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이장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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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힐링 소설이 대세다. 제목을 보는 순간 힐링 소설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다분히 "커피 페니"라는 카페의 이름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앞에 기억삭제소라는 제목이 있다는 것과 띠지에 "빅뱅"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래도 뭐... 띠지의 말을 지극히 진실이다. 상상력과 함께 다분야의 총체적인 지식이 이 책 한 권에 녹아있다는 표현을 이렇게 멋있게 할 수 있다니...!

책의 두께만큼이나 책 속에 담긴 소재들을 정말 다양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얼마 전 읽었던 손목시계 관련 책에서 만난 시계 부품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세계 최고층 건물들과 달과 심해를 비롯해 저자의 전공인 의학 관련 이야기도 소재로 등장한다. 등장하는 장소도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동, 말레이시아, 중국 등 다양하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작가이기에 우리나라의 역사와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긴 하지만 그를 바탕으로 세계의 다양한 이야기들과 접목되는 것과 함께 현시대의 최대 난관인 코로나가 전면에 등장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기억삭제소 카페 페니 청담점 점장인 에이미는 10년째 카페페니에 근무 중이다. 그가 카페페니에 입사하게 된 것은 전 날 꾼 꿈 때문이었다. 파오슈와츠 장난감 백화점에서 구입한 꿈에 나타난 카오필리 요정은 다음 날 카페페니 소공점에 가라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꿈대로 그녀는 다음 날 소공점의 직원이자 딜릿스타 넘버 709가 된다. 그러던 중 에이미는 근무하는 직원 현, 까미와 함께 스위스 제네바 생체기억시계제작소 더 햄필립스아카데미 눈뜬 시계공 크리스퍼에 입학할 기회를 얻는다. 바로 닥터 제닝스가 제안한 내용이었다. 교육을 마친 에이미는 크리스퍼 대사가 되는데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기억 파편을 해결하는 일인데...

제목은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이지만, 책 속에는 카페에서의 이야기가 아닌 세계 곳곳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 위원으로 누가 속해있는지 모를 정도로 비밀 단체인 뉴클레아스 심해기억저장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억에 관한 이야기들이 풀어진다. 이곳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되는 기억에 관해 조사하고, 문제를 협의. 해결 방안을 찾는 기억의 중추와 같은 곳이다. 신기했던 것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실제 지명이나 회사명,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가령 세계 고층의 건물들의 유리창들이 기억을 저장하는 매체로 쓰인다는 것뿐 아니라 2장부터 전면에 등장하는 코로나 백신들의 실제 이름도 등장한다.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지만, 실제 이름이 등장하니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치매나 알츠하이머를 앓는 사람들의 기억 파편을 모아서 또 다른 기억에 사용하거나, 카페 페니를 이용하면 주어지는 별풍선을 사용하여 치매인 언니와 엄마의 기억을 되찾아 둘을 만나게 해주는 등 기억이 사업이 되는 특이한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연결고리를 맛볼 수 있다.

만약 이 책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된다면 스케일이 어마어마할 듯싶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다양하게 연결되어야 하기에, 로케이션 촬영은 기본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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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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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 깊고 아름다우며 정의로운 삶 없이는 쾌락의 삶도 없고,

쾌락의 삶 없이는 사려 깊고 아름다우며 정의로운 삶도 없다.

예컨대 아름답고 정의로운 삶이지만 사려 깊지 않다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없는 삶은 쾌락의 삶이 아니다.

바른생활 비슷했던 윤리과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철학자들이 등장하면서가 아닐까 싶다. 이해보다는 암기 위주의, 수능을 위한 암기를 했던 터라 성인이 되어 다시금 찬찬히 철학을 훑어보다 보면 뒤죽박죽 섞여있는 지식들을 만나게 된다. 에피쿠로스학파와 스토아학파 하면 서로 반대되는 이미지와 함께 에피쿠로스 = 쾌락주의, 스토아 = 금욕주의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책 속에서 만난 에피쿠로스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쾌락"의 이미지와는 다분히 다른 이미지를 가진 터라 적잖이 당황했다.

