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것부터 먹고
하라다 히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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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마는 대학 동창들이 함께 창업한 의료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회사다. 지금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있지만, 큰 거래처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CEO인 다나카 유이치로와 영업담당인 이타미 다이고, IT 담당인 모모타 유야 그리고 사무와 경리. 영업을 하고 있는 홍일점인 이케우치 고유키가 함께 하고 있다. 어느 날, 가사도우미인 가케이 미노리가 함께하게 되었다. 다들 미혼이고, 업무로 회사에서 숙식을 하는 직원이 생기다 보니 사무실 청소와 저녁식사와 야식을 준비할 손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식사와 청소만 준비하는 가케이지만, 가케이가 들어온 후 사무실의 분위기가 좀 달라진다. 매일 정성으로 차리는 음식들 때문일까? 함께 이야기할 시간도 생긴다. 음식을 차려놓고 퇴근을 준비하는 가케이는 고유키에게 음식을 맛있게 먹는 법을 이야기하는데, 그 이야기에 고유키는 기분이 상한다. 자신이 여자라서,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인가 싶어서다. 사실 고유키는 남자 동료들 사이에서 일하며 사실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예전에는 곧잘 준비했던 식사 준비나 간단한 청소에 손을 놓게 된 게 언제부터일까? 아마 창립멤버였던 가키에다 하야오가 사라진 이후였을 것이다. 고유키의 날 선 반응에 가케이는 사과와 함께 다른 직원들보다 일에 집중하는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아서 였다는 이유를 설명한다.

사실 가케이는 직원들의 상황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가령 영업담당인 이타미가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직을 생각하고 면접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다나카가 회사를 매각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회사 청소를 하고 있기에, 그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며 알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상황을 꿰뚫는 안목을 가지고 있는 터라 일반적인 가사도우미 같지 않았고, 가족이 없다고 들었던 그녀가 퇴근 후 30대 중반의 젊은 남자인 쇼다 쇼타와(가케이는 50대 중반의 여성이다.) 함께 교외로 나간 것을 목격하고 미행했다는 모모타의 이야기에 그녀를 향한 의심은 더 커지기 시작한다.

한편, 모두에게 아픈 손가락이자 창업 초기 큰 영향을 미쳤던 가키에다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가키에다에게 들은 친구들은 각자 가키에다와의 기억을 떠올리고, 다나카는 그날의 비밀을 가지고 끙끙 앓다 결국 가케이에게 털어놓게 되는데...

생각지 못한 반전이 에필로그를 장식한다. 사실 예상보다 좀 시시하긴 했다. 반전이긴 했지만...가케이가 품고 있는 비밀이 예상보다 싱겁게 마무리되어서 그런 것 같긴 하지만, 좋게만 보였던 인물이 결국은 개차반이었다는 사실이 후반부에 언급되긴 하지만 설마... 했었는데 에필로그를 통해 그 비밀이 정확히 풀린다.

사실 가케이라는 인물의 시점과 회사의 직원들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겹쳐지며 이야기를 이루어간다. 회사 직원들에게 애정이 있다고 느껴졌던 가케이가 사실은 그들의 행동이나 고민들을 듣고 더 어렵게 자라고, 살고 있는 사람과 비교하며 배부른 소리같이 여기는 부분이 종종 보여서 과연 그녀가 품고 있는 비밀이 무엇일까 싶었다. 혹시 음식에 뭔가를 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어렴풋이 했었는데, 엉뚱한 상상이었던거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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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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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놓고 우신(어리석은 신)을 예찬한다는 이름이 쓰여서 반신반의했다. 대놓고 어리석은 신을 찬양한다니~이 무슨 황당한 상황일까? 싶어서다. 이 책의 저자 이름이 낯설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일 테지만, 저자가 쓴 서문에 등장하는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의 이름을 보고 반가웠다. 지식이 미천한 터라,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 로테로다무스(에라스무스)가 인문학자이자 신학자라는 사실과 함께 상당한 지성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에 알아보지 못해서 민망스러웠다.

