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속 전염병 - 왕실의 운명과 백성의 인생을 뒤흔든 치명적인 흔적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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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한다. 만 2년여를 마스크와 함께 생활해서 그런지, 외출할 때 마스크를 안 쓰면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코로나는 우리 생활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킨 것 같다. 전염병에 대한 인간의 불안은 의학이 상당히 발달했다고 하는 현대에도 꺼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의 상황만 봐도 그러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전염병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겨낼 수 있었을까? 사극을 보면 한 번씩 "역병" 창궐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 많은 백성들이 죽어가고, 시름시름 앓는 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벌어지는 장면들 말이다. 역사저널 그날의 패널로 이미 익숙한 신병주 교수의 신작을 통해 조선시대를 비롯한 우리 역사의 전염병을 알아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현재에도 우리 주변에 남아있는 욕을 살펴보면, 전염병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염병"이라는 단어가 바로 전염병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이런 염병할..."이란 욕을 현대 우리 식으로 보자면 "에이 코로나나 걸려라!"라는 의미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책 속에는 조선시대의 전염병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우리가 익숙하게 들었던 이름들도 대거 등장한다. 의녀 대장금이나 명의 허준, 여러 분야의 대 업적을 남긴 정약용뿐 아니라 홍역과 천연두, 콜레라 등의 전염병에 대해 각 장을 할애하여 풀어나간다.

특히 손주의 육아일기로 유명한 이문건의 양아록 속에도 전염병의 기록이 다수 담겨있다. 종 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한 학질이나 천연두의 병세와 그에 대한 기록이 상당수 담겨있다 보니, 조선시대의 전염병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활인서와 궁중의 병원인 내의원, 혜민서 등의 기록도 살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의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선이 남성과 여성을 엄격히 구별했던 성리학 국가였던 인지라 남성 의사에게 몸을 보이는 것에 반감을 가진 여성들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자, 국가 차원에서 의녀를 육성하기 시작한다. 의녀에도 침의녀, 맥의녀, 뜸의녀, 약의녀와 같이 분과가 나누어져 있었고, 성적에 따라 의녀 자격을 박탈하기도 하기도 했다. 의녀가 의료 행위에만 종사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전을 비롯한 내명부의 일에도 여러 가지로 도왔다는 기록이 있다. 왕의 사망으로 심신의 상처를 입은 왕비를 돕기도 하고, 때론 출타하는 왕비를 곁에서 보필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염병을 막기 위한 제사나 제의를 하는 모습이 이성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그 또한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염병은 과거나 현재나 두려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대비할 무엇이 없는 상황은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기에 과학은 계속 발전하고, 새로운 백신이 개발되는 효과를 만들기도 하는 것 아닐까? 전염병을 비롯하여 조선의 의료에 대한 여러 방면의 자료를 통해 조선의 전염병과 사회상을 알아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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