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의 유전자 - 협력과 배신, 그리고 진화에 관한 모든 이야기
니컬라 라이하니 지음, 김정아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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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우연에 기댄듯 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리차드 도킨슨의 이기적인 유전자 역시 관심은 같지만 진화론자의 시각이라는 사실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 역시 반신반의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근데, 읽을수록 흥미로웠다. 과학 책이 맞아?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깊이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이기적인 유전자 만큼이나 색다른 협력의 유전자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리차드 도킨슨의 책은 읽지 않았기 때문에 지극히 제목으로 유추해 보자면 둘은 상충하는 내용인가 싶었다. (다행히 책 속에서 이기적인 유전자의 주된 내용을 살짝 언급하고 있이에 상충이 아닌 상보의 관계라고 보면 좋을 듯싶다.)

유전자가 이기적인 것도, 유전자가 서로 협력하는 것도 미래를 위해서다?! 생명을 가진 존재들의 제1의 목적은 자손 번식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접했던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더 건강하고 힘 있는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 위한 행동에서 강한 것만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등장한다. 비단 유전자 세계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살아남기 위해 협력보다는 경쟁을 택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책에서는 미래를 위해 협력을 하는 유전자를 가진 종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단연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인간이다. 경쟁 사회에서 지쳐있는 우리에게 협력의 유전자가 흐른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엄마인 과학자라서 그런지, 그녀의 시각에서 본 유전자의 세계는 자못 독특하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보니, 퇴근 후 집안 일과 육아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남편이 육아와 집안일에 참여할 시간이 적다 보니, 늘 허덕인다. 아빠보다 엄마가 육아와 집안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서양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엄마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저자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구체적 이유를 제시한다. 막연하게나마 여성이 임신을 하기에 그렇다는 것에 반기를 드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해마처럼 아빠가 양육을 도맡아 하는 동물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 결혼 전 혹은 임신 전에 책을 접했다면 출산을 조금 더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다. 임신이 암 발생을 높일 수도 있다니... 역시 몸이 망가지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태어나자마자 일어나고 돌아다니는 상당한 생명체들과 달리 인간은 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출생하는 것일까? 진화론의 관점에서 인간의 생육을 설명하자면 임신을 유지할수록 엄마의 몸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이유 때문이란다. 어느 정도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태로 출생하려면 총 19개월이 필요한데, 엄마의 몸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태아를 몸에 오래 두는 것은 엄마의 입장에서 상당한 위험이 수반된다. 그런 면에서 10개월은 엄마가 위험을 버틸 수 있는 최대의 기간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와 함께 여성의 폐경을 설명한다.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죽기 전까지 번식능력을 갖는다. 남성과 달리 여성의 경우 평균 50세의 폐경이 되고, 그 이후로 2~30년을 더 생존한다. 여성의 폐경은 과연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의 경우도 엄마의 딸의 번식기간은 교차된다. 딸이 생식능력을 가질 즈음에, 엄마는 폐경이 된다. 책에서는 근연도 비대칭이라는 개념에서 폐경을 설명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동시에 출산을 하게 되면 두 아이를 길러내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에 후대를 더 잘 키워낼 수 있는 환경에 집중을 하게 된다. 폐경은 번식능력을 포기하는 대신, 후대의 유전자를 더 잘 키우기 위한 인간만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책 속에서 만나게 된 알락노래꼬리치레, 청줄청소놀래기, 오스트레일리아흙둥지새 등의 생존은 상당한 흥미를 자극했다.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 같아 보였지만, 그에는 확실한 의미가 있었다. 즉, 생물의 행동에는 그에 따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알락노래꼬리치레 부모가 먹이를 가지고 왔을 때 내는 소리의 경우 단지 식사를 전달하는 효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큰 목적은 새끼를 더 빨리 독립시키고자 교육하는 데 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책을 통해 만나보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진화론적 시각에서 인간의 행동-배신과 부패의 이야기까지-을 설명하는 부분도 신선했던 것 같다. 그 또한 미래를 위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과거에 비해 경쟁 사회에 내쳐진 우리의 입장에서 보자면 협력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질감이 큰데, 큰 테두리에서 보자면 협력 또한 목적(미래를 위한)을 또 다른 행동의 한 범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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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작별
이한칸 지음 / 델피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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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선택지가 불확실하다면

우리는 어느 쪽에 미래를 맡기게 될까?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의 문제는 아니었다.

