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티켓
조 R. 랜스데일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는 내내 서부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책을 더 몰입해서 흥미롭게 읽으려면 상상력이 가미되어야 한다. 우리 역시 코로나19 시대를 보내고 있고, 우연찮게 얼마 전에 내가 읽었던 책이 전염병에 대한 책이어서 그런지 책 속 남매가 겪은 상황이 안타까웠다.

마을이 천연두의 공격을 받은 것은 얼마 전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전염병은 잭 파커와 룰라의 부모님을 삼켰다. 그동안 병치레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건강한 분들이었다. 오히려 잭과 룰라가 병치레를 했으면 했었지, 부모님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마저도 두 번째 의사를 부르러 갔을 때, 의사 역시 이미 이 세계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부모님이 사망한 상황 속에 남겨진 16살의 잭은 할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간다. 아들 내외의 사망 소식을 들은 할아버지는 살던 집을 정리하고 잭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시신 수습을 하고 손주들을 데리고 고모의 집으로 떠난다. 떠나는 길에 자신과 아들이 가지고 있던 땅문서를 정리하여 잭에게 건네며 앞으로의 일을 부탁한다. 그러나 불타버린 다리를 대신해 강을 건너던 중, 은행강도 무리와 동승을 하게 되고 시비 끝에 할아버지는 총에 맞고 사망하게 된다. 문제는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었고, 회오리바람에 의해 잭은 혼자 떨어지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동생 룰라가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살해한 그 무리가 여동생에게 집적되더니, 결국은 납치를 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잭.

보안관에게 신고를 하러 갔지만, 이미 보안관 또한 그들에게 살해당하게 된다. 동생을 찾기 위한 잭의 여정은 결국 땅 문서를 받기로 하고 합류하기로 한 흑인이자 인디언 혼혈 유스타스 콕스와 난쟁이 쇼티와 입 냄새가 지독한 멧돼지와 시작하게 된다. 사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선교사였기에, 잭은 하늘의 뜻과 불법을 저지르는 걸 탐탁지 않아 한다. 은행강도이자 살인범으로 그들 앞으로 걸린 현상금이 상당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여정을 해 나갈수록 그들이 벌여놓은 끔찍한 상황을 목도하게 되는 잭은 점점 변해가는데...

과연 이들은 할아버지 살해범이자 룰라를 납치한 범인들을 만나서 룰라는 되찾을 수 있을까?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책은 처음 만나게 된 것 같다. 영화는 종종 보긴 했지만 말이다. 역시나 무법지대인 시대답게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한 묘사도 무시무시하다. 주된 줄거리는 여동생을 찾는 여정이지만, 그 여정의 험난함을 책 속에서 여실히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추적을 통해 잭이 함께하게 된 유스타스나 쇼티에 대한 이야기도 나름 흥미 있었다. 역시 사람은 보기와는 다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의 꽃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약 세상의 모든 장애와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근데 그 사람이 생체실험을 위해 200명 넘는 사람들을 살해했다면, 당신은 그에게 죄를 물어 사형에 처할 것인가, 풀어줄 것인가?

과거에 읽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나올법한 사건이 소설 속에서 펼쳐졌다. 어느 날 신고가 접수되었다. 잠깐 사이에 보호소에 있단 장애인 2명이 한 남자와 사라졌다는 신고였다. 그리고 얼마 후, 장애인들은 한적한 공원의 한 화장실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그다음은 8명의 사람이 동일한 상황에서 발견된다. 8명은 나이도 성별도 달랐지만, 그들은 불치병이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 남자를 만난 후, 병과 장애가 치료되었다. 그 남자는 자신이 인류의 모든 병과 장애를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데 있다. 거기까지였다면 그는 모두의 환영을 받았겠지만, 그는 그를 위해 223명의 사람들을 생체실험했다. 그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이 인류의 모든 질병과 장애를 고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벌인 일이라고 고백했다. 자신을 무죄로 풀어준다면,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 전수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28세의 의대 중퇴자인 이영환이었다.

한 변호사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잘했고, 꾸준히 노력까지 하는 사람이었기에 무난히 우리나라 최고 대학을 갔고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고시에 합격했지만 판사가 아닌 변호사를 지망한다. 맞는 사건마다 100%의 승소율을 자랑하는 덕분에 탑 변호사가 된 그는 중학교 교사인 아내와 결혼을 하고 딸을 낳는다. 문제는, 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돈은 얼마든지 있었던 터라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했지만, 병세는 더 위중해진다. 그런 와중에 듣게 된 이영환 변호인 모집에 대한 소식에 박재준은 이영환이 있는 구암 교도소로 달려간다. 한두 명도 아니고 223명의 사람을 살해한 이영환을 무죄로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데,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다. 징역형이 떨어지는 순간 이영환은 자살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해대는데 과연 박재준은 딸을 살릴 수 있을까?

