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에 이어 두 번째 만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문학이다. 템페스트라는 제목의 뜻이 폭풍우라는 뜻을 가졌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햄릿과 마찬가지로 희곡 형태로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희곡 형태의 작품에 대한 선입관이 있다. 처음 만났던 작품(그 작품 역시 햄릿이었다.)이 너무 어렵고 장황했던 터라. 산문보다 이해가 어렵다는 생각이 자리 잡혔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읽기 쉽게 풀어쓴 한국어판 햄릿 덕분에 이번 작품을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현대어로 풀어서 이해가 용이한 것뿐 아니라, 첫 페이지에 등장인물관계도가 담겨있는데, 인물들의 관계뿐 아니라 낯선 이름이 정리되어 있어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작품 속 주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꼭 필요한 폭풍우.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이 된 것 같다. 사건을 일으키는 데 폭풍우는 꼭 필요한 장치였기 때문이다.
나폴리 왕 알론조가 탄 배가 푹 풍우에 휘말린다. 배에는 알론조와 그의 아들인 퍼디넌드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난파된 배에서 떠밀려 외딴섬에 도착하게 된다. 사실 이 모든 일은 프로스페로가 벌인 일이었다. 사실 프로스페로는 밀라노의 공작이자 군주였는데, 동생인 안토니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딸인 미란다와 함께 나무상자에 갇혀 표류하다 시코락스섬에 도착하게 된다. 그 섬이 바로 퍼디넌드와 알론조가 훗날 도착하게 된 섬이다. 사실 프로스페로와 알론조는 원수다. 알론조와 안토니오가 손을 잡고 프로스페로를 쫓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학문을 좋아했던 프로스페로는 연구를 통해 섬의 마녀인 시코락스로 부터 잡혀있던 요정 에어리얼을 도와주고 마녀의 아들인 캘리번을 교육한다. 에어리얼에게 자유를 주는 대가로 프로스페로는 폭풍우와 함께 알론조의 아들 퍼디넌드와 자신의 딸인 미란다가 한눈에 사랑에 빠지도록 돕기로 한다. 결국 프로스페로의 계획대로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서로 원수인 자녀들이 사랑에 빠지는 내용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킨다.(로미오와 줄리엣의 작가 역시 셰익스피어다.) 하지만 원수라는 설정 외에는 상당히 다르다. 결말뿐 아니라, 누구에게 더 집중하느냐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템페스트의 주인공은 미란다가 아닌 프로스페로기 때문이다. 원수의 아들이지만 무턱대고 그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거부하지는 않는 모습 역시 그렇다. 물론 자신의 딸 미란다의 신랑감으로 퍼디넌드가 괜찮은 지 여러 차례 시험을 하긴 하지만 말이다.
템페스트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복수가 복수를 낳는 설정이었다면 아쉬울 뻔했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물론 프로스페로가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스테파노와 트린큘로로 부터 죽음의 위협을 당하기도 한다. 극적인 긴장감이 해소되고 벌어졌던 관계가 회복되는 데는 자신에게 위협을 가했던 동생 안토니오와 원수 알론조를 용서하고 포용하는 프로스페로의 역할이 가장 컸다. 물론 마법으로 그들이 파선하게 하긴 했지만 말이다.
쉽게 풀어냈기에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옮긴이의 말은 더 깊이 있는 이해에 도움이 된다. 템페스트의 뜻이 폭풍우라는 것뿐 아니라 템페스트 말미 프로스페로의 대사가 주는 의미까지 짚어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