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 (합본 특별판)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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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당한 두께를 자랑하는 책도둑. 옮긴이의 말까지 무려 791페이지다. 사실 적당한 두께(2~300페이지 정도)의 책을 좋아하지만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힘든 가독성 좋은 책은 오히려 얇은 고전보다 더 빨리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책 표지에 양 갈래로 머리를 딴 소녀와 죽음의 신이 함께 있는 그림이 무엇을 의미할까? 꽤 유명한 책이라고 하지만 전혀 정보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프롤로그부터 죽음의 신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인 리젤 메밍거도 등장한다. 처음 꽤 길고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는 프롤로그를 읽으며 감이 잡히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프롤로그를 읽어보니 귀에 쏙쏙! 역시 프롤로그는 마지막에 다시 읽는 게 제맛이다.

몹시 추운 1939년 1월의 어느 날, 세 가족이 열차 안에 있다. 둘은 살아있고, 한 명은 죽었다. 어머니와 남매인 이들 중 남동생이자 아들인 베르너가 사망했다. 갑작스러운 기침을 쏟아내고는 주검이 되었다. 엄마는 아이의 죽음을 보지 못했고, 누나인 리젤 메밍거만 보았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을 깨달은 엄마의 오열을 보고 두 명의 경비병이 와서 상황을 수습하려고 한다. 동생을 묻던 중 경비병 한 사람이 떨어뜨린 검은 책. 리젤은 그 책을 줍는다. 그렇게 리젤은 책도둑이 된다. 한편, 죽음의 신이 동생 베르너의 영혼을 데려가려고 열차 안으로 들어오고, 죽음의 신은 소녀를 보았다. 이제 곧 열 살이 될 소녀 말이다. 죽음의 신은 책 도둑인 소녀 리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사실 엄마는 두 아이를 입양 보내고자 기차에 올랐다. 하지만 그중 한 아이가 죽었다. 결국 리젤 만 후버만 부부에게 입양된다. 다행히 양부인 한스는 좋은 사람이었다. 리젤은 그렇게 양부모 아래에서 성장한다. 양부로부터 글도 배우고, 글과 책을 통해 또 다른 삶이 열린다.

이 책의 화자는 죽음의 신이다. 죽음의 신이 그녀 곁에 있다는 것은, 그녀를 찾아온다는 것은 누군가의 죽음을 의미한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사실 이 책의 내용만큼 중요한 것이 시대적 배경이다. 유대인과 나치 그리고 히틀러가 등장하는 독일이 배경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의 중요한 매개가 된다. 유대인이자 한스의 은인의 아들인 막스, 리젤과 풋풋한 감정을 나누는 루디 등 그들의 이야기를 죽음의 신의 눈으로 만날 수 있다. 그렇기에 장황하지 않고 냉정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삶의 모든 여정을 지켜봤기에 독특하고 나름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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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 - 플라톤부터 BTS까지, 음악 이면에 담긴 철학 세계 서가명강 시리즈 19
오희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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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 언뜻 들으면 반어법 같은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희숙 교수의 책을 읽고 나니 그녀가 책 속에서 담아내고자 한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한 한 문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고 할 정도로 언어나 문화가 달라도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장르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연주자에 따라, 연주를 듣는 청자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천차만별이기도 하고, 또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동안 음악을 들음에 있어서 얼마나 정확하게 연주하는가, 혹은 얼마나 이름 있는 유명한 연주자인가가 음악을 선택하는 기준이었다. 찰나의 연주를 얼마나 잘 하는가에 따라 연주의 승패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은 절반의 음악만을 들었다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하게 되었다. 음악을 그저 소리의 어울림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음악 안에 담겨있는 감정과 생각, 시간과 말의 귀를 귀울여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분명한 것은 음악이 인간 내면의 감정을 끌어내는 예술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피아노를 전공했었으나, 음악미학과 음악 철학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음악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음악과 인문학의 만남은 상당히 생소했다. 음악은 예술(소리)이고, 인문학은 사회과학이니 말이다. 책 속에는 유수의 철학자들의 음악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철학자들이 음악과 미학에 대해 논했다는 사실 또한 처음 알게 되었다.