우선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 에피쿠로스와 거의 동의어로 받아들여지는 쾌락. 그가 주장한 쾌락의 정의는 무엇일까? 다행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쾌락과는 다른 의미라는 것이다. 그저 생을 즐기고, 먹고, 풀어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는 쾌락이 아니라 고통의 반대되는 의미로 쾌락을 사용한다. 다른 단어를 찾자면, 즐거움이나 행복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에피쿠로스는 고통을 막고,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된 평온한 상태를 바로 쾌락이라고 보았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선으로, 고통을 만들어내는 것은 악으로 보았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던 에피쿠로스의 일생을 보면 놀랍기도 하다. 자신의 노예(미로니아노스-미스)에게도 철학을 가르쳤고, 그가 설립한 학교인 정원은 고대 철학학교 중 제일 먼저 여성을 학생으로 받아들인다.

에피쿠로스가 저자로 명기되어 있지만, 실제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글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쓴 『저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에 수록되어 있는 글들이다. 물론 책 속에 등장하는 서신들과 6장의 주요 가르침들은 에피쿠로스가 썼다고 전해지지만, 그 또한 디오게네스의 책에 나온 내용을 번역하여 실었다. 물론 1장에 등장하는 에피쿠로스의 생애 역시 그가 쓸 수 없기에,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글을 실었다.

우리는 자신에게 속한 것이 선하고 유익한 것이든 아니든,

남들이 칭찬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에게 고유한 것을 여겨 존중한다.

따라서 우리는 남들에게 고유한 것도 우리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쾌락이라는 어감 때문에 에피쿠로스는 성악설처럼 인간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지레짐작했는데, 막상 그가 남긴 어록이나 가르침들을 보면 오히려 성선설을 가지고 있었다고 여겨졌다. 또한 그는 오히려 많이 가진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가 이상향으로 제시한 아타락시아의 경우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많이 가질수록 부를 충족시키기 위해 오히려 고통을 야기할 수 있기에, 오히려 그는 가난한 사람이 더 쾌락에 가까운 사람이라 말했다.

인생의 본성적인 목적에 비추어 평가한다면, 가난은 큰 부인 반면,

무한한 부는 큰 가난이다.

이 책을 통해 에피쿠로스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그는 욕망만을 따르고, 퇴폐적일 정도로 쾌락만을 좇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을 듯싶다. 오히려 에피쿠로스의 사상이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보다 더 금욕적이고 소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느낌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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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달 별 사랑 고블 씬 북 시리즈
홍지운 지음 / 고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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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마음이 커졌어. 나의 우주가 커졌어.

그건 핀, 네 덕분이야. 나는 이제 우주의 중심이 어디인지 알 것 같아.

내 우주 한가운데는 핀이 있어. '

얇지만, 놀라움과 교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은 지구를 떠나 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SF 소설이다. 달의 등대지기인 할아버지 토티스와 함께 사는 핀은 오래되어 업데이트조차 안되는 생활보조드론인 앙리 외에는 가족이 없다. 부모님은 몇 해 전, 탄광 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런 핀에 눈에 이상한 광경이 포착된다. 서둘러 그곳에 가니 물방울 안에 한 아이가 들어있다. 흰머리에 빨간 눈. 보기에도 자신들과 생긴 게 다르다. 바로 말로만 듣던 월인이었다. 우선 월인과 함께 지하터널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 핀. 할아버지에게는 친구 옥토의 고양이를 찾으러 간다는 핑계를 댄다.

사실 월인인 메아(T-772)는 할머니(T-771)와 함께 살고 있는데, 할머니는 메아를 떠나보내며 부모를 찾길 간절히 바란다. 월인이 가지고 있는 신비한 힘 때문에 할머니와 메아는 성상중공이라는 회사에 성산 연구소에 잡혀있었다. 메아를 힘껏 밀어낸 후, 결국 운명을 달리하는 할머니. 할머니의 심장을 연구하는 성산 연구소 소장인 요안은 도망친 메아를 잡고자 47구역으로 내려온다. 사실 핀이 거주하고 있는 47구역은 낙후지역으로 빈민가로 불리는 지역이다.

