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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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나 시끄럽기에 제목에 이렇게 강조가 되어 있을까? 피식 웃음이 나는 제목이다. 열면 오르골 소리가 나면서 발레리나가 춤을 추는 예쁜 보석함을 하나 가지고 싶었다. 물론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오르골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다. 두 아이 모두 오르골 모빌을 달아줬던지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몇 달 동안 오르골 자장가를 들었다. 동생에게 선물 받은 초점책도 오르골 음악이었고...

개인적으로 오르골로 연주된 음악이 좋다는 생각보다는 거슬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마 같은 음악만 계속 들어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책 속에 등장하는 오르골 가게라면 오르골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도 충분히 만족스럽겠다는 생각 또한 해봤다.

책 속에는 총 7편의 오르골 가게와 얽힌 사연이 들어있다. 우연히 보게 되고 들어가게 된 그곳에서 그들은 참 따스한 경험들을 한다. 아마 대부분의 이야기가 가족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북쪽 마을 골목 안에 있는 오르골 가게는 보기에는 그리 다르지 않지만, 보통의 가게와 다른 점이 있다. 손님이 원하는 음악을 선택해서 자신만의 오르골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마음속의 음악을 듣고 곡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문 제작이지만, 기성품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고 한다.

7편의 사연 중 가장 마음에 들어온 이야기는 첫 번째 등장한 돌아가는 길이라는 작품과 고향이라는 작품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그런지, 유토와 엄마 미사키의 이야기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가 아프거나, 다쳐도 엄마는 자책을 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면 자책의 수위는 높아질 것 같다. 나 역시 유토처럼 귀가 안 들리는 조카가 있다. 수술을 통해 인공와우를 달았고, 재활을 거치면서 조금씩 소리를 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유토 역시 난청으로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제 3살인 유토는 1년 전 선천성 난청 진단을 받았고, 4살이 되기 전에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빗살 부품이 움직이는 것으로 음이 보인다는 말에 미사키는 유토에게 오르골을 만들어 주기로 한다. 문제는, 유토가 음악을 고를 수 없다는 데 있다. 유토를 대신해 음악을 고르려는 미사키에게 점원은 유토의 마음속에 흐르는 노래를 듣고 결정하겠다는 말을 한다. 유토와 잠깐 시간을 보내는 점원. 갑자기 노트에 악보를 적기 시작한다. 일주일 후, 미사키는 전화로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가게를 지나치려고 하는데 유토는 그런 미사키를 가게로 이끈다. 그리고 완성된 오르골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는 순간, 미사키는 놀라고 마는데...

늘 아픈 손가락인 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엄마는 아이가 늘 안타깝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소한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면 하는 마음은 누군가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연들은 아픈 상처이기도 하고, 소중한 추억이기도 하고, 때론 굳이 곱씹고 싶지 않은 기억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간의 마법 때문일까, 아니면 음악이 주는 치유 때문일까? 신비한 마법을 맛본 것처럼 그들의 마음은 가게를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사뭇 다르다.

때론 한마디 말보다,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만져주는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진심을 담은 노래를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 또한 같은 것 아닐까? 오늘은 각자의 사연만큼이나 다양한 음악들이 담긴 오르골 가게를 방문해 보자!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소중한 추억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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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해야 늦지 않는 메타버스 성교육 - 99% 양육자가 모르는 알파 세대의 가상 세계 성(性) 이야기 메타버스 성교육
이석원.김민영 지음 / 라온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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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요즘 많이 듣는 메타버스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Meta와 Universe의 합성어였다니... 무슨 버스지? 이랬었는데...^^;;

코로나19 이후 모든 것이 비대면화되면서 가상세계로의 확장이 더욱 빨라졌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가상세계 속 상황들이 편해진 것 같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의 정(靜) 적인 상황에 익숙했다면, 현재는 3D를 넘어 4D로 오감을 사용하는 동적인 상황들이 익숙해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게임 역시 그런 세대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메타버스는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되어 가상이 실제 현실과 같은 상황으로 이루어지기에 몰입도가 더 높아졌다.

