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퐁텐 우화 - 상상력을 깨우는 새로운 고전 읽기
장 드 라 퐁텐.다니구치 에리야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김명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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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이 나타나서 비둘기를 겨냥했을 때 개미가 사냥꾼의 발등을 문 것이

은혜를 갚으려고 한 것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과란 돌고 도는 것이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그렇게 서로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우화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단연 이솝이다. 근데, 이솝우화가 상당히 오랜 옛날인 기원전 6세기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상당히 놀란 기억이 있다. 그 옛날부터 풍자와 우화가 등장했다는 사실 말이다. 이솝 우화는 누구가 익숙하지만, 라퐁텐 우화는 어떨까?

17세기 프랑스 시인이자 동화 작가인 장 드 라 퐁텐은 이솝 우화에서 영감을 받아 좀 더 깊은 풍자적 우화를 발표한다. 이 책은 라 퐁텐 우화를 기반으로 19세기 삽화가 구스타브 도레의 삽화를 담아 저자 다니구치 에리야가 현대적 성격으로 재 탄생시켰다. 3개의 파트로 나뉘어 각 주제에 맞는 우화들을 만날 수 있다. 읽다 보면 익숙한 우화들도 있고,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만나기도 한다. 라퐁텐이 쓴 우화를 재해석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이야기 말미에 저자의 말 같은 이야기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우화만 읽으면 그저 옛날이야기 혹은 그냥 머릿속에 떠도는 교훈 정도로 마칠 수 있지만, 저자에 의해 다시 해설된 부분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 번 더 교훈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동물들을 빗대었다고는 하지만 아이와 함께 읽기엔 조심스러운 이야기들도 있다. 당연 우화 속에는 세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풍자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 담긴 뜻을 찾아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여러 편의 이야기 중에 특히 와닿는 이야기들이 꽤 있었다. 기억나는 한편은 독수리가 되고자 한 까마귀라는 제목의 우화였다. 독수리가 양을 잡아가는 걸 본 까마귀는 자기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맛본 양고기가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있는 터라, 까마귀는 기왕이면 더 크고 튼실한 양을 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는 자신이 독수리가 아닌 까마귀라는 것이었다. 독수리처럼 큰 날개도, 날카로운 발톱도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까마귀는 독수리가 했듯 가장 큰 양의 등허리를 움켜잡는다. 아무리 날갯짓을 해도 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설상가상 까마귀 발톱이 양털에 엉키게 되고, 양들이 놀라 날뛰는 바람의 우리의 욕심 많고 분수를 모르는 까마귀는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다.

또 다른 한 편은 태산의 해산이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상당히 짧은 이야기지만, 안에 담긴 교훈은 무시할 수 없다.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며 태산이 해산을 한다. 사람들은 큰 소리에 기대를 품고 태산의 주위로 모여든다. 엄청난 아이가 태어날 거라는 기대 말이다. 하지만 태산이 낳은 것은 작은 쥐 한 마리일 뿐...

태산 주위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실망하고 만다.

과연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앞장만 읽었을 때는, 태산이 엄살을 부렸다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큰 산이 큰 신음소리와 고통 속에서 낳은 게 겨우 작은 쥐 한 마리이니 말이다. 하지만 작가가 생각한 교훈은 달랐다. 아무리 작은 생명일지라도 세상에 태어날 때는 누군가의 고통이 필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대놓고 교훈을 드러내지 않지만, 작품 속에 지혜를 때론 신랄한 풍자를 담고 있는 우화만의 장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에는 우화만 담겨 있지 않다. 이솝우화와 라퐁텐 우화를 비교하는 글도, 비평가들을 향한 글도 등장하니 말이다. 그리고 동물과 인간이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도 있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저 주변을 장식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주인공만 달라졌을 뿐, 우리의 전래동화(금도끼 은도끼) 같은 이야기도 담겨 있다보니 문화는 달라도 우화나 동화에 담겨있는 교훈은 같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봤다.

지혜와 풍자, 세대는 다르지만 인간사는 다 비슷하다는 생각 또한 다시금 불러일으킨 재미와 감동을 다 잡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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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러시아 고전산책 5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김영란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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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트라는 제목이 참 낯이 익다.(물론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대부분 파우스트 하면 동의어(?)로 떠오르는 이름이 괴테일 텐데, 같은 제목의 이 책의 저자는 이반 투르게네프 라는 러시아 작가다. 낯설지만, 러시아에서는 3대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상당히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세상에는 참 유명한 작가들이 많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도 엄청 유명한 작가들이 많은데, 외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와 같은 느낌일 듯 하지만 말이다.)

