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줘서 고마워 -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 두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의사의 기록
오수영 지음 / 다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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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면서 소나기가 내리치는 상황이

하늘의 '실패'가 아니듯 (곧 더 맑은 하늘이 펼쳐진다)

적어도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합병증이 생기는 것은 누구의 '실패'가 아니다.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 어린 시절부터 나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임신하면 어떤 기분일까? 배가 점점 불러오는 건 어떨까? 출산은 정말 끔찍하게 아플까?...

이 모든 것을 꽤 오래 상상해왔지만, 막상 내게 닥친 결혼과 임신. 출산은 내 상상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원하던 시기에 아이가 생겼고, 임신의 모든 일정을 하나하나 거치던 어느 날. 내게도 "고위험 산모"라는 이름이 붙었다. 임신 중반 했던 임신성당뇨 검사에서 재검이 떨어졌고, 재검 결과 하루 7번 혈당 테스트를 해야 하는 임당 산모가 된 것이다. 임당 재검과 확정 판정을 받은 후 몇 주 간 정말 많이 울었다. 아이가 잘못될까 봐 걱정되다 보니, 먹는 양을 극도로 조절했고(태어나서 이렇게 빡빡한 다이어트는 처음이었다.), 원래 살이 있던 체격이었지만 출산 당일 0.8kg밖에 찌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 이 한 줄을 임신 기간에 읽었다면 아마 지금보다 덜 우울하고 미안해하며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또한 실패와 성공이라는 단어를 과연 임신과 출산에 붙이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 또한 해봤다.

저자는 15년 차 산부인과 의사로 이 책에는 그동안 만났던 임신과 출산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든 상황이 다 긴급하고, 어렵지 않은 상황이 없겠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묘한 위로가 된 것도 사실이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모든 탄생은 다 경의롭고, 소중하겠지만 특히 오랜 기다림과 어려움 속에서 만났던 경우들이 대부분인지라 더 극적인 건 같다.

특히 탯줄이 4번이나 감겨있었으나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에게 저자가 기적이나 은혜라는 이름이 어울리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 이름이 생각났다. 나 역시 엄마가 몸이 약해 내 위로 자연유산이 여러 번 되었고, 나 역시 임신 초반 유산기가 있어서 맘고생을 많이 하면서 출산했기에 할아버지가 내 이름을 그 아이처럼 지어주셨기 때문이다.

아이와 산모 역시 고생이 많지만, 저자의 삶을 보고 놀라움을 넘어 고마움을 느꼈다. 사실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저자도 아이가 둘이고, 첫째 아이의 글이 제일 앞장에 실려있다.),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경외감마저 느껴졌으니 말이다. 글로 만나기에 조금은 덤덤해 보이지만, 생사의 순간을 기록한 이야기인지라 어느 하나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마치 의학드라마 수십 편을 본 기분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힘들게 태어났지만 일찍 천사가 되는 경우도 있었고, 미숙아 쌍둥이 중 하나를 희생하고 하나만 살게 되는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기 전에는, 임신= 출산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보고, 책을 통해 만나보니 건강하게 출산하고 양육한다는 것은 기적이고 큰 복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그저 그렇게 태어나는 존재가 없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소중한 사람 중 한 명이고, 당신이 이렇게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고 기적이라는 사실 또한 이야기해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아무쪼록 저자의 손을 통해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일구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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