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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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을 본 적이 없어도, 오페라의 유령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음악이 있다. 나 역시 그렇다. 개인적으로 언젠가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전 원작을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문제는 원작을 먼저 읽다 보면 영화개봉을 놓치거나 드라마 본방을 못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워낙 유명한 작품이지만, 좀처럼 볼 기회가 없었다. 물론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다행히 원작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파리 오페라극장의 감독인 드비엔과 폴리니의 퇴임 날을 맞이한 공연 날. 무명이었던 크리스틴 다에가 주인공 마르그리트 역할을 맡아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다. 공연에 앞서 직원인 조제프 뷔케가 목을 맨 채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 모든 것이 오페라의 유령에 의해 벌어진 일일 거라는 사실에 공포에 떠는 극장 관계자들은 퇴임을 앞둔 감독들에게 함구령을 내린다. 공연을 마친 크리스틴을 보기 위에 다에의 방으로 향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라울 드 샤니 자작. 어린 시절 크리스틴을 만나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다. 그녀의 방 앞에서 라울은 크리스틴과 이야기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 위한 자리에서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남자와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 라울은 크리스틴이 나간 후 방을 뒤지지만 그 남자의 정체를 알 수 없다. 결국 크리스틴에게 그의 정체를 묻는 그에게 크리스틴은 그가 음악의 천사로 자신이 그로부터 레슨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과거 크리스틴과 아버지 다에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라울은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자신에게 보내주기로 한 음악의 천사가 바로 그라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무명이던 크리스틴 다에가 주인공 역할을 맡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오페라의 유령의 요구였기 때문이다. 2층 5번 박스 석을 비워두기, 매달 2만 프랑의 월급을 제공할 것 등 오페라의 유령은 감독들에게 요구를 해왔다. 그것을 지키지 않을 경우 끔찍한 일이 벌어졌던 걸 경험했기에 극장 안에는 암암리의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룰이 존재했다. 신임 감독이 된 몽샤르맹과 리샤르에게도 전임 감독들이 이야기를 전해지만, 그들은 그 일을 그저 속임수나 장난이라고 치부한다.

오페라의 유령의 정체는 에릭이라는 남자다. 어린 시절 끔찍한 외모 때문에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그는 음악적 재능이 탁월했다. 크리스틴 다에를 만난 후, 그녀를 사랑하게 된 그는 그녀와의 사랑을 꿈꾼다. 그래서 자신의 흉측한 외모를 가면 아래 감추고 그녀를 만나 음악 수업을 한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이 아닌 라울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는 그는 급기야 크리스틴의 공연 중간에 그녀를 납치하는데...

책을 읽으며 에릭의 모습을 만난 순간, 미녀는 괴로워와 미저리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아무리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도 외모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는 고통은 크리스틴에 대한 사랑의 갈구에도 드러난다.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이 컸기 때문일까? 그런 에릭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한편, 어느 인물의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 같다. 에릭의 입장이라면 크리스틴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그녀의 사랑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모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지만 말이다. 영상과 달리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읽을 수 있는 것이 책이 주는 장점이 아닐까? 벽돌 책이지만 추리소설 못지않은 흥미와 서스펜스가 압권이었다.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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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식물집사 - 늘 긴가민가한 식물 생활자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
대릴 쳉 지음, 강경이 옮김 / 휴(休)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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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진을 하고 대표님이 풍란을 하나 선물해 주셨다. 너무 예쁘지만, 내 손에만 들어오면 족족 죽어나가는지라 그 아이는 사진 속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은 식물을 참 좋아하시고, 잘 키우신다. 특히 우리 엄마는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되어 감기에 걸려 죽을 것 같다는 강아지조차 건강하게 키워낼 정도로 생물을 잘 키운다. 근데, 왜 내 손에만 들어오면 죽이기 힘들다는 선인장이나 다육식물도 하나같이 죽어나가는 걸까? 식물도 생물인지라, 언제부턴가 뭔가를 키우는 것을 기피하게 되었다. 근데 큰 아이 어린이집에서 매달 식물 화분을 하나씩 보내준다. 그중 상당수는 이미 저세상을 떠났고, 하나 남은 천냥금도 말라가고 있다. 꾸준히 물도 주고, 햇빛도 드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는 걸까?

