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한덕현.이성우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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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100퍼센트 만족하는 꿈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그저 꿈의 그림자를 만지며 본질을 향해가는 그 여정에서

희망과 즐거움을 상상하는 것이 바로 꿈꾸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록 밴드인 노브레인의 이성우와 정신과 전문의인 한덕현. 처음 이 책의 두 저자의 이름을 봤을 때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각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들이지만, 연예인과 정신과 의사라...

불면증과 불안증으로 정신과 의사를 찾은 노브레인 이성우. 그들이 서로 주고받은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노브레인이라는 밴드는 들어봤지만, 이성우는 잘 몰랐기도 했지만 어설프게 가지고 있는 노브레인이라는 그룹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봤던 것 같다. 왠지 깊은 고민이 아닌 하루하루의 가벼운 고민들을 풀어낸 것은 아닐까, 록 밴드에서는 정상에 속하는 스타가 하는 고민들에 과연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에 대한 편견도 만만치 않았다. 여러 권의 책을 통해 만난 정신과 의사들은 정확한 치료법보다는 두루뭉술한 이야기들을 펼쳐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초반에는 적응이 안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성우의 질문은 실제적인데, 그에 대한 한덕현의 대답은 이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시작은 학문적인 부분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왠지 모를 거리감이 있어서 그렇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론을 토대로 조금씩 현실적인 부분으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것이 그만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하나 둘 넘어가면서 들긴 했다.

코로나로 대면 공연의 기회가 급속도로 사라졌던 시기에 이성우는 한덕현을 만났다. 강제로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들이 되풀이될수록 답답함이 쌓여갔던 것 같다. 책은 총 3장에 걸쳐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삶의 경험담과 고민들은 1장에서, 조금 더 이상적인 꿈에 대한 이야기는 2장에서, 가수로서의 고민들은 3장에서 주로 다룬다. 이해하기는 1장이 쉬웠지만(이성우의 과거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깊이 있는 이야기는 2장과 3장에서 많이 다룬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노브레인의 음악이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가진 편견으로 사람을 대했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가 하는 고민은 일상적이기도 하지만, 한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고민도 상당했다. 조금 더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나는 과연 내 삶에서 매일을 저자처럼 치열하게 살고 있을까? 나는 고민하기 보다 늘 안주를 택했던 것 같다.) 왠지 거침없고 폭력적일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섬세하기도 하고 자상하기도 한(요리도 잘한다고 한다.) 모습이 색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또한 정신과의 범주에 스포츠 정신의학이 있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어찌 보면 불모지나 다름없는 분야를 개척하고 공부해왔던 것을 보면 둘은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로커의 고민이라지만, 코로나를 지나는 우리의 현실의 고민도 담겨있고, 늘 이상을 좇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에 위축되고 고민되는 우리의 모습도 담겨있다. 그래서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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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신기한 IT는 처음입니다 - 아날로그 인간도 재미있어하는 디지털 시대의 일상 속 IT
정철환 지음 / 경이로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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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낯설기만 한 내용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듣긴 많이 들었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전문용어를 파고들기가 겁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일상에 파고들어 있는 디지털을 잘 사용하고 있고 무슨 원리로 작동하는 것인 지 궁금하지만, 접근이 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차례만 읽어도 혹할만한 이야기들이 6장에 거쳐 등장한다.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인터넷 뱅킹과 비트코인, 당근마켓, 넷플릭스, 인공지능스피커와 자율주행, 드론,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 내비게이션, 구글 검색과 각종 인터넷 무료 서비스들... 키워드만 적어도 아마 일상이 되어버린 이야기들일 것이다. 나 역시 오늘도 당근마켓에 올라온 상품의 판매자와 채팅을 했고, 당근마켓 판매자의 집까지 얼마나 걸리나 티맵으로 검색을 했다. 수시로 초록색 창에 궁금한 내용을 검색했고, 아이는 유튜브에서 요즘 한참 빠져있는 만화를 찾아서 보기도 했다. 이제는 굳이 내가 보낸 하루를 따져보지 않아도 일상 깊숙이 들어온 IT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책의 부제처럼 사실 IT 전공자 거나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모든 것이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지 아는 게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전문용어가 상당수 등장하긴 하지만, 한결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을 풀어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그저 얄팍한 지식이 아닌, IT 기술이 등장한 역사부터 서술한다. 물론 시작은 늘 낯설다. 중반부 정도 돼야 우리가 아는 이름이 하나 둘 등장한다. 가령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사이트다. 그렇다면 웹사이트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에서부 터 시작된다.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에서 시작되어 우리가 잘 아는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 아마존 등이 그 뒤를 이어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가 시작이라 할 수 있는데, 나 역시 중고나라를 이용해 봤지만 회원 수가 늘어나면서 사기와 같은 범죄들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신뢰를 많이 잃게 된 것 같다. 물론 필요한 물건인데, 지역이 멀어서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고 말이다.(직접 만나서 거래하는 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당근마켓은 상당히 편리하다. 근데, 당근마켓은 내 지역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일명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GPS 신호를 통해 내가 있는 곳을 알 수 있다. 위치 기반을 이용하는 서비스에는 내비게이션이나 맛집, 저렴한 주유소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있다. 당근마켓은 무료로 이용하는데, 과연 어떻게 수익을 내는 것일까? 아마 당근마켓 뿐 아니라 우리가 무료로 사용하는 많은 사이트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일 텐데 과연 이들은 어디서 수익을 얻을까? 이 이야기는 5장의 내비게이션, 6장의 무료 사이트와도 연결되어 있으니 기왕이면 관심분야부터 읽는 것도 좋지만, 차례대로 읽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아날로그 인간을 위한 일상 속 IT 기술 이야기가 담긴 책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있는 디지털 지식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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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가장 불쾌한 감정의 힘에 대하여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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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적절히 다루면,

