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스토리콜렉터 9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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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천성이 사냥개로 사냥감을 찾아서 모는 것이 즐거워 어쩔 줄 모른다.

단, 보통 형사는 다리품을 파는 데 반해 부스지마는 오로지 말을 사용한다.

처음 접하는 부스지마 시리즈다. 전 편을 보니 작가이자 형사라니... 무려 투잡인 건가? 이번에도 역주행 각이 확실하다. 이 작품이 전 작보다 먼저 일어난 일이라고 하니, 시간상으로는 오히려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을 읽고 "작가 형사 부스지마"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근데 부스지마 마사토는 또 특이한 캐릭터를 가졌다. 그동안 만났던 추리소설의 형사들의 경우 아주 준수하고, 냉철하고, 외모도 잘 가꾸는 완벽한 인간인 경우가 상당했다. 당연히 천재적인 추리력은 기본 옵션이고 말이다. 근데 이 소설의 주인공 부스지마는 형사로써는 최고다. 맞는 사건마다 해결을 척척해내니 말이다. 근데, 내부 영업력은 빵점이다. 소위 재수 없는 캐릭터다. 말투부터 매를 부른다고 해야 할까? 근데 이렇게 능력 있는 형사가 경부보다. 아소반 소속인 부스지마의 상사는 아소반장이다. 근데 부스지마가 2년 선배다. 아소가 특별히 능력이 뛰어나서 승진을 한 거라기보다는, 부스지마 자체가 승진에는 관심이 없다. 승진을 하게 되면 실제 사건을 직접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데 그것만 봐도 정말 독보적인 캐릭터다.

도쿄 지요다구 오테마치에서 두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둘 사이에 개연성이 없어 보이지만, 사건에 집중하는 이유는 황거(일왕의 거주지) 근처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두 건의 살인사건에서 사용된 총기가 같은 종이라는 것에 따라 연쇄살인사건이라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총기의 경우 다크 웹(인터넷 지하 세계)을 통해 거래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거래된 총기의 경우 적발이 쉽지 않다는 사실에 수사본부는 고민에 휩싸인다. 드디어 등장하는 주인공 부스지마는 두 건의 살인사건의 개괄을 본 후 방송을 통해 범인을 잡고자 한다. 결국 다음 날 톱기사로 오테마치 살인사건을 오테마치의 테러리스트라는 제목으로 내보내게 되고, 범인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범인은 29살의 취준생이자 현재 중국요리점인 샹하이루에서 주방보조로 일하는 가쿠 쇼사쿠였다. 꽤 알아주는 대학을 다녔지만, 졸업을 앞두고 리먼 사태로 인한 취업난이 벌어진다. 시간을 벌어보고자 2년 동안 대학원에 진학하지만, 졸업 후 결국 알바로 생활을 연명하게 된다. 나름 알아주는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는 과신하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가쿠는 자신이 저지른 사건이 뉴스에 크게 보도되자 인정받는 듯한 기분에 흥분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가쿠를 잡기 위해 부스지마가 뿌린 미끼에 불과하다. 부스지마는 가쿠의 그런 움직임을 짐작하고 오히려 범인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하급 계층의 양아치에 변변한 직장도 없는 사람일 거라고 인터뷰를 한다. 부스지마의 인터뷰를 본 가쿠는 흥분에 휩싸여 또 다른 피해자를 찾기 시작하고, 결국 부스지마가 놓은 덫에 걸리고 만다. 하지만 가쿠의 범죄 이면에는 공범(혹은 교사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과연 공범인 교수의 정체는 누구일까?

책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모두 교수라는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자신의 모습은 드러내지 않으며 교묘히 누군가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 한참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N번방 사건속 가해자와 왠지 닮아있다. 다행이라면 소설 속 부스지마는 결코 호락호락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병맛인 부스지마라서 오히려 사이다라고나 할까? 조금만 겸손해도 좋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부스지마 캐릭터가 더 맛깔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싶다.