이 책에는 이반 투르게네프의 단편소설 3권이 담겨있다. 세 번의 만남, 파우스트, 이상한 이야기까지... 괴테의 파우스트는 못 읽어본 터라, 과연 둘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내심 궁금했지만 비교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 아쉽다. 3편 각자의 느낌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첫 번째 담겨있던 세 번의 만남이라는 작품이 참 재미있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인연과 첫눈의 반한다는 것이 주는 놀라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어느 여름 사냥을 나갔던 나는 우연히 저택을 지나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여성의 음색을 듣고 놀란다. 2년 전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듣고 반해버린 그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를 처음 본 나는 그녀의 목소리와 얼굴을 본 순간 첫눈에 반해버린다. 하지만 그녀가 누군지 찾을 수 없던 나는 그 마음을 접고 소렌토를 떠나게 된다. 2년 후 다시 마주친 그녀 옆에는 애인인 듯한 한 남자가 있었다. 한편, 나와 다시 마주친 그녀는 말을 타고 급히 떠나게 되고 그녀를 수소문하게 되고 자을 서치고 새벽에 저택으로 향한다. 저택의 하인인 노인 루키야느이치에게 그녀에 대해 물어보지만 그는 말만 둘러 될 뿐이다. 다음 날 다시 마주친 루키야느이치에게 자신 또한 비슷한 집을 짓기 위해 참고한다는 핑계를 대며 저택으로 들어선다. 바로 한눈에 반한 그녀의 자취를 찾고자 말이다. 하지만 루키야느이치에 의해 그 또한 별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고, 며칠 후 다시 찾은 저택에서 루키야느이치의 자살 소식만을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4년 후 겨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가면무도회에 참석한 나는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이야기하게 되는 나는 그녀에게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과연 그 둘은 각자의 존재를 진심으로 깨달을 수 있을까?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주인공이 혹시 스토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첫눈에 반한 그가 했던 행동이 당시 분위기에서는 놀라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만남 안에 담긴 반전! 이 있어서 한 번 더 놀라웠지만 말이다.

사랑에 빠지면 하지 않던 행동도 할 수 있고, 없던 용기도 생기는 것일까? 그녀를 향해 하는 행동과 세 번째 만남에서 내가 그녀에게 보였던 모습들... 이후를 상상하고 싶지만 너무 아쉽게 마무리되는 상황들이 애처로웠다. 꽤 오랜 시간에 걸쳐 그 감정을 고수했으면서 마지막에 그렇게 포기할 수 있을까?ㅠ 왠지 용기 있게 나서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단편 소설임에도 상황에 대한 묘사나 이야기들이 교차하며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물론 독자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이 다 다를 테지만, 이 책에 담겨있는 세 편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작가도, 등장인물의 러시아 이름도, 작가에 의해 펼쳐지는 소설 속 이야기들도 신선한 기분이 가득할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괴테의 파우스트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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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2 - 춘추시대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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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화백의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두 번째 책은 춘추시대 이야기다. 잊혔던 한자 시간에 배웠던 이야기들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되살아난다. 중국 역사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학창 시절에 배운 지식 또한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서 흩어져 있다 보니 연표가 없었다면 나오는 이야기들이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책 제일 뒤편에 중국사 연표가 있으니 참고하면서 읽어나가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춘추시대는 과거 세계사 시간에도 상당히 많은 나라가 등장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역시나 책이나 그림지도로 언급한 나라들이 상당하다. 만화기에 그래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고 나름의 재미를 맛볼 수 있는데, 다행히 중간중간 지도를 통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그려져 있기에 한결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미천한 지식에 얼마 전 손대기 시작한 삼국지가 겹쳐지니, 헷갈림은 배가 되었다는 사실! 아무래도 애매하게 아는 것이 더 어려운 뜻인 듯싶다.