후회는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그 효과를 이해하면 결정을 연마하고, 성과를 높이며,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저자의 이름이 특이했다. 알고 보니 미래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저자의 이름만큼이나 특이했던 제목. 후회의 재발견이라니... 이 책을 읽었던 그날 역시 나는 후회가 가득한 상황 속에 처해있었다. 오전 반차를 내고 개인적인 일을 보고 오후 출근길이었다. 책 속에 초반에 예를 든 상황과 동일한 상황이 펼쳐졌다. 평소에 타고 가던 버스가 좀 늦게 도착하는 것 같아서, 반대쪽 다른 버스를 탔다. 고작 1~2분 일찍 도착한다는 이유로... 환승을 해야 하는 정류장에 내렸는데,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이미 지나가는 게 보였다. 다음 버스는 20분 후 도착!(이미 20분가량 지각할 것 같은 상황이어서 당혹스러웠다. 다시 반대로 타고 가기에도 막막하고, 다른 버스로 환승하기에도 막막했다.) 왜 고작 1분 벌려고 평소에 타던 버스가 아닌 다른 버스를 탔던 것일까? 가뜩이나 늦었는데, 후회의 후회가 쌓였다. 책을 읽으며 특히 공감된 것이 바로 그런 내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은 예가 등장했기 때문이다.(다행히 이래저래 다른 버스로 갈아탄 게 전화위복이 되어서 원래 도착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하긴 했다.)

근데, 후회를 하는 것은 건강하다는 뜻이다?! 조현병을 비롯하여 뇌의 특정 부분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후회를 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고 한다. (아마 두 가지 중 비교하는 자체가 힘들어지는 듯하다.) 후회가 안된다면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노래나 몸에 새기는 두 글자 문신(No Regrets)을 새기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후회는 정말 불필요하고 불쾌한 것일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후회를 다르게 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후회가 마냥 부정적이고 불쾌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물론 후회라는 감정은 긍정적인 기분을 불러오지 않는다. 자책과 실망처럼 자신에게 고통스럽고 아픈 감정을 주로 생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회는 좋지 않은 것일까? 책 속에는 참 다양한 상황과 예가 등장하는데, 후회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다음의 상황에서 똑같이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한다고 한다. 그 결과 다음번에는 후회를 하지 않는 상황을 이루어낸다. 같은 상황에서 후회를 경험한 사람의 성취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당신이 인생에서 하는 모든 빌어먹을 일은

당신에게 보상을 줄 수 있다.'

곧 알게 되겠지만 후회는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도 만든다.