문제는 얼마 전 큰 충격을 안겼던 n번방 사건처럼, 사이버 상에서도 범죄가 만연해진다는 것이다. 이제는 오프라인 성교육을 넘어서 메타버스 성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메타버스에 대한 개념뿐 아니라 가상세계 속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직 아이가 어리기에,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게임을 접하지 않고 있긴 하지만, 평소 좋아하는 만화를 유튜브 등으로 자주 시청하는지라 인터넷상의 정보들에 대해 무분별하게 접하게 될까 나 역시 고민이 많았다. 클릭 하나로 옮겨갈 수 있다 보니 원하지 않는 영상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현실을 반영하여 왜 메타버스 성교육이 필요한 지 설명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모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특히 3장에서는 메타버스 시대의 성을 준비하기 위행 체크리스트가 담겨있기에, 부모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실제적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웹상에서 이 정도로 성폭력이 만연해져 있다는 사실이 너무 소름 끼치게 무서웠다. 문제는 어른들이야 그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지만,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경우 잘못했다간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바타가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당한다면 과연 어떻게 처벌할 수 있을까? 실제가 아닌 사이버 상의 이야기니까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을까? 문제는 아바타가 겪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 메타인지를 높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 역시 메타버스가 익숙해져야 한다.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눈높이를 가져야 한다. 무조건 적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많은 문제가 오고 가는 세대 속에 살고 있다. 오히려 성교육에 대해서 과거보다 더 복잡하고, 힘든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러기에 여기저기 걸러지지 않는 무분별한 정보에 아이들이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내 아이의 건강한 성인지 감수성과 교육을 위해 부모라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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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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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신간이 나올 때마다 찾는 작가는 많지 않다. 물론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책을 읽다가, 혹은 책날개의 소개 글을 보다 아! 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천선란 작가는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내게 진한 기억을 남긴 작가다. 그녀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천 개의 파랑이라는 작품이었다. 지극히 문과적 인간인 탓에 당시만 해도 SF 소설을 읽긴 하지만 재미를 몰랐었다. 그녀의 책을 접한 후로, SF에도 이런 맛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결 겁 없이 도전하게 되었다. 그 후 그녀의 책은 일부러는 아니지만, 한 번씩 접하게 된다.

노랜드. 10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는데, 보통 단편 중 하나의 제목이 표제작으로 쓰이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도 "노랜드"라는 제목의 작품은 없었다.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작품 속에서 마치 숨은그림찾기 처럼 떠오른 "노랜드"를 발견했다. "두 세계"라는 작품 속에서였다. 반가웠다. 중반 이상을 읽어서 드디어 발견했으니 말이다.

10편의 작품 중 상당수는 어둡고, 죽음에 관한, 사후세계에 관한 주제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아마 노랜드(NO LAND)라는 제목은 그래서 붙여진 게 아닐까 싶다. 표제작을 찾기 위해 작품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내 생각이 얕았다는 것이었다.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은 이 제목밖에 없구나 싶었다.

내가 발견한 노랜드가 등장하는 두 세계의 이야기는 이렇다. 쌍둥이 자매 황유라. 황유진. 유라는 이 세상에 있지만, 유진은 이 세상에 없다.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유라의 기억 속 유진은 특별하고 특이한 아이였다. 세상에 도통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듯 보이는 아이였다. 이란성 쌍둥이기도 했지만, 둘은 참 달랐다. 시간이 흘렀고, 유라는 책 관련 일을 하고 싶었던 꿈을 이뤘다.

