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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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 발간 15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책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으며(남. 여 버전) 여러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같은 제목의 타 작가의 소설을 먼저 만난 터라,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는 어떨지 내심 궁금했다.

여기 연상의 여인을 좋아하는 두 남자가 있다. 코우지와 토오루로 둘은 고등학교 때 급속도로 친해졌다.

20대의 두 남자는 또래보다 연상을 좋아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연상의 매력은 천진난만함에 있단다.

토오루에게는 코우지 외에 누구도 모르는 큰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토오루는 40대의 시후미와 연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시후미는 남편도 있고, 자신의 일도 있는 여성이다.

그리고 그녀는 토오루 엄마의 친구이기도 하다.

시후미와 시간을 보낸 날이면, 토오루의 모든 것은 그 일로 가득 찬다.

음악회를 가서 음악을 들으면 하루 종일 귓가에 음악이 가득하고, 같이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으로 가득해진다.

음악이 좋아서, 음식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안에 시후미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 의미 없는 시후미의 행동 하나하나가 토오루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그녀에게 푹 빠져있기에 그럴 것이다.

또 다른 친구 코우지는 동년배의 여자친구 유리를 만나면서, 30대의 유부녀인 키미코와 연인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쉽지 않다. 코우지가 느끼기에 키미코는 악마다. 그녀의 요구를, 행동을 버릴 수 없도록 자신을 조종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키미코로 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돈을 받게 되는 코우지는 극도로 화가 난다.

그녀와 함께하는 그 시간들이 좋을 뿐인데, 마치 성매매를 하는 듯한 선물에 기분이 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미코는 20대 애인 코우지가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선물을 살 수 없었기에 돈을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코우지의 반응에 키미코 역시 마음이 상하고, 이런 상황 속에서 코우지는 답답하기만 하다.

가정 있는 여자와 젊은 남자의 사랑이라는 주제는 어찌 보면 내로남불일지도 모르겠다.

팩트만 보자면, 불륜!이라는 두 글자 외에 다른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물론 그들 4명의 관계가 단지 성적인 부분만의 관계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들 안에 담겨있는 상실의 다른 형태가 또 다른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는지...?

그럼에도 그들의 사랑을 내 기준에서 인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15년 전 출간된 소설임에도 현재에서도 쉽지 않은 사랑이다.

당시였다면 얼마나 쇼킹한 모습이었을까?

비 내리는 도쿄타워의 모습과 코우지. 토오루의 모습이 겹쳐지는 건 소설 속 그들의 성장의 눈물과 닮아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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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이야기 1 - 너와 보낸 계절들 돌베개 그래픽노블 & 논픽션 시리즈 만화경
상수탕 지음 / 돌베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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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이야기 속 개 철수는 어린 시절 내가 키웠던 뽀삐와 다롱이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있던 터라, 우리 집 문 옆에도 두 마리의 개집이 있었다.

학교 가는 길에 늘 달려 나왔던 내 어린 시절 기억의 한편에 같이 자리 잡고 있는 두 아이들 말이다.

아마 개를 키웠던 집이라면, 누구나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더 그리운 추억이 아니지 싶다.

동생이 얼마 후 태어나는 해수는 현재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심심한 시골 생활 속에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생긴다. 엄마 개에게서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작은 강아지.

낑낑거리는 강아지가 불쌍한 해수는 집 안에서 키우고 싶지만, 할아버지는 반대다.

하루 이틀 함께 지내며 해수는 강아지에게 철수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철수와 해수는 그렇게 가족이 된다.

아직 어린 해수는 어린이집에 다닌다. 어린이집이 끝나면 철수와 함께 동네를 누비며 이곳저곳으로 뛰어논다.

산도 가고, 강도 가고 철수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무척 즐겁다.

엄마가 보고 싶긴 하지만, 철수가 있으니 덜 외롭다.