춘추전국시대의 각 나라들은 자기들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담합하기도, 서로 견제하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의 삼국시대 역시 연합되었다 견제했다를 반복했던 역사를 봐와서 그런지 낯설지 않다. 통일국가가 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또한 술수로 상대를 간파하는 책사의 역할 또한 상당한 역할을 했다. 각 나라의 지도자(제왕)들뿐 아니라 타 국과 본 국의 상황을 저울질하며 그에 맞는 계책들 통해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장면들을 통해 한층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무리 책사들이 상황에 맞는 정확한 의견을 내놨 을지라도 제왕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지만 말이다. 또한 책사의 간언을 방해하는 간신들 또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런 간신들 뒤에는 뇌물을 통해 간신들을 움직이는 또 다른 책사가 있다는 사실!

그 옛날 중국의 역사임에도 현재와 다르지 않은 상황들이 펼쳐지는 것을 보면,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같은 것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자신의 이익이 국가의 미래보다 우선이 되면 결국 나라는 망하게 되어있는 게 아닐까? 왜 역사를 통해 현재 우리의 상황을 되짚어보고 교훈을 삼아야 하는지, 만화를 통해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2권에서는 공자와 노자에 이야기, 와신상담이라는 고사 성어에 얽힌 부차와 구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서로 그 많은 고난을 이겨내고 복수를 이뤄내지만, 책사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큰 그림을 생각하지 않은 경우) 훗날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덕치의 길이 쉽지 않다는 생각 또한 해봤다. 허리를 낮추고 겸손하게 행동하던 사람임에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목에 힘이 들어가고, 간언을 무시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치일까? 아무리 현명한 사람도 한결같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그런 상황에 놓이면 바로 변할 것 같지만 말이다.

과연 3편에는 사기의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벌써 기대가 된다. 역사를 통해 현재를 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4696)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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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 기후변화부터 자연재해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공존 플랜 서가명강 시리즈 11
남성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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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의 절반 가까이를 환경 관련 봉사활동을 했다. 사실 뭐 거창한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당장 코앞의 봉사점수를 채울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근데 매달 서클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오염과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았다. 한동안 잊힌 기억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이의 동화책을 읽다 보니, 한 번씩 가슴을 울리는 내용들이 있었다. 동물원 이야기도, 생태계 파괴 이야기도, 그저 책 속 이야기로 치부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오늘도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기에 무시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으니 말이다.

서가 명강 11번째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지구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를 봐도 재난 영화에 크게 동하는 나이기에, 저자인 남성현 교수의 첫 대목에 소설처럼 빠져들었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들에 대한 이야기로 책의 처음을 열었기 때문이다. 지진, 해일, 화산 폭발, 홍수, 태풍... 재난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들 말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그런 자연재해에 맞서 결국 사라 남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감동과 울컥하는 무언가를 자아내지만, 이 책 속에서는 지극히 팩트! 그 모든 재해를 불러일으킨 당사자가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에 대해 수치와 근거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디서나 쉽게 접했던 그 지구온난화와 1도가 주는 엄청난 결과들에 대해 저자의 설명을 읽다 보니 나 편하자고 방치한 결과들이 쌓여 우리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었다.

물론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를 일으킨 원인만 이야기하고 끝나지 않는다. 우리의 현실을 일깨워주고 그에 대한 방안과 함께 바다를 통한 해결책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아마 확실한 원인을 꽤 많은 분량을 들여 설명해 준 것이 마지막 장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역시 과학자답게 근거자료와 연구를 통해 해양과학의 발전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전제는 우리의 인식 제고이다. 인식의 제고를 넘어서 실제 삶의 변화를 이룩해야 한다. 한두 사람의 노력이 아닌, 절대다수의 노력이 지구의 시계를 멈추지 않을 수 있다.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최대한 자제하고, 나 편하자고 낭비하는 것들을 줄이는 것.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고 가까운 거리는 차보다는 걷는 것. 어쩌면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그것에서부터 지구 온난화의 속도는 늦춰질 수 있다.

지구는 아무런 전조 없이 우리에게 무작정 재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전조를 잘 파악하고(그에 따라 기술의 진보가 필요하다.) 미리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결과가 계속 일어나지 않도록 인간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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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Art & Classic 시리즈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제딧 그림, 김난령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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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어린 시절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주인공 이름이 도로시라는 것 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다. 머릿속 지우개가 있나 보다. 조금 커서 지나가다 얼핏 읽은 책에 오즈의 마법사가 실은 진짜 마법사가 아니라는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어렸을 때 읽은 게 1도 기억 안 났던 게 맞다.)

어른이 된 지금 새롭게 만나는 "오즈의 마법사"는 어떨까? 기왕이면 아이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림이 있는 양장본이 좋겠었는데 제딧 작가의 일러스트가 함께 만나서 더 예쁘게 만날 수 있었다.

