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소년
레이먼드 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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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따윈 중요하지 않다.

아싸리판에서는 말이야, 인과관계가 없어.

대한민국에서는 결과만 좋으면 돼.

성공만 하면 개자식도 영웅이 되는 곳이니까."

두 번째 읽는 누아르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누아르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응원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안쓰러운 마음에, 나중에는 애정이 생겨서라고 할까?

장민준. 장 팀장. 그리고 바람. 고등학생 아빠와 엄마가 사고를 쳤다. 아이를 지우러 간 산부인과 병원에서 엄마는 끝내 아이를 지우지 못했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라기보다는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M을 보고 무서워서가 이유였다. 그렇게 태어난 민준은 욕을 달고 사는 엄마와 함께 산다. 엄마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이상했다. 엄마에게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엄마를 떠나게 된 계기는 민준의 주먹맛을 본 이후였다. 우연한 계기로 주먹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미성년자인 민준이 할 수 있는 알바는 고깃집 알바였다. 나름 착실하게 했지만 해고당한다. 이유는 민준이 알바를 시작한 후로 가족 손님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민준을 보고 남자 고등학생들이 고깃집에서 외식을 기피하기 시작했단다. 민준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알바조차 없었다. 엄마가 진 빚을 갚으라고 찾아온 깡패 땅콩을 묵사발을 만들었다. 깡패는 다른 깡패들을 데리고 찾아온다. 그리고 사라진 엄마가 시체로 발견된다. 수소문해서 땅콩의 패거리를 찾아간다. 엄마를 죽였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엄마를 본 적도 없다는 그들... 결국 민준은 미래파 백기 아래로 들어간다. 워낙 뛰어난 실력을 가진지라 10대에 민준은 팀장이 된다. 일명 행동대장. 근데 민준은 뒷골목 무리들과 다르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소신도 있고, 깡패들이 다 있는 문신이나 깍두기 머리, 각종 액세서리 등은 없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쓴다. 물론 10대라는 나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백기(형)의 권유로 중국어 학원을 다니게 되고, 거기서 누나 이영선을 만난다. 누나가 좋았다. 이유 없이 좋았다. 근데, 그 다음날 누나가 사라진다. 다시 누나를 만나게 된 곳은 미래파와 혁철파가 함께 관리하는 더블린에서였다. 누나와 첫 데이트를 하기로 했던 날, 5번 방에서 사고가 일어난다. 누나가 살해된 것이다. 유력한 용의자로 백기가 지목된다. 바람은 형을 믿는다. 형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결국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꿈을 이루면 꿈을 유지하는 비용도 커져.

꿈한테 대가를 내야 해.

어쩌면 잡지 말고 먼 곳에 남겨놔야 하는 거야. 꿈이라는 거."

한번 마음을 주면 절대 배신하지 않는 민준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본인은 무식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버틴다.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재능을 펼치기에는 장애물이 많다. 여기저기 크고 작은 반전들이 등장한다. 시작은 엄마의 죽음이었지만, 민준은 그 세계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단순하지만 소신이 있어서 불의를 보고 그냥 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민준은 마지막 소년인가 보다. 적당히 타협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세계 속에서 민준만은 달랐다. 그래서 안쓰럽고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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