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1 -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진시황제의 통일 제국 벌거벗은 세계사 1
신동민 그림, 이현희 글, 김헌 외 감수,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기획 / 아울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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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역사를 좋아한다. 연애 때 자주 했던 데이트 중 하나가 고궁 데이트였을 정도다.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를 종종 보는데, 문제는 아이와 함께 보기에는 내용이 많이 어렵다는 데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내용이 깊이가 있다 보니 아쉬움이 늘 남았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마 벌거벗은 세계사를 만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책 속에는 벌거벗은 세계사의 두 편이 담겨있다. 초등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 수준의 글과 사진, 내용이 담겨 있기에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겠다 싶다. 히스토리 에어 라인에 탑승한 4명의 초등생(공차연. 강하군. 왕봉구. 니코스)과 역사학 교수 2명(오신화. 나황제)이 알렉산드로스대왕이 활약했던 그리스와 진시황제가 살았던 중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두 황제의 공통점이라면 세계 최대의 통일 제국을 이뤘다는 데 있다.

타고난 능력도 뛰어났지만, 그들은 어떻게 통일왕국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일까?

우선 알렉산드로스는 탄생부터 비범하다. 알렉산드로스의 어머니인 올림피아스가 번개가 배로 들어오고, 그 번개가 큰 불로 번지는 태몽을 꾼다. 당시 번개는 제우스 신을 상징했기에, 알렉산드로스는 신의 아들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로스는 당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철학과 지식에 대한 수업을 받았다. 그로부터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눈을 배웠던 것이다. 아버지 필리포스 2세를 따라 더 넓은 지역을 점령하고자 하는 큰 꿈을 키웠다. 그가 광활한 영토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알렉산드로스는 정복지에 대해 다른 정책을 편다. 저항하는 경우는 끝까지 맞서서 항복을 받아내지만, 저항 없이 정복되는 경우 정복지 통치자의 지배권 인정뿐 아니라 전통과 관습도 인정해 주는 유화정책을 펼친다. 그뿐만 아니라 정복지마다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하여 그리스의 문화를 보급한다. 알렉산드로스는 그리스 문화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진시황제는 어떤 정책을 통해 통일왕국을 이루었을까? 시황제라고 자신을 일컫기 전에 진시황의 이름은 영정이었다. 영정이 왕위에 올랐을 당시 중국은 한, 조, 위, 초, 연, 제라는 나라들이 각자의 패권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선 영정은 이 6개국이 연합하지 못하도록 각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는다. 그뿐만 아니라 당근과 채찍의 융합책을 사용하여 6개국을 차례차례 복속시킨다. 그렇게 정권을 잡은 영정은 진나라의 첫 번째 황제라는 뜻의 시황제로 자신을 부른다. 진시황 하면 떠오르는 것은 토목과 건축 그리고 불로초다. 만리장성을 비롯하여 아방궁, 병마용갱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위용을 나타내기 위한 건축에 무리하게 백성들을 동원했기에 당시 백성들의 삶은 너무 피폐해지기도 한다. 탁월한 리더십과 함께 기존 체제를 없애고 군현제를 실시하여 중앙집권제를 이루었으며, 도로망과 화폐, 도량형, 문자를 통일하기도 한다.

최초의 통일왕국을 이룬 그들이지만, 그 끝은 찬란하지 않았다. 둘 다 후계 구도의 문제가 생겨 나라가 길게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 안에는 실제 벌거벗은 세계사 속 퀴즈와 함께 중간중간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덕분에 한결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가 함께 읽고 내용을 설명해 줄 수 있도록 주제 마인드맵이나 현재 우리나라와의 관계 등의 역사 정보가 자세히 서술되어 있기에 여러모로 활용도가 좋다. 2권에서는 어떤 세계사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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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 - 내 안의 힘을 발견하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4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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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 24번째 책의 주인공은 에리히 프롬이다. 다행이라면, 에리히 프롬이라는 이름이 낯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을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책을 선물해 준 지인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보기에도 딱딱하고 재미없게 생겼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물한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잘 읽혀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 역시 에리히 프롬의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처음 읽었을 때의 감정을 책 속에 담아낸다. 너무 흥미로워서 일과 중 시간이 남을 때마다 책을 손에 들고 일주일을 보냈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서가명강 시리즈를 좋아하다 보니,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흥미를 가지고(때론 반신반의하면서) 읽게 되는데, 유독 철학과 교수 진의 책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찾아보니 현재까지 등장한 철학과 교수의 책은 총 3권이었다. 물론 타 과 중에도 같은 과 교수들의 책이 있긴 하지만, 현재로썬 철학과가 단연 으뜸이다.

저자는 에리히 프롬의 이론과 더불어 그의 일생을 함께 아울러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에리히 프롬이 철학적 주장을 한 이유를 좀 더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할까?