물론 철수와 다니며 사고를 치기도 하다. 산에 놀러 갔다가 비를 흠뻑 맞은 날. 철수는 해수에게 땅을 파서 삼을 깨준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한 삼도 두 뿌리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혹시 산삼을 발견한 건가?! 했는데... 알고 보니 삼 밭이었다는 반전 아닌 반전.)

물론 뒷수습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할아버지가 전화로 주인에게 수습을 하고, 해수가 들고 온 삼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전부이니 말이다.

물을 싫어하는 철수는 더운 날도 강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철수와 같이 놀고 싶은 해수는 물에 빠진 척하며 철수를 부르는데...

그림으로 만나는 철수와 해수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글로 읽는 책과 또 다른 맛이 있다.

아마 글로 된 책이었다면, 내 어린 시절 추억을 이끌어내는데 시간이 좀 더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 다롱이가 그림 속 철수와 많이 닮았다.)

철수와 함께 한 시간들을 통해 나 역시 다롱이, 뽀삐를 추억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1이라는 글자가 있듯이, 2권도 있다고 하니 다음 권에서 철수와 해수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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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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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 깜냥을 만나니, 동생네 검은 냥이 쉬야가 생각난다.

물론 깜냥이와 달리 쉬야는 시크한 매력이 있다. 집사 1인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는 도도함을 가졌으니 말이다.

짧지만, 재미있는 책이었다.

읽다 보면 깜냥이 특유의 대사들에 익숙해져 모르게 따라서 말하는 나를 발견하니 말이다.

"제가~는 싫어하지만..."

고양이는 개와 다르게 시크하고 독립적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해결사 깜냥은 말만 시크할 뿐 마음 가득 배려가 몸에 밴 신사 고양이였다.

우연히 하루 신세 지기 위해 들어간 아파트 관리사무소(경비실)에서 재워주기 힘들다는 경비 할아버지의 말에도 아무렇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를 펴고 눕는 패기 한번 보소!

또한 잠을 방해하는 인터폰 소리에 결국 출동하는 깜냥은 그 상황을 또 그냥 넘기지 못한다.

부모님 없이 아이들만 놀고 있는 (인터폰으로 장난전화를 한 고약한) 형제들의 집으로 찾아가 혼내기보다는(혼내려고 갔지만ㅎ) 같이 놀아주고, 책을 읽어주고, 간식도 먹어주는 따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위층에서 시끄러워 못 살겠다는 아래층의 민원을 받고 방문한 집의 여자아이가 대회를 준비하며 막춤을 추는 것을 보고 솔직히 평가하고 자신의 실력을 전수해 주기도 한다.

아마 누구나 이런 깜냥의 방문과 함께 진심 어린 행동을 겪게 되면, 당연히 깜냥의 팬이 되지 않을까?

깜냥을 통해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주는 분들(택배아저씨, 경비 아저씨 등)의 모습 또한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의 책이라고 하지만 함께 읽어도 좋겠다.

의외로 어른들의 책보다 분명한 교훈을 선사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책이 오히려 더 와닿기도 하니 말이다.

(돌려 말하지 않는 센스는 어린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강점이 아닐까?)

깜냥의 이야기에 1번이 붙어있는 걸 보면, 앞으로도 더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리고 절대 겸손하지 않은 고양이 깜냥.(장난전화 형제가 주고 간 선물을 자신의 가방에 넣으며 하는 말을 보면 자신의 인기를 당연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인 건지, 사람의 말을 하는 고양이인 건지(후자겠지만) 깜냥의 매력에 빠지기에는 결코 짧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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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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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겠지만, 나도 이 책에 저자처럼 그림책은 아이들만이 읽는 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예쁜 그림을 좋아하는 동생은 성인임에도 그림체가 예쁜 그림책을 참 잘 샀었고, 그런 동생을 보며 애도 없으면서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나 역시 그림책에 대한 기억은 어린 시절이 전부니 말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자연스레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반강제적으로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 때도 상당했고, 때론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빌릴 뿐이지 아이가 아닌 어른에게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요 근래에 만나게 되는 책들 중에, 그림책을 매개로 하는 장르를 종종 접하게 된다.