사실 별 기대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용기(?)가 생겼다. 나 같이 생초보 식린이들을 위한 책이다. 누런 잎이 생기거나, 식물이 말라가도 어쩔 줄 모르는 많은 초보 식물 집사들에게 이 책은 큰 용기와 힘이 될 것 같다. 사실 식물을 처음 키우게 되면 물은 얼마나 줘야 하는지를 가장 먼저 묻는 것 같다. 보통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처럼 물 주는 횟수 정도만 이야기해 주는데, 그대로 해도 왜 점점 말라가는 것일까? 늘 고민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누런 잎이 지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화원의 경우 식물이 자라는 데 최적의 조건(화원 입장에서 식물은 상품이기 때문이다.)인데 비해, 일반 가정은 그와 다른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식물 역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누런 잎의 경우 식물이 병들어서가 아니라, 오래된 잎일 수 있다고 한다.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자면, 단연 햇빛(조도)이다. 소위 그늘에서 혹은 실내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이야기하는 식물들조차 적당량의 햇빛은 필요하다. 그늘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정도의 빛이 안 드는 그늘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절한 햇빛은 식물의 음식이 된다. 잎을 통해 탄수화물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식물이 시름시름 앓는다면 우선 적절한 햇빛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조도계의 경우 구매하는 것도 좋지만, 스마트폰 앱도 있다고 하니,(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무료 앱을 하나 받았다.) 식물이 적절한 햇빛을 받고 있는지 확인해 보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적정량의 물과 공기도 필요하다. 책을 읽으며 물을 줄 때마다 천냥금이 말라있다는 사실 이상했다. 아래로 흐를 정도로 흠뻑 주는데도 열매가 자꾸 말라 가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흙이 너무 단단한 경우 물을 흡수하지 못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데, 그렇게 물이 빠져나가는 경우 통풍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 젓가락을 이용해서 구멍을 내주면 두 가지 효과를 다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하나는 비료에 관한 것이었다. 비료는 자주 주는 게 좋을까? 과유불급이라고, 과하게 주는 것이 안 주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한다. 물론 일 년에 한번 비료를 통해 식물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면 좋겠다.

두 번째 파트에는 구체적인 식물들을 키우며 겪은 일기 겸 식물 키우기 가이드라인이 담겨있다. 내가 키우는 천냥금이 없어서 아쉽긴 하다. 마치 육아일기를 쓰듯이 식물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어서 신기했다. 실제 식물의 사진도 만날 수 있고, 키우면서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돌봄 전략이나 토양 관리 등처럼)이 담겨 있어서 신선하기도 했다.

역시 생명을 키우는 것은 그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고, 참 부지런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우선 내 목표는 우리 집 천냥금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다. 흙도 만져보고, 조도도 측정해 보고, 통풍도 시켜줘야겠다. 그동안 너무 무지해서 미안하다~냥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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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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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고양이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6권에 걸친 바스테트와의 이별이다. 물론 나만 서운할 듯하다. 바스테트는 워낙 도도한 암고양이니 말이다. 쥐들에 의해 어려움을 겪던 와중, 제3의 눈을 장착한 폴이 어렵게 연락을 취해온다. 과연 폴을 믿을 수 있는 것일까? 폴은 양쪽에서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었다. 103인의 부족장들 역시 폴을 믿을 수 있는가, 없는가를 두고 토론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바스테트는 폴을 믿기로 한다. 은혜를 갚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바스테트는 프랑스 쥐 왕 티무르와 미국 쥐 왕 알 카포네 사이의 이간질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물론 폴의 처분을 놓고 이미 둘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지만 말이다. 폴 뿐 아니라 바스테트의 처분을 놓고도 둘은 달랐다. 결국 티무르는 알 카포네를 살해하고 모든 쥐의 황제로 등극한다. 폴에 의해 전해진 소식에는 티무르가 뉴욕 프리덤 타워 지하에 폭발물을 설치하기 위해 연구 중이며, 박쥐의 배설물에서 얻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티무르 역시 머리에 USB 단자가 달려있으니 말이다.) 결국 바스테트와 티무르는 협상대로 나서게 된다. 다행히 티무르는 바스테트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바스테트는 현재 프리덤 타워에 있는 인간, 고양이, 개의 이주권을 요구한다. 하지만 티무르는 고양이와 개는 살려둘 수 있지만, 인간은 살려둘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에 의해 그동안 자연과 생물이 수많은 희생을 치렀기 때문이다. 자신 역시 실험실에서 인간에 의해 큰 고통을 당했기에 인간은 지구 전체를 위해서도 박멸해야 할 존재라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한다. 집사들을 구하려는 바스테트의 설득에 티무르는 20분 동안 바스테트가 물속에서 견디면(과거 인간들이 쥐 티무르에게 했던 실험 내용이다.) 프리덤 타워의 입주민 모두를 이주시키겠다고 이야기한다. 평소 물에 들어가는 것을 끔찍이 싫었던 바스테트지만, 결국 인간 집사들을 살리기 위해 물에 들어간다.

