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1 - 중국사의 시작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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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풀 줄기와 거북 등 껍데기 따위에 길흉을 맡긴단 말이냐?

인간사는 인간에게 달렸다. 나아가는 데 길이 있고, 싸워 이기면 길(吉) 하다.

사마천의 사기는 아마 세계사를 배웠다면 누구나 알고 있을 중국의 대 역사서이다. 근데, 방대한 역사를 기록했다는 것과 함께 사마천이 끔찍한 형벌(궁형)을 당했음에도 사기를 기록했다는 사실로 더 유명하기도 하다. 사실 역사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실행하기에는 그 분량이 실로 어마어마하기에 엄두가 안 났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이희재 화백에 의해 만화로 그려진 사마천의 사기를 접할 기회가 생겼다. 만화로 읽기에 조금은 편안하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만화라고 하지만, 쉽게 볼 수는 없는 것이 역사서를 만화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고심하며 그림으로 표현했는지, 나 역시 책을 읽으며 한 컷 한 컷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사기를 읽지 못한 상태이기에, 원전의 내용이 얼마나 담겨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강태공, 관중과 포숙의 이야기처럼 익숙한 역사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흥미가 생긴다. 만화로 그리기에 한계가 있기도 하고, 글로 장황하게 묘사된 부분을 만화의 몇 컷으로 표현하다 보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종종 있었고,(갑자기 모르는 이름이 등장해서 앞뒤를 찾아도 없는 경우가 있었다.) 대사나 표현 자체가 아이들이 보기에 다소 수위가 높은 부분도 있기에 만화라고 어린아이들에게 보여주기는 조금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중국사의 시작이라는 이름과 함께 요순시대 이야기가 등장한다. 당연히 세습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덕치로 백성들을 이끌 인물들을 찾아서 선양했다는 내용이 참 놀라웠다. 조금의 이익만 있더라도 자녀에게 물려주고자 혈안이 된 요즘 우리의 모습과 비교하면 정말 부끄러울 뿐이다. 물론 그 이후 세습제가 자리 잡고, 이어갔다고는 하지만 첫 모습이 아름다웠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것일까? 물론 지금은 사기 속처럼 독재나 전제왕권 시대는 아니지만, 자신의 권력을 바탕으로 선정을 베풀기보다는 자기 배만 채우는 주왕 같은 모습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현대 역사에서 만났던 혁명들도 당시 고통받고 산 백성들과 같은 형태에서 일어난 것일 테니,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과거 학창 시절 역사를 배울 때 백이와 숙제 이야기가 등장했다. 충신이자 지조와 의리를 지킨 인물들로 말이다. 당시 배경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던 내용이었는데, 사실 이번에 사기를 통해 만난 백이와 숙제의 모습을 보며 과연 지조의 의리를 지키는 게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주왕의 패악과 폭정을 일삼았고, 그런 폭정에 반발해 일어난 것이 무왕의 정권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사마천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백이와 숙제 이야기 다음에 나온 그림을 보면 공자와의 이야기(물론 공자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니라, 공자의 가르침을 통해 깨달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를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되니 말이다.

이 책은 사기의 모든 이야기를 꼼꼼히 읽으려는 사람보다는, 원전 사기를 읽고 싶지만 부담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글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빠르고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만화 사기를 읽고 더 궁금증이 생겨 원전 사기를 보게 되면 더 좋을 것이다. 2권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대된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3672)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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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줘서 고마워 -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 두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의사의 기록
오수영 지음 / 다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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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면서 소나기가 내리치는 상황이

하늘의 '실패'가 아니듯 (곧 더 맑은 하늘이 펼쳐진다)

적어도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합병증이 생기는 것은 누구의 '실패'가 아니다.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 어린 시절부터 나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임신하면 어떤 기분일까? 배가 점점 불러오는 건 어떨까? 출산은 정말 끔찍하게 아플까?...

