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식탁까지 - 모두에게 이로운 먹거리 생각
마크 뒤퓌미에 지음, 손윤지 옮김 / 북스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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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보니 자연스레 먹거리에 관심이 생긴다. 유전자 조작이나 유해 물질들이 포함된 식재료나 음식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여러 가지 걱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과연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고 친환경 농산물로만 식탁을 차릴 형편은 아니기에,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관심이 앞섰다. 모두에게 이로운 먹을거리라는 소제목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내가 고민하고 있는 식재료와 먹을거리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지만, 그보다 앞서서 지구의 건강(?)을 위한 이야기에 더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 가령 철에 맞지 않는 딸기에 대한 이야기를 보자면 제철이 아닌 식재료가 주는 영향의 주된 이야기는 그 식재료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각종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해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 인이어서 그런지, 전체적인 이야기의 상황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경우도 딸기는 봄(3월 이후)이 제철인 과일이지만, 지금(12월)도 시장에 가면 어렵지 않게 딸기를 볼 수 있다. 나 역시 며칠 전에도 딸기가 먹고 싶다는 아이들을 위해 딸기를 구입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책 속에 시기에 맞지 않는 식재료를 키우기 위해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물의 적정온도를 위해 들어가는 화석연료와 그렇게 생산된 식재료를 나르기 위해 필요한 운송 방식(프랑스의 경우 제철은 5월이지만, 3월에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생산된 딸기들이 프랑스로 들어온다고 한다.)에 드는 비용과 연료, 무엇보다 딸기를 재배하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 잔여물이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기에 유아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다양한 이유로 인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이런 식으로 책 속에는 다양한 주제의 우리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식재료와 도시와 농촌 간의 불균형, 산업 간 문제와 생산방식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물 부족이나 유기농 재료 사용, 동물복지, 공정무역과 같은 거시적인 지구의 문제들에 대한 문제 제기뿐 아니라 꿀벌 멸종, 생선 속 중금속, 육류 섭취, 수돗물과 페트병의 물 중 어느 것이 나을지 와 같은 솔깃한 주제들에 대한 답도 담겨있다.

보통 2페이지 정도로 구성되기에 50가지 주제를 모두 접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중간중간 흥미로운 주제들이 담겨있기에 지루하지도 않다. 물론, 책 속 이야기가 아무래도 프랑스를 중심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에 우리 상황에서 실제적이라는 느낌이 좀 덜 드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건강한 식재료를 위해서는 지구를 지킬 필요가 있다. 근시안적인 생각과 행동이 아닌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 각가지 협약이 생긴 거긴 하지만 이 책에도 주제로 등장한 기후변화협약의 실효성은 여전히 미미하다. 단시간의 편의를 위한 행동들이 환경파괴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함께 협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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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시대정신이 되다 -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문학의 힘 서가명강 시리즈 27
이동신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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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의 맛을 알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작년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이라는 작품을 읽은 후 SF의 맛을 제대로 알았던 것 같다. 그전까지만 해도 SF 소설은 마냥 어렵고, 허무맹랑한 장르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서가명강 27번째 책은 바로 이 SF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영어영문학자이자 서울대 교수인 저자를 통해 SF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SF와 판타지의 차이가 무엇일까? 명료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SF와 판타지를 다른 장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SF는 공상"과학"에 포커스가, 판타지는 "공상"과학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SF와 판타지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 역시 SF와 판타지를 사촌 간이라고 표현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SF 소설의 시작은 어떤 작품일까?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먼저 출간되긴 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을 시작점으로 본다. 왜 그럴까? 물론 프랑켄슈타인에도 SF적 요소가 담겨있긴 하지만, 타임머신이라는 기구를 통해 인간이 시간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을 등장시키고, 그 차원을 인간 스스로 조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이 아닌, 인간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시작점이 바로 타임머신이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저자는 SF의 두 가지 요소로 다르코 수빈의 인지적 낯섦, 노붐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성공적인 SF 작품의 예로 꼽은 작품은 무엇일까? 이미 여러 시리즈로 유명한 스타워즈를 꼽는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권선징악이 명료하기에 뻔한 스토리지만 그럼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가 우주선과 같은 새로운 볼거리와 함께 요다와 같은 등장인물의 매력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그와 함께 과거에 비해 SF 작품이 판타지보다 인기를 잃어가는 이유로 저자는 현실도피를 든다. SF가 과거에 비해 과학적 요소들을 더 리얼하게 다루다 보니 상대적으로 현실도피를 놓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판타지는 그 기간 동안 승승장구한다.(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등) SF는 판타지뿐 아니라 타 장르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SF가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SF는 상상력을 자양분으로 한다. 리얼리티를 살리고 흥미를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들을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SF의 발전에는 저자들의 노력만큼이나 독자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양질의 작품이 나오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과거의 상상 속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진다. SF의 상상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또 다른 과학이 발전으로 이어진다. 앞으로도 더 흥미롭고 다채로운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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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더 아르테 오리지널 14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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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나 역시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화도 나고 고통스럽기도 한 이야기였다.