대부분의 저자는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었다. 아마 그녀들도 나처럼 아이를 키우며 접하는 그림책에서 발견한 묘한 교훈이나 공감, 눈물 등을 경험하고 그것을 혼자만 갖기 안타까웠던 것은 아닐까?

'혼자' 와 '함께'는 동시에 있을 수 없지만, 서로 자리를 바꿀 수는 있다.

오히려 '홀로' 와 '함께' 사이를 빈번하게 오갈수록 우리는 더 강해지고,

우아해질지도 모른다.

다만 그걸 위해서는 내 코가 빨개졌다는 걸 보여주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비록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자가 읽고 느끼고 소개해 주는 그림책을 한 권씩 만날 때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어떤 책을 만나게 될까 내심 궁금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책 중에는 내가 만났던 책도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 그 책 속에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었나!'싶었던 경우도 있었고, 나도 이 책을 한 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었다.

그림책이 어른들의 책 보다 좀 더 명확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짧은 페이지에 정확한 메시지를 전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체면을 따지고, 돌려서 말하고, 참으라 하고, 버텨야 하는 삶을 사는 어른들에게 아이들보다 더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아이는 그림책을 통해 교훈을 맛보고, 어른은 그림책을 통해 위로를 맛보는 것 같다.

한때 그림책들의 주인이었던 어른들인 우리에게 저자가 주는 먹먹함 속에 빠져, 나 또한 오랜만에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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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노답 - 인생은 원래 답이 없다
구본경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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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도, 행복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것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막상 우리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 삶에서는 다르게 적용된다.

나 자신에게 상처 주고 있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는 이 책의 제목이 참 와닿았다.

근데, 알고 있는데 우린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좀 더 성공하고 편안한 삶. 남보다 더 괜찮은 삶을 찾기 위해, 그 해답을 내가 먼저 얻고자 발버둥 치지 않나?

저자의 인생 고백이 내 삶과 겹쳐져서 그런지 읽는 내내 공감 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내 이야긴가 싶기도 했다.

나 역시 수능을 망쳤고,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고, 재수를 할 수 없었다.

수능을 망치고, 좋은 대학을 못 가면 망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대학생활은 즐겁지 않았다. 내 인생은 실패했다는 자괴감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단지 대학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언제나 내 선택은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거나 경쟁률이 낮은 것을 고르는 경향이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대학이 얹히니 내 선택의 폭은 더 좁아졌다.

도전하기보다는, 실패하지 않는 길을 찾아다니다 보니 내가 원하던 삶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지닌 사람의 변화에 대해서 말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이 있고, 각자의 답을 지니고 있을 뿐이라는 것.

남의 인생이 그렇게 살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걸어갔다고 그것이 꼭 정답이나 모범답안은 아니라는 것.

묘한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말이었다.

우리는 일류대를 나와서, 대기업에 취업하고, 억대 연봉을 받고, 남부럽지 않게 사는 삶을 소위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가기 위한 그들의 노하우를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들의 삶에 만족할까?

저자는 치아교정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와 별명에 상처 입은 이야기를 꺼낸다.

원하는 외모를 가지게 되었지만, 또 다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단다.

사람의 욕심이 제대로 표현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하나를 이루면, 또 다른 뭔가를 갖고 싶어 할 테니 말이다.

결국은! 내가 원하는 무엇인가를 이루어도 또 다른 욕구가 생기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루는 것보다 내 마음을 먼저 다잡는 것이 아닐까?

인생에는 여전히 답이 없고, 내 인생은 오늘도 힘들다.

그리고 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힘은 결국 나에게 있고, 나만이 해결할 있다.

저자의 경험들이 다른 누군가에겐 도전이 될 것이고, 나에겐 위로가 되었다.

덕분에 내 삶에 대해 마냥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살기보다는 나만의 답을 다시 한번 찾아보자는 생각을 다잡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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