인간의 삶은, 약화된 본능 대신에 이성과 상상력을 갖기 때문에 사로잡힐 수 있는 '고독감'과 '무력감'

그리고 '허무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고독감과 무력감 그리고 허무감 대신에

연대감과 활기와 의미로 충만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이 점에서 프롬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본능적인 욕망뿐 아니라 인간에게만 특유한 욕망들이라고 본다.

인간과 자유의 관계는 어떨까? 저자는 프롬의 주장대로 동물과 인간의 삶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인간 역시 동물의 해당하지만, 동물과의 다른 점이라면 본능만을 가지고 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렇기에 그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불안 역시 그런 인간의 성향 속에 더욱 도드라지는 모습일 수 있다. 동물처럼 그저 식욕과 성욕 등의 본능에만 집중하며 산다면 그 밖의 자아의 발전이나 이성과 상상력 등의 영역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한결 걱정과 불안 등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인간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또한 인간의 고독감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인간이 자유로 부터 도피하려는 성향을 각 시기별로 설명하기도 한다.

인간은 왜 자유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자유로 부터 도피하려는 성향을 가지게 된 것일까? 그리고 그런 자유로 부터의 도피는 어떤 형태로 보였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3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불안함에 자유로 부터 도피하고 싶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 그리고 책임감이다. 4장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철학 하면 떠오르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다행히 이번 책에서는 비껴갔다고 해야겠다. 에리히 프롬 역시 자신의 저서를 쓸 때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로 쓰인 책은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이 이 책 속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나 역시 진정한 전문가는 자신이 가진 지식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요리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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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
아오키 가즈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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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모두 소중한 마음을 갖고 있는 똑같은 생명들이라는 가르침이라고 할아버지는 생각한다.

할아버지는 벌레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단다.

어때, 그렇게 생각하면 즐겁지 않니?

친구들이 많이 생겨 마음이 아주 풍요로워질 거다."

11번째 생일, 엄마로부터 "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떨까? 후지와라 아스카가 그 말의 주인공이었다. 잔뜩 기다린 생일날 엄마는 야근으로 늦게 들어왔다. 딸의 생일을 잊은 것은 물론, 딸에게 상처 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엄마 호리 시즈요. 그렇게 아스카는 마음의 문을 닫는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을 때마다 스스로 목을 누르는 자해를 하는 아스카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실어증에 걸린다. 그나마 아스카를 이해했던 담임 하시모토가 엄마에게 알리지만, 바쁜데 불렀다는 이유로 엄마는 화를 낸다. 다행히 오빠인 후지와라 나오토는 아스카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스카를 지키기 위해 나오토는 아스카를 외갓집으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엄마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아스카는 상처받은 마음을 가지고 외갓집에 도착한다. 다행히 그런 아스카의 마음을 아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아스카를 마음으로 안아준다. 시골의 풍경과 자연 속에서 조금씩 치유되는 아스카. 할아버지와 나눈 대화 속에서 아스카가 얼마나 귀중한 존재라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아스카야, 자신의 입장에서만 보면 사물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한단다.

상대를 믿는 것, 용서하는 것은 자신을 소중히 하는 것이기도 해."

그러던 중, 이사로 전학을 하게 된 아스카. 아이들의 왕따를 방관하기만 하는 담임 구로사와 오사무는 처음 등교하는 아스카에게 선입관을 갖고 이야기를 한다. 6학년 2반이 된 아스카는 짝이 된 가나자와 쥰코가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싶지만, 아이들은 아스카에게 나서게 되면 오히려 너 또한 왕따를 당하게 된다고 방관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쥰코를 방에서 내쫓게 되고, 상처를 받은 쥰코가 사라지게 되는데...

책 속에는 아스카를 둘러싼 가족과 학교의 이야기가 나온다. 엄마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상처투성이인 아스카가 자연과 다른 가족들의 사랑으로 조금씩 성장해가고 그를 통해 또 다른 상처 받은 아이들을 보듬아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사랑은 사랑으로 치유될 수 있다. 아스카 역시 상처를 받았었기에 상처받은 친구를 돌아볼 마음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상처받은 치유자. 아스카의 이야기를 통해 회복이 주는 영향력을 만나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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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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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직도 누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아.

모든 사람이 '나 혼자 애써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체념하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을 뿐이지.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자기가 나서야 하지 않겠어?"

