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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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글을 읽는 게 약을 대신한다거나 몸을 낫게 해준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뭔가를 기대하게 하고 무언가와 맞서게 하는 힘을 길러 준다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아이가 용기를 얻을 거라 믿고 싶어요.

10년 전 태국으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다.

당시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인 그곳에는 미얀마로부터 도망친 많은 난민들이 있었다.

그들과 숙식을 같이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당시 그들을 위해 한국인 선교사 부부는 그들을 위한 학교 건립을 위해 애쓰고 계셨다.

이유는, 교육의 힘을 믿기 때문이었다. 비록 현재는 난민의 신분으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갈 것이니 열심히 공부하여 지식을 습득하여 나라와 민족을 위해 영향력 있는 사람들로 양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캄보디아의 쓰레기 마을인 스퉁 민체이.

기 림과 상 리 부부는 어린 자녀 니사이를 키우며 쓰레기를 주워 살고 있다.

오염된 곳에서 살다 보니 니사이는 계속 설사와 배앓이를 하고 있고, 그들 부부 또한 사는 것이 너무 열악하다.

기 림은 쓰레기를 줍던 중 책 한 권을 얻게 되고, 니사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편, 집세를 받으러 다니는 렌트 콜렉터 소피프 신은 암소라는 별명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집세를 독촉하는 표독스러운 여인으로 악명이 높다.

기 림은 일을 하다 머리를 다치고, 남은 집세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상 리.

니사이에게 상 리가 책을 보여주는 장면을 본 소피프는 주저앉아 운다. 소피프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기 림은 소피프에게 글 배우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만, 니사이에게 글을 가르쳐서 자신들과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게 하고픈 엄마 상 리는 그런 소피프에게 글을 가르쳐주길 부탁한다. 그리고 소피프가 과거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피프는 그녀에게 수업료 대신 몇 가지의 조건을 제시한다.

고급 술 한 병, 필기도구, 숙제를 꼭 해 올 것.

소피프에게 글을 배우고, 문학을 접하게 되면서 상 리에게는 작지만 꾸준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잘못된 것을 알지만, 소리 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까?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과 운 좋은 뚱보의 물건을 훔쳐 가는 소년의 죽음 앞에서 상 리와 기 림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못되길 바랐던 그들을 바라보며 그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운 눈물이 흐른다.

그들은 점점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원래 그들은 참 좋은 사람이었지만, 생활에 치이고 환경에 치여서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공부시간이 늘어날수록, 소피프와 상 리는 서로를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된다.

소피프의 삶의 남겨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까지도 말이다.

자신의 삶으로 정신이 없던 끔찍한 며칠이 지나고, 상 리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뚱보에게 소피프가 남기고 간 공책 한 권을 받아든 상 리는 편지 한 장을 발견한다.

그리고 소피프가 남기고 간 그녀의 책을 읽으며, 그녀의 삶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결국 소피프를 찾아 나선 상 리는 그녀가 왜 문학 교수가 아닌 집세 수금원의 삶을 살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녀가 남긴 글을 읽으며 책 속 노파와 코끼리 이야기에 뜻을 깨닫게 되는 상 리는 결국 소피프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인 글이어서 그런지, 더 와닿는 느낌이 강렬했다.

끔찍한 상황 속에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픈 엄마의 마음도, 자신의 잘못과 상처 때문에 안락했던 삶을 포기한 그녀의 모습도, 너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스퉁 민체이 사람들도...

안타깝고 화가 나지만 그 모든 것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힘이 내게도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그럼에도 상 리가 꿈꾼 희망이 닫혀있던 소피프의 마음을 열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한 상 리 가족의 사진을 보며, 그들에게 또 다른 희망의 싹이 맺히고, 열매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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