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작별
이한칸 지음 / 델피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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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선택지가 불확실하다면

우리는 어느 쪽에 미래를 맡기게 될까?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의 문제는 아니었다.

자신의 생을 바친 무언가가 있는 사람들은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지라도, 바보 같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이 자신의 존재가치이며 삶의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첫 장면부터 괴이했다.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어떤 물건을 찾는 듯한 두 남자의 모습이 등장한다. 근데 그 물건이 무엇인 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탐정사무소 지소장과 밑창이라고 불리는 백한기가 보낸 젊은 남자 박가람이 찾는 물건은 무엇일까? 탐정이 등장하고, 물건을 유추하는 것을 보고 추리소설인가 싶었다. 근데 그들은 말미에 가서야 재등장한다.

다음 장면도 역시 괴이하다. 극저온 체임버에서 갑자기 깨어난 류요엘. 7년 후 깨어나기로 되어있었는데, 2년 7개월 만에 깨어난다. 깨어난 그를 보살피는 간병로봇. 체임버에서 일어나자마자 심장의 통증을 느낀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인지할 수 있다. 냉동 수면 연구센터 피카이아의 책임연구원 류요엘. 유전형 희소질환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자신을 체임버에 넣는 데 도움을 주었던 후배이자 선임연구원인 이을유를 찾아야 한다. 그를 찾으면 7년이 아닌 2년 7개월 만에 깨어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동생 김산이 어떻게 지내는 지도...

근데 그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전화기가 꺼져있단다. 체임버에서 나와 사원증을 걸고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과거 안면이 있는 직원을 만난다. 그가 냉동 체임버에서 막 깨어난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그는 모두에게 외국에 좋은 연구소로 스카우트된 걸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가 전한 사실은 이을유가 3,000억 사기 사건으로 구속되었단다. 일이 꼬인다. 을유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산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10살이었던 산이는 이제 12살이 되었을 텐데...

유명한 생태조류학자인 아버지 류한조. 아버지와 이혼하고 탈북자 출신 남자와 재혼한 엄마. 엄마는 20살 터울의 동생 김산을 낳는다. 20살 터울이라서 그런지, 요엘은 산이 동생 같지 않았다. 자신이 보호해야 할 유일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산이 3살 되던 해. 엄마가 북한으로 건너간다고 한다. 월북을 하겠단다. 산이의 아버지는 27년 전 탈북한 사람이었는데, 북한에서 백두혈통의 연줄이 있기에 건너가도 고생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산이만은 놓고 가기를 애원했지만, 그녀는 결국 어느 날 연락 없이 사라진다. 브로커인 백한기를 만나게 된 것도 그런 연유였다. 엄마와 연락하기 위해서는 백한기를 통해야 했다. 근데 그는 매번 연락할 때마다 상당한 금액의 돈을 요구한다. 여유가 있었기에 마지못해 수락하지만, 매번 갖은 핑계를 대는 그가 꼴 보기 싫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그저 수긍할 수밖에...

어린 시절 요엘은 아버지의 탐조에 동행한 기억이 있다. 새를 너무 좋아했던 아버지. 새의 소리만 들어도 어떤 새 인지 아는 아버지가 대단해 보였다. 그러던 아버지가 연구를 위해 건너간 곳에서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아버지의 비밀. 미묘하게 달랐던 버튼을 발견하게 된 날. 지하실에서 아버지가 했던 연구는 상상할 수 없었다. 새를 사랑하고, 새를 아꼈던 아버지가 했던 연구는 끔찍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는 한조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연구의 결과를 이뤄내야 했다. 그게 아버지의 마지막 바람이었을 것이다.

기이한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중반이 지나가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반전 아닌 반전에 이해가 된다. 왜 그가 7년이 아닌 2년 7개월 만에 냉동 체임버에서 깨어난 것인지, 깨어나자마자 들었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와 동생 산이에 존재까지... 과연 그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을까?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끝까지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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