이 모든 것을 꽤 오래 상상해왔지만, 막상 내게 닥친 결혼과 임신. 출산은 내 상상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원하던 시기에 아이가 생겼고, 임신의 모든 일정을 하나하나 거치던 어느 날. 내게도 "고위험 산모"라는 이름이 붙었다. 임신 중반 했던 임신성당뇨 검사에서 재검이 떨어졌고, 재검 결과 하루 7번 혈당 테스트를 해야 하는 임당 산모가 된 것이다. 임당 재검과 확정 판정을 받은 후 몇 주 간 정말 많이 울었다. 아이가 잘못될까 봐 걱정되다 보니, 먹는 양을 극도로 조절했고(태어나서 이렇게 빡빡한 다이어트는 처음이었다.), 원래 살이 있던 체격이었지만 출산 당일 0.8kg밖에 찌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 이 한 줄을 임신 기간에 읽었다면 아마 지금보다 덜 우울하고 미안해하며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또한 실패와 성공이라는 단어를 과연 임신과 출산에 붙이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 또한 해봤다.

저자는 15년 차 산부인과 의사로 이 책에는 그동안 만났던 임신과 출산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든 상황이 다 긴급하고, 어렵지 않은 상황이 없겠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묘한 위로가 된 것도 사실이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모든 탄생은 다 경의롭고, 소중하겠지만 특히 오랜 기다림과 어려움 속에서 만났던 경우들이 대부분인지라 더 극적인 건 같다.

특히 탯줄이 4번이나 감겨있었으나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에게 저자가 기적이나 은혜라는 이름이 어울리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 이름이 생각났다. 나 역시 엄마가 몸이 약해 내 위로 자연유산이 여러 번 되었고, 나 역시 임신 초반 유산기가 있어서 맘고생을 많이 하면서 출산했기에 할아버지가 내 이름을 그 아이처럼 지어주셨기 때문이다.

아이와 산모 역시 고생이 많지만, 저자의 삶을 보고 놀라움을 넘어 고마움을 느꼈다. 사실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저자도 아이가 둘이고, 첫째 아이의 글이 제일 앞장에 실려있다.),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경외감마저 느껴졌으니 말이다. 글로 만나기에 조금은 덤덤해 보이지만, 생사의 순간을 기록한 이야기인지라 어느 하나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마치 의학드라마 수십 편을 본 기분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힘들게 태어났지만 일찍 천사가 되는 경우도 있었고, 미숙아 쌍둥이 중 하나를 희생하고 하나만 살게 되는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기 전에는, 임신= 출산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보고, 책을 통해 만나보니 건강하게 출산하고 양육한다는 것은 기적이고 큰 복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그저 그렇게 태어나는 존재가 없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소중한 사람 중 한 명이고, 당신이 이렇게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고 기적이라는 사실 또한 이야기해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아무쪼록 저자의 손을 통해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일구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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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엄마의 캠핑카 - 미대륙 9,000킬로미터 세 남매 성장기
조송이 지음 / 가디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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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과 육아... 몇 년 사이에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리고 내가 감당해야 할 짐은 생각지도 못하게 커졌다. 일명 워킹맘이 되고 나서 매일매일이 결심의 나날들로 바뀌었다. 등원과 출근, 퇴근과 하원은 늘 한 세트로 움직여야 하고 퇴근 후 남은 집안일을 보며 때론 한숨이 푹푹 나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이가 하나임에도 이렇게 벅찬 하루하루가 이어지는데, 아이 셋과 함께하는 미국 일주라니...! 그것도 아빠 없이 엄마와의 여행 말이다. 어떤 원더우먼이기에, 아이 셋을 데리고 3개월간 미국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내심 궁금했다.