15~16세기 사람이니, 그 시기라면 중세이자 르네상스시대와 궤를 같이 한다. 아무리 르네상스시대가 열렸다 하더라도 신학자가 대놓고 "신"을 풍자하는 책을 썼다는 사실에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신예찬은 무슨 내용일까? 제목에 등장한 "우신"이 누구일까 궁금했다. 배경지식을 살짝 얹고 나니 우신의 진정한 의미가 내심 궁금했다.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는 신의 이야기인 걸까, 아님 반어법 적인 표현인 걸까? 내가 이해하기로는 오히려 반어법 적인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신이라 하지만, 그리 어리석어 보이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그의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종종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어리석은 것일지도 모른다.) 라틴어 원전 완역본이라는 말도 그렇지만, 현대지성 클래식의 강점인 어마어마한 각주와 해제가 눈을 사로잡는다. 아마 각주가 없었다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지나갔을법한 내용들(우신이기에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수 등장한다.)이 상당하다. 초반에는 우신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소위 스스로 자신의 훌륭함을 이야기한다. 요즘이야 자기 PR이 어느 정도 용인되는 시대지만(그럼에도 스스로 자랑하는 건 좀 재SU가 없어 보이긴 하다.), 무려 16세기에는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을까 싶다. 우신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극적이다. 자신의 부모와 유모, 친구의 이름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웃음이 튀어나온다. 꽤 적절한 이야기 같아 보이니 말이다. 가령 자신의 유모인 요정들은 만취와 무지이고, 시종들은 자아도취, 아부, 망각, 태만 등이다. 우신을 보필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니, 그들의 영향을 받았을 우신이 어리석은 신이라 보일만하다. 자신의 배경과 함께 인간사의 관계들(우정, 결혼, 이혼 등)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면 현자나, 지식층으로 일컬어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풍자가 등장한다. 역시나 어떤 면에서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겉멋에 보이기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였다. 종교지도자 뿐 아니라 기독교인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상당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에라스무스도 한몫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소위 뼈 때리는 이야기가 상당히 등장하기에, 가볍게 웃고 넘기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우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현실에서는 감히(?) 대적하고 공격할 수 없는 존재들을 향해 돌직구를 날릴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위치가 자리를 대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었을 500년 전 독자들은 사이다를 경험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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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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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필요한 시대인가 보다. 요 근래 들어 힐링 소설을 표방한 작품들이 유독 자주 보인다. 원래 한 단어가 유독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그 단어와 반대되는 상황이 펼쳐질 때라고 한다. 그렇다면 힐링 소설이 많이 등장하는 요즘은 우리 사회에 힐링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이유가 되겠지?

물망초 식당이라는 제목 앞에 수식어가 길다. "마음을 치료하는"에다 "당신만의"가 추가되니 더 관심이 간다. 제목이 과한 게 아닌 게, 소설 속 식당이 꼭 그렇기 때문이다. 마포구 서화동에는 금귀비 정찬이라는 식당이 있다. 일명 프라이빗 키친인 이곳은 100% 예약제로 이미 3개월 이상의 예약이 잡혀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딱 한 사람만을 위한, 일대일 맞춤 코스 요리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격도 엄청 비싸다. 물론 손님이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주 꼼꼼하고, 피곤할 정도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그런 금귀비 정찬의 오우너(오너)셰프인 엄마 금귀비의 식당을 물려받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던 외동딸 문망초는 엄마가 내민 계약서를 마주한다. 앞으로 100일간 간이식당인 물망초 식당을 경영하여 7명의 손님으로부터 서명을 받아야 한다. 서명을 받기 위해서는 손님의 편식을 개선해야 하는데, 여기서 편식은 심리적 편식을 의미한다. 총괄 셰프가 되기 위한 자질 테스트인 것이다. 걱정도 크지만 문망초는 사실 흥분되고 즐거웠다. 과연 그녀의 첫 마음처럼 손님들도 같은 반응을 보여줄까?