부스지마와 교수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다. 역시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는 사회가 소설의 대가가 맞는 것 같다. 이제 작가로 변신한 부스지마를 만나러 가봐야겠다. 작가가 돼도 여전히 캐릭터는 건재하겠지? 은근히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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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물들다 - 세상 서쪽 끝으로의 여행
박영진 지음 / 일파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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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금지된 코로나19 시대를 보내고 있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여행에 대한 갈급함이 심하다. 사실 갓난쟁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근처 공원을 나가는 것도 괜스레 조심스럽고 자제하는 터인지라 더욱 그런 것 같다. 다행이라면 여행서나 여행 에세이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보니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고나 할까?

한참 버킷리스트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때론 여행이 삶의 윤활유가 되어주기도 하기에 마냥 힘들다고만 할 수 없기도 하잖은가? 때론 지독히 고생스러운 여행도 나중엔 추억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나 역시 버킷리스트에 여행이 담겨 있었고, 그중에서도 유럽여행을 꼭 한번 하고 싶었다. 한참 유명했던 크로아티아나 체코, 이탈리아나 그리스 등을 고민하며 혼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어렸을 때는 재정적 문제가, 나이가 드니 시간적 문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다.

이 책 또한 유럽의 포르투갈에 대한 여행 집이다. 사실 포르투갈 하면 떠오르는 게 그리 많지 않다. 내 기억에 포르투갈 하면 2002년 월드컵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여전히 내게 포르투갈은 월드컵밖에는 기억나는 게 없었을 것 같다. 포르투갈의 물들다의 저자는 현직 여행사 대표다. 외국에서 오래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여행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랜 기간 준비해서 창업을 했다고 한다. 저자가 과거에 경험했던 포르투갈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서들과는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안내서와 에세이의 합작이라고 할까? 포르투갈의 여행하기 좋은 도시에 대한 설명과 함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때론 맛집도 소개해 주고, 유명 인사가 다녀간 숙소나 카페 등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는데 그 안에 풍성한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물론 객관적인 여행서라고 보기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서 에세이 같은 느낌도 든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 역시 순례길은 스페인에만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 프랑스 생 장에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800km를 순례길이라고 이야기하니 말이다. 근데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순례길은 50개가 넘는 길이 존재하고, 포르투갈에서 출발하는 순례길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순례길을 걸으며 경험했던 이야기를 책 속에 펼쳐놓는다. 보통 포르투갈의 순례길은 리스본에서 파티마까지로 스페인의 순례길이 노란색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포르투갈은 파란색이 함께 표시되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스페인에 비해 여러모로 편의시설(숙소 - 알바르게)이 적어서 쉽지 않았지만 순례길에서 만난 친구들과 또 소중한 인연들이 담겨있어서 흥미롭기도 했다.

책 속 어디를 펴도 포르투갈의 사진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런지, 저자와 함께 포르투갈을 여행하며 제목 그대로 포르투갈의 물드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포르투갈 여행도 흥미로울 것 같다. 음악을 사랑하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포르투갈을 만난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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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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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 내용 또한 상상 이상이었다. 표지 가득 피가 흐르는데, 피가 홀로그램이라니...

