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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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필요한 시대인가 보다. 요 근래 들어 힐링 소설을 표방한 작품들이 유독 자주 보인다. 원래 한 단어가 유독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그 단어와 반대되는 상황이 펼쳐질 때라고 한다. 그렇다면 힐링 소설이 많이 등장하는 요즘은 우리 사회에 힐링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이유가 되겠지?

물망초 식당이라는 제목 앞에 수식어가 길다. "마음을 치료하는"에다 "당신만의"가 추가되니 더 관심이 간다. 제목이 과한 게 아닌 게, 소설 속 식당이 꼭 그렇기 때문이다. 마포구 서화동에는 금귀비 정찬이라는 식당이 있다. 일명 프라이빗 키친인 이곳은 100% 예약제로 이미 3개월 이상의 예약이 잡혀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딱 한 사람만을 위한, 일대일 맞춤 코스 요리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격도 엄청 비싸다. 물론 손님이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주 꼼꼼하고, 피곤할 정도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그런 금귀비 정찬의 오우너(오너)셰프인 엄마 금귀비의 식당을 물려받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던 외동딸 문망초는 엄마가 내민 계약서를 마주한다. 앞으로 100일간 간이식당인 물망초 식당을 경영하여 7명의 손님으로부터 서명을 받아야 한다. 서명을 받기 위해서는 손님의 편식을 개선해야 하는데, 여기서 편식은 심리적 편식을 의미한다. 총괄 셰프가 되기 위한 자질 테스트인 것이다. 걱정도 크지만 문망초는 사실 흥분되고 즐거웠다. 과연 그녀의 첫 마음처럼 손님들도 같은 반응을 보여줄까?

지인과 친척들이 손님에서 배제된 가운데, 문망초는 자신의 식당을 홍보하기 위해 sns를 시작한다. 그리고 대망의 첫 손님이 등장한다. 그녀의 편식 음식은 한국인의 솔푸드라 할 수 있는 김치다. 주인공인 우현은 김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김치 편식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도 유독 김치를 먹지 않는 사람이 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김치를 안 먹는다는 이야기에, 같이 있던 사람들 모두 특이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있다. 책 속에 등장한 인물들은 각기 다른 사연 때문에 음식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문망초가 들르는 편의점 알바생은 떡볶이에, 애완견을 먼저 떠나보낸 주인은 닭에, 아버지와의 기억으로 꽁치를 먹지 못하는 손님도 등장한다.

아마도 음식이라는 매개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 듯싶다. 책 속에 등장한 주인공들은 상처와 죄책감 등의 이유로 음식을 싫어하게 되었지만, 반대로 같은 음식이 관계와 감정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만나게 되었다.

신선했던 것은 어마어마한 요리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들이 책 속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일상의 요리라 할 수 있는 김치만두, 족발, 떡볶이처럼 말이다. 음식으로 인한 치유는 어떤 음식인가도 중요하지만, 음식에 가닿은 마음과 사연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고가의 음식값을 자랑하기에 쉽지 않겠지만, 대접받는 음식을 통해 단지 편식이 아닌, 마음의 문제도 해결된다면 충분히 이용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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