지인과 친척들이 손님에서 배제된 가운데, 문망초는 자신의 식당을 홍보하기 위해 sns를 시작한다. 그리고 대망의 첫 손님이 등장한다. 그녀의 편식 음식은 한국인의 솔푸드라 할 수 있는 김치다. 주인공인 우현은 김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김치 편식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도 유독 김치를 먹지 않는 사람이 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김치를 안 먹는다는 이야기에, 같이 있던 사람들 모두 특이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있다. 책 속에 등장한 인물들은 각기 다른 사연 때문에 음식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문망초가 들르는 편의점 알바생은 떡볶이에, 애완견을 먼저 떠나보낸 주인은 닭에, 아버지와의 기억으로 꽁치를 먹지 못하는 손님도 등장한다.

아마도 음식이라는 매개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 듯싶다. 책 속에 등장한 주인공들은 상처와 죄책감 등의 이유로 음식을 싫어하게 되었지만, 반대로 같은 음식이 관계와 감정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만나게 되었다.

신선했던 것은 어마어마한 요리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들이 책 속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일상의 요리라 할 수 있는 김치만두, 족발, 떡볶이처럼 말이다. 음식으로 인한 치유는 어떤 음식인가도 중요하지만, 음식에 가닿은 마음과 사연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고가의 음식값을 자랑하기에 쉽지 않겠지만, 대접받는 음식을 통해 단지 편식이 아닌, 마음의 문제도 해결된다면 충분히 이용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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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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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물건도 한 번이라도 만났다면 인연이 있는 겁니다.

인연이란 씨앗 같은 거죠.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키우다 보면 선명한 꽃이 피거나 맛있는 열매가 열리죠.

씨를 뿌릴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유난히 부딪치는 것마다 꼬이는 날이 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내가 그랬다. 평소보다 10분 일찍 출발했지만, 20분 지각하고 만 유난히 운이 없는 날. 오늘 아침에 나와 같이 이래저래 꼬인 상황에 처한 주인공을 보는 순간 '나랑 같네...'하며 확 공감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월요일의 말차 카페. 하필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이 또 월요일이다. 이래저래 인연이 많은 책인가 보다.

얇지만 옴니버스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령 지금 이야기에 등장한 인물이 다음 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저렇게 등장인물(과 고양이)이 모두 제목인 말차 카페와 연관이 있다.

첫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호는 달력을 잘못 보고 휴일에 출근을 하게 된다. 거기서부터 일이 꼬인 듯, 원하던 옷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하필 품절이다. 결국 근처의 마블 카페로 걸음을 옮기지만, 오늘은 정기휴일이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정기휴일인 오늘만 한정으로 운영되는 이벤트로 말차 카페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메뉴는 딱 두 개다. 진한 말차와 연한 말차. 진한 게 더 맛있겠지 싶었던 미호는 진한 말차 카페를 주문한다. 하지만 한입 먹고 사레가 걸린다. 너무 진했기 때문이다. 모든 게 꼬였던 하루를 다시 되뇌는 미호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마스터와 갓페이. 둘의 인연은 이렇게 끝일까? 모든 게 꼬인 하루였지만, 생각지 못한 인연이 시작된다. 왜 하필 그날 미호는 날짜를 잘못 보고 출근을 한 걸까? 그리고 왜 그날 갓페이는 마블 카페에서 말차 카페를 연 것일까?

