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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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겠지만, 나도 이 책에 저자처럼 그림책은 아이들만이 읽는 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예쁜 그림을 좋아하는 동생은 성인임에도 그림체가 예쁜 그림책을 참 잘 샀었고, 그런 동생을 보며 애도 없으면서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나 역시 그림책에 대한 기억은 어린 시절이 전부니 말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자연스레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반강제적으로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 때도 상당했고, 때론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빌릴 뿐이지 아이가 아닌 어른에게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요 근래에 만나게 되는 책들 중에, 그림책을 매개로 하는 장르를 종종 접하게 된다.

대부분의 저자는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었다. 아마 그녀들도 나처럼 아이를 키우며 접하는 그림책에서 발견한 묘한 교훈이나 공감, 눈물 등을 경험하고 그것을 혼자만 갖기 안타까웠던 것은 아닐까?

'혼자' 와 '함께'는 동시에 있을 수 없지만, 서로 자리를 바꿀 수는 있다.

오히려 '홀로' 와 '함께' 사이를 빈번하게 오갈수록 우리는 더 강해지고,

우아해질지도 모른다.

다만 그걸 위해서는 내 코가 빨개졌다는 걸 보여주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비록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자가 읽고 느끼고 소개해 주는 그림책을 한 권씩 만날 때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어떤 책을 만나게 될까 내심 궁금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책 중에는 내가 만났던 책도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 그 책 속에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었나!'싶었던 경우도 있었고, 나도 이 책을 한 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었다.

그림책이 어른들의 책 보다 좀 더 명확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짧은 페이지에 정확한 메시지를 전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체면을 따지고, 돌려서 말하고, 참으라 하고, 버텨야 하는 삶을 사는 어른들에게 아이들보다 더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아이는 그림책을 통해 교훈을 맛보고, 어른은 그림책을 통해 위로를 맛보는 것 같다.

한때 그림책들의 주인이었던 어른들인 우리에게 저자가 주는 먹먹함 속에 빠져, 나 또한 오랜만에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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