자신의 생을 바친 무언가가 있는 사람들은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지라도, 바보 같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이 자신의 존재가치이며 삶의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첫 장면부터 괴이했다.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어떤 물건을 찾는 듯한 두 남자의 모습이 등장한다. 근데 그 물건이 무엇인 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탐정사무소 지소장과 밑창이라고 불리는 백한기가 보낸 젊은 남자 박가람이 찾는 물건은 무엇일까? 탐정이 등장하고, 물건을 유추하는 것을 보고 추리소설인가 싶었다. 근데 그들은 말미에 가서야 재등장한다.

다음 장면도 역시 괴이하다. 극저온 체임버에서 갑자기 깨어난 류요엘. 7년 후 깨어나기로 되어있었는데, 2년 7개월 만에 깨어난다. 깨어난 그를 보살피는 간병로봇. 체임버에서 일어나자마자 심장의 통증을 느낀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인지할 수 있다. 냉동 수면 연구센터 피카이아의 책임연구원 류요엘. 유전형 희소질환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자신을 체임버에 넣는 데 도움을 주었던 후배이자 선임연구원인 이을유를 찾아야 한다. 그를 찾으면 7년이 아닌 2년 7개월 만에 깨어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동생 김산이 어떻게 지내는 지도...

근데 그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전화기가 꺼져있단다. 체임버에서 나와 사원증을 걸고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과거 안면이 있는 직원을 만난다. 그가 냉동 체임버에서 막 깨어난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그는 모두에게 외국에 좋은 연구소로 스카우트된 걸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가 전한 사실은 이을유가 3,000억 사기 사건으로 구속되었단다. 일이 꼬인다. 을유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산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10살이었던 산이는 이제 12살이 되었을 텐데...

유명한 생태조류학자인 아버지 류한조. 아버지와 이혼하고 탈북자 출신 남자와 재혼한 엄마. 엄마는 20살 터울의 동생 김산을 낳는다. 20살 터울이라서 그런지, 요엘은 산이 동생 같지 않았다. 자신이 보호해야 할 유일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산이 3살 되던 해. 엄마가 북한으로 건너간다고 한다. 월북을 하겠단다. 산이의 아버지는 27년 전 탈북한 사람이었는데, 북한에서 백두혈통의 연줄이 있기에 건너가도 고생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산이만은 놓고 가기를 애원했지만, 그녀는 결국 어느 날 연락 없이 사라진다. 브로커인 백한기를 만나게 된 것도 그런 연유였다. 엄마와 연락하기 위해서는 백한기를 통해야 했다. 근데 그는 매번 연락할 때마다 상당한 금액의 돈을 요구한다. 여유가 있었기에 마지못해 수락하지만, 매번 갖은 핑계를 대는 그가 꼴 보기 싫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그저 수긍할 수밖에...

어린 시절 요엘은 아버지의 탐조에 동행한 기억이 있다. 새를 너무 좋아했던 아버지. 새의 소리만 들어도 어떤 새 인지 아는 아버지가 대단해 보였다. 그러던 아버지가 연구를 위해 건너간 곳에서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아버지의 비밀. 미묘하게 달랐던 버튼을 발견하게 된 날. 지하실에서 아버지가 했던 연구는 상상할 수 없었다. 새를 사랑하고, 새를 아꼈던 아버지가 했던 연구는 끔찍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는 한조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연구의 결과를 이뤄내야 했다. 그게 아버지의 마지막 바람이었을 것이다.