한편, 어린 시절 묻지 마 살해로 하루아침에 부모님을 잃은 형제가 있다. 범인은 이유 없이 부모님을 살해했다. 그날 이후로 형제는 범임을 죽이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산다. 다행이라면, 형제와 같이 범인의 처벌을 위해 노력해 준 백 검사를 보고 꿈을 키운 동생 장동훈은 검사가, 형은 판사가 된다. 그날 이후로 장동훈은 자신과 같은 상처를 읍은 유가족들을 위해 범인을 잡아서 꼭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검사로 유명해진다. 그런 그가 이번에 맡은 사람이 바로 이영환. 그가 그동안 저지른 피해자들의 시신들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피해자의 신원 또한 태아부터 3살 아이, 청소년과 장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물론 대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에게 억울하게 살해당한 사람들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서 절대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데...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구암동인데, 구암이라는 말이 왠지 낯이 익어서 보니 동의보감의 허준의 호가 바로 구암이었다. 저자의 의도가 있는 것일까?;;

과연 같은 상황에 이른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내가 어떤 입장이냐에 따라 선택의 폭은 달라질 테지만 말이다. 근데 사람의 목숨이 과연 효율성의 영역으로 치부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들어가는 소방관이나 구조인력들, 경찰처럼 공공의 질서와 안전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죽음의 꽃을 읽으며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이 질문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여전히 결론을 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충분히 흡입력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P.S 개인적으로 델피노 출판사의 책을 3권째 읽고 있는데, 몰입력. 흡입력이 참 좋은 작품들이었다. 아무래도 독자들의 경우 표지를 보고 작품을 고르는 경우도 많은데, 표지가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역사 속 전염병 - 왕실의 운명과 백성의 인생을 뒤흔든 치명적인 흔적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이번 주부터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한다. 만 2년여를 마스크와 함께 생활해서 그런지, 외출할 때 마스크를 안 쓰면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코로나는 우리 생활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킨 것 같다. 전염병에 대한 인간의 불안은 의학이 상당히 발달했다고 하는 현대에도 꺼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의 상황만 봐도 그러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전염병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겨낼 수 있었을까? 사극을 보면 한 번씩 "역병" 창궐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 많은 백성들이 죽어가고, 시름시름 앓는 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벌어지는 장면들 말이다. 역사저널 그날의 패널로 이미 익숙한 신병주 교수의 신작을 통해 조선시대를 비롯한 우리 역사의 전염병을 알아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현재에도 우리 주변에 남아있는 욕을 살펴보면, 전염병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염병"이라는 단어가 바로 전염병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이런 염병할..."이란 욕을 현대 우리 식으로 보자면 "에이 코로나나 걸려라!"라는 의미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책 속에는 조선시대의 전염병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우리가 익숙하게 들었던 이름들도 대거 등장한다. 의녀 대장금이나 명의 허준, 여러 분야의 대 업적을 남긴 정약용뿐 아니라 홍역과 천연두, 콜레라 등의 전염병에 대해 각 장을 할애하여 풀어나간다.

특히 손주의 육아일기로 유명한 이문건의 양아록 속에도 전염병의 기록이 다수 담겨있다. 종 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한 학질이나 천연두의 병세와 그에 대한 기록이 상당수 담겨있다 보니, 조선시대의 전염병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활인서와 궁중의 병원인 내의원, 혜민서 등의 기록도 살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의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선이 남성과 여성을 엄격히 구별했던 성리학 국가였던 인지라 남성 의사에게 몸을 보이는 것에 반감을 가진 여성들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자, 국가 차원에서 의녀를 육성하기 시작한다. 의녀에도 침의녀, 맥의녀, 뜸의녀, 약의녀와 같이 분과가 나누어져 있었고, 성적에 따라 의녀 자격을 박탈하기도 하기도 했다. 의녀가 의료 행위에만 종사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전을 비롯한 내명부의 일에도 여러 가지로 도왔다는 기록이 있다. 왕의 사망으로 심신의 상처를 입은 왕비를 돕기도 하고, 때론 출타하는 왕비를 곁에서 보필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염병을 막기 위한 제사나 제의를 하는 모습이 이성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그 또한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염병은 과거나 현재나 두려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대비할 무엇이 없는 상황은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기에 과학은 계속 발전하고, 새로운 백신이 개발되는 효과를 만들기도 하는 것 아닐까? 전염병을 비롯하여 조선의 의료에 대한 여러 방면의 자료를 통해 조선의 전염병과 사회상을 알아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학창 시절 세계지리 선생님이 떠올랐다. 상당히 인자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선생님이셨는데, 수업 시간마다 마대 걸레 자루 1/3 정도 되는 몽둥이를 들고 다니셨다. 선생님의 주특기는 지도 외우기. 5~10분가량 시간을 주고 오늘 배운 지도의 나라들을 외워야 했다. 못 외우면 몽둥이가 일하기 시작한다.(지금이야 상상도 못할 이야기겠지만...) 그래서 세계지리 시간은 다른 어떤 시간보다 긴장상태였던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외운 지도가 내 기억 속에 얼마나 남아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을 읽으며 등장한 지도 속에서 드문드문 기억나는 게 있었다. 당시 몽둥이의 무서움이 만들어낸 주입식 기억이 전혀 쓸모없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 편이라고 이름이 붙어있지만, 이 책의 시작은 무려 중동이다. 중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이슬람교와 빈 라덴? 석유와 사막기후 등이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과 그들이 입고 다니는 터번과 원피스 같은 복장도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지도와 세계사가 어떻게 연결될까 내심 궁금했다. 내 기억 속에 지도 = 세계 지리지, 세계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지정학적 위치와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토대로 역사적 사실이 연결되니 마치 연상작용이라 할 정도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이 책에는 중동과 미국,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의 세계사가 등장한다. 서양 편이라는 이름과 달리 왜 시작이 중동일까? 나와 같은 의문을 갖는 독자들을 위해 머리말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고대 문명의 시작이 중동 지역(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등)이고, 이 문화가 유럽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동은 지극히 유럽적 시각으로 만들어진 단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랍 하면 자연히 떠오르게 되는 이슬람교와 피의 전쟁의 역사, 독립과 분열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지리와 세계사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었다.

