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테일 안전가옥 FIC-PICK 2
서미애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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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존의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하고 현대적 해석을 붙인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띈다. 혹시 표지에서 뭔가 이질적인 요소를 발견했는가? 조선시대 여성같이 보이는데, 선글라스라...

5명의 작가(서미애, 민지형, 전혜진, 박서련, 심너울)가 쓴 5개의 작품이다. 앞에서 새롭게 각색하고 해석했다는 사실 그대로 책 안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왔던 전래동화 5편이 들어있다. 해와 달, 신데렐라, 숙영낭자전, 당나귀 가죽,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사실 마지막 심너울 작가의 작품 나의 퍼리 대통령님은 처음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막상 읽고 나서 관련 있는 전래동화를 마주하니 아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색달랐다.

각 이야기가 자신만의 색을 담고 있었는데, 서미애 작가의 작품에는 가정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를 이루었다. 해와 달의 엄마는 호랑이에게 잡혀먹지만, 이 이야기 속의 엄마는 어떨까? 엄마의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은 두 남매의 승리라고 할까? 호랑이 대신 친아빠가 악역으로 등장하기에 씁쓸하긴 했지만, 그래도 결말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5편의 이야기 중에서 굳이 한 편을 꼽자면 신데렐라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흥미롭다기보다는, 좀 걸린다고 해야 할까? 찝찝하다고 해야 할까? 무조건 그녀들의 손을 들어줄 수 없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오히려 수단화되었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대기업 인사팀장인 성훈은 직함 때문에 이런저런 자리를 소개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기업 공채 시즌이 되면 성훈의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드라마의 감명을 받은 회장님의 갑작스러운 지시로, 인턴에게 한 달간의 업무평가 기간이 생겼다. 잘 하면 모두가 합격할 수도 있지만, 못하면 모두가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자 인사팀의 일이 과중된다. 그렇게 뽑힌 여자 6명, 남자 6명. 총 12명의 인턴이 선발된다. 여자 인턴 중 한 명이 전무의 딸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누가 과연 전무의 딸인가를 놓고 눈치게임이 벌어진다. 인턴 중 제일 튀지도 않고, 딱딱한 직원 신리라가 하필 인사팀에 배정이 된다. 이미 회사 안에는 마케팅팀으로 간 예은이 전무의 딸이라고 이미 소문이 퍼진다. 어느 날, 우연히 계단에서 울고 있는 리라를 발견한 성훈. 인턴들 사이에 마니또게임에서 바른말을 한 후, 인턴들 사이에서 눈칫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갑자기 리라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든 성훈은 리라가 전무의 딸은 아니지만, 잘 돌봐주어야겠다는(그래서 당당히 정직원이 된 다음에 사내커플? 이 되어야겠다는) 계획이 생기는데...

물론 모태솔로인 성훈인지라, 조금만 잘해주면 자신을 좋아한다는 큰 착각이 결국은 어마어마한 결과로 나타난 거긴 하지만, 사실 밑밥을 던진 것은 리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걸려들게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든다. 나 역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탓일까? 읽는 내내 아리송했다.

전래동화를 기본 틀만 남긴 채, 전체적으로 손을 봤기에 대놓고 나오지 않는다면 무슨 이야기가 모티프인지 헷갈리는 작품들도 있다. 아마 모르고 읽으면서, 이 작품은 어떤 전래동화를 차용했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몇 년 전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을 기념해서 지금처럼 셰익스피어 작품의 뼈대는 남기고, 현대적 상황으로 바꾸어 쓴 시리즈였다. 모던 테일을 읽으면서, 그 시리즈가 생각났다. 오히려 그 시리즈보다는 덜 막장이니 더 낫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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