음악은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면서 고정되지 않고,

음악의 이러한 비고정성은 개념적 철학과 대립되면서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을 "귀로 생각하기"라는 새로운 사유 모델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철학에서 말하는 음악 이야기가 주된 포커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음악은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음악은 감정이나 시간뿐 아니라 사회 속에서도 적극적인 영향을 미친다. 3부에서는 우리 사회 속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소주제 속에도 등장했듯이 BTS의 봄날,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 동백림 사건처럼 우리의 이야기가 곁들여지기 때문에 더 실제적으로 다가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음악은 연주가 계속될 때도, 연주가 멈출 때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이제는 연주가 되고 있을 때뿐 아니라 음악이 멈춘 후에도 그 소리의 귀를 기울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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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으로 읽는 기막힌 한국사 43 - 고조선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왕을 중심으로 풀어쓴 한국사
김선주.한정수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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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한국사를 좋아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는 휴가나 쉬는 날이면 가족을 데리고 유적지로 여행을 떠났고, 그 영향 때문인지 성인이 돼서도 기분이 우울하면 서울의 고궁으로 바람을 쐬러 가기도 했다. 근데 학창 시절 배운 한국사는 기억에 오래 남아있지 않다. 지극히 수능을 위한 공부를 했던 터라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실제 기억에 남는 것은 오히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접했던 다큐나 책이 전부니 말이다.

이 책에는 반만년의 한국사를 43개의 테마(왕)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사실 반만년(5,000년)이라는 언급은 무엇을 기점으로 이야기하는 것일까? 바로 기록. 즉, 문자로 남아있는 역사부터 틀 가리킨다. 이 책의 시작이자 5,000년 한국사의 시작점은 단연 단군왕검 이야기다. 단군과 기자조선을 고조선이라 칭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국사는 시작되었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참 어리석게 공부를 해왔다는 사실이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냥 넘겨왔던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니 '그 뜻이 그 뜻이었구나.'라는 깨달음이 있었다고나 할까?

예를 들자면 고조선 뒤에 일어났던 나라 중에 부여라는 나라가 있다. 학창 시절 국사 수업 시, 당시는 왕권이 세지 않아서 흉년이 들거나 나라에 변괴가 생기게 되면 왕에게 죄를 물었다고 외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근데 그 죄를 물었다는 것을 그냥 문자 그대로 암기를 했지 왕을 죽이기도 했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고 정말 충격적이었다. 죄를 물었다는 이야기가 죽였다는 뜻이었다니...! 또한 백제의 건국시조인 온조와 비류 형제의 아버지가 고려의 주몽이라고 배웠는데, 주몽은 의붓아버지였다고 한다. 온조 형제의 친 아버지는 북부여 출신의 우태였다. 이렇게 하나하나 읽어나가다 보니 그동안 배웠던 한국사의 실제 뜻이나, 전혀 다르게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각 장마다 놀라움이 쌓여갔다. 발해, 고려 공민왕, 세조나 중종, 대원군과 조선총독부 등 알기는 했지만 어설프게 알고 있던 지식들을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정리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현재와의 대화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주제들이 담겨있는데 개인적으로 참 신선했다. 가령 신라에만 여왕이 있었던 이유라던가, 얼마 후면 돌아오는 개천절을 기념하는 이유, 조선이 유교문화를 고집한 이유 등 한번 즈음 궁금했던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같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개인적인 공부뿐 아니라 시대를 읽을 줄 아는 안목과 함께 그동안 주입식으로 공부해 놓치고 있던 한국사를 좀 더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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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클래식
김호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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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참 좋아한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내게 익숙한 것이 음악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클래식이 소위 있어 보이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클래식은 좋아는 하지만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장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익숙한 음악들도 많고, 익숙한 음악가들도 많지만 딱 거기까지다. 익숙한 음악가를 넘어서면 그때부터 클래식은 마냥 어렵고 또 어렵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꽤나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예고를 나오고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전공 연주자가 아닌 기자의 길을 택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꽤 오랜 기간 음악을 했기에 다른 기자들보다는 음악에 대해 더 익숙하긴 할 터였다. 역시 기자이자 전직 피아노 전공자의 글이라서 그런지 적당한 두께와 적당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읽기 어렵지 않다.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장은 연주에 대한 궁금증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고, 2장은 음악가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마지막 4장에서는 클래식을 들으며 궁금했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무래도 음악기자다 보니 실제로 많은 연주가들과 연주 자리를 직접 취재할 기회가 많아서 그런지 3장에서는 우리가 익숙한 연주자들이 등장한다. 손열음이나 조성진, 백건우 같은 우리나라 피아니스트들뿐 아니라 요요마나 안드레아 보첼리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1장과 4장이었다. 특히 4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를 꼽자면 단연 지휘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실 연주자들의 경우는 악기를 잘 다루고, 매일 연습을 하지만 지휘자는 과연 어떨까? 지휘자가 실제 하는 일이 무엇일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고, 지휘자가 꼭 필요한 존재인가에 대해서도 궁금했는데 그런 내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결해 주는 내용이었다. 연주가들 중에서 지휘로 전향한 사람들도 꽤 되지만, 지휘자는 전체적인 어울림과 함께 곡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과 듣는 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가들도 무대 앞에서는 떨리고, 무대공포증도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물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하려면 그만한 배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무대공포증을 이기지 못하고 연주가를 포기하고 작곡가로 전향한 사례가 있을 줄이야...!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 또한 실제 연주를 한 것은 30회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하니 읽을수록 흥미롭기도 하고 또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클래식 책을 자주 접하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걸 보면 클래식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상식뿐만 아니라 클래식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더 생긴 걸 보면 클래식을 마냥 어려워하는 초보자에게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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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1 - 정원사의 선물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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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도 언급되어 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분위기도 들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겠다(?)는 교훈도 선사하는 판타지 소설을 만났다. 제목처럼 기괴한 레스토랑이 등장하는 시리즈 소설이다.(개인적으로 시리즈로 이어가는 작품을 좋아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처럼...)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은 출판사가 같아서일까, 장르가 같아서일까?

