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 곁의 산 자들 -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헤일리 캠벨 지음, 서미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을 보는 충격과 슬픔의 충격을 분리해야 해요."

언제부턴가 자신의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한다는 의미에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에 대한 경험치들이 생겨날수록 죽음이 더 두렵기도 하고, 더 와닿기도 한다. 이 책에는 누구보다 죽음을 수시로, 자주 접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우리의 경우 요즘은 조금씩 바뀌고 있긴 하지만, 죽음과 관련된 곳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화장장이나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보고 반대하는 경우도 매체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사실 서양은 죽음에 대해 우리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외국의 공동묘지만 해도 공원처럼 꾸며놓는 경우가 상당해서였다. 하지만, 죽음은 인간에게는 범접하기 싫은 무언가인 것은 동서양이 같은 것 같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장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30대 여성인 포피의 부모는 상당히 개방적이라서 7세 때 바나나에 콘돔 씌운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는데, 그럼에도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성인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하니 말이다.

놀라웠다. 나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죽음과 죽음을 수습하는 사람들을 같이 놓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에 당혹스러웠다. 우리가 접하는 죽음의 모습들은 어느 정도 수습이 된 이후의 모습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충격을 받는다. 얼마 전까지 옆에서 같이 숨 쉬고, 음식을 먹던 사람이면 그 충격은 더 심해진다.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다양했나 싶을 정도로 책 안에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장의사를 비롯하여 사형집행인, 해부 책임자, 시인 방부처리사, 범죄현장 청소부, 사산 전문 조산사, 인체 냉동 보존 연구소 임직원에 이르기까지 12개의 직업인들과 함께하며 기자인 저자는 죽음의 다양한 모습과 생의 의미들을 글로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직업은 사산 전문 조산사였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기 전에는 임신을 하면 무조건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건강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은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출산을 20일 앞둔 여배우가 사산을 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같이 배 아파 아이를 낳지만, 아이에게 젖 한번 물리지 못하고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는 엄마의 마음은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사산 전문 조산사인 클레어 역시 매번 가슴 아픈 경험을 목도한다. 어떤 것도 해줄 수 없어서 더 큰 상실감을 갖게 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묵묵히 자신의 직업을 통해 상처받은 가족들을 위로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를 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부모들을 위해,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들(아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손. 발 도장 등)을 보관해뒀다 훗날 찾는 부모들에게 전달한다. 단계적으로 아기를 가족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가령 아기를 먼저 살펴보고 생김새를 설명하기도 하고, 사진으로 먼저 보도록 권하거나 담요로 아이를 감싸고 발만 보이게 해서 안아보게 하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그를 위해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한다.

그동안 읽었던 죽음과 관련된 책들은, 비슷한 시선에서 죽음을 바라보게 해줬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른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죽음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삶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