그녀가 여행을 선택한 계기는 버라이어티하지 않았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좀 서먹하고, 늘 나누는 대화의 한정으로 뭔지 모를 안타까움이 쌓이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아껴두었던 육아휴직 카드를 썼다. 그리고 아이 셋을 데리고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런저런 여건으로 여행지가 추려지게 되고, 결국 선택한 곳은 미국이었다. 물론 너무 바쁜 남편은 동행할 수 없다.(다행 중 하나라면 친정엄마가 함께 했다는 사실...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아이들과 함께 미국의 이곳저곳을 다니는데, 국립공원이나 캠핑 위주로의 여행이 그려지는 것 같다. 아마도 자연을 밟으며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느끼기를 원하는 엄마의 바람이 담겨 있어서 그런 것일까?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며,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소위 "럭셔리 여행"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아이들과 24시간을 함께 하며 정말 곳곳을 실제로 경험하는 "실제 여행"이 담겨있어서 신선했다. 또한 이곳저곳 여행을 하며 저자가 느꼈던 팁도 중간중간 담겨있기 때문에 혹시 저장과 같이 RV 차를 이용한 캠핑을 준비한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 3명과 어른 2명의 여행인지라, 짐을 싸는 것부터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순간순간 어려움을 겪은 일보다는 배우고 익히고 즐거웠던 성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보는 내내 나 또한 또 다른 교훈을 얻게 되었던 것 같다.

자녀는 떠나보내기 위해 키운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순리라 믿는다.

자녀 양육의 목적은 떠나보냄이지만 이 험한 세상에 그냥 내던져 둘 수는

없기에 잘 떠나보내려고 이토록 죽을 둥 살 둥 최선을 다해 키운다.

이번 여행도 더 멀리 안전하게 떠나보내기 위해 튼튼한 날개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리라고.

나 역시 이 말에 크게 공감한다. 하지만, 막상 아이라 하는 행동 하나부터 열까지 불안하고, 더 해주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선배 엄마의 여행기를 읽으며, 나 또한 내 아이를 진짜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 또한 생겼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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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 소용돌이 안내소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전화영 옮김 / 직선과곡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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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셨습니까?"

갑자기 당산이 이 한마디를 듣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아마 자신이 가장 집중하고, 마음이 쓰이는 것을 떠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 역시 이 질문을 듣고 순간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말이다.

소토마키와 우치마키라는 이름의 쌍둥이 할아버지를 만나면 당신도 이 질문을 들을 것이다.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각자 자신이 가진 문제들 속에서 마음이 쓰이지만,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 놓인 사람들 말이다.

우연한 기회에 뭔가를 찾다가 책 속 등장인물들은 가마쿠라 소용돌이 안내소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쌍둥이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던 중,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게 되고 그 순간 소용돌이와 함께 암모나이트(?) 소장이 등장한다. 각 문제에 대한 한 줄의 답변과 함께 소장이 들어간 항아리를 보다 보면 주인공에게 알맞은 무언가가 보인다. 바로 보인 그것이 그의 고민을 해결할 열쇠(아이템)가 되어주고, 함께 주는 소용돌이 캔디는 열쇠를 돕는 무언가가 된다.

그때는 기뻤다. 신고가 여느 아이와 다른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남들과 같지 않다며 불안에 떤 것이.

남들 다 하는 평범한 일을 평범하게 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엄마에 입장이어서 그런지 두 번째 대학에 가지 않고 유튜버가 되겠다는 아들 신고의 문제에 답답함을 느끼는 엄마 아야코는 유명하다는 신사로 가족여행을 계획하게 되고, 남편의 갑작스러운 일정 덕분에 아들과 둘이 여행을 떠난다. 신고는 풍수점이라는 가게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 (소원을 이뤄주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사고자 엄마와의 여행을 떠난데 비해 아야코는 신고의 마음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돌리고자 하는, 서로 다른 생각으로 여행을 떠난다. 풍수점을 찾다 우연히 만나게 된 소용돌이 안내소. 그리고 아야코는 쌍둥이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해결된 듯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선물로 받은 캔디를 받고 밖으로 나오자 눈앞에 풍수점이 있다. 그런데, 감쪽같이 사라진 안내소를 보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나온 것 같은데 거의 흐르지 않은 시간에 내심 안도하기도 한다.