티무르의 요구사항은 바스테트가 목에 걸고 있는 ESRAE를 티무르에게 넘기는 것, 바스테트가 타고 온 드론을 넘기는 것이었고 바스테트는 티무르의 요구대로 행동한다.(물론 ESRAE에는 로망 박사에 의해 30일 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서버가 다 죽는다는 큰 그림이 담겨있었다.) 결국 프리덤 타워에 머물던 무리는 오르세 대학교가 있는 보스턴으로 이주를 하게 된다. 로봇 고양이로 요새를 세우고 있는 그곳에서는 자급자족의 어려움이 없었다. 티무르의 말대로 인간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그곳에서만 살 수 있게 한다는 계획과 배치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한다. 핵폭탄을 투하하겠다는 강경파 그랜트 장군과 요새 속에서 나가지 말고 살자는 마크 레이버트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인간들에 의해 벌어진 지구상의 이야기는 씁쓸했다. 특히 쥐인 티무르가 하는 이야기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함께 담겨있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담긴 이야기를 보니 당장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졌을 때,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만 긴 시기를 두고 보자면 인간이 사라지는 게 생태계에 이익이 된다는 내용을 읽으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그 와중에 인간이 남긴 플라스틱이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걸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인간이다. 인간이 벌인 일들로 인해 겪게 되는 자업자득인 것이다.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통찰력과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가 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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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봄 : 조선 왕실 연애 잔혹사
원주희 지음 / 마카롱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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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것일까? 예의를 중시하고, 남녀 간의 거리 두기가 지금보다 훨씬 심했던 조선시대. 물론 이 책은 실제 역사가 아닌 작가에 의해 창작된 역사긴 하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첫 장면부터 조선 왕실 연애 잔혹사 라는 말 그대로 남편을 살해하는 보명공주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녀가 남편을 죽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책 속에는 심심찮게 살인사건이 등장한다. 현대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잔혹하기 그지없다. 그 안에 시대상이 녹아있다.

왕의 여동생이자 남편을 먼저 보낸 과부인 보명은 화양궁을 짓고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뛰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공주는 중전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다. 그럼에도 왕의 여동생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 그녀의 아방궁인 화양궁에서는 희락회라는 이름으로 폐쇄적인 연회가 벌어진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보명에 의해 초대된 일부 사람들만 벌이는 연회 안에는 시대와 달리 자유연애와 향락이 서슴없이 벌어진다.

왕의 배다른 동생인 수안군 자윤은 어린 시절부터 보명과 가깝게 지낸다. 사실 후궁의 아들인 수안군과 왕비의 딸인 보명은 아버지는 같지만, 일명 레벨이 다르다. 보명과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는 철저히 냉정한 사람이 된다. 그런 자윤의 다른 별명은 바로 절륜미남. 엄청난 미남에다 풀기 힘든 미제 사건을 셜록 홈스처럼 해결한다. 물론 모든 사건을 다 맡지는 않는다. 구미에 당기는 사건. 그중에서도 살인사건을 본인이 선택해서 맞는다. 사건에 쓰인 흉기는 사건을 해결한 다음에 수집하는데, 이로 인해 별 괴의한 소문이 가득하다.

그런 그가 가까이하지 않는 세 가지가 있는데, 권력과 돈 그리고 여자다.

조선의 거부의 딸이자 박물전 단미의 주인인 장소봉. 뛰어난 감각으로 현재 조선 최고의 박물전을 운영하고 있다. 꽃분과 연재와 동업을 하고 있는데, 소봉 역시 과부다. 결혼하는 날, 낙마사고로 신랑이 사망한다. 생과부 신세인 소봉은 춘화와 추리, 연애소설 마니아다. 자신의 신세가 답답해서, 연애를 하고 싶지만 그놈의 과부 신세가 발목을 잡는다. 그런 소봉이 자신의 vip 고객인 보명의 명에 화양궁에 다니러 갔다가 보명의 이복 오빠인 전륜미남사건해결기의 주인공 자윤을 만나게 된다. 보명은 소봉에게 넌지시 자윤을 꼬셔서 연애를 해보라고 바람을 넣는데...