메아를 잡기 위해 무력을 동원해서 옥토의 누나 텐타가 일하는 가게를 초토화 시키는 요안. 그는 겉으로는 신사인 척하지만, 출세를 위해 타인의 목숨을 종이처럼 여기는 비열한 인간일 뿐이다. 과거 요안은 핀의 엄마와 같이 일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출세를 위해 핀의 엄마를 탄광에 가둬 살해한다. 덕분에 성상중공이 있는 도시연합에서 월면 도시로부터 이득을 가로챈 일로 연구소 소장이 되었다. 그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핀에게 털어놓는 요안.

엄마의 사망과 그동안의 일의 진실을 알게 되는 핀은 요안에게 어른답게 굴라고 충고하고, 그 충고에 광폭한 요안은 핀을 죽이고, 메아를 사로잡아 자신의 능력을 키우려고 하는데...

메아와 메아의 할머니를 제외한 책 속 등장인물들은 인간이다. 월인으로 불리는 메아의 종족은 지구인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을 활용하려는 마음을 먹은 요안 같은 사람들 덕분에 월인들은 목숨의 위협 속에서 숨어살고 있다. 메아를 살리기 위해 메아의 할머니는 자신을 희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아에게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유언을 남긴다. 과연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 핀을 만난 메아는 그에게 질문을 한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냐고 말이다. 그 말에 핀은 어떻게 대답했을까? 좋은 사람은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공상 세계의 이야기임에도 우리 세계와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은, 다분히 인간이 등장해서일까? 근데 겉으로는 매너 있는 척하지만, 자신의 이익이 위협을 받는 순간이 되자 본색을 드러내는 요안과 같은 인물의 모습을 마냥 매도하기가 주저된다. 내 안에도 그런 이기적인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아는 잘못을 범하는 이기적인 어른이 되지 말자! 어른이면 어른답게 살고 행동하자!

누군가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누군가 때문에 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지킬 수 있었던 이야기. 하얗고 붉은 메아와 메아를 지키기 위한 핀의 이야기.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진짜 어른의 이야기 속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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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인간혐오자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5
몰리에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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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만나는 시카고 플랜의 고전 희곡은 이미 한번 만나본 몰리에르의 인간혐오자다. 먼저 읽었던 타르튀프와 같은 반전은 없지만, 아이러니한 인간 군상이 소개된다. 그럼 등장인물을 먼저 만나볼까? 

 

 

 

4명의 남자로부터 구애를 받는 20살의 과부인 셀리맨. 아름답고 현란한 말씨와는 달리 그녀는 한입으로 두말을 하는, 뒷말하기를 좋아하는 여성이다. 셀리맨과 함께 인간 혐오자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인 알세스트. 귀족이자 나름의 학식을 가지고 있는 그지만 겉치레를 경멸한다. 그에게는 오로지 진실만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가 기분이 나쁘고, 불쾌하더라도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것이 그의 숙명인 것일까? 절대 빈말을 하지 못한다. 그런 그의 성격은 친구인 필랭트가 누군가를 무척 반갑게 맞이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누구냐고 물었지만 필랭트는 그의 이름조차 모르는 걸 보고 화를 낸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호의를 품고 있던 오롱트가 자신의 소네트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을 때, 역시 빈말을 하지 못하고 악평을 하게 된다. 그 일로 오롱트는 알세스트를 고소하고, 법정에 서는 지경까지 처하게 된다.

근데 여기서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게 빈말을 하지 못하는 알세스트가 사랑한 여인이 바로 셀리맨이란 것이다. 셀리맨은 한입으로 두말을 하는 여인이고, 알세스트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한입으로 두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왜 뒷말을 즐기는 셀리맨을 사랑하느냐는 친구의 물음에 알세스트는 사랑은 이성을 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다. 역시 그 당시나 지금이나 사랑은 이성이 아닌 감정의 산물인가 보다.

문제는, 알세스트가 사랑하는 셀리맨이 여러 남자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남작인 아카스트와 클리탕드르 뿐 아니라 알세스트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오롱트까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근데, 셀리맨은 그 누구에게도 진심 어린 화답을 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로 조언을 건네는 아르지노에 부인에게 여인으로 모독의 말을 건네며 자신의 인기를 다시 한번 자랑하는 셀리맨. 과연 이들의 애정전선은 어떻게 정리가 될까?