사이다 작가라고 명명한, 이케이도 준의 장편소설 하늘을 나는 타이어를 읽었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와 변두리 로켓 시리즈를 통해 이미 익숙한 작가인지라, 이번에는 어떤 사건을 통해 속 후련한 감정을 선사할지 내심 기대되었다. 사실 그동안 만났던 이케이도 준의 소설들은 어찌 보면 뻔한 줄거리라고 이야기할 만한 작품들이다. 가난하지만 착한 여인이 재벌가의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과 같이, 불의하고 불법을 행하는 기업에 대해 정도를 걷는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만 끝내는 승리한다는 사실은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대리만족의 통쾌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인기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요즘 우리나라 역시 중대 사고에 대한 처벌이 상당히 강화되었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 속에도 중대 사고가 등장한다. 선친에 대를 이어 운송회사 아카마스 운송을 경영하고 있는 아카마스 도쿠로. 그의 회사의 트레일러인 뷰티풀 드리머가 운행 중 바퀴가 빠지면서 지나가는 행인을 덮쳐 행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사망자는 30대 초반의 6살 아들을 두고 있는 주부 유기 다에코였다. 당시 사고로 같이 있는 아들은 다행히 화를 면했지만, 엄마는 바퀴에 무게에 사망하고 만다. 이 일로 회사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아카마스 운송은 정비 면에서 문제가 없었다. 정비사원인 가도타 ??이치가 쓴 일지에는 일반적으로 정비에 대한 매뉴얼 보다 더 꼼꼼한 정비내역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고의 책임 때문에 가장 큰 거래처인 사가미머시너리가 거래를 중단했다는 데 있다.

경찰은 트레일러의 제작사인 대기업 호프 자동차에 사건에 대한 의뢰를 하는데, 호프 자동차에서는 조사 결과 아카마스 운송의 정비 문제로 결론을 내린다. 아카마스 사장은 호프 자동차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하지만, 번번이 묵살당하기만 한다. 한편, 호프 자동차 판매부 과장 사와다 유타는 품질관리부 무로이 히데오가 지나가면서 흘린 말이 왠지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내용을 알아보던 중, 3년 전 있었던 리콜 은폐와 비슷한 상황이 또 펼쳐지는 것을 알게 되지만 부장 대리 노사카 아키요시에 의해 밝히는 것이 좌절된다.

호프 자동차의 상무 가노 다케시는 호프 그룹 안에 속해 있는 도쿄 호프 은행 전무 마키타 사부로를 만나 지원을 요청을 한다. 하지만 실무자이자 조사역인 이자키 가즈아키가 보기에 호프 자동차의 자료는 하나같이 허점 투성이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만난 친구에 의해 호프 자동차 내부고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역시나 빠른 호흡과 불의를 밝혀내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케이도 준 특유의 문체가 읽는 내내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책을 읽는 내내 안주하려고 하고, 타성에 젖어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대기업임에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다. 문제를 드러내기 보다 쉬쉬 감추기만 하는 기업의 모습을 통해 신뢰를 잃은 기업의 말로가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변화하고 각성하고자 하는 마음의 시작이 중요하다는 사실.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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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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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은 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미래학교라고 불렸던 곳. 그곳 공장에서 팔았던 물에 불순물이 들어있던 것이 계기가 되어 폐쇄된다. 그리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 그곳이 다시 조명 받는다. 미래학교가 있던 터에서 아이의 백골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백골 시체는 누구의 것일까, 그 안에 담긴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변호사이자 3살 된 아이의 엄마인 곤도 노리코. 우연히 맞게 된 사건의 의뢰인은 30년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백골 시체가 자신의 손녀인지를 확인해달라는 의뢰였다. 그리고 그곳 미래학교. 우연의 일치일까? 노리코 역시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3년간 여름마다 미래학교에서 열린 캠프에 참여했다. 그녀에게 미래학교는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오랜 시간 잊고 있던 그날의 기억들이, 백골 시체에 대한 보도와 옛날 그곳의 모습을 보는 순간 깨어난다. 그날의 기억들까지 하나하나...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노리코는 공부는 잘했지만, 친구들과의 관계가 쉽지 않다. 인기가 많았던 유이의 엄마가 노리코의 집을 찾아와 미래학교 캠프의 참여를 독려한다. 친해지고 싶었던 유이인지라, 노리코는 유이와 함께 가는 캠프가 기대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된 미카.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들었던 미래학교에 대한 이미지는 고아원이나 보육원 인가 싶었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미카와 같은 아이들. 소위 배움터의 아이들을 보면서 이상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있는데, 미래학교에서 지낸다? 보육원의 이미지보다는 대안학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교육철학이 남달라서일까? 그곳에 모인 아이들은 소위 모두가 한곳에 모여 "문답"이라는 것을 한다. 한 사건이나 의견에 대해 묻고 대답하며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을 이어나가는 것. 물론 자신의 생각을 말로 펼쳐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런 자리를 통해 말하는 방법,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통해 생각의 깊이가 깊어져 가는 것은 참 좋다. 거기까지였다면 미래학교의 백골 시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안에 뭔가가 더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능하고 멋진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자신의 아이 한 명을 구하지 못하면서

어째서 다른 아이와 이상적인 사회에 관해서만 바라보는 것일까.

과연 이런 게 이상일까? 그저 엄마 아빠와 함께 밥 먹고, 잠자는 일상을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이 교육보다, 이념보다, 이상보다 앞서는 것이 옳을까? 그런 이상 앞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일까? 어른들의 욕심과 추악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건의 진실은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난다.

나 또한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휩싸여 진짜 중요한 것은 놓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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