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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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직도 누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아.

모든 사람이 '나 혼자 애써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체념하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을 뿐이지.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자기가 나서야 하지 않겠어?"

사이다 작가라고 명명한, 이케이도 준의 장편소설 하늘을 나는 타이어를 읽었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와 변두리 로켓 시리즈를 통해 이미 익숙한 작가인지라, 이번에는 어떤 사건을 통해 속 후련한 감정을 선사할지 내심 기대되었다. 사실 그동안 만났던 이케이도 준의 소설들은 어찌 보면 뻔한 줄거리라고 이야기할 만한 작품들이다. 가난하지만 착한 여인이 재벌가의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과 같이, 불의하고 불법을 행하는 기업에 대해 정도를 걷는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만 끝내는 승리한다는 사실은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대리만족의 통쾌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인기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요즘 우리나라 역시 중대 사고에 대한 처벌이 상당히 강화되었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 속에도 중대 사고가 등장한다. 선친에 대를 이어 운송회사 아카마스 운송을 경영하고 있는 아카마스 도쿠로. 그의 회사의 트레일러인 뷰티풀 드리머가 운행 중 바퀴가 빠지면서 지나가는 행인을 덮쳐 행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사망자는 30대 초반의 6살 아들을 두고 있는 주부 유기 다에코였다. 당시 사고로 같이 있는 아들은 다행히 화를 면했지만, 엄마는 바퀴에 무게에 사망하고 만다. 이 일로 회사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아카마스 운송은 정비 면에서 문제가 없었다. 정비사원인 가도타 ??이치가 쓴 일지에는 일반적으로 정비에 대한 매뉴얼 보다 더 꼼꼼한 정비내역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고의 책임 때문에 가장 큰 거래처인 사가미머시너리가 거래를 중단했다는 데 있다.

경찰은 트레일러의 제작사인 대기업 호프 자동차에 사건에 대한 의뢰를 하는데, 호프 자동차에서는 조사 결과 아카마스 운송의 정비 문제로 결론을 내린다. 아카마스 사장은 호프 자동차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하지만, 번번이 묵살당하기만 한다. 한편, 호프 자동차 판매부 과장 사와다 유타는 품질관리부 무로이 히데오가 지나가면서 흘린 말이 왠지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내용을 알아보던 중, 3년 전 있었던 리콜 은폐와 비슷한 상황이 또 펼쳐지는 것을 알게 되지만 부장 대리 노사카 아키요시에 의해 밝히는 것이 좌절된다.

호프 자동차의 상무 가노 다케시는 호프 그룹 안에 속해 있는 도쿄 호프 은행 전무 마키타 사부로를 만나 지원을 요청을 한다. 하지만 실무자이자 조사역인 이자키 가즈아키가 보기에 호프 자동차의 자료는 하나같이 허점 투성이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만난 친구에 의해 호프 자동차 내부고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역시나 빠른 호흡과 불의를 밝혀내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케이도 준 특유의 문체가 읽는 내내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책을 읽는 내내 안주하려고 하고, 타성에 젖어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대기업임에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다. 문제를 드러내기 보다 쉬쉬 감추기만 하는 기업의 모습을 통해 신뢰를 잃은 기업의 말로가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변화하고 각성하고자 하는 마음의 시작이 중요하다는 사실.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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