노랜드. 소설의 내용을 가상현실 세계 속으로 옮겨서 책을 오감으로, 현실감 있게 읽도록 구현한 노블 워크의 프로그램. 오감을 이용해서 책을 읽기에 실제 같은 느낌과 함께 등장인물과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그녀는 8년간 쉬지 않고 일했고, 노블 워크 이름의 빌딩이 하나 세워질 정도로 성공했다. 그녀의 직함은 프로젝트 오너다. 유진의 기일에 추모공원을 들렀다 가는 길에 다급한 전화를 받는다. 프로젝트 매니저인 재원의 전화였다. 아락스라는 소설에 클레임이 걸려왔다. 그것도 아주 큰 클레임이었다. 소설의 내용이 바뀌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아락스는 1992년 미국에서 출간된 소설이다. 관련 상황을 살펴보던 중, 보통 1회 구입을 하는 대부분의 고객과 달리 무려 35회에 걸쳐 구입한 고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중 34번은 2개월 이내 구매였다. 신규영이라는 이름의 고객을 만나게 된 유라는 그녀에게 뭔가 이질감을 느낀다. 자동문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기도 하고, 온 몸에는 여기저기 상처도 많다.

그녀를 만난 후, 자꾸 유진이 했던 말이 생각나는 유라. 이 세계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그녀의 말이 자꾸 귀를 맴돈다.

유라야, 가끔 스스로 자신의 정신을 죽이는 사람들이 있대.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서.

그러면 몸은 살아 있찌만 영혼은 죽게 되는 거야.

현실에 있는 어떤 것에도 반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으로 떠나버리는.

나는 그 사람들이 가는 곳이 궁금해, 유라야.

소설 아락스의 결말은 심각하게 바뀌었다. 주인공 아락스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나는 것에서, 목을 매 자살을 하는 내용으로 말이다.

밖의 세계.

세계의 밖.

다시금 규영을 찾는 유라. 유라는 그녀의 정체를 알았다. 규영은 과연 누구일까?

노랜드 속에는 각기 다른 세상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현재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는 상당히 이질적이다. 그녀의 소설 속 배경들은 어두웠지만 한 편으로는 신선했다.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 속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짧기도 길기도 한 10개의 작품이 모여서 노랜드가 되었다. 어떤 세계를 가보고 싶은가? 어떤 세계 속에 살고 싶은가? 어떤 세계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은가?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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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테일 안전가옥 FIC-PICK 2
서미애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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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존의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하고 현대적 해석을 붙인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띈다. 혹시 표지에서 뭔가 이질적인 요소를 발견했는가? 조선시대 여성같이 보이는데, 선글라스라...

5명의 작가(서미애, 민지형, 전혜진, 박서련, 심너울)가 쓴 5개의 작품이다. 앞에서 새롭게 각색하고 해석했다는 사실 그대로 책 안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왔던 전래동화 5편이 들어있다. 해와 달, 신데렐라, 숙영낭자전, 당나귀 가죽,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사실 마지막 심너울 작가의 작품 나의 퍼리 대통령님은 처음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막상 읽고 나서 관련 있는 전래동화를 마주하니 아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색달랐다.

각 이야기가 자신만의 색을 담고 있었는데, 서미애 작가의 작품에는 가정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를 이루었다. 해와 달의 엄마는 호랑이에게 잡혀먹지만, 이 이야기 속의 엄마는 어떨까? 엄마의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은 두 남매의 승리라고 할까? 호랑이 대신 친아빠가 악역으로 등장하기에 씁쓸하긴 했지만, 그래도 결말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5편의 이야기 중에서 굳이 한 편을 꼽자면 신데렐라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흥미롭다기보다는, 좀 걸린다고 해야 할까? 찝찝하다고 해야 할까? 무조건 그녀들의 손을 들어줄 수 없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오히려 수단화되었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대기업 인사팀장인 성훈은 직함 때문에 이런저런 자리를 소개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기업 공채 시즌이 되면 성훈의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드라마의 감명을 받은 회장님의 갑작스러운 지시로, 인턴에게 한 달간의 업무평가 기간이 생겼다. 잘 하면 모두가 합격할 수도 있지만, 못하면 모두가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자 인사팀의 일이 과중된다. 그렇게 뽑힌 여자 6명, 남자 6명. 총 12명의 인턴이 선발된다. 여자 인턴 중 한 명이 전무의 딸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누가 과연 전무의 딸인가를 놓고 눈치게임이 벌어진다. 인턴 중 제일 튀지도 않고, 딱딱한 직원 신리라가 하필 인사팀에 배정이 된다. 이미 회사 안에는 마케팅팀으로 간 예은이 전무의 딸이라고 이미 소문이 퍼진다. 어느 날, 우연히 계단에서 울고 있는 리라를 발견한 성훈. 인턴들 사이에 마니또게임에서 바른말을 한 후, 인턴들 사이에서 눈칫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갑자기 리라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든 성훈은 리라가 전무의 딸은 아니지만, 잘 돌봐주어야겠다는(그래서 당당히 정직원이 된 다음에 사내커플? 이 되어야겠다는) 계획이 생기는데...

