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 - 플라톤부터 BTS까지, 음악 이면에 담긴 철학 세계 서가명강 시리즈 19
오희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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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 언뜻 들으면 반어법 같은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희숙 교수의 책을 읽고 나니 그녀가 책 속에서 담아내고자 한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한 한 문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고 할 정도로 언어나 문화가 달라도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장르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연주자에 따라, 연주를 듣는 청자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천차만별이기도 하고, 또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동안 음악을 들음에 있어서 얼마나 정확하게 연주하는가, 혹은 얼마나 이름 있는 유명한 연주자인가가 음악을 선택하는 기준이었다. 찰나의 연주를 얼마나 잘 하는가에 따라 연주의 승패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은 절반의 음악만을 들었다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하게 되었다. 음악을 그저 소리의 어울림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음악 안에 담겨있는 감정과 생각, 시간과 말의 귀를 귀울여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분명한 것은 음악이 인간 내면의 감정을 끌어내는 예술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피아노를 전공했었으나, 음악미학과 음악 철학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음악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음악과 인문학의 만남은 상당히 생소했다. 음악은 예술(소리)이고, 인문학은 사회과학이니 말이다. 책 속에는 유수의 철학자들의 음악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철학자들이 음악과 미학에 대해 논했다는 사실 또한 처음 알게 되었다.

음악은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면서 고정되지 않고,

음악의 이러한 비고정성은 개념적 철학과 대립되면서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을 "귀로 생각하기"라는 새로운 사유 모델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철학에서 말하는 음악 이야기가 주된 포커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음악은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음악은 감정이나 시간뿐 아니라 사회 속에서도 적극적인 영향을 미친다. 3부에서는 우리 사회 속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소주제 속에도 등장했듯이 BTS의 봄날,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 동백림 사건처럼 우리의 이야기가 곁들여지기 때문에 더 실제적으로 다가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음악은 연주가 계속될 때도, 연주가 멈출 때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이제는 연주가 되고 있을 때뿐 아니라 음악이 멈춘 후에도 그 소리의 귀를 기울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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