과거 혼란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큰 아픔을 가지고 있었던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모 프로그램에 여행지로 등장하면서, 다수의 버킷리스트에 올라있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유럽 하면 가장 유명한 지역은 단연 중부 유럽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뿐만 아니라 동유럽 이야기에는 현재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속해있고, 러시아가 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역시 지리를 통해 내용을 알게 되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 밖에도 미국과 중남미,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지도와 함께 이어지는 세계사 이야기는 흥미롭고 이해도 빨랐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한쪽 가량 앞의 이야기를 정리해 주는 챕터도 담겨있어서 마치 요점정리 같은 느낌도 들었다. 서양 편에 이어지는 동양 편에서는 아시아에 대해 다룬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두 권을 읽고 나면 세계사와 세계지리를 단번에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궁금했고, 몰랐던 세계사의 이야기들이 한 번에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서 머리가 한결 맑아진 듯하고, 무엇보다 명쾌하고 재미있게 정리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성인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들도 한결 편안하게 학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랑수아즈 사강의 다섯 번째 만난 책은 제목도 내용도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많은 책을 만난 건 아니지만, 작년에 읽으면서 쇼킹했던 소설이 있었다. 프랑스 작가(우연의 일치일까?!)인 기욤 뮈소의 『인생은 소설이다』라는 작품이었는데, 등장인물이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때론 협박을 하는... 액자식 구성도 아닌 처음 접해보는 4차원적 한 느낌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당시 소설이 주는 특이한 구성뿐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근데, 마음의 푸른 상흔을 읽고 보니 50여 년 전 프랑수아즈 사강이 한발 앞선 형식으로 소설을 이미 썼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또 신선했다. 이 작품 속에는 스웨덴 출신 남매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가 등장한다. 남매라지만 뭔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이것만 보자면 그리 특이할 것 없는데, 여기에 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처음엔 갈피를 못 잡았다. 아니, 첫 시작부터 헤맸다. 이게 소설인 건가, 에세이인 건가? 작가가 등장했다가 남매가 등장했다가 뭔가 뒤죽박죽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작가가 등장하여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해 나간다. 자신의 이야기도 덧붙여가면서 말이다. 마치 작가 역시 소설 속 인물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중반부가 넘을 때까지 이해가 쉽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다행히 역자 후기를 읽으며 마음이 놓였다고 할까? 이런 신선하고 특이한 구성을 할 수 있는 작가라니... 마냥 놀라웠다.

스웨덴 출신이 남매는 파리로 이주해온다. 아무것도 없는 무일푼의 남매는 과연 파리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그들 남매에게 도움을 주는 한 남자 로베르 베시가 등장한다. 살기 위해서, 쉽지 않은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서 그들 남매가 선택한 행동들의 죄책감을 가지지만, 그럼에도 정당화될 수 있을까?

자신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그런지, 다른 어느 소설보다 사강의 모습과 생각이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 달 후, 일 년 후 다음으로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특이한 구성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일 것 같다.

이렇게 프랑수아즈 사강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5권을 만나고 보니, 프랑수아즈 사강 하면 떠오르는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가 궁금해진다. 시도하다 포기했던 작품이었는데, 왠지 이제는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 브람스에 관한 책을 읽어서 그런지 더더욱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