인간 혐오자라는 제목은 주인공인 알세스트를 보면 알 수 있다. 냉철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는 인간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기보다는, 비판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자신의 애인인 셀리맨에게도 그리 다르지 않다. 물론 그가 하는 비판은 한 남자에게(바로 자신)만 애정을 주라는 것이지만 말이다.

외치며 그녀에게 진정한 사랑이 누구인지 밝히라 말한다. 그 상황조차 교묘하게 넘어가던 셀리맨이 빼박 못하는 상황에 걸린다. 결국 셀리맨의 모든 남자(?)가 한 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그녀가 그 남자들을 향해 쓴 뒷담화 담긴 편지가 전해진다. 사면초가에 몰리게 된 셀리맨. 과연 그녀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역시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 또 너무 더러운 물도 마찬가지 아닐까? 상황에 맞는 적당한 융통성은 삶의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필랭트 정도의 너무 심한 아부성을 제외하고 말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타르튀프처럼 끝이 너무 급하게 마무리된다. 근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사랑을 얻는다. 이게 바로 어부지리인가, 아님 반전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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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 상상과 과학의 경계에서 찾아가는 한민족의 흔적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0
강인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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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째 만나는 인생 명강의 주제는 역사다. 이 책의 저자인 경희대 사학과 강인욱 교수는 이미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이라는 책을 통해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어려서부터 오래된 것, 옛 것에 대한 관심이 컸던 저자는 그렇게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중에도 그의 전공분야는 고고학이다. 저자의 과거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 역시 과거 고고학자를 꿈꿨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고학자로 분한 헤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겁이 많은지라, 무덤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는 그의 모습에 바로 포기를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역사를 좋아했던 터라, 전공은 하지 못했어도 관련 책이나 매체는 관심 있게 보는 편이다.

고고학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고조선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로 불리는 고조선은 국사책을 통해 배웠듯이 청동기 문화를 기반으로 세워졌다. 워낙 오랜 역사이기도 하지만, 조선이나 고려처럼 자신들의 역사가 서술된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연구에 애를 먹고 있기도 한 그 역사의 중심 이야기를 저자는 책을 통해 시작한다. 저자는 단순히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지엽적인 역사가 아닌, 유라시아 속에서 같은 유물이 등장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반도의 문화는 고립된 문화가 아닌, 주변과 교류하며 발전시켜 나간 문화라는 사실을 구체적인 유물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학창 시절 고조선이 무역을 통해 성장했다는 내용을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책 속에서는 그 예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고조선의 모피가 당시 주변 나라들에서 명품 브랜드로 불렸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흉노족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은데, 신라인들이 자신을 흉노의 후예로 설명하는 대목을 보고 의아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2장과 4장에서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그 밖에도 계림로 단검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작은 고분에서 발견된 계림로 단검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 건이다. 이 단검은 카자흐스탄 북쪽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유물이라고 한다. 이런 고가의 검이 일반 무사로 보이는 사람의 고분에서 발견된 이유는 무엇일까?

뿐만 아니라 3장에 등장하는 환동해에 대한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환동해가 어디일까? 환동해는 북한의 남쪽, 일본의 서쪽, 중국의 동북부, 러시아의 극동이 감싸고 있는 동해 권역을 말한다. 이 환동해 지역에서 발견된 암각화는 시베리아와 연결고리가 된다. 책 표지에 그려진 괴이한 외계인 형상(시카치-알리안 인면상)의 출처 역시 바로 이 암각화다.

현재 비행기를 타고도 몇 시간을 가야 할 정도로 지리적으로 먼 곳에서 같은 형태의 유물과 그림들이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의 각 장에서 같은 질문과 예를 풀어낸다. 마치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같은 것으로 찍어낸 것처럼 닮은 유물들을 통해 문화의 교류가,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야 제목의 이미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던 말들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각은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책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만의 지엽적인 역사에서 벗어나 유라시아 속의 한반도, 그리고 한반도 속의 유라시아를 만났다. 물론 앞으로도 고고학은 계속 변화될 것이다. 어떤 유물이 어떻게 발견되느냐에 따라 역사의 기원과 시간은 계속 바뀔지도 모르겠다. 부디 깊은 땅속에서 여전히 잠자고 있는 유물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빨리 오길 소원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닫힌 생각과 지엽적인 편견들도 사라지는 날이 빨리 오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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