주인공인 퍼트리샤 캠벨은 주부다. 전직 간호사였고, 코리와 블루의 엄마이자 의사인 카터의 아내이다. 카터는 워커홀릭이다.(이쯤 되면 퍼트리샤가 독박맘이라는 사실에 무척 공감이 된다.) 거기에 하나 더! 시어머니인 미스 메리를 홀로 모시게 되었는데(형제들이 갖은 핑계를 대면서 막내인 카터에게 어머니를 밀어냈다. 나쁜 것들!) 미스 메리는 중증 치매환자라는 사실... ㅠ 그 와중에 퍼트리샤는 북클럽에 가입했다. 좀 흥미 있는 책을 읽으면 좋았을 것을... 있어 보이는 어렵고 따분한 벽돌 책들만 읽어대는 통에 결국 이번 달 읽어야 할 책인 "울어라, 사랑하는 조국이여."를 한 페이지도 못 읽은 채 북클럽에 나가게 되었다. 문제는 이 책의 사회자가 퍼트리샤라는 사실이다. 다행이라면 한 명을 제외하고는 북클럽 멤버 전부가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북클럽은 와해된다. 같은 북클럽 멤버였던 키티는 퍼트리샤에게 새로운 북클럽(?)을 소개한다. 피가 튀고 살인사건에 실제 이야기가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책들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북클럽 아닌 북클럽 말이다. 천박하고 저질인 책이라 생각했지만 그 바쁜 와중에 단숨에 읽어버리는 퍼트리샤는 결국 기존 멤버들인 키티, 그레이스 캐버노, 메리엘런, 슬리크와 함께 북클럽을 결성한다. 물론 끔찍한 호러소설 북클럽이 아닌 성경 읽기 모임으로 가장한 북클럽에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쓰레기 당번인 블루를 대신해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옆집에 사는 새비지 부인에게 끔찍한 습격을 당하고 만다. 사실 새비지 부인은 처음에는 너구리 사체를 개걸스럽게 먹다가, 퍼트리샤를 발견하곤 그녀에게 돌진해서 그녀의 귓불을 먹어버린다. 다행히 남편인 카터가 그 상황에서 돌아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더 끔찍한 일을 당할 뻔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새비지 부인은 사망한다. 착한 마음과 오지랖을 가진 퍼트리샤는 결국 조의를 표하기 위해 새비지 부인의 집에 갔다가 조카인 제임스 해리스를 만나게 된다. 근데 처음 제임스를 봤을 때 맥박이 뛰지 않는 걸 발견하고 제임스를 사체로 착각(?) 하고 심폐소생술을 하게 된다. 그렇게 괴상한 만남 이후 제임스와 조금씩 친해지게 되는데, 제임스에게 이상한 구석이 하나 둘 보이는 퍼트리샤는 결국 북클럽 멤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과연 제임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책으로 하나가 된 그녀들의 이야기는 참 신선하다. 사실 있어 보이는 책은 정말 읽기 힘들다. 특히나 관심분야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읽게 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함께 모여 피 튀기는 이야기를 읽고 나누는 그들이기에, 이웃의 뱀파이어를 어쩌면 쉽게 찾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엄마이자 여성인 그들의 활약기를 통해 또 다른 차별의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하다. 나 또한 엄마기에 그들의 감정적 이야기들에 공감이 가기도 하고 말이다. 적어도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은 우리네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해봤다. 단지 뱀파이어가 아닐지라도, 친절을 가장한 검은 속내는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제임스 해리스의 존재에 대해 여기저기 복선이 많이 깔려있긴 했지만 실체를 마주치고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쾌감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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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년
레이먼드 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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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따윈 중요하지 않다.

아싸리판에서는 말이야, 인과관계가 없어.

대한민국에서는 결과만 좋으면 돼.

성공만 하면 개자식도 영웅이 되는 곳이니까."

두 번째 읽는 누아르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누아르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응원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안쓰러운 마음에, 나중에는 애정이 생겨서라고 할까?

장민준. 장 팀장. 그리고 바람. 고등학생 아빠와 엄마가 사고를 쳤다. 아이를 지우러 간 산부인과 병원에서 엄마는 끝내 아이를 지우지 못했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라기보다는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M을 보고 무서워서가 이유였다. 그렇게 태어난 민준은 욕을 달고 사는 엄마와 함께 산다. 엄마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이상했다. 엄마에게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엄마를 떠나게 된 계기는 민준의 주먹맛을 본 이후였다. 우연한 계기로 주먹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미성년자인 민준이 할 수 있는 알바는 고깃집 알바였다. 나름 착실하게 했지만 해고당한다. 이유는 민준이 알바를 시작한 후로 가족 손님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민준을 보고 남자 고등학생들이 고깃집에서 외식을 기피하기 시작했단다. 민준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알바조차 없었다. 엄마가 진 빚을 갚으라고 찾아온 깡패 땅콩을 묵사발을 만들었다. 깡패는 다른 깡패들을 데리고 찾아온다. 그리고 사라진 엄마가 시체로 발견된다. 수소문해서 땅콩의 패거리를 찾아간다. 엄마를 죽였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엄마를 본 적도 없다는 그들... 결국 민준은 미래파 백기 아래로 들어간다. 워낙 뛰어난 실력을 가진지라 10대에 민준은 팀장이 된다. 일명 행동대장. 근데 민준은 뒷골목 무리들과 다르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소신도 있고, 깡패들이 다 있는 문신이나 깍두기 머리, 각종 액세서리 등은 없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쓴다. 물론 10대라는 나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백기(형)의 권유로 중국어 학원을 다니게 되고, 거기서 누나 이영선을 만난다. 누나가 좋았다. 이유 없이 좋았다. 근데, 그 다음날 누나가 사라진다. 다시 누나를 만나게 된 곳은 미래파와 혁철파가 함께 관리하는 더블린에서였다. 누나와 첫 데이트를 하기로 했던 날, 5번 방에서 사고가 일어난다. 누나가 살해된 것이다. 유력한 용의자로 백기가 지목된다. 바람은 형을 믿는다. 형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결국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꿈을 이루면 꿈을 유지하는 비용도 커져.

