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매일 한 페이지씩 있는 교양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제목에도 365가 붙어있는 터라,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 페이지씩 읽다 보면 1년 동안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간단하고 빠르게 무언가를 습득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성향을 정확히 나타내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인물로 읽는 세계사 교양수업 365에는 365명의 세계사 속 인물들이 등장한다. 중반 이상의 상당수는 서양사의 업적을 나타낸 정치가, 철학자, 과학자, 예술가들이다. 시대별로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현대로 구분되어 있는데 한 인물 당 한 페이지 분량이다. 책 표지에는 5분이라고 적혀있지만, 막상 한 페이지를 정독하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기에 가볍게 한 인물의 업적과 특징을 알 수 있다. 언제 읽어도 편하도록 날짜순 배열이 아닌 1번부터 365번까지 번호로 구성되어 있기에 숙제 같은 느낌이 덜 들어서 좋다. 읽고 나면 그 페이지 상단 오른쪽에 작게 체크박스가 있기에 매일 한 인물을 한 페이지씩 만나며 체크하는 재미가 있을 듯싶다. 읽다가 조금 더 알기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매 페이지 아래에는 그날의 주인공에 대한 추천도서가 들어있다. 관심이 있다면 추가로 찾아볼 수 있게 되어 있기에, 궁금한 독자들의 수고를 덜어준다.
인물 백과를 볼 때마다 내가 아는 인물을 찾는 것에 집중했었는데, 이번에는 낯선 인물들에 더 집중하면서 책을 읽었다. 읽다 보니 오히려 중세와 근세의 인물들 중에는 낯선 인물들이 많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인물은 프랑스의 화학자인 앙투안 라부아지에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질량보존의 법칙을 비롯하여 화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었다. 그런 그는 화학자이기 전에 세금 징수원으로 일했는데, 그는 단두대에서 처형된다. 이유는 그가 세금징수원으로 일하던 중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는데, 세금 징수원 전원 체포 방침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는 화학자였지만, 공식적인 직업이 세금 징수원이었기에 그가 이룩한 화학사의 업적은 법정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는 데 있다. 라부아지에의 사형은 프랑스혁명이 남긴 큰 손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웅으로 일컬어지는 인천 상륙작전에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에 대한 평이 사뭇 다르다. 오히려 본국인 미국에서는 혹평을 받기도 했고, 그가 주장했던 중국 원폭 공격 계획 같은 문제들로 대통령으로부터 경질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맥아더가 군인을 그만둔 후 정치가로 변신했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밖에도 동아시아와 중동, 동남아시아의 인물들의 경우 별도의 장으로 구분하여 다루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세종대왕과 박정희, 김일성 등의 인물이 포함되어 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고 박한 평가를 받았던 인물들이 후대에는 존경을 받는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를 다 만나게 되었다. 역시 이것이 역사의 묘미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