16살 시아는 이사와 전학을 앞두고 있다. 도시로 나가고자 하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서다. 엄마랑 이야기를 하던 중 눈동자 색이 특이하고 이상한 고양이를 발견하는 시아는 고양이를 따라가다 앨리스의 굴 같은 곳에 빠지게 된다. 굴속에 들어가자 고양이는 사라지고 루이라는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루이가 바로 그 특이한 눈동자의 고양이란다.

근데 이 고양이, 아니 루이가 시아에게 협박 겸 안내를 한다. 루이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 시아는 꽤 오래 길을 걸어 한곳에 당도한다. 그리고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듣게 된다. 레스토랑의 주인이자 곰과 쥐를 합쳐놓은 것 같이 생긴 해돈의 불치병을 고치기 위한 약으로 시아의 심장을 사용하겠단다. 무슨 토끼 간을 찾는 용왕과 거북이도 아니고, 같은 상황에 놓인 시아는 거부권이 없다. 다행히 토끼처럼 잔꾀가 생각난 시아.(오는 길에 루이는 섬의 요괴 음식을 먹으면 심장이 썩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옆에 있는 아무 음식이나 먹겠다는 말로 한 달의 말미를 벌었다. 물론 한 달 안에 해돈을 치료할 약을 찾이 못하면 시아의 심장은 해돈의 약으로 바쳐진다.(즉, 시아는 죽는다는 말.) 대신 그 한 달 동안 해돈의 레스토랑에서 일을 해야 한다.(너무 불공정한 계약이다. 거기다 시아는 16살 미성년자인데..;;)

그렇게 시아는 레스토랑 일을 돕기 위해 성의 관리인인 마담 모리블을 만나게 되고, 마담 모리블은 성의 늙은 마녀인 야콥과 지내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야콥의 심부름을 하는 시아와 동갑인 쥬드와 함께 야콥을 만나러 가는 길에 쥬드는 자신이 배달해야 할 약 두병을 시아에게 건넨다. 밀가루 방에서 만난 계란들(?) 과의 이야기에서 시아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한 이름 하츠를 듣게 된다. 과연 하츠는 누구이고, 시아는 주어진 시간 동안 과연 해돈을 고칠 약을 발견할 수 있을까?

역시 판타지 소설은 상상의 나래가 참 넓다. 약간의 해리포터 같은 느낌도 들지만 역시 술술 읽힌다. 아무것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 지내는 동안 시아가 겪는 일들이 참 흥미롭다. 물론 여기저기 새로운 캐릭터들을 알아가는 맛도 나쁘지 않다. 다음 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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