캔자스에 사는 도로시는 갑자기 불어닥친 회오리바람에 집안에 있던 토토를 구하러 갔다가 집과 함께 먼치킨의 나라로 날아간다. 아침에 눈을 뜬 도로시는 북쪽 마녀와 먼치킨들의 환대를 받게 된다. 바로 도로시의 집에 깔려 동쪽의 나쁜 마녀를 죽었기 때문이다. 졸지에 도로시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마녀로 여겨질 뻔했지만(도로시는 참 정직하다.), 자신의 존재를 정확히 밝히며 자신을 다시 캔자스로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동쪽 마녀를 죽이며 얻게 된 은 구두와 함께 북쪽 마녀는 도로시의 이마의 키스를 해주며, 오즈의 나라의 최고의 마법사인 오즈에게 부탁을 하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렇게 도로시와 개 토토는 캔자스로 돌아가기 위해 오즈의 나라를 향해 가게 된다.

 

                    

그러던 중 장대에 매달린 허수아비를 만나게 되는 도로시는 허수아비를 내려주게 되고, 짚만 가득한 허수아비의 신세한탄을 듣게 된다. 자신에게 뇌가 있다면, 좀 더 지혜로운 생각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허수아비의 말에 도로시는 자신과 함께 오즈의 나라로 가자는 제안을 하고 허수아비는 도로시의 여정에 동행하기로 한다.

같이 길을 가던 중 이상한 신음소리를 듣게 되는 도로시와 허수아비. 그 소리는 양철나무꾼이 내는 소리였다. 녹이 슬어서 움직일 수 없는 양철나무꾼의 몸에 기름칠을 해주자 다시금 몸을 움직이게 되는 양철 나무꾼은 도로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원래 사람이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로 한 약속을 방해한 나쁜 마녀 때문에 몸을 전부 잃게 된 양철 나무꾼은 다시금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심장을 갖길 소원한다.

마지막 동행자인 사자는 겁이 많다. 사자는 동물의 왕이라고 하지만, 작은 동물들이 옆에 오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통에 용기를 얻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이야기하며 도로시 일행에 합류하게 된다.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 도로시 일행. 그때마다 허수아비의 지혜, 양철나무꾼의 따뜻한 마음, 사자의 용기 덕분에 어려움 앞에서도 수월하게 길을 떠나게 되고 결국 오즈의 나라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마법사 오즈는 마지막 남은 서쪽의 나쁜 마녀를 죽여야 넷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이야기를 전하게 되고, 결국 도로시 일행은 서쪽의 나쁜 마녀를 향해 길을 나서게 된다.

                            

제목을 봤을 때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은 단연 "오즈" 같이 보인다. 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도로시와 친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여정 속에서 도로시와 친구들은 오히려 원하는 것을 스스로 얻게 된다. 어쩌면 공동체 생활이나 위험 등의 요소가 있었기에 그들이 성장할 수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매번 그들의 여정을 방해하는 상황들이 생기고, 함께하는 동료를 잃어버릴 위험 속에서 그들은 때론 어쩔 줄 몰라 하며 길을 계속 가기도 한다.(물론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그때마다 또 다른 도움의 손길들 덕분에 무사히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실체가 밝혀진 오즈의 마법사에 의해 허수아비와 사자 그리고 양철나무꾼은 원하는 것을 얻게 되고(플라시보 효과지만.. ㅋ), 마지막 도로시의 소원은 갑작스러운 토토의 행방불명으로 실패하게 된다.

결국 남쪽나라의 마녀 글린다를 찾아가는 도로시와 친구들은 그 길에서 또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무사히 남쪽나라 여왕을 만나게 된다. 오즈의 마법사가 떠난 에메랄드 시의 지도자가 된 허수아비. 윙키들의 나라 서쪽 땅의 지도자가 된 양철 나무꾼. 망치머리 언덕 너머 숲 짐승들의 임금이 된 사자.




                                

처음부터 답은 도로시에게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몰라서 상당한 시간을 흘려버리게 된 셈이었지만 그 덕분에 친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소원을 이루며 살 수 있게 된다. 위기는 성장을 일으킨다. 도로시와 친구들의 여정에 다시금 동참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함께 그려진 그림 덕분에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다. 어른이 돼서 다시 만난 오즈의 마법사는 그 어느 때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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