기이한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중반이 지나가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반전 아닌 반전에 이해가 된다. 왜 그가 7년이 아닌 2년 7개월 만에 냉동 체임버에서 깨어난 것인지, 깨어나자마자 들었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와 동생 산이에 존재까지... 과연 그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을까?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끝까지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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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 곁의 산 자들 -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헤일리 캠벨 지음, 서미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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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보는 충격과 슬픔의 충격을 분리해야 해요."

언제부턴가 자신의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한다는 의미에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에 대한 경험치들이 생겨날수록 죽음이 더 두렵기도 하고, 더 와닿기도 한다. 이 책에는 누구보다 죽음을 수시로, 자주 접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우리의 경우 요즘은 조금씩 바뀌고 있긴 하지만, 죽음과 관련된 곳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화장장이나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보고 반대하는 경우도 매체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사실 서양은 죽음에 대해 우리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외국의 공동묘지만 해도 공원처럼 꾸며놓는 경우가 상당해서였다. 하지만, 죽음은 인간에게는 범접하기 싫은 무언가인 것은 동서양이 같은 것 같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장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30대 여성인 포피의 부모는 상당히 개방적이라서 7세 때 바나나에 콘돔 씌운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는데, 그럼에도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성인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하니 말이다.

놀라웠다. 나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죽음과 죽음을 수습하는 사람들을 같이 놓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에 당혹스러웠다. 우리가 접하는 죽음의 모습들은 어느 정도 수습이 된 이후의 모습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충격을 받는다. 얼마 전까지 옆에서 같이 숨 쉬고, 음식을 먹던 사람이면 그 충격은 더 심해진다.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다양했나 싶을 정도로 책 안에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장의사를 비롯하여 사형집행인, 해부 책임자, 시인 방부처리사, 범죄현장 청소부, 사산 전문 조산사, 인체 냉동 보존 연구소 임직원에 이르기까지 12개의 직업인들과 함께하며 기자인 저자는 죽음의 다양한 모습과 생의 의미들을 글로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직업은 사산 전문 조산사였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기 전에는 임신을 하면 무조건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건강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은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출산을 20일 앞둔 여배우가 사산을 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같이 배 아파 아이를 낳지만, 아이에게 젖 한번 물리지 못하고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는 엄마의 마음은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사산 전문 조산사인 클레어 역시 매번 가슴 아픈 경험을 목도한다. 어떤 것도 해줄 수 없어서 더 큰 상실감을 갖게 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묵묵히 자신의 직업을 통해 상처받은 가족들을 위로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를 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부모들을 위해,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들(아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손. 발 도장 등)을 보관해뒀다 훗날 찾는 부모들에게 전달한다. 단계적으로 아기를 가족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가령 아기를 먼저 살펴보고 생김새를 설명하기도 하고, 사진으로 먼저 보도록 권하거나 담요로 아이를 감싸고 발만 보이게 해서 안아보게 하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그를 위해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한다.

그동안 읽었던 죽음과 관련된 책들은, 비슷한 시선에서 죽음을 바라보게 해줬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른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죽음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삶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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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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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과거 이미 두 번이나 출간된 책이었다. 2001년에 일본에서 단행본이 나왔다니 무려 20년이 넘은 소설임에도, 요즘의 이야기처럼 와닿는 것은 왜일까? 물론 작가가 그린 소설 속 세계가 현실과 맞닿아있는 것도 그렇지만,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만큼의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의 생각은 여전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책 속에서 다루는 문제는 여전히 쉽지 않다. 만약 외사랑이 아닌 2006년 출간된 제목 "아내를 사랑한 여자"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면 섣부르게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옳다 그르다는 판단을 내리기엔 이 문제는 지극히 개인의 생각과 가치관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커밍아웃. 동성애. 트레스젠더.

