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고양이 깜냥을 만나니, 동생네 검은 냥이 쉬야가 생각난다.
물론 깜냥이와 달리 쉬야는 시크한 매력이 있다. 집사 1인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는 도도함을 가졌으니 말이다.
짧지만, 재미있는 책이었다.
읽다 보면 깜냥이 특유의 대사들에 익숙해져 모르게 따라서 말하는 나를 발견하니 말이다.
"제가~는 싫어하지만..."
고양이는 개와 다르게 시크하고 독립적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해결사 깜냥은 말만 시크할 뿐 마음 가득 배려가 몸에 밴 신사 고양이였다.
우연히 하루 신세 지기 위해 들어간 아파트 관리사무소(경비실)에서 재워주기 힘들다는 경비 할아버지의 말에도 아무렇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를 펴고 눕는 패기 한번 보소!
또한 잠을 방해하는 인터폰 소리에 결국 출동하는 깜냥은 그 상황을 또 그냥 넘기지 못한다.
부모님 없이 아이들만 놀고 있는 (인터폰으로 장난전화를 한 고약한) 형제들의 집으로 찾아가 혼내기보다는(혼내려고 갔지만ㅎ) 같이 놀아주고, 책을 읽어주고, 간식도 먹어주는 따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위층에서 시끄러워 못 살겠다는 아래층의 민원을 받고 방문한 집의 여자아이가 대회를 준비하며 막춤을 추는 것을 보고 솔직히 평가하고 자신의 실력을 전수해 주기도 한다.
아마 누구나 이런 깜냥의 방문과 함께 진심 어린 행동을 겪게 되면, 당연히 깜냥의 팬이 되지 않을까?
깜냥을 통해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주는 분들(택배아저씨, 경비 아저씨 등)의 모습 또한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의 책이라고 하지만 함께 읽어도 좋겠다.
의외로 어른들의 책보다 분명한 교훈을 선사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책이 오히려 더 와닿기도 하니 말이다.
(돌려 말하지 않는 센스는 어린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강점이 아닐까?)
깜냥의 이야기에 1번이 붙어있는 걸 보면, 앞으로도 더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리고 절대 겸손하지 않은 고양이 깜냥.(장난전화 형제가 주고 간 선물을 자신의 가방에 넣으며 하는 말을 보면 자신의 인기를 당연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인 건지, 사람의 말을 하는 고양이인 건지(후자겠지만) 깜냥의 매력에 빠지기에는 결코 짧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