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 분위기의 표지와 함께 어우러진 제목을 보고 무슨 뜻인가 궁금했다. 카미노 아일랜드. 사건이 벌어지는 주된 장소가 바로 플로리다의 카미노 아일랜드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고, 누군가에게는 꿈의 장소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끔찍한 기억의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프리스턴 대학교 파이어스톤 도서관 지하 서고에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자필 원고가 있다. 피츠제럴드의 외동딸이 아버지의 원고를 프리스턴 대학교에 기증했기 때문이다.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소장 가치가 있는 원고를 훔치기 위해 5인방이 뭉쳤다. 염탐을 위해 마크 드리스콜은 타 대학의 시간강사인 네빌 맨친 인 척 서가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낸다. 물론 모든 것을 위조한 체 말이다. 자신들이 훔쳐야 할 곳 여기저기를 확인하고 드디어 D 데이다. 해커인 아메드는 자택에서 일을 도모하고, 데니. 트레이. 마크. 제리는 도서관에 잠입한다. 도서관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고 버티며 준비해 간 연막탄을 터뜨린다. 자욱한 연기에 휩싸인 때, 경찰서에 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총기사건이 발생했다는 거짓 신고를 한다. 화재와 총기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지 아는 외부에서는 경찰차와 소방차, 구급차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리고 넷은 5권의 피츠제럴드의 자필 원고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한다. 기쁨에 도취된 제리는 나뭇조각에 손이 찔렸다는 사실을 개의치 않고 자리를 떠난다.
그들에 의해 피츠제럴드의 자필 원고나 본 이 사라진 사실을 깨닫게 된 대학 측과 FBI는 지하 서고를 조사하다 핏방울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DNA검사 결과 이미 전과가 있는 제럴드 A. 스틴가든(제리)의 것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의 애인의 집 주변을 탐색하던 FBI는 결국 집으로 돌아온 제리를 검거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있던 마크까지 구속한다. 갑작스레 제리와 마크가 연락이 되지 않자, 남은 3인조 중 데니는 자필 원고를 가지고 떠난다. 아메드는 유럽으로 떠나고, 배신한 적 있던 트레이는 데니에 의해 살해된다.
한편, 아버지로부터 유산 30만 달러를 상속받게 된 브루스 케이블은 카미노 아일랜드의 서점을 인수한다. 아버지 사망 후 집에 들른 브루스는 아버지의 서고에서 오래된 초판본 서적들을 발견한다. 그게 상당한 가치를 지녔다는 사실을 깨달은 브루스는 그중 18권을 챙겨둔다. 그렇게 눈을 뜬 희귀서적들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 브루스는 카미노 아일랜드의 독립서점 베이 북스를 크게 성공시킨다. 저자 사인회를 비롯하여 일주일에 3일은 서점 안에서 행사를 개최한다. 물론 서점을 떠나는 일은 없다. 늘 귀퉁이 자신의 자리에서 커피와 책을 들고 모든 손님과 서점 상황을 손바닥 보듯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매력적인 외모만큼이나 여성 편력이 있는 그인지라, 저자와의 만남을 마치고는 저자와 개인적인 관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 브루스에게 하나의 소문이 더 생겼다. 도둑맞은 피츠제럴드의 희귀본이 브루스에게 건네졌다는 소문이다. 과연 그 책들은 정말 브루스의 손에 들어간 것일까?
시간강사에서 해고되고, 6만 달러가량의 빚 독촉에 시달리는 작가 머서 만. 그녀에게 위험한 거래제안이 온다. 취업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만난 자리에서, 일레인 셸비는 그녀에게 스파이 일을 제안한다. 도난당한 피츠제럴드의 희귀본을 찾기 위한 스파이다. 그녀의 가족관계를 비롯하여 상당한 정보를 꿰뚫고 있는 일레인. 사실 머서는 11년 전 외할머니 테사가 사망하기 전까지 매년 방학 동안 카미노 아일랜드에서 지냈다.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그녀는 작가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브루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에 일레인은 그녀에게 상당한 금액을 제시하는 제안을 한 것이다. 불법적인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그놈의 돈이 문제다. 당장 수중에 남은 돈이 없다는 사실에 결국 머서는 일레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할머니의 오두막으로 옮긴 그녀는 브루스에게 접근하기 위한 행동을 개시하기 시작하는데...
희귀본을 두고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지만, 중간중간에 로맨스도 섞여있다. 촘촘한 상황 묘사 덕분에 쫄깃한 추리의 맛은 덤이다. 초판본이나 희귀본이 이렇게나 큰 가치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범죄는 사양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의 웃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접했던 작품이 없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작가 존 그리샴의 매력을 맛보게 된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