11살 생일부터 4개월간 물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한 소녀가 있다. 어떻게 아무것도 먹지 않고 4개월을 살 수 있었을까? 그녀의 이름은 애나 오도널이다. 금식 소녀로 알려진 아이를 보기 위해 여기저기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그녀는 정말 신의 소녀인 걸까?

나이팅게일의 제자였던 간호사 리브 라이트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애슬론에 도착한다. 그녀는 병원의 수간호사로부터 2주간 개인적으로 환자를 돌볼 능숙한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말에 애슬론으로 왔다. 넉넉한 보수뿐 아니라 낯선 곳에서의 경험에도 관심이 있는 터라 제안을 수락했다. 작은 여인숙에 도착한 그녀는 의사인 맥브리어티와 함께 한 집에 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2주를 채용할 정도면 상당한 재력이 있을 것이라는 그녀의 기대와 달리 다 쓰러져가는 작은 오두막집에 도착한 리브는 그녀가 맡게 된 일이 4개월간 음식을 입에 한 모금도 대지 않은 소녀의 일이 진실인지, 눈속임인지를 밝히기 위한 일이고, 그를 위해 구성된 위원회가 그녀를 고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와 함께 애나를 지켜보기 위해 자비의 집 미카엘 수녀와 그녀가 선택되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그날 이후로 리브는 애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우선 그녀의 방에 음식을 숨겨놓을 만한 곳을 모조리 뒤지고, 잠시도 애나가 자신과 떨어지지 않도록 주위를 살핀다. 예의 바르고 순진한 애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리브. 아무리 지켜봐도 애나는 찻숟가락으로 먹는 물 몇 모금 외에는 어떤 음식도 섭취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낀다.

심지어 애나 옆에서 다른 사람이 식사를 하는데도 애나는 식욕을 느끼지 않는다. 왜 애나는 음식을 먹지 않는 걸까?

애나와 시간을 보내며 친해진 어느 날, 늘 수다스러운 애나의 엄마 로절린이 유독 자기 전 인사 시간에만 과묵한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 리브. 그리고 애나로부터 듣게 된 작은 이야기가 이 사건을 풀어갈 열쇠가 되는데...

책을 읽으면서 몇몇 뉴스들이 떠올랐다. 아이에게 병원 치료가 필요함에도 자신의 신념 혹은 종교적 이유로 수혈과 치료를 거부하는 부모들...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며 밝혀진 진실 앞에서 희생양이 되고 만 어린 소녀의 모습이 참 가슴 아팠다. 무엇이 진실인지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자신들의 탐욕의 굴레를 덮어씌운 추악한 어른들의 모습이, 아이를 생각하는 듯 방관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애나의 모습과 함께 겹쳐지며 더 큰 대조를 이루어 낸 것 같다.