기억에 남는 이야기 중 하나는 할머니와 손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말차 카페에 화과자를 납품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가끔 이벤트가 열릴 때, 인형 공연을 하기도 하는 미츠. 가업으로 운영하는 화과자는 원래 남자들에 의해 경영되었지만, 미츠의 부모대의 와서 미츠의 엄마가 가게를 크게 만든다. 바빠진 아들 내외 대신 손녀 미츠를 맡아 키우게 된 할머니 타즈. 너무 소중했던 손녀기에 더 바르게 키우고 싶었던 타즈는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기보다는 엄한 말로 손녀를 대한다. 오히려 그게 상처가 된 미츠는 본가에 가는 게 썩 좋지 않았다. 결국 그동안 쌓였던 것을 쏟아내는 미츠. 작은어머니에 의해 듣게 된 할머니의 속내와 함께 시어머니를 이름으로 부르는 이유도 듣게 된다.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가족이라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 속에는 12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 편에서는 조연이거나 지나가는 인물 정도로 딱히 존재감이 없던 인물들이 한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된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적어도 내 이야기에서만은 내가 주인공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말차 카페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따뜻하지만, 자신만의 색을 드러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인연이라고, 그래서 스쳐 지나갔던 그가 등장하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고, 또 반가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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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요리의 역사 - 선사시대 불의 요리부터 오늘날 비건까지, 요리의 위대한 진화 한빛비즈 교양툰 20
브누아 시마 지음, 스테판 두에 그림, 김모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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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당연 먹고사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기왕이면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것, 그래서 재료를 가지고 다양하게 만들어 보기 시작한 것은 과연 언제부터였을까? 나라 별로 기후도 다르고, 자생하는 동. 식물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때론 비슷한 요리법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인류에게 요리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살기 위해 먹어야 했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시절부터 채집을 통해 먹고살기 시작한 인류는, 우연히 발견하게 된 불을 계기로 좀 더 다양한 요리를 접하기 시작한다. 불의 발명으로 인해 소화와 병균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인류는 더 많은 에너지를 두뇌를 사용하는데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문명의 발전의 밑바탕이 이룩한다. 사실 지금이나 과거나 식재료나 요리법은 그리 다르지 않다. 물론 독초나 독소를 가지고 있는 식재료에 대한 지식은 과거로부터 꾸준히 쌓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과거에는 요리사가 상당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을 수밖에 없을 듯싶다.(요리를 하려면, 식재료의 독성 여부나 조리법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요리사기 때문에 수긍이 된다.)

과거에 비해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에 풍성해지기도 했다. 단편적인 비교가 되겠지만, 고대 그리스의 경우 한 사람이 1년간 고기 2킬로 섭취했다고 하고, 금욕주의적인 삶을 사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철학자 소크라테스 역시 채식주의자였다고 하니 말이다. 반면, 2017 유럽연합 통계자료에 의하면 1인당 고기 80킬로 섭취한다고 하니 40배에 달하는 양의 차이는 놀라울 따름이다.

식재료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에 요리사의 지위가 향상되기도 했지만, 연회가 발달함에 따라 요리도 같이 발전하기도 했다. 특히 로마 문화는 갈리아 요리에 영향을 미쳤고, 갈리아 요리는 프랑스 요리로 발전했다. 특히 로마는 이분법적인 생각의 틀이 있어서 그런지, 요리에도 영향을 미쳤고 요리법이나 재료에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서양과 달리 동양과 아랍권의 요리는 어떻게 발전되었을까? 아랍의 경우는 후식과 디저트 요리가 발전했다. 식사 후에 먹을 수 있는 달콤한 간식류는 현재 우리도 좋아하는데, 이라크 알안달루스 요리사들에 의해 개발이 되었다고 한다. 이 요리들이 전쟁을 통해 유럽 전역에 전달되었고, 달팽이 요리와 치즈케이크처럼 지금까지 익숙하게 먹고 있는 요리들의 전신이 되었다. 실크로드와 전쟁은 요리를 타 지역으로 전달하는 매개가 된다. 특히 중국의 국수는 마르코 폴로에 의해 베네치아의 스파게티가 되었다니, 현재 파스타의 조상은 중국이 맞는가 보다.

책을 읽는 내내 요리의 재료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부자도 세 끼, 가난한 사람도 세 끼 먹는 건 똑같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똑같은 세 끼라도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해서 먹느냐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영주는 넘쳐나는 식재료 때문에 자신이 먹다 남긴 음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반대로 가난한 평민들이나 농노들은 먹을 수 있는 게 보리나 밀의 가루 조금으로 만든 죽 정도였다니 빈부의 차이가 식재료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이미 중석기를 지나며 식사예절이 생겼고, 그 예절 중 상당수는 현재도 통용된다는 게 놀랍기도 했다.

요리의 역사를 통해 아주 오랜 옛날의 요리를 현재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고, 서로의 문화가 또 다른 요리에 영향을 미치며 발전하는 모습은 흥미롭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 장에 추천 레시피가 있는데, 익숙한 이름의 요리들이 상당수 있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한국요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

방대한 요리의 역사지만, 만화로 배우는 시리즈는 언제나 만족스럽다. 요리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고, 새로운 식재료는 계속 발견될 것이다. 인류가 먹는 즐거움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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