2부에서 저자는 인간의 후회를 네 가지 범주로 나뉘어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기반성 후회(그 일을 했더라면), 대담성 후회(위험을 감수했더라면), 도덕성 후회(옳은 일을 했더라면), 관계성 후회(손을 내밀었더라면)다. 후회하는 종류가 아닌 성격에 따른 분류라고 할 수 있는데, 기반성 후회는 그중에서 자신이 결정한 현실의 삶의 기반과 안정이 미래의 원하는 만큼 부응해 주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고 한다. 두 번째 대담성 후회는 흘려보낸 기회에 대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성 후회는 비도덕적인 선택으로 인한 후회가 쌓여서 발생하게 되고, 관계성 후회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상실감을 크게 느낄 때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긍정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후회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저자는 실행한 후회와 실행하지 않은 후회에 따라 활용법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실행한 후회의 경우 바로잡기가 용이할 수 있지만, 실행하지 않은 후회의 경우 쉽지 않다. 가령 친구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했을 경우를 예로 들면, 실행 취소 실행법을 사용할 수 있다. 친구에게 내 행동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실행 취소를 할 수 있다. 또한 내 선택에 대해 "적어도" 실행법을 통해 더 끔찍한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에 위로를 받고 안도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적어도" 실행법은 꼭 필요한 상황에 사용해야지, 남발하면 안 된다. 너무 자주 사용하면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늘 후회를 하면서 살아간다.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후회가 너무 깊어지면 내 감점을 좀먹기도 한다. 하지만 후회의 적절한 활용은 내 삶을 한결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덕분에 후회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된 것 같다. 후회는 인생을 더 풍미 있게 만들어준다. 물론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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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장아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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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이 그 캐릭터들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남자친구가 사준 선물이었다.

그러고 보니 캐릭터들 다 입이 없었다.

입이 없는 아이들은 말로든 물어서이든 해를 입힐 수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무해하게 보였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해가 될 사람, 무해한 사람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여성전용 셰어하우스인 안개꽃 빌라에서 만나게 된 5명 육소미, 남보라, 임유정, 김나나 ,채한솔.

모란 도시락 사장이자 안개꽃 빌라의 주인인 모란 할머니에게 집을 소개받은 소미는 4명과 자연스레 친해진다. 사실 소미는 그전까지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합격할 기미가 없고, 생활비는 부족해지자 결국 모란 도시락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용신대학생인 유정과 나나, 직장인인 한솔, 음식 유튜버인 보라.

소미는 들어온 날 밤 옥상에서 곧 나갈 세입자 시연이 통화하는 소리를 듣는다. 누군가로부터 쫓기는 듯한 불안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연의 목소리에 소미 역시 불안해진다. 두 자리의 결원이 생겨 입주하게 된 소미와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막내 나나까지 다시 안개꽃 빌라가 꽉 찼다.

입주하고 며칠 안된 어느 날. 맛 보라 랜드 유튜버인 보라가 방송을 하려고 받아 둔 닭강정이 사라진다. 광고료까지 받은 터라 입장이 난처해진 보라. 그날 이후 냉장고에는 "다른 사람 음식에 절대 손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붙게 된다. 하지만 이 일이 시작이 아니다. 연달아 나나의 도미 12마리, 소미의 갈비찜과 훈제연어가 사라진다. 자꾸 사라지는 음식에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세입자들. 결국 주인인 모란에게 경찰의 신고와 함께 공동 출입문에 비밀번호, CCTV 설치까지 이야기하게 된다. CCTV 설치 전 날 이번에는 보라의 속옷이 사라진다. 그동안 음식이 사라진 것은 내부자의 소행이라 생각했는데, 속옷이라면...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

사라진 음식과 함께 세입자들의 이야기가 하나 둘 책 속에 풀어진다. 두 자매가 같이 바이올린을 전공하지만, 나나는 언니에 비해 실력이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던 남자친구 이야기를 나중에 듣게 된 엄마는 더욱 나나에게 공격적이 되고, 결국 용돈을 끊겠다는 협박까지 남긴다. 어려움 없이 곱게 자란 나나는 알바를 구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그녀가 유일하게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던 일은 결혼식 바이올린 연주였다. 너무 싫었던 바이올린이 결국 그녀의 생계가 된 것이다.

쫓기듯이 나간 전 세입자 시연과 친했던 보라. 그녀와 함께 먹었던 떡볶이 맛을 잊지 못해 떡볶이를 찾아다니다 유튜버가 된다. 시연의 비밀을 알고 있는 보라. 우연히 만난 결혼식에서 보라를 보자마자 놀라 도망치는 시연. 이 둘 사이에는 과연 어떤 사연이 담겨 있었을까?

