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과거 이미 두 번이나 출간된 책이었다. 2001년에 일본에서 단행본이 나왔다니 무려 20년이 넘은 소설임에도, 요즘의 이야기처럼 와닿는 것은 왜일까? 물론 작가가 그린 소설 속 세계가 현실과 맞닿아있는 것도 그렇지만,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만큼의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의 생각은 여전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책 속에서 다루는 문제는 여전히 쉽지 않다. 만약 외사랑이 아닌 2006년 출간된 제목 "아내를 사랑한 여자"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면 섣부르게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옳다 그르다는 판단을 내리기엔 이 문제는 지극히 개인의 생각과 가치관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커밍아웃. 동성애. 트레스젠더.
데이토 대학 미식축구부원으로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그들은 매년 11월 셋째 주 금요일이면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모여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그날의 경기를 곱씹는다. 무려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이다. 당시 쿼터백이자 현재 스포츠 작가로 활동 중인 니시와키 데쓰로를 비롯하여 쇼와 신문사 기자인 하야타, 스가이, 마쓰자키는 이번에도 그날의 이야기를 하며 헤어진다. 몇 년째 얼굴을 못 본 나카오 고스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데쓰로의 아내가 된 여자 매니저 출신 다카쿠라 리사코 그리고 자신들 보다 더 열정적이었던 또 다른 매니저 히우라 미쓰키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던 중, 미쓰키를 닮은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에게 다가온 그녀는 한눈에 보기에도 괴상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옷뿐 아니라 화장도 엉망인 그녀는 그들에게 필담을 건넨다. 조용히 이야기할 장소를 찾던 중 가까이 있는 데쓰로의 집으로 향하는 그들. 미쓰키로 부터 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자신은 태어났을 때부터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는 미쓰키. 평범한 여성이 되기 위해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출산했지만, 그의 마음은 늘 괴롭기만 했다. 결국 가출을 하고 남성호르몬을 맞으며 남자의 몸을 가지고 살게 된 미쓰키는 일하던 바의 사에키 가오리를 스토킹하던 도쿠라 아키오를 살해하고 도망 중이었다. 자수를 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이 그동안 살았던 남자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미쓰키에게 리사코는 도움을 주겠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남자의 몸으로 살고 싶은 미쓰키에게 안전을 위해 당분간은 여성으로 살기를 권한다.
사실 리사코와 데쓰로는 부부지만, 과거 임신으로 인한 사건으로 사이가 크게 틀어져서 지금은 남처럼 지내는 사이다.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남성 호르몬을 투여받고 있지만 과거 데쓰로와 미쓰키는 함께 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변화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 데쓰로. 리사코와 데쓰로가 자신 때문에 크게 충돌하자, 그들을 떠나겠다고 결심하는 미쓰키를 좇아가는 데쓰로는 그녀로부터 또 한 번의 충격적인 고백을 듣게 되는데...
물론 책의 주된 포커스는 여성이지만, 남성이 되고자 하고 남성의 생각과 감정을 가진 미쓰키지만, 그 안을 파고들어가면 소수자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사회 속에 편견으로 굳어진 젠더의 문제까지 아우르게 된다. 같은 일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적은 급여와 대우를 받는 여성들. 여성(남성)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사회 분위기와 함께 소수자로 살기 위해 그들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의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설 속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덮으면서도 여전히 어렵다. 나 역시 편견이라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보다.
책을 덮으며 외사랑이라는 제목에 대해 다시금 곱씹게 된다. 짝사랑이 아닌 외사랑. (물론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을 당시의 책 제목은 짝사랑이었다.) 물론 단어의 선택은 저자나 편집자의 고유 영역이겠지만, 짝사랑이 아닌 외사랑으로 번역을 한 것은 그만의 의미가 있겠다 싶다. 젠더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는 과연 언제쯤이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