데이토 대학 미식축구부원으로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그들은 매년 11월 셋째 주 금요일이면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모여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그날의 경기를 곱씹는다. 무려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이다. 당시 쿼터백이자 현재 스포츠 작가로 활동 중인 니시와키 데쓰로를 비롯하여 쇼와 신문사 기자인 하야타, 스가이, 마쓰자키는 이번에도 그날의 이야기를 하며 헤어진다. 몇 년째 얼굴을 못 본 나카오 고스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데쓰로의 아내가 된 여자 매니저 출신 다카쿠라 리사코 그리고 자신들 보다 더 열정적이었던 또 다른 매니저 히우라 미쓰키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던 중, 미쓰키를 닮은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에게 다가온 그녀는 한눈에 보기에도 괴상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옷뿐 아니라 화장도 엉망인 그녀는 그들에게 필담을 건넨다. 조용히 이야기할 장소를 찾던 중 가까이 있는 데쓰로의 집으로 향하는 그들. 미쓰키로 부터 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자신은 태어났을 때부터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는 미쓰키. 평범한 여성이 되기 위해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출산했지만, 그의 마음은 늘 괴롭기만 했다. 결국 가출을 하고 남성호르몬을 맞으며 남자의 몸을 가지고 살게 된 미쓰키는 일하던 바의 사에키 가오리를 스토킹하던 도쿠라 아키오를 살해하고 도망 중이었다. 자수를 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이 그동안 살았던 남자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미쓰키에게 리사코는 도움을 주겠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남자의 몸으로 살고 싶은 미쓰키에게 안전을 위해 당분간은 여성으로 살기를 권한다.

사실 리사코와 데쓰로는 부부지만, 과거 임신으로 인한 사건으로 사이가 크게 틀어져서 지금은 남처럼 지내는 사이다.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남성 호르몬을 투여받고 있지만 과거 데쓰로와 미쓰키는 함께 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변화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 데쓰로. 리사코와 데쓰로가 자신 때문에 크게 충돌하자, 그들을 떠나겠다고 결심하는 미쓰키를 좇아가는 데쓰로는 그녀로부터 또 한 번의 충격적인 고백을 듣게 되는데...

물론 책의 주된 포커스는 여성이지만, 남성이 되고자 하고 남성의 생각과 감정을 가진 미쓰키지만, 그 안을 파고들어가면 소수자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사회 속에 편견으로 굳어진 젠더의 문제까지 아우르게 된다. 같은 일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적은 급여와 대우를 받는 여성들. 여성(남성)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사회 분위기와 함께 소수자로 살기 위해 그들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의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설 속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덮으면서도 여전히 어렵다. 나 역시 편견이라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보다.

책을 덮으며 외사랑이라는 제목에 대해 다시금 곱씹게 된다. 짝사랑이 아닌 외사랑. (물론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을 당시의 책 제목은 짝사랑이었다.) 물론 단어의 선택은 저자나 편집자의 고유 영역이겠지만, 짝사랑이 아닌 외사랑으로 번역을 한 것은 그만의 의미가 있겠다 싶다. 젠더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는 과연 언제쯤이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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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아일랜드 - 희귀 원고 도난 사건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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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 분위기의 표지와 함께 어우러진 제목을 보고 무슨 뜻인가 궁금했다. 카미노 아일랜드. 사건이 벌어지는 주된 장소가 바로 플로리다의 카미노 아일랜드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고, 누군가에게는 꿈의 장소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끔찍한 기억의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프리스턴 대학교 파이어스톤 도서관 지하 서고에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자필 원고가 있다. 피츠제럴드의 외동딸이 아버지의 원고를 프리스턴 대학교에 기증했기 때문이다.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소장 가치가 있는 원고를 훔치기 위해 5인방이 뭉쳤다. 염탐을 위해 마크 드리스콜은 타 대학의 시간강사인 네빌 맨친 인 척 서가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낸다. 물론 모든 것을 위조한 체 말이다. 자신들이 훔쳐야 할 곳 여기저기를 확인하고 드디어 D 데이다. 해커인 아메드는 자택에서 일을 도모하고, 데니. 트레이. 마크. 제리는 도서관에 잠입한다. 도서관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고 버티며 준비해 간 연막탄을 터뜨린다. 자욱한 연기에 휩싸인 때, 경찰서에 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총기사건이 발생했다는 거짓 신고를 한다. 화재와 총기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지 아는 외부에서는 경찰차와 소방차, 구급차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리고 넷은 5권의 피츠제럴드의 자필 원고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한다. 기쁨에 도취된 제리는 나뭇조각에 손이 찔렸다는 사실을 개의치 않고 자리를 떠난다.