물론 모태솔로인 성훈인지라, 조금만 잘해주면 자신을 좋아한다는 큰 착각이 결국은 어마어마한 결과로 나타난 거긴 하지만, 사실 밑밥을 던진 것은 리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걸려들게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든다. 나 역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탓일까? 읽는 내내 아리송했다.

전래동화를 기본 틀만 남긴 채, 전체적으로 손을 봤기에 대놓고 나오지 않는다면 무슨 이야기가 모티프인지 헷갈리는 작품들도 있다. 아마 모르고 읽으면서, 이 작품은 어떤 전래동화를 차용했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몇 년 전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을 기념해서 지금처럼 셰익스피어 작품의 뼈대는 남기고, 현대적 상황으로 바꾸어 쓴 시리즈였다. 모던 테일을 읽으면서, 그 시리즈가 생각났다. 오히려 그 시리즈보다는 덜 막장이니 더 낫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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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 -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위한 권일용의 범죄심리 수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9
권일용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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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범죄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매체의 발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우리가 범죄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과거 범죄에 대해 다룬 한 프로그램을 매주 시청했다. 당시 등장한 인물 중에 범죄학 교수가 있었고, 이 책의 저자인 권일용 프로파일러 역시 한 사건의 패널로 등장했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에 대해 내심 궁금했는데, 그 프로를 보면서 놀라웠다. 경찰이지만, 심리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더 새롭다고 할까? 물론 저자는 우리 사회가 프로파일러에 관심을 갖는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심리 파악이 필요한 엽기적인 범죄가 늘어났기 때문이란다. 사실 프로파일러가 범죄현장에서 활약을 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시작은 지존파와 같은 연쇄살인 집단이 등장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전까지만 해도 범죄자와 사건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졌기에, 범죄자는 범죄를 저지를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범죄 역시 진화했다. 일명 묻지 마 범죄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런 원한이 없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향해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얼마 전 큰 사회적 문제가 된 n번방 사건에 대해 언급한다. 사실 나조차도 연쇄살인범의 사건보다 n번방 사건을 가볍게 여겼던 것 같다. 신체적인 위해를 입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히 이야기한다. n번방 사건 역시 연쇄살인범과 같은 성격의 사건이라고 말이다. CCTV나 블랙박스 등과 같이 도처의 카메라가 있기에 과거와 같은 연쇄살인이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범죄가 인터넷으로 교묘히 스며들었고 그 결과 n번방 사건이나, 가스라이팅, 데이트 폭력, 디지털 성범죄, 그루밍 등이 나타났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n번방 사건과 같은 경우 디지털 범죄가 아닌 연쇄살인과 같은 깊이로 들여다보고 처벌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는 5가지 범죄 심리이론을 통해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더 나아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논한다. 그뿐만 아니라 갈수록 악랄해지는 사이버범죄와 요즘 들어 부쩍 많이 등장하는 데이트 폭력과 아동학대 등의 범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신체적인 위해를 겪고, 눈에 보이는 상처를 입는 것만 피해일까? 오히려 상처는 아물지만, 마음과 정신에 남은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어질 수 있지 않을까? 과거보다 눈에 드러나는 범죄가 줄었다고, 과연 우리가 범죄로부터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저자의 책을 읽고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범죄가 갈수록 만연해지고 있지만 우리의 위험 의식은 그에 미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고, 사회를 지키는 일은 한두 사람의 수고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관계당국 또한 범죄의 진화에 발맞추어 법 개정 및 피해자 구제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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