과연 애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누구도 애나의 편인 듯 말은 하지만, 과연 진심으로 애나를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애나를 지키기 위한 리브의 말이 계속 뇌리를 스친다.

"좋은 간호사는 규칙을 따르지만, 최고의 간호사는 언제 규칙을 깨야 하는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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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읽는 세계사 교양 수업 365
김윤정 옮김, 사토 마사루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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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매일 한 페이지씩 있는 교양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제목에도 365가 붙어있는 터라,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 페이지씩 읽다 보면 1년 동안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간단하고 빠르게 무언가를 습득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성향을 정확히 나타내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인물로 읽는 세계사 교양수업 365에는 365명의 세계사 속 인물들이 등장한다. 중반 이상의 상당수는 서양사의 업적을 나타낸 정치가, 철학자, 과학자, 예술가들이다. 시대별로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현대로 구분되어 있는데 한 인물 당 한 페이지 분량이다. 책 표지에는 5분이라고 적혀있지만, 막상 한 페이지를 정독하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기에 가볍게 한 인물의 업적과 특징을 알 수 있다. 언제 읽어도 편하도록 날짜순 배열이 아닌 1번부터 365번까지 번호로 구성되어 있기에 숙제 같은 느낌이 덜 들어서 좋다. 읽고 나면 그 페이지 상단 오른쪽에 작게 체크박스가 있기에 매일 한 인물을 한 페이지씩 만나며 체크하는 재미가 있을 듯싶다. 읽다가 조금 더 알기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매 페이지 아래에는 그날의 주인공에 대한 추천도서가 들어있다. 관심이 있다면 추가로 찾아볼 수 있게 되어 있기에, 궁금한 독자들의 수고를 덜어준다.

인물 백과를 볼 때마다 내가 아는 인물을 찾는 것에 집중했었는데, 이번에는 낯선 인물들에 더 집중하면서 책을 읽었다. 읽다 보니 오히려 중세와 근세의 인물들 중에는 낯선 인물들이 많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인물은 프랑스의 화학자인 앙투안 라부아지에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질량보존의 법칙을 비롯하여 화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었다. 그런 그는 화학자이기 전에 세금 징수원으로 일했는데, 그는 단두대에서 처형된다. 이유는 그가 세금징수원으로 일하던 중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는데, 세금 징수원 전원 체포 방침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는 화학자였지만, 공식적인 직업이 세금 징수원이었기에 그가 이룩한 화학사의 업적은 법정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는 데 있다. 라부아지에의 사형은 프랑스혁명이 남긴 큰 손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웅으로 일컬어지는 인천 상륙작전에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에 대한 평이 사뭇 다르다. 오히려 본국인 미국에서는 혹평을 받기도 했고, 그가 주장했던 중국 원폭 공격 계획 같은 문제들로 대통령으로부터 경질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맥아더가 군인을 그만둔 후 정치가로 변신했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밖에도 동아시아와 중동, 동남아시아의 인물들의 경우 별도의 장으로 구분하여 다루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세종대왕과 박정희, 김일성 등의 인물이 포함되어 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고 박한 평가를 받았던 인물들이 후대에는 존경을 받는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를 다 만나게 되었다. 역시 이것이 역사의 묘미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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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편의점 : 과학, 신을 꿈꾸는 인간 편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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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는 정말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과학과 종교의 배치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지동설이었다. 한편으로는 알지 못했던 역사의 속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다.