그들에 의해 피츠제럴드의 자필 원고나 본 이 사라진 사실을 깨닫게 된 대학 측과 FBI는 지하 서고를 조사하다 핏방울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DNA검사 결과 이미 전과가 있는 제럴드 A. 스틴가든(제리)의 것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의 애인의 집 주변을 탐색하던 FBI는 결국 집으로 돌아온 제리를 검거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있던 마크까지 구속한다. 갑작스레 제리와 마크가 연락이 되지 않자, 남은 3인조 중 데니는 자필 원고를 가지고 떠난다. 아메드는 유럽으로 떠나고, 배신한 적 있던 트레이는 데니에 의해 살해된다.

한편, 아버지로부터 유산 30만 달러를 상속받게 된 브루스 케이블은 카미노 아일랜드의 서점을 인수한다. 아버지 사망 후 집에 들른 브루스는 아버지의 서고에서 오래된 초판본 서적들을 발견한다. 그게 상당한 가치를 지녔다는 사실을 깨달은 브루스는 그중 18권을 챙겨둔다. 그렇게 눈을 뜬 희귀서적들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 브루스는 카미노 아일랜드의 독립서점 베이 북스를 크게 성공시킨다. 저자 사인회를 비롯하여 일주일에 3일은 서점 안에서 행사를 개최한다. 물론 서점을 떠나는 일은 없다. 늘 귀퉁이 자신의 자리에서 커피와 책을 들고 모든 손님과 서점 상황을 손바닥 보듯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매력적인 외모만큼이나 여성 편력이 있는 그인지라, 저자와의 만남을 마치고는 저자와 개인적인 관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 브루스에게 하나의 소문이 더 생겼다. 도둑맞은 피츠제럴드의 희귀본이 브루스에게 건네졌다는 소문이다. 과연 그 책들은 정말 브루스의 손에 들어간 것일까?

시간강사에서 해고되고, 6만 달러가량의 빚 독촉에 시달리는 작가 머서 만. 그녀에게 위험한 거래제안이 온다. 취업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만난 자리에서, 일레인 셸비는 그녀에게 스파이 일을 제안한다. 도난당한 피츠제럴드의 희귀본을 찾기 위한 스파이다. 그녀의 가족관계를 비롯하여 상당한 정보를 꿰뚫고 있는 일레인. 사실 머서는 11년 전 외할머니 테사가 사망하기 전까지 매년 방학 동안 카미노 아일랜드에서 지냈다.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그녀는 작가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브루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에 일레인은 그녀에게 상당한 금액을 제시하는 제안을 한 것이다. 불법적인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그놈의 돈이 문제다. 당장 수중에 남은 돈이 없다는 사실에 결국 머서는 일레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할머니의 오두막으로 옮긴 그녀는 브루스에게 접근하기 위한 행동을 개시하기 시작하는데...

희귀본을 두고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지만, 중간중간에 로맨스도 섞여있다. 촘촘한 상황 묘사 덕분에 쫄깃한 추리의 맛은 덤이다. 초판본이나 희귀본이 이렇게나 큰 가치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범죄는 사양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의 웃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접했던 작품이 없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작가 존 그리샴의 매력을 맛보게 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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