꿈한테 대가를 내야 해.

어쩌면 잡지 말고 먼 곳에 남겨놔야 하는 거야. 꿈이라는 거."

한번 마음을 주면 절대 배신하지 않는 민준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본인은 무식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버틴다.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재능을 펼치기에는 장애물이 많다. 여기저기 크고 작은 반전들이 등장한다. 시작은 엄마의 죽음이었지만, 민준은 그 세계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단순하지만 소신이 있어서 불의를 보고 그냥 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민준은 마지막 소년인가 보다. 적당히 타협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세계 속에서 민준만은 달랐다. 그래서 안쓰럽고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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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 / 팩토리나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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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그게 참 안타까워."

오랜만에 읽는 순정만화 같은 소설이었다. 사실 제목부터 너무 뻔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읽다 보니 빠져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느 정도의 결말을 예상했기에 스토리도 예상이 되었지만, 생각지 못한 반전의 허를 찔렸다. 진짜 감정이 이입되어서 나도 모르게 울면서 읽다가... 반전 앞에서... 감정을 놓아버렸다. 근데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역시....!!

특이한 알바를 하게 된 전세계. 100일간의 계약 연애를 하게 되었다. 계약금은 3억. 그리고 100일 후 3억. 도합 6억이다. 정말 억 소리 나게 어마어마한 일이다. 전세계는 남친 역할이고, 근무시간은 딱히 없다. "갑"이자 "계약 여친"인 은제이가 부르면 달려가야 할 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항 한 가지.

"갑"에게 마음을 빼앗기면 계약은 종료된다.

계약금은 물론 위약금까지 6억을 뱉어내야 한다. 그럼에도 전세계는 이 계약을 수락한다.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믿었던 것일까? 그렇게 둘의 계약연애는 시작된다. 제이는 세계를 보자마자 우선 옷부터 새로 입혀야 할 것 같았다. 후줄근한 후드티를 벗기고 멋진 슈트를 입힌다. 그나마 볼 만하다. 근데 제이는 죽음을 수시로 말한다. 그녀가 요구하는 것들은 버킷리스트에 담겨있는 것들이다. 물론 세계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다. 하지만 "을"이니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처음에는 제이가 말하는 죽음이 그저 짓궂은 소리라고만 생각했다. 제이의 심장이 고장 났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는 세계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심장 또한 고장 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제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고, 제이가 걱정되고... 제이 생각에 콩닥거리는 심장을 갖게 된다. 계약 조항을 어기고 만 것이다. 부쩍 상태가 안 좋아지는 제이. 그녀의 마지막이 가까워져오는데...

"삶은 하나의 아름다운 놀이라고 생각해.

놀이에는 항상 규칙이 있지만 진정한 재미는 그 규칙을 위반하는 것에서 나오는 거 아니겠어?

무언가에 얽매이지 말고 재미있게 놀이를 즐겼으면 좋겠어.

우리는 삶을 구경하러 온 구경꾼들이 아니니까."

인간의 감정은 무 자르듯 할 수 없다. 그리고 삶에는 절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제이는 원하는 걸 얻었고, 세계도 원하는 것을 얻었다. 알콩달콩, 티격태격 조금씩 서로에게 젖어드는 둘 사이의 이야기지만 읽는 내내 설레었다. 츤데레의 매력이 있는 전세계와 소녀 감성이 풍부하고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픈 은제이의 사랑 이야기.

역시 불치병, 시한부 삶과 돈은 뻔하지만 둘 사이의 이야기는 진부하지만은 않다.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을 오롯이 느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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