중전의 오빠인 직제학 송준길이 처참히 살해된다. 궁으로 날아든 투서에는 보명을 범인이라 지목하고 있다. 왕은 사건을 자윤에게 맡긴다. 자윤 역시 보명이 연관된 사건이지만, 보명이 던진 미끼인 정화록을 보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사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만만치 않은 사건임에도, 특유의 촉과 감으로 사건을 훑어보기 시작하는 자윤.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왜 범인은 송준길을 살해한 것일까? 보명을 범인으로 한 투서는 누가 보낸 것일까?

조선시대임에도 현재보다 더 절절한 연애 이야기도, 잔혹한 살인의 냄새도 남겨있다. 아니, 그럴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시대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더 놀라울지도 모르겠다. 당찬 소봉과 츤데레 냄새를 풍기는 천재 탐정 자윤. 그리고 베일에 싸인 보명. 이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흥미를 자아낸다. 드라마로 제작돼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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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떻게 살래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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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별세하신 이어령 교수의 한국인 이야기의 마지막 시리즈는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다. 역시 이번에도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이해하기 쉬운 글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이어령 교수의 한국인 이야기를 다 읽었는데, 이번에도 문장 하나하나가 논리적으로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왠지 연관이 없는 듯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한국인과 AI는 다른 시리즈만큼이나 연결되었다.

사실 현직에서 은퇴를 하자마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이세돌 바둑 기사와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를 한 상황에서 이 교수의 논평을 싣고자 하는 기자의 전화였다. 팔순의 노 학자에게 왜 기자는 전화를 했을까? 이미 이 교수가 인공지능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알파고와 스마트폰의 이야기를 기점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AI 이야기의 시작이 바둑대결이었기에 책 속에는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에 대한 이야기들도 한 주제를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과서에서 만났던 디지로그로 이 책의 문을 닫는다.

전혀 이어질 것 같지 않은 이야기가 고개고개 이어진다. 꼬부랑 고개는 한국인 이야기 도입부터 만날 수 있었기에, 세 번째 만나는 이야기는 이제는 친숙하다. 끊어질 것 같지만 끊어지지 않는 고개처럼 책 속에 담긴 이야기도 그렇게 서술된다. 어느 하나 생떼를 부리거나, 억지로 이은 느낌이 아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흥미롭다. 마치 옛이야기를 만나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가령 알파고에서 코끼리로 이어지는 내용은 이렇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보기 전에 우리에게 알파고는 아주 낯선 이름이었다. 그와의 대결로 모두가 아는 이름이 되어 버린 알파고. 마치 태어나서 처음 코끼리를 본 조선시대 사람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조선 세종 때 우리나라에 소개된 코끼리와의 일과는 그런 식으로 등장한다. 책 속의 주제들 역시 이런 식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다.

한국인 이어령은 우리 문화에 대한 마음이 깊다. 책의 고개마다 그런 분위기가 가득하다. 아마 그랬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7장부터는 AI 하면 떠오르는 구글, 인터페이스 등의 좀 더 AI가 가미된 과학적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따분하지 않다. 아니 젊은이들도 힘든 이런 내용들을 어떻게 그리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혀를 내 둘렀다. 역시 시대의 지성, 대 학자는 아무나 될 수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 옛 기억을 찾는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로그. 내가 이어령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게 된 것도 교과서에 실렸던 디지로그를 통해서였다. 당시는 왜 이리 어렵고 따분한지... 물론 성인이 되고 읽어보니 또 다른 맛이었다.(당시는 지극히 시험을 위한 교과서여서 그랬나 보다.) 디지로그는 또 "엇비슷"과 "되다"라는 말과 연결이 된다. 되다는 단군 신화와 연결되어 다시 한국인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사람다워지는 것의 의미를 소통과 사랑이라고 본다. 인간과 기계가 함께 살아가는 것. 공생으로 연결시킨다.

이미 우리가 사는 세계는 AI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단지 기계로 치부하고, 인간과 단절시켜 생각한다면 발전할 수 없다. 한국인과 AI.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AI 시대를 통찰하는 눈과 지식을 겸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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