다음날 소용돌이 캔디를 주머니에 넣은 채, 쇼핑몰에 갔다가 우연히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를 발견한다. 아이에게 전날 받은 캔디를 주려다가 너무 어린 듯싶어 이미 뜯은 사탕을 자신의 입에 넣는다. 그 순간 울던 아이에게서 자신의 아들 신고의 어릴 적 모습을 보게 된 아야코. 잠깐이지만 신고를 키우며 처음 먹었던 자신의 옛 기억을 찾게 된다. 과연 아야코는 신고의 진로를 자신의 생각대로 바꿀 수 있을까?

시간도, 내용도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미묘하게 연결되는 무언가가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이런 고민을 해결할 시작점이 될 소용돌이 안내소가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사실 소용돌이 안내소에서 하는 일은 어찌 보면 크지 않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해결점은 결국 본인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좀 더 극적으로 일깨워줄 뿐이다. 하지만 때론 그런 동기부여나 변곡점이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쌍둥이 할아버지와 암모나이트 소장님이 있는 소용돌이 안내소를 나 역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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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엄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
장해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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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평생 엄마의 어떤 마음은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엄마는 늘 내 뒷수습을 해주는 사람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지금도 집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레 나는 엄마에게 SOS를 한다. 스스로 해결해야지 생각하지만, 왠지 엄마의 손이 닿으면 어렵고 낯선 문제도 쉽게 해결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얼마 전 마음이 수습 안될 정도로 힘든 날이었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런 얼굴로, 이런 감정으로 아이 하원은 도저히 시킬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그나마 거리상으로 더 가까이 있던 아빠가 아이를 하원 시키고, 나는 지하철 한 정거장을 일찍 내려 잠깐의 마음 다독임의 시간을 가졌다. 집에 돌아가 엄마를 보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는 그런 나를 포근히 안아주며 기도해 주셨다. 성인임에도, 아이를 낳은 엄마임에도 나는 어린아이처럼 엄마 품에서 한동안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엄마가 해주는 반찬을 먹으며, 감정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딸에게 엄마는 참 여러 가지 감정을 들게 만드는 존재다. 물론 엄마에게 딸도 그런 존재일 테지만...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의 인생이 눈에 들어왔다. 집안일도 당연히 엄마가 해야 하는 것이라는 못된 생각을 가지고 살다 결혼을 했다. 근데 막상 살아보니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 모든 게 엄마의 시간이고 눈물이고 땀이었다.

엄마도 나처럼 하고 싶은 게 참 많았을 텐데... 엄마도 힘들고 마음이 어려울 때가 많을 텐데...

엄마의 엄마는 이제 더 이상 세상에 계시지 않기에, 엄마는 누구에게 위로를 받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엄마와 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한 엄마. 아이들을 못 보고 사는 시간들이 엄마에게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젊은 시절 누구보다 꾸미기를 좋아했던 엄마. 옷장 가득 색색의 예쁜 옷과 구두. 립스틱... 그런 엄마가 귀농을 하면서 엄마 장롱 안에 들어있는 옷은 저자가 입다가 처분하려던 옷뿐이라는 사실에 몹시 당황한다. 엄마의 재혼. 엄마와 사는 남자라는 생각에 재혼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새아버지가 생기니 저자는 불편하고 감정이 편하지 않다. 그런 딸과 남편 사이에서 속이 썩는 엄마. 오랜만에 장만한 새 옷의 색이 예쁘다는 외할머니의 말에 바로 벗어 드리는 엄마. 그 옷을 사면서 며칠을 고민해놓고 선뜻 벗어주는 엄마를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르는 딸. 친정에 가면 좀 쉬었으면 싶지만, 걸레부터 찾아들고 엉덩이 붙일 새도 없이 일하는 엄마...

저자는 그런 엄마와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엄마를 향한 감정을 드러낸다. 엄마 앞에서는 툴툴대고, 화도 냈지만 그건 민망함과 미안함의 다른 표현이었다는 사실. 엄마도 알고 있겠지? 엄마도 알아야 할 텐데...

제목처럼 엄마도 엄마의 인생을, 엄마의 시간을, 엄마의 모든 것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엄마! 나도 엄마를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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