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풀 줄기와 거북 등 껍데기 따위에 길흉을 맡긴단 말이냐?
인간사는 인간에게 달렸다. 나아가는 데 길이 있고, 싸워 이기면 길(吉) 하다.
사마천의 사기는 아마 세계사를 배웠다면 누구나 알고 있을 중국의 대 역사서이다. 근데, 방대한 역사를 기록했다는 것과 함께 사마천이 끔찍한 형벌(궁형)을 당했음에도 사기를 기록했다는 사실로 더 유명하기도 하다. 사실 역사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실행하기에는 그 분량이 실로 어마어마하기에 엄두가 안 났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이희재 화백에 의해 만화로 그려진 사마천의 사기를 접할 기회가 생겼다. 만화로 읽기에 조금은 편안하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만화라고 하지만, 쉽게 볼 수는 없는 것이 역사서를 만화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고심하며 그림으로 표현했는지, 나 역시 책을 읽으며 한 컷 한 컷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사기를 읽지 못한 상태이기에, 원전의 내용이 얼마나 담겨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강태공, 관중과 포숙의 이야기처럼 익숙한 역사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흥미가 생긴다. 만화로 그리기에 한계가 있기도 하고, 글로 장황하게 묘사된 부분을 만화의 몇 컷으로 표현하다 보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종종 있었고,(갑자기 모르는 이름이 등장해서 앞뒤를 찾아도 없는 경우가 있었다.) 대사나 표현 자체가 아이들이 보기에 다소 수위가 높은 부분도 있기에 만화라고 어린아이들에게 보여주기는 조금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중국사의 시작이라는 이름과 함께 요순시대 이야기가 등장한다. 당연히 세습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덕치로 백성들을 이끌 인물들을 찾아서 선양했다는 내용이 참 놀라웠다. 조금의 이익만 있더라도 자녀에게 물려주고자 혈안이 된 요즘 우리의 모습과 비교하면 정말 부끄러울 뿐이다. 물론 그 이후 세습제가 자리 잡고, 이어갔다고는 하지만 첫 모습이 아름다웠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것일까? 물론 지금은 사기 속처럼 독재나 전제왕권 시대는 아니지만, 자신의 권력을 바탕으로 선정을 베풀기보다는 자기 배만 채우는 주왕 같은 모습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현대 역사에서 만났던 혁명들도 당시 고통받고 산 백성들과 같은 형태에서 일어난 것일 테니,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