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장아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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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이 그 캐릭터들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남자친구가 사준 선물이었다.

그러고 보니 캐릭터들 다 입이 없었다.

입이 없는 아이들은 말로든 물어서이든 해를 입힐 수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무해하게 보였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해가 될 사람, 무해한 사람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여성전용 셰어하우스인 안개꽃 빌라에서 만나게 된 5명 육소미, 남보라, 임유정, 김나나 ,채한솔.

모란 도시락 사장이자 안개꽃 빌라의 주인인 모란 할머니에게 집을 소개받은 소미는 4명과 자연스레 친해진다. 사실 소미는 그전까지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합격할 기미가 없고, 생활비는 부족해지자 결국 모란 도시락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용신대학생인 유정과 나나, 직장인인 한솔, 음식 유튜버인 보라.

소미는 들어온 날 밤 옥상에서 곧 나갈 세입자 시연이 통화하는 소리를 듣는다. 누군가로부터 쫓기는 듯한 불안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연의 목소리에 소미 역시 불안해진다. 두 자리의 결원이 생겨 입주하게 된 소미와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막내 나나까지 다시 안개꽃 빌라가 꽉 찼다.

입주하고 며칠 안된 어느 날. 맛 보라 랜드 유튜버인 보라가 방송을 하려고 받아 둔 닭강정이 사라진다. 광고료까지 받은 터라 입장이 난처해진 보라. 그날 이후 냉장고에는 "다른 사람 음식에 절대 손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붙게 된다. 하지만 이 일이 시작이 아니다. 연달아 나나의 도미 12마리, 소미의 갈비찜과 훈제연어가 사라진다. 자꾸 사라지는 음식에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세입자들. 결국 주인인 모란에게 경찰의 신고와 함께 공동 출입문에 비밀번호, CCTV 설치까지 이야기하게 된다. CCTV 설치 전 날 이번에는 보라의 속옷이 사라진다. 그동안 음식이 사라진 것은 내부자의 소행이라 생각했는데, 속옷이라면...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

사라진 음식과 함께 세입자들의 이야기가 하나 둘 책 속에 풀어진다. 두 자매가 같이 바이올린을 전공하지만, 나나는 언니에 비해 실력이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던 남자친구 이야기를 나중에 듣게 된 엄마는 더욱 나나에게 공격적이 되고, 결국 용돈을 끊겠다는 협박까지 남긴다. 어려움 없이 곱게 자란 나나는 알바를 구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그녀가 유일하게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던 일은 결혼식 바이올린 연주였다. 너무 싫었던 바이올린이 결국 그녀의 생계가 된 것이다.

쫓기듯이 나간 전 세입자 시연과 친했던 보라. 그녀와 함께 먹었던 떡볶이 맛을 잊지 못해 떡볶이를 찾아다니다 유튜버가 된다. 시연의 비밀을 알고 있는 보라. 우연히 만난 결혼식에서 보라를 보자마자 놀라 도망치는 시연. 이 둘 사이에는 과연 어떤 사연이 담겨 있었을까?

과거 살던 집에서 흉기를 가진 치한에게 봉변을 당할 뻔한 유정. 그 이후 그녀는 안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인 안개꽃 빌라에 입주하게 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버인 보라가 밤늦은 시간에 음식 배달을 시키는 것조차 불안하고, 보라의 방이 방송에 공개되는 것도 불안하다. 혹시 보라를 스토킹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어쩌나 싶기 때문이다. 공동 현관문으로 바꿔주겠다는 모란의 대답은 몇 달째 이루어지지 않고, 음식을 도둑맞은데 이어 속옷까지 사라지니 유정의 불안은 식을 줄을 모르게 된다. 너무 예민해보였던 그녀의 사연을 알게 되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안개꽃 빌라에서 벌어지는 음식 도둑 사건을 접하자 특유의 촉이 서는 소미. 그녀는 세입자들과 그들의 주변을 관찰하며 하나하나 사건을 해결할 열쇠를 찾는다. 채식주의자인 한솔과 한솔이 보여 준 영상을 보고 채식주의자로 전향하는 나나. 늘 불안에 시달리는 유정, 보라가 찾는 떡볶이집을 함께 찾으러 간 일 등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조차 그녀에게는 단서가 된다. 그리고 모든 사건의 범인은 중반부가 넘어가서 밝혀진다. 예상치 못한 상황과 나름의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은 오해를 풀고 서로를 보듬아주는 모습이 또 다른 힐링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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