과거 살던 집에서 흉기를 가진 치한에게 봉변을 당할 뻔한 유정. 그 이후 그녀는 안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인 안개꽃 빌라에 입주하게 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버인 보라가 밤늦은 시간에 음식 배달을 시키는 것조차 불안하고, 보라의 방이 방송에 공개되는 것도 불안하다. 혹시 보라를 스토킹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어쩌나 싶기 때문이다. 공동 현관문으로 바꿔주겠다는 모란의 대답은 몇 달째 이루어지지 않고, 음식을 도둑맞은데 이어 속옷까지 사라지니 유정의 불안은 식을 줄을 모르게 된다. 너무 예민해보였던 그녀의 사연을 알게 되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안개꽃 빌라에서 벌어지는 음식 도둑 사건을 접하자 특유의 촉이 서는 소미. 그녀는 세입자들과 그들의 주변을 관찰하며 하나하나 사건을 해결할 열쇠를 찾는다. 채식주의자인 한솔과 한솔이 보여 준 영상을 보고 채식주의자로 전향하는 나나. 늘 불안에 시달리는 유정, 보라가 찾는 떡볶이집을 함께 찾으러 간 일 등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조차 그녀에게는 단서가 된다. 그리고 모든 사건의 범인은 중반부가 넘어가서 밝혀진다. 예상치 못한 상황과 나름의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은 오해를 풀고 서로를 보듬아주는 모습이 또 다른 힐링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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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템페스트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예용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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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에 이어 두 번째 만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문학이다. 템페스트라는 제목의 뜻이 폭풍우라는 뜻을 가졌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햄릿과 마찬가지로 희곡 형태로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희곡 형태의 작품에 대한 선입관이 있다. 처음 만났던 작품(그 작품 역시 햄릿이었다.)이 너무 어렵고 장황했던 터라. 산문보다 이해가 어렵다는 생각이 자리 잡혔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읽기 쉽게 풀어쓴 한국어판 햄릿 덕분에 이번 작품을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현대어로 풀어서 이해가 용이한 것뿐 아니라, 첫 페이지에 등장인물관계도가 담겨있는데, 인물들의 관계뿐 아니라 낯선 이름이 정리되어 있어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작품 속 주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꼭 필요한 폭풍우.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이 된 것 같다. 사건을 일으키는 데 폭풍우는 꼭 필요한 장치였기 때문이다.

나폴리 왕 알론조가 탄 배가 푹 풍우에 휘말린다. 배에는 알론조와 그의 아들인 퍼디넌드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난파된 배에서 떠밀려 외딴섬에 도착하게 된다. 사실 이 모든 일은 프로스페로가 벌인 일이었다. 사실 프로스페로는 밀라노의 공작이자 군주였는데, 동생인 안토니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딸인 미란다와 함께 나무상자에 갇혀 표류하다 시코락스섬에 도착하게 된다. 그 섬이 바로 퍼디넌드와 알론조가 훗날 도착하게 된 섬이다. 사실 프로스페로와 알론조는 원수다. 알론조와 안토니오가 손을 잡고 프로스페로를 쫓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학문을 좋아했던 프로스페로는 연구를 통해 섬의 마녀인 시코락스로 부터 잡혀있던 요정 에어리얼을 도와주고 마녀의 아들인 캘리번을 교육한다. 에어리얼에게 자유를 주는 대가로 프로스페로는 폭풍우와 함께 알론조의 아들 퍼디넌드와 자신의 딸인 미란다가 한눈에 사랑에 빠지도록 돕기로 한다. 결국 프로스페로의 계획대로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서로 원수인 자녀들이 사랑에 빠지는 내용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킨다.(로미오와 줄리엣의 작가 역시 셰익스피어다.) 하지만 원수라는 설정 외에는 상당히 다르다. 결말뿐 아니라, 누구에게 더 집중하느냐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템페스트의 주인공은 미란다가 아닌 프로스페로기 때문이다. 원수의 아들이지만 무턱대고 그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거부하지는 않는 모습 역시 그렇다. 물론 자신의 딸 미란다의 신랑감으로 퍼디넌드가 괜찮은 지 여러 차례 시험을 하긴 하지만 말이다.

템페스트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복수가 복수를 낳는 설정이었다면 아쉬울 뻔했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물론 프로스페로가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스테파노와 트린큘로로 부터 죽음의 위협을 당하기도 한다. 극적인 긴장감이 해소되고 벌어졌던 관계가 회복되는 데는 자신에게 위협을 가했던 동생 안토니오와 원수 알론조를 용서하고 포용하는 프로스페로의 역할이 가장 컸다. 물론 마법으로 그들이 파선하게 하긴 했지만 말이다.

쉽게 풀어냈기에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옮긴이의 말은 더 깊이 있는 이해에 도움이 된다. 템페스트의 뜻이 폭풍우라는 것뿐 아니라 템페스트 말미 프로스페로의 대사가 주는 의미까지 짚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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