀러 음식 감별사로 차출된다.

하루하루 죽음과 접하며 살아가던 로자.

그런 그녀에게 전해진 남편의 부상 그리고 실종 소식.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와서는 안되지만 다가온 비밀의 사랑.

10명의 음식 감별사 중에는 히틀러를 좋아하는 광신도들도 있었다.

물론 음식을 만드는 크뤼멜 조차도 말이다.

나치에 가담하고, 나치를 좋게 생각하고, 나치를 따르는 그들 모두가 악의 무리가 맞을까?

히틀러와 나치를 좋아했던 그들에게는 늘 나쁜 면만, 악한 면만 있는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고개가 갸웃해졌다. 악의 이중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것도 책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이 칼로 무 자르듯 선과 악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이중적인 면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인간은 모두 이런 이중적인 면은 가지고 있을 테니... (어느 누구도 완전한 선, 완전한 악은 없을 테니 말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되어 수령한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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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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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글을 읽는 게 약을 대신한다거나 몸을 낫게 해준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뭔가를 기대하게 하고 무언가와 맞서게 하는 힘을 길러 준다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아이가 용기를 얻을 거라 믿고 싶어요.

10년 전 태국으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다.

당시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인 그곳에는 미얀마로부터 도망친 많은 난민들이 있었다.

그들과 숙식을 같이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당시 그들을 위해 한국인 선교사 부부는 그들을 위한 학교 건립을 위해 애쓰고 계셨다.

이유는, 교육의 힘을 믿기 때문이었다. 비록 현재는 난민의 신분으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갈 것이니 열심히 공부하여 지식을 습득하여 나라와 민족을 위해 영향력 있는 사람들로 양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캄보디아의 쓰레기 마을인 스퉁 민체이.

기 림과 상 리 부부는 어린 자녀 니사이를 키우며 쓰레기를 주워 살고 있다.

오염된 곳에서 살다 보니 니사이는 계속 설사와 배앓이를 하고 있고, 그들 부부 또한 사는 것이 너무 열악하다.

기 림은 쓰레기를 줍던 중 책 한 권을 얻게 되고, 니사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편, 집세를 받으러 다니는 렌트 콜렉터 소피프 신은 암소라는 별명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집세를 독촉하는 표독스러운 여인으로 악명이 높다.

기 림은 일을 하다 머리를 다치고, 남은 집세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상 리.

니사이에게 상 리가 책을 보여주는 장면을 본 소피프는 주저앉아 운다. 소피프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기 림은 소피프에게 글 배우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만, 니사이에게 글을 가르쳐서 자신들과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게 하고픈 엄마 상 리는 그런 소피프에게 글을 가르쳐주길 부탁한다. 그리고 소피프가 과거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피프는 그녀에게 수업료 대신 몇 가지의 조건을 제시한다.

고급 술 한 병, 필기도구, 숙제를 꼭 해 올 것.

소피프에게 글을 배우고, 문학을 접하게 되면서 상 리에게는 작지만 꾸준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잘못된 것을 알지만, 소리 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까?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과 운 좋은 뚱보의 물건을 훔쳐 가는 소년의 죽음 앞에서 상 리와 기 림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못되길 바랐던 그들을 바라보며 그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운 눈물이 흐른다.

그들은 점점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원래 그들은 참 좋은 사람이었지만, 생활에 치이고 환경에 치여서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공부시간이 늘어날수록, 소피프와 상 리는 서로를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된다.

소피프의 삶의 남겨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까지도 말이다.

자신의 삶으로 정신이 없던 끔찍한 며칠이 지나고, 상 리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뚱보에게 소피프가 남기고 간 공책 한 권을 받아든 상 리는 편지 한 장을 발견한다.

그리고 소피프가 남기고 간 그녀의 책을 읽으며, 그녀의 삶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결국 소피프를 찾아 나선 상 리는 그녀가 왜 문학 교수가 아닌 집세 수금원의 삶을 살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녀가 남긴 글을 읽으며 책 속 노파와 코끼리 이야기에 뜻을 깨닫게 되는 상 리는 결국 소피프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인 글이어서 그런지, 더 와닿는 느낌이 강렬했다.

끔찍한 상황 속에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픈 엄마의 마음도, 자신의 잘못과 상처 때문에 안락했던 삶을 포기한 그녀의 모습도, 너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스퉁 민체이 사람들도...

안타깝고 화가 나지만 그 모든 것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힘이 내게도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그럼에도 상 리가 꿈꾼 희망이 닫혀있던 소피프의 마음을 열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한 상 리 가족의 사진을 보며, 그들에게 또 다른 희망의 싹이 맺히고, 열매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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