지식 편의점은 총 3권이 나왔다. 생각하는 인간 편과 문학. 인간의 생애 편 그리고 내가 이번에 만난 과학. 신을 꿈꾸는 인간 편이다. 앞의 두 권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3권을 만났는데, 다른 분야의 이야기인지라 이해에는 불편함이 전혀 없었지만, 중간에 앞 권의 이야기가 살짝 등장해서 궁금하긴 했다. 다른 책과의 차이점이라면, 보통 책에 대한 개괄(머리말, 프롤로그)이나 차례 정도가 등장하는데 비해, 이 책은 앞으로의 내용에 대한 간략한 정리(안내도)가 먼저 등장한다. 요점정리 수준보다는 전체적인 방향이나 흥미를 돋우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궁금증을 더 자아내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총 7장에 거쳐 이루어지는 과학과 종교의 이야기 속을 들여다보면, 주제와 관련이 있는 책을 중심으로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과 현실 혹은 역사적 사실이 같이 서술된다. 우선 방대하거나 지극히 전문적이어서 읽기 힘든 책들을 요약정리해 주기 때문에 책의 전체적인 이름(지식 편의점)과 잘 맞아떨어진다. 책 요약정리와 더불어 책이 기록될 당시 시점과 현실과의 괴리와 발전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고, 당시 상황들에 대한 배경지식을 전달하기도 한다. 덕분에 다방면으로 자연스레 지식 획득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도입부는 마치 극처럼 책의 내용이나, 자신의 경험담들로 이루어지기에 마치 아이스 브레이크처럼 접근이 쉽다. 저자가 의도한 상황일 테지만, 덕분에 책 제목에 지레 겁먹은 독자도 부담스럽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은 9편 공평하다는 깨달음에 등장하는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었다. 특히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터라, 과연 저자는 이 내용을 어떻게 풀어갈까 싶었는데, 의외의 소득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찰스 다윈은 기독교인이었기에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라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종의 기원이 출간되기 1년 전 젊은 학자인 앨프리드 월리스가 보낸 편지를 보고 마음이 바뀐다. 월리스는 자신이 연구하는 주제(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론)에 대해 다윈에게 조언을 구했던 것이다. 이러다 선수를 빼앗기게 된 상황을 알게 된 다윈의 친구들은 월리스에게 연락을 해서 다윈이 연구발표하기로 한 내용과 비슷하니 공동발표로 해주겠다는 말로 선수를 친다. 다윈에 대한 존경심을 가졌던 월리스는 그 말에 감격을 하게 된다. 사실 다윈이 연구를 하긴 했지만, 공개적으로 발표할 생각이 없었기에 월리스가 먼저 발표했다면 진화론의 최초 발표자는 다윈이 아닌 월리스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 (물론 종의 기원에는 주장을 뒷받침할 많은 사례가 등장하기에 주된 이론에 반박할 수 있었고, 대중을 설득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위인들의 속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 (훌륭한 발견을 했지만 그들도 반대되는 의견 앞에서는 많은 고민과 고통을 겪고, 때론 포기하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당연히 종교(가톨릭교회) 계에 큰 위협이 되었던 것이 과학이 아닌 인문학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고, 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부분에서 등장한 고가의 명품 시계에 대한 부분은 얼마 전에 읽었던 책 『손목시계의 교양』과 겹쳐서 반가웠다. 특히 2018년에 세상을 뜬 스티븐 호킹과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간단하게나마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짧고 빠르고 간결하게 지식을 습득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입장에 맞춰 지식도 편의점처럼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저자의 의도가 참 책 속에 잘 어우러져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전문서적들을 접할 수 있었고, 좀 더 확장된 지식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의 두 권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과학의 발전은 신에 대한 생각을 거스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물론 과학의 발전으로 인류는 신의 영역이라 일컬었던 수명의 연장을 이뤄냈다. 신과 자연에서 인간으로의 관점의 전환은 과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화의 발전을 꿰차기도 했지만, 인간 중심의 생각으로 생태계와 자연이 파괴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앞으로도 과학은 계속 발전을 거듭할 것이고 그때마다 인류를 넘어 생태계 전체의 명과 암이 존재할 것이다. 우리의 욕심과 욕구만을 채우기 위한 발전이 아닌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보는 과학의 발전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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